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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316화 (316/1,021)

#316.

“그런데 김소연 선친 김창주 부장은 트럭 차량에 뛰어들어서 자살로 판정이 났다고 했죠? 그게 과연 사실일까요?”

조성돈 팀장은 김명준 과장 통해서 자신이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당시 담당 경찰 말로는 틀림없는 자살 맞습니다.”

최민혁은 매의 눈으로 보고서를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술만 있네요. 이 기록에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 장소에 CCTV가 없는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아직 명확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미 그 사건은 종결 처리가 되어서 끝난 사건입니다. 인제 와서 명확한 증거도 없이 들출 수는 없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만약 언론이 알아도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까요?”

“…어쩔 생각이십니까?”

조성돈 팀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최민혁을 쳐다보다가 김명준 과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 자료를 취합한 김명준 과장의 자신은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는 듯한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보다 못한 최민혁이 슬그머니 자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생각이니까.”

“무슨 말인지는 압니다. 언론을 통해서 김현탁 사장을 나쁜 놈으로 몰고 가실 생각이신 거요. 가만 설마 살인 교사로 몰고 갈 생각입니까?”

“아뇨. 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지금 DL 화재 보세요. 이번 특정금전신탁 문제로 입은 손실은 수천억이 넘습니다. 그 정도면 살인 동기로 충분하지 않나요?”

“…….”

조성돈 팀장은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최민혁 지시가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DL 그룹의 행보를 본다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면서 DL 그룹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만약 이런 사태를 덮기 위해서라면 무슨 행동이든지 할 수가 있었다.

최민혁은 피식 웃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겁니다. 충분히 살인 동기가 명확한 사건에서는 얼마든지 살인 교사가 일어날 수가 있어요. 그러니 그 부분도 명확하게 확인하자는 겁니다.”

“…제가 남현수 변호사를 만나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최민혁은 물론 한 가지 점을 다시 걸고 넘어갔다.

“제가 죄 없는 김현탁 사장을 살인 교사범으로 몰고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다시 짚고 넘어가자는 거죠. 그 와중에 김현탁 사장이 살인 교사죄 혐의가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게 소송에서도 유리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 * *

남현수 변호사는 갑자기 방문한 조성돈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어이가 없었다. 그도 처음에는 발끈했다. 그런데 조성돈 팀장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마냥 쉽게 반박하지는 못했다.

김창주 부장의 교통사고가 과연 자살인지, 아니면 트럭 운전사가 살인을 한 것인지는 당시 사건 정황만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DL 그룹 사태를 보면 살인 교사 정황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결국 조성돈 팀장 제안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이번 DL 그룹 사건을 담당한 중앙지검의 박두영 부장검사를 찾아갔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남현수 변호사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토끼처럼 귀를 쫑긋한 채 듣고 있는 최해진 검사를 쳐다보았다.

“최 검사, 트럭 사고도 다시 확인해 봤지?”

“그게…….”

말도 안 되는 지시에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특정금전신탁과 살인 교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해진 검사는 슬쩍 한 걸음 물러났다. 그는 막 화장실로 도주하는 김대영 수사관을 불렀다.

“김 수사관님!”

김대영 수사관은 문고리를 잠시 잡았다가 결국 몸을 돌렸다.

“아직 확인은 못 했습니다.”

“…확인하려면 얼마 정도 걸리겠습니까?”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당시 담당 형사도 자세한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교통사고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당시 사건은 트럭 운전사와 그 현장을 뒤늦게 목격한 몇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목격자 역시 자세한 사건 정황까지 몰랐다.

그 목격자를 불러 다시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가 당시 일을 기억할 리가 없다. 다시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박두영 부장검사는 슬쩍 남수현 변호사를 쳐다보았다.

“꼭 확인하셔야 합니까? 이번 사건은 DL 화재의 특정금전신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네도 살인 교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선배님, 경찰서 현실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동부지검장까지 하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건가?”

“…설마 소송에서 이 문제를 걸고 나오실 겁니까?”

“변호사로서 당연한 일이야. 소연 씨 선친 문제이니까.”

“…알겠습니다.”

박두영 부장검사도 내심 짜증이 났지만 쉽게 드러내지도 못했다. 그는 망설이다가 한 가지를 걸고넘어졌다.

“혹시 이번 일도 최민혁 실장님이 관련된 겁니까?”

남수현 변호사는 움찔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사실을 말하지는 못했다.

“최 실장은 이번 소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네. 이번 일은 내가 주도한 것이니까.”

“…잘 알겠습니다.”

* * *

박두영 부장검사는 지난 자살 교통 사건을 다시 원점에서 확인했다. 그는 물론 당시 담당 형사 팀 과장의 항의도 받았다.

물론 그 역시 남수현 변호사에게 들었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토스했다.

담당 형사 팀 과장도 치를 떨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결국 이 소식은 돌고 돌아서 김현탁 사장에게도 전해졌다.

“이 미친 새끼가!”

그는 상상을 초월한 전개에 경악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 생각은 달랐다.

특히 김희찬 부사장이 김현탁 사장을 따로 호출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아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뭐가 답답해서 김창주 부장을 살인 교사합니까? 전 당시 유럽에 있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생각은 달랐다.

“이 일 때문에 유럽을 선택한 것은 아니냐?”

“시간상으로 맞지 않습니다!”

