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625화 (625/1,021)

#625.

전달과 비교해서 12%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역시 수출이 잘되어서 현금 흐름이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KM 전자의 콜린스 수출이 큰 영향을 줬다.

콜린스 누적 판매 대수가 드디어 100만 대를 뛰어넘어서 120만 대에 이르렀다.

주춤하던 물량이 KM 전자 브랜드이미지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MP3 특허 풀과 관련된 이야기가 이런 현상을 주도했다.

중소, 중견기업에서 쏟아져 나온 MP3 물량이 KM 전자에 대한 미래 가치 평가를 수직으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이 기사를 접한 많은 이들이 ‘아, KM 전자가 대단한 기업이구나!’란 이미지를 가진 덕분이었다.

현금 흐름이 탄탄해지자 정부가 한국은행을 슬쩍 부추겼다.

[우성은 부동산 자산이 많아서 자금 자체는 많습니다. 따라서 다른 건설 회사가 인수할 것은 분명합니다. 위기 상황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불과 일주일 전과는 아주 달라진 태도였다.

덕분에 우성 건설 채권 은행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조금씩 우성 건설과 관련된 기업의 자금 압박을 풀어주었다.

‘정말 문제가 없다는 걸까?’

권태성 기획실장도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그는 전략 기획실에서 부랴부랴 내려준 보고서를 살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오성 전자 기획 팀 2팀 강석영 부장이 이전과는 달리 단호하게 말했다.

“솔직히 MP3 제품 출시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일 겁니다. 최근 MP3를 출시한 많은 업체가 미국이나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기 때문입니다.”

“반응이 좋다는 소리야?”

“말도 마십시오. 다들 어떻게 해서라도 물량을 받으려고 하니까.”

MP3 시장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많이 바뀌었다.

냅스트 소송 때문이다.

이 소송을 진행하는 미국 음반 협회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에플의 스티븐이 그들과 만나서 계속 설득 중이었다.

이미 에플과 손을 잡은 업체도 있었다.

메이저 음반사라고 해서 스티븐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그들 역시 내부 정보망을 통해서 에플의 차세대 제품이 곧 출시를 앞뒀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내막까지 잘 모르는 권태성 기획실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국 내에도 뭔가 있다는 건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냅스트 소송 이후에 MP3 음원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시장 역시 점점 무시하기 힘든 흐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MP3 플레이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겠어.”

“네. 그게 문제입니다. 시작은 KMP-01이 했지만, 기폭제가 된 것은 한국 MP3 플레이어 업체들입니다. 그들은 최민혁 실장을 통해서 MP3 라이센스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개발, 판매, 영업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본래라면 정확히 2년 후에나 일어났을 일이다.

MP3 파일 음질이 CD 음질과 동급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정보 통신 박람회에서는 이 MP3 제품을 주목했다.

전원이 꺼져도 파일이 사라지지 않았다.

플래시메모리라는 강점 때문이다.

실상 이 플래시메모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KMP-01과 오성 전자가 이 난관을 극복한 것이었다.

물론 그 배후에서 일을 밀어붙인 이는 최민혁 실장이었다.

“…….”

권태성 기획실장은 힐끗 다른 팀장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대다수는 보고서를 보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 역시 MP3 시장이 이렇게 갑자기 빠르고 급격하게 커질지는 상상조차 못 했다.

“…자네들 설마 이게 모두 최민혁 실장이 그린 큰 그림에서 진행된 일이라고 생각하나?”

기획 2팀장 강석영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MP3 플레이어 출시, MP3 특허 풀 공개, 냅스트 소송. 이 모든 것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절묘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에는 모두 최민혁 실장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냅스트 소송도 말인가?”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조사해 본 바로는 의아한 점이 좀 있습니다. 알아보니 냅스트를 고안한 숀 페닝이 아예 처음부터 직접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소스를 응용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사실은 냅스트 소송 중에 밝혀진 내용이었다.

다들 숀 페닝이 냅스트를 만들었다고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다.

그들은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소스를 수정해서 이를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 부분도 소송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러니 정작 냅스트 원주인은 따로 있었다.

숀 페닝은 이 소스를 이용해서 수익을 올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숀 페닝이 원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했다면 소송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숀 페닝이 독단적으로 처리했습니다.”

강석영 부장은 냅스트 소송에서 나온 몇 가지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그 내용은 꽤 쇼킹한 일이었다.

냅스트 개발 원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전 최민혁 실장이 그 배후가 아닐까에 대해 의심합니다. 그러고도 남을 정도로 이상한 일입니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 이 중요한 MP3 플레이어 관련 소스를 공개하겠습니까? 하지만 최민혁 실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습니다.”

침묵이 감돌았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다들 서로 수군거리기 바빴다.

음모론이기는 하지만 무시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딱딱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MP3 산업이 폭주하면서 KM 전자의 MP3 로열티 수익은 어지간한 대기업 계열사의 순이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냅스트 소송이 없었다면 MP3 산업이 이렇게 갑자기 주목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다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봐야 할 겁니다!”

“…….”

강석영 부장의 주장에 오성 전자 기획 팀장들은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좀 쇼킹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전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MP3 산업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상할 정도로 작위적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는 나오는 이유는 있다.

MP3 산업의 수익성이 머리로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천문학적인 과실이 모두 최민혁 실장 입에 들어갔다.

이건 단순히 운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더 황당했다.

도대체 최민혁 실장은 어떻게 이런 큰 그림을 그렸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저, 정말일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권태성 기획실장 역시 최민혁 실장의 동선을 잘 알았다. 최민혁 실장이 MP3 특허를 사들이기 위해서 유럽으로 간 것 역시 말이다.

