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39화 (639/1,021)

#639.

조성돈 팀장은 내심 탄복하고 말았다. 그는 그제야 송도연을 왜 몇달 전부터 최민혁 실장이 따로 준비시켰는지 이제야 안 것이었다.

‘모든 것이 음원 저작권 때문이었구나.’

음원과 관련된 이권 단체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이들은 저작권 보호법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KM 전자를 공격할 수가 있었다.

실제로 최민혁의 인생 1회 차에서 그랬으니까.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이유였다.

그나마 MP3 플레이어로 미국 시장을 노려서 대박을 쳤지만 그 인기는 잠깐이었다.

‘정작 과실을 제대로 먹은 것은 7년 후의 에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에플을 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티븐은 국내 업체와는 달리 메이저 음반사와의 충분한 협상을 통해서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을 계획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 KMP-01에 담겨 있는 온라인 음원 판매 서비스다.

조성돈 팀장은 잠깐 KMP-01 플레이어 앱을 실행해서 확인한 후에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저작권협회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상황은 저도, 스티븐도 손을 대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도연이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지금 상황이 연출된 겁니다. 우리 모두 날아가는 MP3 산업 제트기에 올라탄 상황이죠. 내리면 죽습니다. 그냥 가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하면 저작권협회 쪽에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최민혁은 그제야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그저 모른 척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티븐이 이번 CES 전시회를 통해서 MP3 산업을 글로벌하게 키워 줄 테니 말이다.

리스크는 스티븐이 다 안고 갈 것이다.

최문경 부회장조차 스티븐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테니 말이다.

자신은 그저 스티븐 등에 빨대를 꼽은 채 이익만 누리면 될 뿐이다.

“그게 정답입니다.”

“…네.”

조성돈 팀장은 다소 불안했지만, 최민혁 실장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이미 자신이 뭘 하든지 그다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건 저작권협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말이 나올 것 같은데, 최 실장님은 그런 상황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구나.’

* * *

오광수 협회장도 서울 프로덕션의 제안을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협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대답은 이전 번과는 달리 노코멘트였다.

KM 전자 기획실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기는 했다.

[검토 중입니다!]

이전과는 KM 전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건 KM 전자가 본격적으로 자기들 밥그릇을 노린다는 증거였다.

오광수 협회장은 크게 당황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하게 저작권협회 회원들을 불러 모아서 이 안건을 협의했다.

그런데 이 협상 자리는 이전과는 달리 KM 전자에 대해서 공격적이지 못했다.

다들 ‘최민혁 실장’의 이름이 나오자 몸을 사린 것이었다.

몇 달 전의 KM 전자와 지금의 KM 전자는 격이 전혀 달랐다.

음반사가 달라붙어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상황이 KM 전자만을 걱정할 때가 아니란 점이었다.

[요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니, 자고 일어나면 MP3 플레이어 생산 법인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이런 업체들이 과연 MP3 음원 불법 파일에 부정적이겠습니까?]

[…….]

이 한마디에 제대로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작 웃기는 사실은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차라리 KM 전자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바에는 차라리 KM 전자와 손을 잡는 것은 어떨까요? KMP-01를 통해서 최소한 음원 파일을 판매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다른 MP3 업체와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MP3 플레이어는 너무 많았다.

이를 계속 내버려 두다가는 오히려 불법 음원 파일 MP3 플레이어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그것은 안 그래도 열악한 한국 음반사들에게는 더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건설 업체 도산에 따른 경기 악화다.

다들 불안을 느껴서인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음반 판매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과 대립하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오광수 협회장은 이성을 차리기 힘들었다. 강덕수 실장의 충고는 그저 충고로 그칠 게 아니었다. KM 그룹 권재홍 비서실장의 제안도 그저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

사실 그들이 먼저 나서서 KM 그룹에게 협력을 제안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아니, 당신들 미친 것 아닙니까? 만약 최민혁 실장이 음원 시장을 파고들면, 지금 당신들 앨범 판매량이 반 토막이 날 겁니다!]

“…….”

안다.

다들 모르지 않았다.

참다못한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알아본 바로 KM 전자의 MP3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제품을 에플에서 이번 CES 전시회에서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건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노린 제품입니다.]

오광수 협회장은 답답한 회원들 태도에 분노했다.

[하, 지금 무슨 말들을 하는 겁니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지금은 행동으로 옮겨야 해요!]

[우리가 지금 나선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미국 CES 전시회는 우리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미국 쪽 행사일 뿐이죠. 만약 우리가 뭔가 하더라도 KM 전자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이 KM 전자 본사 앞으로 몰려가서 시위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시장은 한국 시장과는 엄연히 달랐다.

그들은 이제야 최민혁 실장의 꼼수를 깨달은 셈이다.

오광수 협회장은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이틀 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다들 한번 진지하게 이 문제를 검토하기 바랍니다. 이 일은 그냥 여기서 넘길 일이 아닙니다!]

[…네.]

어쩔 수 없는 이들조차 이 일을 대수롭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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