“아니, 김창주 부장이 뒤늦게 널 물고 늘어지려고 협박했을 수도 있잖아. 넌 유럽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고용해서 살인 교사를 했을 수도 있지.”

김현탁 사장은 너무 황당한 상황에 한동안 대답할 수가 없었지만, 분노 때문에 참을 수가 없어서 폭발하고 말았다.

“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정말 말 너무 함부로 하는 것 아닙니까?!”

맹렬한 반박에도 김희찬 부사장은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펄펄 뛰는 김현탁 사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아버지, 진짜 억울합니다. 제가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살인 교사합니까?”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안 좋아. 이번 일로 인해서 우리 DL 화재가 입은 타격이 문제다. 너도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않느냐. 이 정도라면 한 사람을 살해하기에 충분하니까. 지금 자꾸 그쪽으로 몰고 가는 중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언론사에서 계속 말이 나오는 중이야. 나에게도 계속 이번 사건에 대한 답을 원하고 있어. 지금은 막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거다. 특히 언론에 대한 너의 부정적인 태도가 문제야.”

황당한 이야기에 김현탁 사장은 그 자리에서 풀쩍 뛰고 말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내 의견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야. 더욱이 사람들이 김소연 씨 편을 들어주면서 넌 진짜 악당이 되었어. 너도 이런 수법에 대해서 잘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그건…….”

김현탁 사장은 치를 떨었다. 그 역시 언론 통해서 많이 써먹은 수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살인 교사범으로 몰릴지는 상상도 못했다.

‘씨발.’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김현탁 사장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김희찬 부사장도 탄식했다.

“당분간은 자중하거라. 법무 팀에 이야기해 둘 테니, 지켜만 봐. 특히 언론 인터뷰에 행동을 조심하고, 괜한 분란을 일으키지 마. 만약 일이 커지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거다.”

“…….”

김현탁 사장은 분노로 미칠 것 같았지만, 단단히 굳어 있는 아버지 얼굴을 보자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설마 이 일도 최 실장 이 새끼 짓은 아니겠지?’

* * *

김현탁 사장 살인 교사설은 처음에는 찌라시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이 시기만 해도 김모 씨란 익명의 이름으로 이번 사건을 언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번 사건은 점점 덩치를 키워 나갔다.

남수현 변호사가 김창주 소송 사건을 다룰 때, 교통사고에 대해서 언급했기 때문이다.

[DL 그룹이 공개적인 사과를 한 것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넘어가서도 안 됩니다. 특히 김창주 부장 죽음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인터뷰 기사는 파급효과가 컸다. 덕분에 김창주 사건을 당시 담당했던 형사 팀도 시간을 끌려고 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담당 형사 팀은 DL 그룹 법무 팀 도움을 얻어서 어떻게 버티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언론이 이 사건에 꽤 흥미를 느꼈다는 점이다.

이 사건 자체가 DL 그룹을 압박해서 재미를 단단히 볼 수 있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DL 그룹이 노력에도 뉴스가 쏟아지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비록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즉 김창부 부장이 스스로 트럭에 뛰어들었는지, 아니면 트럭 운전수가 의도적으로 음주 운전을 가장해서 살해했는지가 확실치 않았다.

문제는 이번 소송으로 DL 그룹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살인 교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니 한국 언론사는 하나둘씩 김현탁 사장에게 몰려갔다.

김현탁 사장은 회사 입구에 벌 떼같이 몰린 기자 쓰나미에 진저리를 쳤다. 그는 사무실에 앉기가 무섭게 술을 들이켰다.

“이 개새끼들이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취한 김현탁 사장은 개소리하는 기자를 만나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이 모습을 본 박태정 비서실장은 가까스로 김현탁 사장을 말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야, 박 비서, 그런데 지금 언론이 날 살인 교사범으로 몰아가고 있잖아!”

“그건 법무 팀에서 따로 조처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 기사는 내려간 상황입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사장님이 기자에게 엉뚱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칫하다가 폭탄이 되어버릴 겁니다!”

“젠장맞을!”

김현탁 사장은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는 가까스로 화를 참자 일단 최민혁 근황부터 확인했다.

“뭐야? 최민혁, 이 새끼가 KM 그룹 임원진을 데리고 KM 전자에서 사내 강연을 했다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장 실장이 사내 망으로 알린 내용에 따르면 참석자는 KM 그룹 부장급 이상 전 직원이 KM 전자 대강당에 모여서 강연을 들었다고 합니다.”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도 제가 아는 지인 통해서 알아본 바로는 이런 일은 KM 그룹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다만 최용욱 회장이 허락해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을 볼 때 최민혁 실장을 밀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최 실장이 KM 전자 실장이 그룹 계열사 사장까지 오라가라한다는 소리야? 그러고도 KM 그룹 내에 아무런 말이 없어?”

“최문경 부회장 쪽 라인에서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에 최민혁 실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번 강연이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이유가 뭔데?”

“그게 알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진행된 일이라서 아는 사람은 KM 그룹 내에 소수입니다.”

“하.”

김현탁 사장은 황당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은 안 그래도 김소연 소송 때문에 중앙지검에 소환당해서 분노했다.

그런데 뒤에서 분탕질을 친 최민혁 이놈은 아예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박태정 비서실장이 눈치껏 한마디 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김희찬 부사장님이 이미 밝힌 것처럼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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