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581화 (581/1,021)

#581.

물론 KMB-01의 품질은 당장 제품에 넣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은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가 좀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더욱이 김종구 선임 연구원이 결국 전자부품 연구소를 그만두고, 미래 기술로 이직하면서 상황이 또 달라지게 되었다.

다만 이 소식을 뒤늦게 확인한 KM 전자 기획 팀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배종대 과장은 경악했다.

“헐, 이게 뭡니까? 1,200mAH용 배터리라뇨? 이게 가능합니까?!”

조성돈 팀장은 배종대 과장을 타박했다.

“…눈앞에 있는 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하지만 이번 결과물에는 다른 기획 팀원들 역시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박상기 차장조차 자기 앞에 놓인 KMB-01 배터리가 동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제가 알기로 이 정도 용량의 배터리는 여태 개발된 적이 없습니다. 설마 최민혁 실장님이 인수했다는 미래 기술에서 이번에 만든 배터리입니까?”

조성돈 팀장은 나직하게 탄식하고 말았다.

“네, 정확히는 전자부품 연구소에서 고안한 배터리입니다. 자금은 미래 기술에서 댔고요.”

“제가 전자부품 연구소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쪽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설마 최민혁 실장님이 직접 손을 쓴 것입니까?”

“네. 정확히는 핵심 기술은 다 최민혁 실장님이 손을 써서 보완했습니다.”

“하.”

박상기 차장은 그저 감탄만 했다. 최근 스마트폰 기획 때문에 그 역시 정신이 없었다. 당장 지금 나와 있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힘들었다.

옆에서 조용히 배터리 테스트기를 확인하던 정성근 대리가 슬쩍 입을 열었다.

“저기 팀장님, 이 배터리 말입니다. 사이즈를 키우면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지 않습니까. 그러면 당장 핸드폰에도 적용할 수 있을 텐데, 그 수요가 꽤 되지 않을까요?”

“……!”

KMP-02에만 집착하던 조성돈 팀장은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그건 박상기 차장을 비롯한 다른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 KMB-01이 결국에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것만을 생각했다.

실상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에서 요구되는 파워 소모가 너무 컸다.

기존 KMP-01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결국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그러면 또 사이즈가 너무 커진다.

에플의 메시지 패드가 딱 그 결과물이었다. 이 제품은 AA 배터리가 무려 4개가 들어갔다.

결국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은 마치 무전기처럼 덩치가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진다.

그 문제를 뒤늦게 안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기술에만 집착해서 나머지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획 팀에서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기획했다면 사전에 알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최민혁 실장이 거꾸로 기술만 먼저 보여 주면서 전체적인 결과물을 맞춰가는 바람에 미처 간과하고 만 것이다.

평소에 늘 부정적인 배종대 과장조차 탄식하고 말았다.

“역시 최 실장님입니다!”

이들 중에 눈치만 보던 박광민 사원이 슬쩍 손을 들었다.

“다 좋은데요. 미래 기술을 인수했다고 했잖아요? 그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인수할 수 있는 건가요? 제가 들은 바로는 그와 관련된 정보가 없습니다. 우리 회사 자금으로 인수한 것이 맞습니까?”

조성돈 팀장은 순간 움찔했다. 그는 늘 최민혁 실장이 이런 문제는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박경진 재무팀장 후임으로 승진한 이종진 재무 팀장에게 전화해서 확인해봤다.

[아, 미래 기술은 벨린 투자를 통해서 인수한 것으로 압니다. 아무래도 회사 자금 50억을 사용하려면,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시간이 제법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성돈 팀장은 배터리 기술이 너무 아쉽기만 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아니, 그래도 긴급 상황이니 몇 가지를 건너뛰어도 되지 않습니까?]

[조 팀장님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법이 그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면 이게 주주 총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 회사가 공공기관도 아닌데, 너무 빡빡한 것 아닙니까?]

이종진 재무 팀장은 관료적인 성향인 터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무덤덤했다.

