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49화 (649/1,021)

#649.

두 사람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최민혁 실장을 조사했는데, 최근 한국은 ‘최민혁 실장’ 때문에 난리가 난지라 따로 정보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무슨 기사를 보든 최민혁 실장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정보가 진짜냐 하면 그건 다른 이야기였다.

부풀리고 부풀려서 삼십 대 초반이었던 나이가 이제는 어느덧 사십 대로 바뀌어 있었다.

“…실례지만 정확한 나이가?”

최민혁 실장은 화들짝 놀란 두 사람 태도에 피식 웃고 말았다.

“두 분 나이에서 6살 빼면 됩니다.”

“…진짜입니까?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 언급하는 나이는…….”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한국인 중에 절 싫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유 없이 싫은 겁니다. 언론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혹시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있습니까?”

“돈이 많으니까.”

“아.”

두 사람은 그제야 탄식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심각한 내용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맞다. 돈이 너무 많아도 질시의 대상이 된다. 최민혁 실장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당장 미국 언론에서도 가끔 에플을 비롯한 IT 주가를 거론하면 나오는 이름이 바로 대주주 최민혁 실장이었다.

에플에 투자한 자금 대비 현재 무려 800% 이상의 수익을 냈다.

무려 조 단위 투자금 액수 기준이니,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이었다.

정말 놀라운 점은 그게 망해가는 에플을 일으켜서 만든 결과란 점이다.

미국인 중에서도 뜻밖에 처음에는 최민혁 실장을 옹호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 천문학적인 수익 관련 기사를 본 후에는 최민혁 실장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민혁 자신도 썩 편한 얼굴은 아니었다. 판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해도 자신을 질시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은 이번에 알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적이 더 늘어날 거란 말이야.’

앞의 두 사람과 관련된 인물이 그 예였다. 원래 투자하려고 했던 투자 세력 역시 최민혁 실장을 좋게 볼 리는 없었다.

그는 힐끗 강준석 팀장을 쳐다보았다.

강준석 팀장이 나서서 중매쟁이처럼 양측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맥주도 한 잔씩 마시고 말이다.

분위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는 송도연도 함께했다. 그녀는 물론 음료수를 먹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다만 스탠포드 대학에 다니는 천재라는 것은 안다.

송도연은 최민혁 실장과 이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녀도 한국에 있을 때 스탠포드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와서 보니 일반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최민혁도 생각보다 소탈했다.

억만장자 소리를 듣는 최민혁은 의외로 맥주를 좋아했고, 햄버거도 싫어하지 않았다.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문득 최민혁 실장과 같이 지내면서 딱히 특별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아파트도 밑에 직원이 투자한 것이잖아. 실장 오빠가 개인적으로 누리려는 것이 아니었어.’

그녀는 그제야 최민혁 실장이 자신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를 깨달았다.

미국 생활도 정말 별것 없다는 것.

사람 사는 것은 어딜 가나 다르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곧 올라갈 무대 역시 특별하지 않은 것이었다.

최민혁은 그런 송도연을 가볍게 소개해 준 후에 두 사람과 어울렸다.

두 사람도 송도연을 보면서 ‘아, 그 소문의 연습생 가수!’라고 탄식했지만 뒤늦게야 소문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새삼 색다른 눈으로 소탈한 최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원래 다른 한국 기업 대표들과 최민혁 실장을 다르게 보는 이유가 바로 강준석 팀장 때문이다.

강준석 팀장의 생활은 도저히 한국 기업 사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미국 기업도 그렇게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

최민혁은 한국 기업들의 전형적인 상명하복 경영인과는 DNA 자체가 달랐다.

최민혁은 이 자리에서 그 점을 못 박았다.

“어차피 검색엔진 기업은 제가 따로 관리를 못 합니다. 두 사람이 각각 기술 최고 책임자와 사장이 되어서 관리해야 합니다.”

“…아예 터치하지 않는 겁니까?”

“네, 다만 다른 이들을 채용할 때에 최종 결정만 할 겁니다.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마 어지간해서는 추천하시는 분들을 채용할 겁니다. 자금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천만 달러든, 일억 달러이든, 아니면 십억 달러이든,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언제라도 지급할 테니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고작 청바지에 면티 하나만 달랑 입고 있다.

도저히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가 없었다.

“…네.”

두 사람은 최민혁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입을 다문 채 멍하니 문화충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들은 MP3의 아버지인 최민혁 실장을 앞에 두고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들이 기대한 특별한 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에게도 꽤 쇼킹한 일이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파악한 최민혁 실장은 쌍두육비의 괴물이었으니까.

최민혁은 물론 반박했다.

“하, 사람을 뭐로 보는 겁니까. 쌍두육비의 괴수라니.”

하지만 툴툴거리는 최민혁은 물론 또 다른 음모(?)를 머릿속에서 구상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군. 그런데 정말 쉽구나. 인생 1회 차 때는 별짓을 다 해도 먹히지 않던데, 지금은 그냥 날로 먹는 것 같아.’

이 정도면 두 사람도 구골이란 검색엔진에 대한 주도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 그가 그리는 IT 기업이란 그림에 핵심이 될 것이다.

인재 스카우트가 원래 이렇게 쉬웠다면 오성 그룹이 그렇게 삽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새삼 지금까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음은 역시 벤처 캐피탈 쪽인가? 그쪽을 자극하면 모건 쪽 귀에도 들어가겠지. 후후후, 그냥 자리만 지키지는 못할 거야.’

