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50화 (350/1,021)

#350.

이야기 중에 Darwin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자연스럽게 나온 MP3 시제품.

탄성과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맙소사, 가만 이거 MP3 칩도 이미 개발이 다 끝난 겁니까?”

“최적화된 배터리 설계가 가미된 완전한 시제품입니다.”

“아니, 언제 이런 것을 만든 겁니까?”

세 사람도 IT 기술 흐름을 잘 안다. 그래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MP3 관련 원천 기술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KM 전자는 그 기술을 이미 모두 다 확보한 것을 넘어서서 시제품까지 구현한 것이었다.

오상현 과장은 힐긋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모두 최민혁 실장님이 사전에 다 준비를 해놓은 겁니다.”

“……!!”

그들은 그제야 회의실 한편에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는 최민혁 실장을 쳐다보았다. 세 사람은 놀람과 경악성을 감추지 못했다.

최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은 책상 위에 올라온 MP3 시제품을 볼 수가 있었다.

세 사람이 받은 충격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들은 시제품을 돌려 보면서 탄성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상현 과장은 최민혁 실장의 허락을 받자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제품은 내부구조는 전원 칩, 낸드 메모리, CPU로 크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MP3는 CPU 자체에 같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MP3 IP에 대한 원천 기술은 우리 KM 전자가 전부 사들였습니다.”

“……!!!”

크레이그는 이곳이 회의실이라는 것도 잊은 채 MP3 시제품과 내부구조를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 벤처 기업에 있는 지인 통해서 IT 기술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게 진짜 돈이 된다는 것은 모를 수가 없었다.

“…….”

경의에 가득한 세 사람의 시선을 간간이 받은 최민혁은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세 사람을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했다.

“전 이 자리에 더 있을 필요가 없겠군요. 오 과장님, 잘 좀 부탁합니다.”

“네.”

주도권을 잡은 이 마당에 굳이 그가 이 자리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세 사람은 뒤늦게야 최민혁 실장이 뭘 원하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이미 최민혁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그에게서 절대적인 자신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막대한 자금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최민혁은 이미 새로운 도전을 끝낼 모든 기술적인 준비를 다 해놓았다.

그에게는 정점에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도약을 도울 가벼운 보조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건 어떤 행태로든지 성공한다!’

세 사람은 확신했다.

크레이그는 흥분 때문에 심장이 터질 뻔한 것을 억지로 참았다.

“…….”

늘 너무 이성적이어서 부정적인 이현탁 과장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도 최민혁 실장이 왜 뜬금없이 미국에 와서 건물을 사들이고, 새로운 회사도 설립하고, 심지어 공을 들여서 인재를 스카우트하나 싶었다.

그런데 의견을 피력해 가는 세 사람을 보자 그런 생각을 가볍게 접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의혹이 계속 떠올랐다.

‘도대체 저런 친구들을 어떻게 안 것일까?’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었다.

옆에서 조용히 이들 회의를 지켜보던 강준석은 정성근 대리의 도움을 얻어서 회의 내용을 필기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자신이 언급한 모바일 단말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문제는 그 기반 기술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실시간으로 해결되면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이 문제를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까?’

정성근 대리는 그 나름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아니, 그 역시 강준석이 쓴 기획안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실장님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그 기획안을 높이 평가하셨을 거야.’

* * *

최민혁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실리콘밸리의 풍경을 보면서 조성돈 팀장에게 불쑥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솔직히 실장님께서 뭘 하려는 것인지 이해는 됩니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리눅스 커널을 Darwin으로 바꾸는 것을 말하는 겁니까?”

“네. 오상현 과장 이야기로는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밖으로 드러나지도 않은 일 아닙니까?”

“그거야 MP3 하나만 놓고 볼 때 그렇죠. 하지만 다른 모바일 기기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요. 서로 통신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모바일 기기끼리 통신이라면 휴대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슷하지만 좀 다릅니다.”

“…설마 휴대폰 시장에도 진출하실 생각입니까?”

“애매해요.”

최민혁은 씩 웃으면서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당장 무선랜, 블루투스와 같은 기반 기술도 필요한데, 그건 좀 다른 영역이다. 어차피 지금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을 알아봐야 조성돈 팀장 머리만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골치야. 미처 간과한 문제가 제법 있어.’

“이렇게 생각하세요. 좀 더 발전된 MP3라고 생각하세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시장이 얼마나 될지 확실치도 않는데…….”

최민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세 사람이 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들이 한 이야기 중에 MP3 저작권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아니,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 이야기를 듣자 미처 간과한 사실을 깨달았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이대로는 글로벌 음반 업체와 협상하기 어려워. 그들이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만한 것을 만들어줘야 해. 일테면 음원 내려받기 결제 시스템 같은 방법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세 사람이 알아서 그 부분을 고민할 테니까. 특히 수석 부사장이 되는 베트랑드 실브는 그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아, 그쪽 시장을 다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반 기술이니까. 나머지는 보여주기 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묻고 싶은 질문이 산더미 같았지만, 더 질문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이미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최민혁이 정말 자신이 알아야 할 사실이라면 말했을 것이 분명했다.

