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23화 (323/1,021)

#323.

그리고 가장 최근에 테스트를 진행 중인 MP3도 같이 보여주었다.

“…이게 뭡니까?”

“일단 서류를 읽어보세요.”

“……?”

박두영 부장검사는 영문을 몰라서 파일철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충격적인 사실 때문이다.

위성 사업을 시작으로 엮여 있는 KM 전자의 특허가 엄청났다.

그 특허는 MP3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MP3를 만져본 그의 소감은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비교하기 좋도록 카세트테이프까지 옆에 있었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난리가 난 위성 사업 솔루션과 관련된 특허는 단순히 그 특허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위성 사업 밑바닥에 깔린 핵심 특허는 바로 오디오, 비디오 특허였다.

놀라운 것은 이 특허가 그냥 국내 단순 기술 특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MPEG 표준화 작업에 알게 모르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위성 관련 특허는 아예 ETRI가 주도하고 있었다. ETRI 위성 사업부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된 내용도 나왔다.

“…이건 도대체가 믿을 수가 없군요.”

박두영 부장검사도 딱히 이 특허 가치를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위성 특허만큼은 하도 언론에서 난리를 쳐서 알아봤다.

그런데 그 위성 특허도 결국 KM 전자가 소유한 특허 중에 일부분일 뿐이다.

ETRI가 세계 최고의 위성 기술을 가졌다고 한국 언론에서는 연일 떠들어대는데, 정작 소유권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KM 전자.

KM 전자는 마치 최종 보스인 것처럼 꼭두각시를 내세워서 재미를 단단히 보고 있었다.

최민혁은 방긋 웃었다. 그가 예상한 반응보다 더한 박두영 부장검사 반응에 만족했다. 딱 그 자신이 예상한 그림이었다.

‘이 정도라면 이제부터 검찰 내부에 내 라인을 만들 수도 있겠어.’

굳이 이 자리에서 박두영 부장검사에게 자료를 내놓은 이유였다.

그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 특허가 끝은 아닙니다. 어차피 이 사실은 언제 알려져도 알려질 내용이라서 박두영 부장검사님께서 크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최민혁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KM 전자 내부의 기밀 안건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민혁이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뒤늦게 이번 사건에 가장 이해가 되지 않던 점 한 가지를 떠올렸다.

“…설마 외국인 투자자는 이런 정보를 다 알고 있는 겁니까?”

“특허 원천권자 중의 하나가 시즈벨입니다. 아마 이들 통해서 정보가 샜을 겁니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그 가치를 전부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무궁화 위성 발사 후에 제 특허의 심각성을 깨달았겠죠.”

제이미 니콜라스에게 압력을 넣고 있던 세력도 이번 사태에 눈독을 안 들일 수가 없었다. 그들이 부랴부랴 이번 주식 폭등 사건에 끼어들었다.

그런 차에 터진 정략결혼설은 그저 KM 전자 주가란 대포 심지에 불을 붙인 것에 불과했다.

KM 전자 주가가 갑자기 20만 원 선을 뻥 뚫은 것도 그저 운이 아니었다.

“맙소사.”

자신이 원한 그림대로 흘러가지 최민혁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주가 폭등이 진짜 주가 조작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가 어쩌면 국내 투자자나 해외 투자자가 우리 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니까.”

“하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느덧 박두영 부장검사의 걱정에 최민혁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았다.

“다 고려해서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그들이 경영권 간섭하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어요. MP3 플레이어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MP3 파일 트렌드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인터넷망 속도가 너무 느려서 미흡합니다.”

“타이밍이군요. 하지만 갑자기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있습니까?”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두죠. 그 치들에게 압박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시장에 던지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

“…그렇군요.”

박두영 부장검사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보고서를 살피고서야 이번 일이 절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KM 전자 내부 문제다. 검찰이나 증권감독원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었다.

더욱이 KM 전자 주가는 원천 기술을 고려하면 그렇게 높은 가격도 아니었다.

“…그러면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향후 MP3에 소요된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히는 IMF를 대비한 실탄이지만 굳이 그런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비슷합니다. 제가 굳이 박두영 부장검사님께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은 검찰이 괜히 오해해서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괜히 소송해 봐야 박살이 나는 것은 검찰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최민혁은 그제야 분위기가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졌다고 확신했다. 지금이 딱 적기였다. 조심스럽게 한 가지 제안을 내밀었다.

“어떻습니까? 박 부장검사님이 봐도 우리 회사 가치가 제법 대단하죠? 그래서 말입니다. 검찰 내부 쪽 인사를 소개 좀 해주십시오. 이왕이면 이번 일을 아는 쪽과 말이죠.”

“…….”

박두영 부장검사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했다. 이전처럼 가볍게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후배 박상희 부부장검사를 떠올렸다. 가벼운 성격으로 조직 내에서 큰 문제가 없다. 박상희는 상사인 이준모와도 잘 지냈다.

그가 늘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1호 인물이 바로 박상희 부부장검사였다.

“저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지인에게는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혀를 내두른 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김명준 과장은 갑작스러운 최민혁의 행보에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검찰 쪽에 정보를 흘릴 필요가 있습니까?”

“우선 아무리 검찰이라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를 온 사방으로 흘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알아서 할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는 서서히 정보를 흘려야 하니까. 그들이 제가 내민 미끼를 물고, 제 검찰 라인이 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을 다 믿을 수가 있을까요?”

“전 그들을 믿지 않습니다. 박두영 부장검사의 능력을 믿죠. 그가 의지하는 사람이 쉽게 마음을 바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생각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 자료를 그들이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긴.”