당시만 해도 큰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의미가 달랐다.

권태성 기획실장은 짜증이 난 얼굴로 회의를 중단시키고 말았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배터리 미팅은 내일 다시 진행하지.”

“…네.”

오성 전자 기획 팀원들은 다들 최민혁 실장의 MP3 음모설에 다들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서, 설마 아니겠지? 정말 MP3 시장 숙성을 위해서 처음부터 손을 썼다는 말일까? 냅스트 소스까지 의도적으로 흘리면서 말인가?’

* * *

임권수 부장도 회의 내내 MP3 산업 관련 최민혁 실장 음모설을 듣고 나서는 처음에는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아주 소설 작가라니까. 개연성이 너무 없잖아.’

현실과 소설은 전혀 다르다.

당장 MP3 제품 하나 양산하는 것만 해도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

다만 그는 강 부장에게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현재 기획 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너무 좋지가 않았다.

그런데 권태성 실장의 지시로 다시 MP3 관련 재조사를 하자 이런 황당한 음모론을 정말 무시할 수가 없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설마.’

그는 결국 고민을 거듭했다. 이번 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최민혁 실장의 능력이 자신이 아는 것과는 다를 수가 있었다.

결국 호기심을 떨칠 수가 없어서 KM 그룹의 장승일 기획 조정실과 연락해서 조용히 만났다.

그리고 넌지시 MP3와 관련된 부분을 떠보았다.

장승일 실장은 혹시나 정보를 얻을 것이 있나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는데, 황당한 소리를 듣자 발끈했다.

“뭐? 냅스트 소송을 배후에서 조작한 사람이 최민혁 실장님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마!”

임권수 부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장승일 실장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데 우리 오성 전자 기획실 해외 파트에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너무 공교로운 내용이 많아서 말이죠. 설마 장 실장님도 몰랐던 겁니까?”

“이미 KM 전자는 KM 그룹과 계열 분리되었다고 봐야 해. 우리도 KM 전자 내부에 대해서는 잘 몰라.”

…정말입니까?”

“쯧,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설마 MP3 음모론을 보고 콜린스 사업부 매각도 그런 음모론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니겠지? 차세대 배터리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거야? 어이가 없군.”

하지만 큰 소리를 치는 장승일 실장은 내심 크게 당황했다. 그도 대화하다 보니, 오성 전자 기획 팀에서 제시한 최민혁 실장 음모론이 그럴듯하게 맞아 들어가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최민혁 실장의 동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랬다. 지난 일을 떠올려 보자 최민혁 실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가 기억난 것이다.

당시 최민혁 실장이 MP3와 관련해 손을 쓸 때 가장 유심히 지켜본 장본인이었으니까.

‘에이, 아니겠지. 말도 안 돼.’

동행한 황광수 차장 역시 임권수 부장을 도왔다.

“그렇지 않고야 지금 일어나는 일이 이렇게 착착 맞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MP3 특허 풀 공개와 함께 시장에 쫙 풀린 MP3 말입니다. 그런데 때맞추어서 냅스트 소송 때문에 MP3 수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자연적인 시장의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장승일 실장은 왜 회사를 떠난 두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임권수 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뭐, 최민혁 실장이 이런 정보를 흘리지 않은 것도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최민혁 실장이 KM 그룹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죠. 자칫하면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장승일 실장은 그제야 ‘IP 시티폰’을 떠올렸다. 그가 늘 걱정하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최민혁 실장은 이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그는 그래도 오성 전자 기획 팀에서 뭘 조사하는지 알 수 있어서 일단 장단을 맞추었다.

“그게 맞지 않을까. 난 MP3 산업 흐름을 최민혁 실장님이 잘 주도했다고 봐. 그게 운이 좋았던 뿐이야.”

임권수 부장은 장승일 실장을 슬슬 건드렸다.

“최 실장님은 이상하게도 운이 좋습니다. 뭘 해도 운이 좋아서 다 되고요. 콜린스도 재수였고, MP3도 횡재였습니다. 위성 사업도 로또였고, CDMA 사업도 타이밍이 참 잘 맞습니다. IP 시티폰도 길 걷다가 주운 꼴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

장승일 실장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이건 그 자신도 늘 가지는 의문이었다.

임권수 부장은 장승일 실장의 눈치를 보면서 계속 찔러 봤다.

“그리고 최민혁 실장은 이를 이용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깁니다. KM 전자 주가가 그 증거지요.”

KM 전자 주가는 최근 조정장을 거치면서 상승세를 멈추었다.

새로운 수익과 관련된 이슈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콜린스 매출 증가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었다.

MP3 역시 마찬가지다.

KM 전자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장평가를 뛰어넘어야 했다.

“이런 부분은 KM 그룹과는 다릅니다. KM 그룹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장승일 실장은 이 미묘한 시기에 다시 오성 전자가 긴밀하게 움직이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이 뭔가 하는가 싶었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노린 것도 이런 계획의 일환일까?’

임권수 부장은 장승일 실장의 태도에서 의아함을 느꼈다. 그는 장승일 실장이 최민혁 실장의 행보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MP3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결국 미래 기술 인수의 원인이란 점이다.

다만 그 결과물이 핸드폰을 비롯한 모바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건데, 이게 최민혁 실장이 노리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정말 MP3 배터리만 생각해서 진행했는데, 운이 좋아서 이런 상황이 된 것일까?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정말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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