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250화 (250/1,021)

#250.

“걱정 마세요. 저도 그냥 있지 않을 테니까.”

“…제대로 된 기획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좋네요.”

조성돈 팀장도 ‘I’ll be loving you.’를 떠올리자 이전처럼 부정적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다만 의문은 많았다. 물론 그 의문을 최민혁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이전처럼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 노래가 미국에서 통할까?’

* * *

KM 전자 기획 팀 역시 기획사 선동 기사 덕분에 어지간한 기획사 수준을 넘어선 음악 연습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에서 과장 기사를 내보내는데, 갑자기 사원 복지라고 말을 바꾸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는 내용뿐이다.

박광민 사원은 이 어이가 없는 상황에 혀를 내둘렀다.

“황당하네.”

음악 연습실도 생뚱맞은 일이고, 그걸 가지고 최민혁 실장을 공격한 언론사도 미친 거다. 아니, 그러고 나서 정정보도라고 내보내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도대체 왜 이 난리를 피웠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배종대 과장은 오히려 이럴 줄 알았다는 태도다.

“기레기가 또 사고 쳤네.”

박광민 사원도 피식 웃고 말았다.

“언론사도 이제는 우리 실장님에게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기획 팀 직원도 뒤늦게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서는 언론사를 비웃었다.

다만 내막을 뒤늦게 알고 나서는 최민혁 실장이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지 짚이는 바가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왜 기획사를 인수해서 음악 연습실로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일어난 일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일을 이제 하게 된 조성돈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MP3에 탑재할 곡 선정에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내놓았다.

“사실 여러분에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MP3 기획 관련해서…….”

자기 맡은 일에만 집착하는 이정원 과장은 다 듣지도 않고 끼어들었다.

“으음,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습니다. MP3에 탑재한 곡이 호응을 얻는다면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MP3에 넣은 곡이 이슈가 되어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박 곡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런 곡을 어떻게 선정합니까?”

그랬다.

노래가 대박이라는 것은 그 노래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만약 그 노래가 대박이 난다는 것을 사전에 안다면 망하는 음악 기획사는 없을 테니 말이다.

더욱이 국내 노래도 아니고 해외 랩과 같은 노래라면 더 리스크가 높았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대박이 날 랩에 대해서는 전혀 알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팝 매니아인 배종대 과장도 처음에는 조성돈 팀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국내여도 말이 안 된다. 더욱이 해외는 아예 불가능하다. 도대체 장난하나 싶었다. 황당한 것은 조성돈 팀장 표정이 진지하다는 점이다.

“팀장님, 진담입니까?”

“배 과장 주장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이번 일은 실장님의 구두 지시야.”

“네?”

배종대 과장도 최민혁 실장의 놀라운 능력을 인정했다. 콜린스, MP3로 이어지는 미래 로드맵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식을 벗어난 일까지 인정할 수는 없었다.

“랩은 알파벳 자체의 사운드를 활용합니다. 랩은 일반적인 노래와 달라 한국인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아, 한국 랩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설사 된다고 해도 미국에서 통용이 안 됩니다. 현재 미국 수출 생각하는 것이니, 랩이나 팝송 같은 노래가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어서 나온 다른 팀원의 부정적인 목소리.

안 된다.

절대 불가하다.

이걸 말이라고 하나.

막상 하고 싶었던 말을 언론사 소동 때문에 하지 못했던 조성근 팀장도 은근히 화가 났다. 하지만 그도 팀원 주장을 공감했다. 그 역시 최민혁 실장이 말한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3%이하로 봤다.

“나도 랩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렇다고 해도 지시를 받았으니, 일단 검토를 해야 해.”

“아니, 전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정말 MP3 탑재 곡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다른 기획사 쪽과 계약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글쎄, 그런 방식이 과연 통용될까. 미국 내에 관행적으로 유통되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을 벗어나면 오히려 차별 받을 텐데?”

“그래서 직접 작사, 작곡한 랩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완강한 배종대 과장.

거기다 어떤 의견도 한 번 들어보자는 주의인 박상기 차장조차 배종대 과장 의견에 찬성했다.

이정원 과장, 이영란 대리, 심지어 임웅 대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지간해서는 얼굴 한 번 붉히지 않던 조성돈 팀장도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보다 못해 나선 정성근 대리는 좀 달랐다.

“실장님께서도 그걸 아실 겁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야, 정 대리, 그래도 이건 아냐. 지금 MP3 탑재 곡이 빌보드 1위에 올라서 그걸로 이슈를 일으키자는 꿈을 꾸나 본데, 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정성근 대리는 변함이 없었다.