김명준 과장은 혀를 찼다. 이미 MP3 관련해 모든 특허는 최민혁 손바닥에 있었다. 그들이 뛰어봐야 최민혁 손바닥 안이었다.

최민혁은 오른손 바닥을 쥐었다가 펼치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은 모두 거미줄에 걸린 나방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욕망을 떨치지 못한 이상은 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

김명준 과장도 이제는 박두영 부장검사를 인정했다. 그 역시 초반에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입이 무거운 점에 감탄했다.

최민혁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정략결혼설 때문에 주가가 제법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10만 원에서 20만 원대까지 대략 100%가 올랐으니. 굳이 정보를 억지로 통제할 필요는 없겠지. 특히 검찰이나 증권감독원에서 정보를 아는 것이 오히려 대응하기가 더 쉬워.’

* * *

여의도 증권 수사 팀은 증시 질서 교란 사범을 주로 잡아들인다.

이들은 증시 질서 교란 사범인 작전세력을 주로 처벌한다.

단순히 반사 이익을 본 주주까지 다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KM 전자 주가 폭등은 애매한 경우라서 바로 수사할 수는 없다.

다만 KM 전자 주가 조작에 관한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내사만 했다.

박상희 부부장검사가 굳이 박두영 부장검사에게 도움을 청한 이유다.

KM 전자 주가 폭등은 단순한 주가 조작으로만 보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서 정확한 사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때문에 박두영 부장검사가 자신이 부탁한 지 불과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연락해 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박두영 부장검사는 최민혁 실장이 내준 보고서 일부를 그에게 던져줬다. 물론 자신이 찾은 정보도 같이 넣어서 말이다.

“나도 위성기술은 잘 몰라서 확인을 해봤어. 그런데 충격적이더라. 솔직히 이걸 보기 전까지는 KM 전자 주가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반응은 박상희 부부장검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는 경제 쪽에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박두영 부장검사보다 더 크게 놀랐다.

“…마, 맙소사, 이, 이게 진짜입니까?!”

“아니야.”

“네? 설마 저랑 농담하자는 겁니까? 이 일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벨린 투자에서 블록딜 거래까지 포함해서 본 이익만 무려 1조 원이 넘습니다!”

“일부분이야.”

“네?”

“내가 기업 전문가는 아니잖아. 최민혁 실장이 보여준 자료 중에 일부를 추려서 정리한 거야. 그러니 그게 다는 아니겠지?”

“…이건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이미 KM 전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박상희 부부장검사도 이 정보를 처음 알았다. 그도 이번 무궁화 위성에 얽혀 있는 일이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자네가 그쪽 전문가잖아.”

“아, 그렇죠. 죄송해요. 제가 흥분해서 정신이 없네요.”

박두영 부장검사도 넌지시 질문했다.

“그런데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이 정도면 큰돈이 될까?”

“이 MP3 말입니까? 당연히 돈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건 원천 기술을 전부 KM 전자가 다 가지고 있잖아요. 다른 회사는 아예 만들지 못합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아니,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설사 오성 전자라도 MP3 제품을 판매하려면, KM 전자에 대당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겁니다. 대당 30달러씩만 받아도 수천만 개가 팔리면 그 이익만 해도 조 단위 이익이 됩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

“네, 당연히 그렇게 됩니다. 그러니 이렇게 중요한 자료를 던져준 거죠. 할 수 있으면 다른 대기업에 정보를 흘려봐라 그런 뜻도 있을 겁니다.”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잖아?”

“그거야…….”

박상희 부부장검사는 흥분한 박두영 부장검사를 힐긋 쳐다보았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이 자료를 넘긴 이유가 그 때문에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설마 날 겨냥한 걸까?’

역시 박상희 부부장검사는 증권 수사 팀에 짬밥이 많아서인지 KM 전자가 가지고 있는 주식 가치를 어느 정도 알아봤다.

그는 뒤늦게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정략결혼설 따위는 문제가 아냐. 가만 이래서 오성가에서 정략결혼을 밀어붙이는 것이구나.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KM 전자 주식을 매입한 이유가 이것이었어.’

그리고 박상희 부부장검사는 KM 전자 내의 이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이 마치 복마전처럼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막을 잘 모르고 최민혁 실장을 조사했다가는 거꾸로 박살이 날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박두영 부장검사에게 부탁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형, 고마워요.”

“뭐, 내가 한 것이 있겠냐. 괜히 최민혁 실장 건드려서 네가 박살이 날까 걱정했을 뿐이다. 그 양반 뒤끝이 장난 아니라서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인간은 매장해 버리니까.”

“그렇게 지독합니까?”

“김현탁 사장 구속된 것이 그 증거야.”

“설마 그것도 최민혁 실장이 저지른 일입니까?”

“확실해. 최민혁 실장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애들은 가루가 되도록 박살 내니까. 그래서 이 정보를 나에게 알린 거야. 괜한 오해는 피하고 싶으니까.”

“끙.”

박두영 부장검사는 박상희 부부장검사가 어느 정도 알아들은 표정이자 슬그머니 최민혁 실장이 한 제안을 말해주었다.

“최민혁 실장이 검찰 내에 자기 측근을 깔고 싶어 하는 눈치야.”

“…저 말입니까?”

“난 증권 쪽 담당은 아니잖아. 그러니 이번 안건을 담당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마 이번 일 배후에 대한 보복까지는 원하지 않겠지만, 그쪽과 손을 끊기를 원할 거야.”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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