[저도 최민혁 실장님의 능력은 잘 압니다. 하지만 회사 투자에는 원칙과 규칙이 있습니다. 아무리 최민혁 실장님이 오너라고 해도 규율을 지켜야 합니다.]

이는 회사 활동을 규정하는 법률을 말한다. 사적으로 회사 자금을 굴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자칫하면 횡령죄가 될 수도 있다.

최민혁도 시간이 많다면 KM 전자 자금을 이용했겠지만 아무래도 미래 기술은 상황이 좀 달랐다. 괜히 문제를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액이 적었다.

벨린 투자가 주식 때문에 여유 자금이 없기는 하지만 최근 에플, 퀄컴 주식을 이용해서 짭짤하게 재미를 봐서 꽤 수익을 챙겼다.

그 금액이 무려 1,000억을 넘겼으니, 고작 50억 정도는 용돈처럼 굴릴 수 있었다.

최민혁 처지에서는 KM 전자 자금이나 벨린 투자 자금이나 똑같았다.

다만 KM 전자 직원인 조성돈 팀장은 그제야 혀를 찼다. 그는 뒤늦게야 자책했다.

“…아무래도 미래 기술은 최민혁 실장님 개인 돈으로 투자한 것 같아.”

배종대 과장이 바로 소리쳤다.

“아, 아니, 팀장님, 그게 말이 됩니까? 미래 기술이 가진 배터리 기술이면, 앞으로 수요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떻게 그런 회사에 대한 직접 투자를 안 한 겁니까? 아니, 팀장님이 중간에 말리셨어야죠!”

조성돈 팀장도 순순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배터리가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괜히 화가 났다.

“…배 과장, 너 말 너무 막 한다!”

평소와는 다른 차가운 조성돈 팀장의 말에 배종대 과장은 움찔 몸을 떨었다.

박상기 차장이 나서서 배종대 과장을 타박하자 그제야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다들 안색이 좋지는 않았다.

따지고 보면 기획 팀이 나서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였다.

최민혁이 그게 번거로워서 그냥 자기 개인 돈으로 굴렸을 것이 뻔했다.

“…이미 다 끝난 일이잖아. 지금 와서 말하는 것은 너무 늦었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거야. 솔직히 말해서 배터리 문제는 이미 KMP-01 고객 불만에서도 계속 나왔잖아.”

“…네.”

기획 팀은 다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배터리 용량 문제는 확실히 계속 이전에도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껏 대안을 찾지 못했다.

늘 회의를 하면 배터리 업체를 바꾸자는 이야기만 나왔다.

불행히도 지금 나와 있는 배터리 중에서는 그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그러니 그런 문제마저 일거에 해결한 것이 바로 이 차세대 배터리였다.

더욱이 기획 팀이 질린 것은 당장 자기들 앞에 놓인 배터리 특허였다. 아무리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민혁 실장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특허를 고안한 것인지 그저 불가사의하기만 했다.

‘전자 관련 특허는 그럴 수 있어. 그런데 화학은 아니잖아. 최 실장님은 도대체 사람이기는 한 것일까?’

조성돈 팀장은 이번 팀장 회의에서 배터리 관련 이슈를 좀 더 이야기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들 기가 찰 거야.’

* * *

기획 팀도 배터리 시장에 관해서 확인하고 나서는 뒤늦게라도 미래 기술 인수에 대해서 팔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아니, 많이 늦었다.

배터리 채택 문제는 KMP-01에서 채용된 배터리 이슈가 있었으니,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한 것은 배터리 사업은 KM 전자와는 시장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기획 팀이 지금 산적한 많은 문제를 처리함과 동시에 배터리 사업까지 분석하기에는 어려웠다.

그건 특허 팀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이 배터리 특허 문제를 맡은 것은 주로 권우영 사원을 비롯한 신입 직원이었다.

권우영 사원 역시 배터리는 자기 전공이 아니라서 배터리 분야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다행이라면 신입 사원 중에 화학을 전공한 이가 있었다.

