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68화 (668/1,021)

#668.

하지만 약간의 상상력만 동원하면 될 일이다.

미국 국방성이라면 그 이상의 프로젝트를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설마 벌써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나왔다는 말인가?’

스티븐은 집게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인공지능 아바타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욱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최민혁 실장이 목적도 없이 자금과 시간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었다.

‘설마 최민혁 실장이 이미 인공지능 아바타 기술을 확보한 건가?’

정말 그렇다면 이건 이야기가 아주 달랐다.

그조차도 관심을 둬야 했다.

그 정도 기술이라면 당장 아이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니, 지금 당장 확인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 중에 당장 가능한 음성인식을 적용하려면, 거기에 맞는 마이크도 함께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제야 존 맥커니 사장의 장황한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다 들었다. 그리고 나서야 그의 처지를 이해했다.

아직 그는 최민혁 실장이 지금 뭘 노리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다.

존 맥커니 사장 역시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그는 스티븐과 이야기해 보고서야 당장에 써먹을 만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이 최민혁 실장이 투자한 회사를 살피면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설마 최민혁 실장이 이것을 노린 것일까?’

스티븐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존 맥커니 사장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그는 왜 월가에서 무서울 것이 없는 존 맥커니 사장이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그제야 깨닫고 말았다.

‘최민혁 실장이 모건 스탠리 쪽하고 트러블이 있나 보군. 그런데 최민혁 실장이 자신이 놓쳐서는 안 될 기술을 확보했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그로서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존 맥커니 사장의 제안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월가를 지배하는 축 중의 하나인 모건 스탠리 사장이기 때문이다.

“…저도 이 자리에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 최민혁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부탁 좀 합니다. 이번 일만 잘 도와준다면 빚은 꼭 갚겠습니다.”

모건 스탠리 사장의 빚이라. 결코, 가벼운 의미는 아니었다.

그리고 스티븐으로서도 미국에 와서도 자신을 찾지 않는 최민혁 실장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이제는 정말 알고 싶었다.

‘그나저나 최민혁 실장이 대체 무슨 일을 몰래 벌이고 있기에 존 맥커니 사장이 이렇게 저자세일까. 아무래도 최 실장을 찾아가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 * *

스티븐의 예측과는 달리 최민혁은 물론 조용히 일을 진행하게 두지 않았다. 그는 이지수 박사와의 협상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후에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려는 중이었다.

그런 차에 존 맥커니 사장이 스티븐을 직접 찾아간 것을 알자 좀 더 서둘렀다.

이제까지 물밑에서 준비한 일을 즉각 진행하게 했다.

우선 회사 설립부터.

이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KMBOOK으로, 당장 200억이 넘는 최신형 슈퍼컴퓨터 두 대를 도입했고, 인공지능을 위한 서버부터 쫙 깔았다.

이 장비가 설치된 건물 안에 들어가면 서버가 마치 SF 영화처럼 쫙 펼쳐졌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팔로알토 네트웍스 본사 빌딩이었다.

세 들어 살던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임직원들 일부가 나간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이지수 박사나 헬렌 두 사람은 최민혁의 씀씀이에 경악했다.

두 사람은 최민혁 시장이 펼친 양손 뒤로 셀 수도 없이 쭉 늘어서 있는 서버 설비들을 보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미 준비를 다 하신 겁니까?”

최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두 분 같은 천재를 스카우트하는데, 이런 사전 준비는 당연히 해야죠.”

“하지만…….”

‘좀 과합니다’란 말을 두 사람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최고 설비가 꼭 필요했다.

당장 음성인식 하나만 놓고 봐도 음성인식을 처리하기 위한 디지털 알고리즘이 간단하지 않다.

여러 가지 특성에 따른 알고리즘을 일일이 다 적용해야 한다.

심지어 같은 알고리즘이라도 각 주파수 대역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이 사례에 따라 다 달라서 시스템 요구 사양은 끝도 없다.

“현실적인 문제는 저도 잘 압니다.”

“휴우, 아니라고 말을 못 하겠습니다.”

이지수 박사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최민혁 실장은 마치 호구처럼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했다.

그녀도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을 의심했지만, 이제는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최민혁 실장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마워요.”

최민혁 실장은 씩 웃었다.

“다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수 박사도 이제는 편하게 툴툴거렸다.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원하는 것을 들어드려야죠.”

“그 대답이면 됩니다.”

“…고마워요.”

이지수 박사는 자신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시뮬레이션 하나 돌리는 데 며칠씩 걸리다 보니 프로젝트 일정을 단축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그 일정을 줄이고, 무지막지한 저장 공간을 이용한다면 굳이 불필요하게 데이터를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

최민혁은 물론 두 사람을 그냥 두고만 보지는 않았다.

“인공지능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따라서 당장 상업적으로 써먹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하면 차세대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가능한 일부만 적용하란 말씀이세요?”

최민혁은 역시 자잘한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이지수 박사의 장점이다. 그녀는 생각보다 집착이 심한 스타일이 아니었고, 의사소통이 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정도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음성인식으로 범위를 좁히면, 일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순수 연구처럼 너무 방대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알아요. 저도.”

이지수 박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헬렌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공지능 입력 단의 한 축을 형성하는 음성인식은 그나마 다른 영상 인식과 같은 분야보다는 수월했다.