이번 미팅은 그로서도 꽤 만족스러웠다. 다만 걱정되는 일 몇 가지가 있었다.

‘이 자리가 참 좋아. 우리 첫째 큰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으니까. 참, 할아버지는 필리핀 공장 증설 현장에 갔을 테니, 내 이야기(?)를 좀 하겠어.’

* * *

스카우트 사인까지 받고 난 후에 다시 뒤풀이가 있었다.

강준석 팀장은 진짜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는 취할 수가 없었다. 야후의 경우를 봐서 이번 구골 설립은 KM 전자 사업의 전환점이 될 수가 있었다.

그 미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강준석 팀장은 가슴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최민혁도 자리를 파한 후에 강준석 팀장의 풀어진 모습을 봤다.

“기분 좋습니까?”

“아, 죄, 죄송합니다.”

강준석 팀장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자신이 최민혁 실장 앞에서 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런 소소한 이유 때문에 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인생 1회 차의 강준석 팀장과 지금의 강준석 팀장을 교차시켰다.

“강 팀장님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 일로 자신을 얻었냐 하는 뜻입니다.”

“최고입니다! 월급 안 받아도 됩니다. 전 오늘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자금, 인재, 기술을 모두 갖춘 구골이라는 회사의 설립.

이건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주도한 것이 자신이었다.

강준석 팀장도 이제까지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냥 꿈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된 것이었다.

최민혁은 그제야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인생 1회 차에서 자신을 앞에 두고 ‘실장님,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울부짖던 강준석 팀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강준석 팀장은 침몰하는 KM 전자를 어떻게 해서라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쳤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 자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회사 경영진이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훈열 전무가 한 짓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최민혁은 다시 한번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월급을 안 받는다라? 그러면 지분이라면 받겠군요. 구골 지분 0.5%를 인센티브로 줄 테니, 다시 한번 꿈을 꿔보세요. 아직 기회는 넘쳐나니까.”

“네? 그, 그건… 아, 아닙니다!”

강준석 팀장은 이미 야후 지분 가치를 토대로 구골 가치를 어느 정도 추론하고 있기에 도저히 최민혁 실장의 제안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민혁의 생각은 좀 달랐다. 이번 구골 설립은 단순한 의미에서 한 것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에 올라갈 앱을 사전에 개발하는 것이니까. 모든 앱을 다 독점하지 못한다고 해도 꼭 넣어야 할 것은 넣어야 해.’

그런데 이 일마저 자신이 다 주도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것과 강준석 팀장이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강준석 팀장은 일개 임직원이기에 터놓고 엔지니어와 접촉해서 쉽게 공감대를 쌓을 수가 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명성도 문제다.

자신이 먼저 들이대면, 꼭 날파리가 꼬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구골처럼 쉽게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그래서 버퍼 강준석 팀장이 꼭 필요했다.

강준석 팀장은 투자에 실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실패했다는 이야기만 나올 뿐이니까.

이런 작업은 의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최민혁 자신이 그런 계획을 스스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점이다. 송도연 때의 일과 같은 일을 굳이 만들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강준석 팀장이 자신이 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원하게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 진행하는 일들은 강 팀장이 주도할 겁니다. 그러니 거기에 따른 보상은 당연히 따라야 합니다. 외부 시선도 중요하죠. 제가 직접 관여한 일은 아니니까. 아마 그래서 강 팀장에게도 유혹이 따를 겁니다. 전 그런 일로 강 팀장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일테면 오성 그룹의 스카우트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구골 지분 0.5%면, 오성 그룹에 갈 이유가 전혀 없다.

복잡한 의미가 숨어 있는 말에 강준석 팀장은 그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최민혁 실장이 자신을 대하는 행동이 다른 직원을 대할 때와는 다르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 실장님, 굳이 왜 저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최민혁은 그제야 싱긋이 웃었다.

“전생에 빚을 졌나 보죠.”

“네?”

“그건 우리 할아버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운명이라니.”

강준석 팀장은 생뚱맞은 표정을 한 채 돌아서는 최민혁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김명준 과장을 비롯한 호위가 곧 바로 사방에서 뒤를 따랐다.

‘도대체가.’

* * *

최용욱 회장은 당연히 최민혁의 미국행에 대해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건 KM 산업 측 역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KM 산업의 누적 매출에 대해 반도체 단일 품목으로 200억 달러로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300억 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68년에 사업을 시작해서 고작 3년 전에 100억 달러를 달성했는데, 작년에는 무려 3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사상 최고의 실적이 나온 것은 역시 선택과 집중 덕분이었다.

여기에 더 큰 이유가 있다면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이 손을 쓴 것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계열사에 압력을 넣어서 반도체 주문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딱히 최민혁 실장 계열사에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KM 산업이 반도체 품목에 집중한 터라 제품 품질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자체 패키지 디자인 개발과 국외생산 설비 확충은 늘 꾸준히 진행된 일이기도 했다.

경험이 누적되면서 제품 완성도가 이미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물론 이런 실적에 직접 기여한 이는 최영란 본부장이었다. 그녀는 최민혁 실장의 도움을 얻어서 작년 하반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가 지금 보고 있는 필리핀 공장 증설이었다.

원래 있던 공장 바로 옆을 더 늘려서 생산 규모를 배로 키웠다.

이런 직접적인 투자는 필리핀 정부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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