“정호야, 고맙다.”

“아니, 뭐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잖아.”

“아니, 전혀 모르면 내가 할 수가 없잖아. 옆에서 기본적인 설명을 해준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었어.”

하지만 권우영 사원은 이번 일은 실상 고정호의 도움 덕분이 아니라 공장에서 한 업무 경험의 덕을 크게 봤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반복적인 노가다 작업이기는 하지만 그 일도 일이었다.

그게 배터리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때문에 배터리 분야가 신기해서 깊이 계속 파고들었다.

“…분리막 특성을 이용해서 고온 내구성을 키울 수 있다니.”

이온 표면 처리 물질을 이용한 이 새로운 분리막 구조는 기존 배터리에서는 볼 수가 없는 기술 특허였다.

CDMA 관련 특허 때문에 정신이 없던 공채덕 과장은 권우영 사원이 보고한 특허를 보자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래도 억지로 참았다.

“분리막 구조에 대한 항목을 청구항 1에 넣고, 표면 처리에 대한 것을 2항으로 넣으면 될 거야. 핵심은 이온성 기능기가 우선이고.”

“…이렇게 표시하면 됩니까?”

“그렇지.”

권우영은 공채덕 과장의 지시를 받아서 대표 도면을 다시 그렸다. 그는 각 청구항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 분리막 특허는 그나마 이해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튬 전해액과 관련된 특허는 달랐다.

청구항 자체가 화학식을 포함했다.

각 화학식을 구체적으로 나누어야 했는데, 그 항목이 무려 32가지가 넘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홍준 과장이 혀를 찼다.

“우리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네.”

“네?”

권우영 사원 역시 지치기는 매한가지라서 그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팀장 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온 임기석 부장은 달랐다.

그는 조성돈 팀장을 통해서 배터리 관련 이야기를 들었고, 이종진 재무 팀장을 통해서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그러면 특허도 외주를 주자는 거야?”

“아니, 그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그 말 맞아. 일을 하다 보면, 우리 관련 일이 아니라도 중요할 수가 있어. 그때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해!”

“아니, 그게 배터리 사업에도 적용된다는 말입니까? 그건 어불성설입니다.”

“나도 알아. 그런데 실전은 좀 다르잖아. 예외가 있을 수밖에 없어.”

“…….”

김홍준 과장은 평소 순둥이 임기석 부장이 마치 헐크처럼 변신한 것 같아서 크게 당황했다.

임기석 부장은 김홍준 과장의 태도를 이해하면서도 정신없이 일하는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이번 일에 투입된 신입 사원들이 의자를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

“기획실의 조성돈 팀장 이야기로는 미래 기술 지분 인수를 한 것은 우리 KM 전자가 아니라 최민혁 실장님이 벨린 투자 자금을 이용해서 진행한 일이라고 해.”

“네? 그게 무슨?”

“물론 우리도 나름 최 실장님 지시대로 일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동적으로 움직인 것에 불과해. 그러니 다른 팀에서 배터리 가치를 전혀 모르잖아.”

사실 이 부분은 기획 팀에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기획 팀이 소극적인 데에는 특허 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불만이 있는 이들은 있었지만 임기석 부장의 태도 때문에 나서는 이는 없었다.

임기석 부장은 계속 목소리를 올렸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거야!!”

“……?”

신입 사원은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특허 팀은 다들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일을 제대로 못 해서 배터리 관련 기술 가치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공채덕 과장이 억울해서 툴툴거렸다.

“그런데 배터리 관련 기술 이야기는 갑자기 나왔지 않습니까? 최민혁 실장님이야 전자 기술과 같다고 생각해서 자료를 줬지만 받아들이는 우리 입장은 또 다릅니다.”

“그래, 배터리 관련 기술은 우리에게 무리야. 하지만 방법이 꼭 없지도 않잖아.”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전혀 모르는데, 무슨 수로 일을 진행합니까?”

“대학 측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어.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안이하게 처리한 것이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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