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56화 (356/1,021)

#356.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 미국 냅스트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만약 지금보다 더 많이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미국 시장 판매도 최소한 대박은 나올 겁니다.”

냅스트 경우는 딱히 확정 지어서 뭐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당장 미국 메이저 음반 업체가 과연 두고 볼까부터 시작해서 변수가 많았다.

냅스트 반응이 지금보다 더 폭발적이고, 미국 인터넷망이 좀 더 빨라져서 사용자가 급증하지 않는다면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면이라면 1회차에 전 세계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출하량은 MP3 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시점인 6년 후 기준으로 대략 500만 대가 생산된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 볼 때 KMP-01 출하량을 예상할 수 있다.

회의실 한편에 펼쳐진 MP3 시장의 국내와 국외 보고서 수치는 어느 정도 추정치와 맞아 들어간다. 오성 전자 기획 팀 역시 KMP-01 출하량을 토대로 국내와 해외 MP3 시장 지표를 정리한 것이다.

“…….”

권태성 실장은 MP3의 10년 국내와 국외 예상 매출량 도표를 보면서 답답한 현실에 쉽게 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가장 황당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PC 통신 유저가 홍보를 직접 했다는 점이다.

‘수십만 명의 PC 통신 사용자가 떠들고 다녔으니, 그렇게 팔려도 이상하지가 않지.’

단 한 명의 사용자가 가족, 지인에게 광고했다면 그 숫자만 적어도 20명이다.

즉 지금 KMP-01를 구매한 사용자 10만 명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숫자만 해도 무려 200만이다.

시간이 지나면 광고 효과는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PC 통신과 음반 업체 간의 소송 건 때문에 계속 뉴스에 KMP-01에 대한 광고가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가 더 있다면, KMP-01의 완성도와도 관련이 있다.

KMP-01은 1회차에서 나온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를 뛰어넘었다. 심지어 MP3 플레이어 특허가 미국으로 넘어간 이후에 나온 MP3 플레이어보다 완성도가 더 높았다.

그러니 최민혁 인생 1회차와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따라서 격렬한 KMP-01의 시장 반응을 느낀 권태성 실장은 결국 잡다한 문제를 외면한 채 MP3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더 집중했다.

“우리도 MP3를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대부분은 침묵했지만, 임권수 부장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제가 연구소 측에 문의한 결과로는 DSP, 낸드 플래시를 사용하면 개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DSP는 디지털 신호 처리 전용으로 만들어진 칩이다. 따라서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부분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

발열이나 전력 소모 역시 대폭 줄어든다.

즉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최민혁도 이미 병행 개발한 타입이다.

권태성 실장은 최민혁이 이미 DSP 타입 MP3 개발도 끝냈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KM 전자 측은 DSP가 아니라 일반 칩을 사용했잖아? 이유가 있을 텐데?”

“…아, 그건 배터리 사용 시간이 늘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DSP를 사용해도 상업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권태성 기획실장은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간단한 문제로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세. 그게 다인가?”

임권수 부장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다른 이들 눈치를 봤다. 불행히도 다른 팀장은 MP3에 대해서 그만큼 몰랐다.

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천 특허입니다. 최민혁 실장 성격으로 봐서는 우리 오성 전자가 제품을 출시하면 특허 침해로 바로 고소하고도 남습니다. 아니, 설사 당장 고소하지는 않더라도 법원에 제품 생산 중지 가처분 소송을 걸 겁니다.”

권태성 실장도 지랄 같은 최민혁 실장 성질을 모르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최민혁 실장은 그보다 더한 짓도 할 사람이었다.

“그러면 가장 큰 문제는 일단 MP3 특허군.”

“KM 그룹과 오성 그룹 관계가 좋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런 점을 잘 활용하면…….”

하지만 권태성 실장은 중간에 임권수 부장의 말을 잘랐다. 그 역시 이번 일이 정략 결혼설이나 콜린스 매각설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물론 그 원인을 몰랐다.

그런데 KMP-01을 보고서야 아차 싶었다.

“글쎄, 내 생각은 달라. KMP-01을 보고 나서야 최민혁 실장이 다른 꼼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 문제는 일단 잊어.”

임권수 부장 역시 최민혁 실장이 아예 작정하고 MP3 원천 특허를 죄다 긁어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그는 그 타켓이 바로 오성 전자 자신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특허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확인은 해봐야지. 다만 이대로 협상할 수는 없어.”

“하긴 최 실장이라면 아마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최대한 특허료를 갈취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그 전에 임 부장 자네는 연구소 측에 다시 확인해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확인해 봐. 그리고 KM 전자도 생산량 한계 때문에 MP3 플레이어 시장 전부를 다 먹을 수는 없거야. 생산 취약점을 파봐.”

“…알겠습니다.”

권태성 실장은 일단 기획실 긴급회의를 끝낸 후에 고민에 빠졌다. MP3 플레이어 시장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는 KMP-01 출하량만으로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그룹 윗선에서 어떻게 결정할지 확실치는 않지만 일단 최 실장을 만나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기는 해야겠어. 그나저나 걱정이네. 살쾡이 같은 최 실장이 이번 특허 명분으로 얼마를 뜯어낼지 장담할 수가 없으니.’

* * *

오성 전자 내에도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사업부가 있다. 그 대표적인 부서가 바로 시스템 사업부다. 이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최호성 상무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 바닥에 경험이 많다.

박사 학위까지 있는 그는 HDD 제어 칩, 멀티미디어 관련 칩에 해박하다.