최민혁은 물론 말로만 질문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좀 보여줄 수 있습니까?”

“…알겠어요.”

* * *

음성인식 분야 역시 결코 가벼운 기술은 아니었다.

이지수 박사가 가장 간단하게 보여준 것은 역시 인공망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학습되는 순간을 알고리즘화 해서 바로잡는 방식이었다.

고전적인 방식을 기반으로 한 터라 작업 자체는 어렵지가 않았다.

실제로 핵심적인 문장 30만 개를 기준으로 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각 형태소에 대한 모델 역시 어느 정도 집합 형태로 만들었다.

유사도에 대한 분포도 자체 모델이 나온 셈이다.

이지수 박사는 이를 기반으로 해서 음성 신경망 모델(Audio Neutral Model)을 고안했다.

꽤 방대한 작업이었다.

이지수 박사 정도가 되기에 그나마 결과를 어느 정도 도출했다.

“인간의 모든 음성을 이 모델에 매핑시켰죠. 물론 예외적인 음성이 있는데, 그것은 따로 특정값을 넣어서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인간의 음성은 같을 수가 없다.

특이성을 벗어난 음성에 특정값을 넣어서 일반적인 형태로 교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오류 교정에 대한 알고리즘을 추가로 만들어냈으니까.

“이 각각의 편차는 딱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음성이 다 다르니까. 사실 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최민혁은 그제야 방긋 웃었다. 물론 내심은 좀 많이 달랐다. 그는 사실 전생 1회 차 시기에 이지수 박사에게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았다.

‘그때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여전히 모르겠군.’

이지수 박사는 신이 나서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전부 외계어 수준이었다. 오직 헬렌만이 이지수 박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보는 이지수 박사의 실력 일부분에 감탄했다.

“최 실장님도 이 박사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투자한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하면 지금은 더 수월하겠군요. 이 슈퍼컴퓨터가 입력된 사용자 음성 데이터를 받아서 일일이 다 정리해 줄 테니까.”

“…그건 그렇죠.”

이지수 박사도 다시 한번 멍하니 최신형 컴퓨터로 가득 차 있는 서버실을 쳐다보았다. 저 정도 시스템 능력이라면 미국인 전체 데이터를 넣어서 관리해도 무리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필요하다면 위층에 서버실을 더 만들면 되겠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최민혁은 굳이 이번 일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까지 돈을 써야 할 때 쓰기 위해서 벌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굳이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역시 시범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죠.”

이지수 박사는 자신이 설치한 ANM 시스템을 구동한 후에 화면이 준비되었다고 뜨자 최민혁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최민혁은 마이크를 받은 후에 이지수 박사를 쳐다보았다.

“애니예요.”

[애니, 안녕.]

[최민혁 실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호, 나에 대해서 잘 알아?]

[지금 바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최민혁 실장의 상세한 프로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한 모든 실적이 나왔다.

심지어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서 관련된 데이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구골 검색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이지수 박사가 슬쩍 나섰다.

[야후 같은 검색기와 비교해서는 아직 조금 부족해요. 그저 기본적인 검색만 될 뿐입니다.]

[…놀랍네요.]

최민혁도 깜짝 놀랐다. 그가 예측한 것보다는 성능이 더 좋았다.

하지만 이지수 박사는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최 실장님 목소리를 제가 직접 입력해서 어느 정도 정형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아마 일반인이 시도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겁니다.”

최민혁은 뒤에서 멍하니 이 새로운 시스템을 보는 조성돈 팀장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조성돈 팀장은 얼떨결에 나서서 최민혁이 했던 것처럼 그대로 진행했다.

[죄송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장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계속 에러가 나오면서 제대로 된 동작을 보여주지 않았다.

최민혁은 자신이 특별 대우받았다는 것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마이크를 붙잡고 흥분해 있는 조성돈 팀장을 보면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조성돈 팀장은 애니와 이상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최민혁은 그 문제를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 팀장님, 목소리 패턴을 한번 입력해 보세요.”

조성돈 팀장은 이지수 박사의 도움을 얻어서 자신의 목소리 20가지를 입력했다. 기본적인 어휘와 관련이 있는 문장이었다.

그 입력이 끝나고 나자 그다음은 좀 달랐다.

조성돈 팀장의 말을 애니가 70% 가까이 알아들었다.

하지만 역시 30%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헬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한국인 영어 발음이라서 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애니 시스템 자체는 본토 미국인 발음이 기준이었다.

아시아권 영어를 애니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다.

이 부분은 수정이 필요했다.

최민혁은 굳이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뭐, 그건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니까. 문제는 음성인식을 키워드 형태로 변환도 가능하겠죠?”

이지수 박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큰 걸림돌은 없어요. 더욱이 이 새로운 차세대 메신저 서비스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문제점 해결은 더 쉬워질 겁니다.”

“그래야죠.”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최민혁이 원하는 답이기도 했다.

“두 분만 믿겠습니다.”

“…알았어요.”

이지수 박사는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참았다. 일단 최민혁 실장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이상 뭔가 보여주기는 해야 했다.

‘차세대 메신저 프로그램과 음성인식과의 통합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일단 이와 관련된 전문 인력들을 제법 확보했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삼 최민혁 실장을 다른 눈으로 쳐다보았다.

‘정말 최민혁 실장은 이런 방향을 전부 예측하고,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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