당장 미국에 와서 진행하는 일도 내막을 알기 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최민혁은 그런 조성돈 팀장 모습에 어깨를 으쓱했다.

“급한 일은 다 정리한 것 같으니, 다음 주 비행기 편으로 한국에 갑시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 * *

조성돈 팀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준비를 하면서도 세 사람과 만나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역시 영어에 익숙한 편은 아니어서 대화가 불편하기는 했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세 사람이 보는 시야는 한국인 시야와는 좀 달랐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원 저작권에 대한 문제다.

베트랑드 실브가 이 부분에 관해서 넌지시 질문했다.

“제가 한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미국 음원 시장은 좀 압니다. 기존에 그들이 판매하는 방식과는 다른 이 MP3 시장이 잘 되겠습니까?”

“글로벌 음반 업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 말입니까?”

“그런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소송을 걸지도 모릅니다. 기존 음원 유통 방법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니까요.”

“무슨 말입니까?”

“요즘 한창 말이 많은 냅스트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서비스는 그나마 PC 시장이라서 좀 낫습니다. 테이프 레코딩 방식 시장에 영향을 적게주니까요. 하지만 들고 다니는 이런 방식이라면 그들도 문제로 삼을 겁니다.”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네. 그래서 말인데요.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

그가 내놓은 방식은 다운로드 자체를 애플에서 막는 방식이다. 물론 결제는 이 툴을 통해서 하는 방식이었다.

최민혁이 언급하기는 했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MP3 불법 다운로드에 제한을 거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음반 업체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문제가 터지기 전에 사전에 손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미국 시장에서 MP3가 광범위하게 퍼지려면 음반 업체와 협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번 검토해 보죠.”

조성돈 팀장은 베트랑드 실브의 제안을 단순한 흥미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뒤늦게야 미국 MP3 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깨달은 것이었다.

‘확실히 음반 업체가 문제구나. 이게 실장님이 걱정하는 부분일지도 모르겠어.’

정확했다.

사실 최민혁은 인생 1회차 지식을 토대로 일을 진행해 왔다. 그 타임라인은 이미 그가 관여한 것 때문에 많이 바뀌었다.

다만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는데, 그 자신조차 이유는 잘 몰랐다.

MP3 플레이어 자체는 음반 업체가 좋아할 수 없는 방식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법적인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다.

특히 소송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대형 소송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진흙탕 싸움에 빠져든다면 MP3 판매가 잘될 리가 없다.

‘하지만 국내는 좀 다르지. 저작권에 대해서 느슨한 형태이니까. 문제는 한국과 같은 시장이 얼마나 있을까 문제인데, 이건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 * *

덕산 그룹 부도 후에 이 부실은 고려시멘트 계열사를 비롯한 다른 중견 기업으로 불이 붙었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대검중수부는 덕산 그룹 박성수 회장과 그의 어머니가 다른 계열사에서 대출 받은 자금 사용처를 집중하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는 가족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진 별도 대출이 문제였다.

결국 이들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했다.

그런데 이 불똥은 결국 다른 종금사나 중견 기업에도 튀었다.

안 그래도 열악한 청주 경제가 줄초상 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주민이 청주 지역 경제에 깊이 발을 들여놓았기에 이 불똥을 피하지 못했다.

그 역시 대검중수부에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불려갔다가 피의자가 조사를 받았다.

최두진 사장은 다행히 먼저 손을 쓴 탓에 이 사건에서 가까스로 피했다.

그는 대검중수부에게 수사도 받지 않았다.

최용욱 회장은 최두진 사장 소식을 듣고 나서는 안도했다.

“다행이군.”

채윤집 집사도 최용욱 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최민혁 실장님 덕분입니다. 만약 중간에 손을 쓰지 않았다면 최두진 사장도 대검 조사를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흠.”

최용욱 회장도 최두진 사장에게 이야기 들을 때는 그냥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정말 현실이 되자 내심 당혹스러웠다.

최두진 사장이 손자 최민혁 덕분에 고맙다고 연락도 받았기 때문이다.

“민혁이가 이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는 아직도 몰라?”

“KM 전자 기획 팀에서 조사했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알겠네. 그런데 상황이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게 흘러가.”

지방의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상 사태는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어지간해서는 은행도 문제를 만들기 싫어서 중간에 손을 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되지 못했다.

과도한 신용 대출이 문제였다.

은행도 아차 싶어서 신용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것에 불과했는데, 생각보다는 그 파급 효과가 컸다.

최용욱 회장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손자 최민혁의 능력을 다시 생각했다. 그는 얼마 전에 골프장의 임시 가족회의를 떠올리면서 고소했다.

장남 최문경이 손자 최민혁에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이제는 안쓰러웠다.

마침 장승일 실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최민혁 실장을 데려온 것이었다.

최민혁은 미국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중역 회의를 통해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물론 오영근 사장조차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역시 최민혁의 의도를 아직 이해를 못 했다.

그건 최용욱 회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최민혁의 태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미국에서 제법 일이 있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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