과거 위성 수신기 칩과 관련해서 KM 전자와 갈등할 때 기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본다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는 때문에 KM 전자에서 나온 MP3 플레이어를 보자 기획실과는 무관하게 따로 이 MP3 플레이어 분석에 들어갔다.

시스템 사업 2팀 김정호 팀장은 기가 찼다.

“진짜 놀랍습니다. CPU와 MP3 디코더 칩을 단일 칩으로 설계했습니다.”

“8051 IP인가?”

“그렇지 않을까요? 가장 가격이 저렴하니, 최선의 대안일 겁니다.”

“만약 우리가 동일한 스펙으로 개발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 걸리겠나?”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1년 6개월은 잡아야 합니다.”

“기간을 당길 수는 없을까?”

“그건 칩 개발만 잡은 일정입니다. 다른 문제는 여기 전원 칩입니다. 파워 관리 목적으로 들어갈 칩인데, 이것도 자체 개발한 것 같습니다.”

전원 칩은 상용으로 파는 칩이 있기는 하다. 다만 이 MP3에 대응되는 칩은 없다. 따라서 설계하는 것이 간단하지가 않았다.

“으음, 쉬운 문제가 아니군.”

최호성 상무도 이 MP3 플레이어 시장이 괜찮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다. 카세트 플레이어 시장을 대체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굳이 권태성 실장의 요청을 받지 않아도 이 제품은 개발해야 했다.

아니, 꼭 개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행 개발까지는 진행해야 한다.

MP3 디코더 칩이 바로 그 경우다.

김정호 팀장은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우리보다는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업체가 큰일 났습니다. 오디오 플레이어 시장에 꽤 많은 투자를 하니까요.”

“그렇겠지. 당장 우리 오성 전자는 급한 것은 아니니까.”

최호성 상무는 피식 웃고 말았다. 김정호 팀장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 역시 KMP-01 여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런 차에 마침 자신을 찾은 이는 바로 임권수 부장이었다.

그는 기획 팀 반응을 기다린 것처럼 KMP-01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네. 다만 MP3 디코더 칩이 문제야. 이것 자체가 원천 기술이라서 특허 라이센스를 구해야…….”

다만 그도 임권수 부장이 내놓은 특허 라이센스 소유자를 명시한 보고서를 읽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기술적인 검토만 하고 있어서 MP3 라이센스 권리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지 못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소유권자를 알았기 때문이다.

“서, 설마 KM 전자가 MP3 특허 라이센스 소유자인가?”

임권수 부장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최호성 상무를 딱히 타박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네, 이 특허 소유자가 KM 전자 맞습니다. 그 이야기는 기획 팀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혹시 이 특허를 피해서 생산 가능할까요?”

“그건 불가능해. MP3 플레이어 자체도 특허가 걸려 있지만, 진짜 문제는 MP3 디코더 칩 라이센스야. 후자가 특히 문제야.”

“방법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여기 비슷한 특허 몇 가지가 올라와 있잖아. 이건 회피 설계를 막을 목적으로 올린 특허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거야.”

“…KM 전자가 자사 특허를 베끼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이건 특허에 악의성이 잘 드러나. 나도 KM 전자의 최민혁 실장의 소문은 들었어. 그 성격이라면 MP3와 관련된 모든 사업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도 남아.”

인생 1회차에서 MP3 관련 특허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그 소유권자가 초반에는 다들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MP3 시장이 성숙하기를 기다렸다. 생산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그때야 특허료를 받을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MP3 관련 특허를 죄다 쥐고 있는 것은 최민혁이 실장으로 있는 KM 전자였다.

막말로 오성 전자가 고생해서 MP3를 만들어도 판매하는 때에 KM 전자가 법원에 특허 침해로 소송을 걸면 생산, 판매를 한 번에 다 중단해야 한다.

심지어 수백억 이상의 특허료를 뱉어내야 한다.

임권수 부장은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막상 특허 분석 결과에 소름을 느꼈다. 최민혁 실장이 아예 작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군요.”

최호성 상무는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자 일단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정리했다.

“우리 연구소 쪽에서 바로 선행 개발에는 착수할 거네.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 팀에 요청할 때는 바로 허가해 주게. 다만 특허 라이센스 부분은 기획 팀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결말을 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는 아직도 임권수 부장이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이해 못 한 것 같아서 한 가지를 다시 지적했다.

“아니, 임 부장 자네는 아직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은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이 MP3 디코더 칩은 휴대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아니, 오디오 관련 쪽 사업부 쪽은 다 해당이 되지.”

“…그 말씀은 설마 핸드폰에 MP3를 사용하면 특허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내야지. 좀 답답하군. 아니, 기획실에서도 그 정도를 예측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자네가 그런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해?!”

“…그 부분도 살펴보겠습니다.”

충격을 받은 임권수 부장은 복잡한 머리를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한 가지를 더 질문했다.

“참, 제가 처음에 확인했을 때는 DSP를 사용하면 개발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방식은 문제가 없는 겁니까?”

“DSP를 사용하면 배터리 소모 시간이 문제가 될 거야.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어. 그건 문제가 될 거네. KM 전자가 굳이 MP3 디코더 칩을 사용한 이유겠지.”

“배터리 소모 시간이라…….”

임권수 부장은 자신이 걱정한 문제에 더 많은 함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자 가슴이 먹먹했다. 그가 아는 상식이라면 오성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MP3 플레이어 이야기가 나올 것을 확신했다.

‘문제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거야. 특히 KMP-01 출하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문제가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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