“실장님은 바보가 아닙니다.”

“아니, 내가 뭐라고 했어? 그래도 이건 진짜 분야가 다르잖아. 막말로 김밥집 사장님이 프랑스에서 프랑스 요리 레스토랑으로 영업하겠다는 소리야. 될 리가 없어!”

“그것과는 다릅니다.”

정성근 대리가 고집을 피우자 배종대 과장도 발끈해서 목소리를 올렸다. 두 사람의 갈등이 또 다시 폭발한 것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정원 과장이 결국 나섰다.

“저도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래 선정부터 시작해서 가수까지 다 기획해야 하는데, 우리 기획 팀 인원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조성돈 팀장도 이정원 과장의 지적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도 최민혁 실장이 왜 말로 해서는 전혀 이해를 못 할 것이라고 했는지도 그제야 이해했다.

다행히 이들을 설득한 대안이 있었다.

“그러면 일단 이것부터 듣고 나서 합시다.”

* * *

음악 연습실에는 녹음 장비가 구비되어 있었다. 최민혁 실장이 ‘I’ll be loving you.’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뒀었다.

조성돈 팀장은 동영상 파일을 노트북에 업로딩해서 플레이했다.

배종대 과장은 계속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다가 뒤늦게 최민혁의 노래를 들었다.

‘응?’

다른 사람과는 달리 팝, 그중에서도 랩을 좋아한 배종대 과장은 깜짝 놀라서 노트북 옆으로 다가갔다. 그는 화면에 나오는 최민혁을 보고서야 최민혁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성돈 팀장은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회의실 벽면에 동영상 화면을 띄웠다.

최민혁은 녹음실에서 노래에 빠져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리듬에 맞추어서 가벼운 댄스 동작도 이어갔다.

노래, 가창력, 율동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노래는 배종대 과장의 시선을 완전히 잡았다.

당연히 다른 팀원도 멍하니 최민혁 실장의 노래를 듣기만 했다.

그리고 나온 탄성.

박광민 사원은 자신만 그런가 싶어서 다른 팀원을 쳐다보았다. 전부 다 입을 딱 벌린 채 최민혁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와, 실장님, 노래 진짜 잘 부른다! 가만 저거 잘 부르는 것 맞죠? 역시 맞네요. 저 노래는 뭐죠?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아니, 잘 부르는 정도가 아니다. 전문가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주목을 받는 점은 가창력도 가창력이지만 바로 노래다.

노래 자체가 환상적이었다.

배종대 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조성돈 팀장을 쳐다보았다.

“이 노래 뭡니까?”

조성돈 팀장이 그제야 이 노래 연원을 말해주었다.

“최 실장님이 작사, 작곡한 곳이야. 정확히는 스팅의 노래를 샘플링했다고 하는데, 나도 그 이상 자세한 것은 몰라. 그래서 이 자리에 팀원을 불러 모은 것이니까.”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팀원은 다들 넋을 잃은 채 조금 전에 조성돈 팀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말도 안 된다고 합창을 했는데, 최민혁이 부른 노래를 보니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허탈한 배종대 과장은 그제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스팅 곡을 샘플링해서 만든 노래라고요? 작사, 작가도 최민혁 실장님이 한 거라고요? 와아, 미쳤네, 미쳤어, 이게 말이 돼! 야, 정 대리야, 네 의견이 또 맞았다. 실장님 진짜 대단하시다!!”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난 실력에 배종대 과장의 경악성이 터져 나오자 기획 팀 표정이 그제야 달라졌다.

조성돈 팀장도 생각보다 격한 팀원, 특히 배종대 과장 변화에 깜짝 놀랐다. 그 자신은 랩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배종대 과장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배 과장이 생각하기에 노래가 괜찮아?”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 이거 진짜 물건입니다.”

“그 빌보드 순위에도 오를 수가 있겠어?”

배종대 과장도 빌보드란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인기를 얻는 것 정도는 가능해도 그 이상은 그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빌보드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솔직히 미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애들도 빌보드 순위에 오른다고 장담 못 하는데, 그건 확신하기 좀 그러네요. 하지만 이 정도 노래라면 꽤 먹힐 것 같아요.”

“그래?”

“가만 설마 가수를 섭외해서 앨범까지 낼 겁니까. 빌보드 순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획 작업까지 해야 할 겁니다.”

조성돈 팀장도 순순히 인정했다. 기획 팀이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건 외주 줄 수밖에 없어. 계약 문제도 복잡해. 그런 부분을 사전에 잘 검토해야 해. 다만 실장님이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이벤트란 점만 잊지 않으면 불공정한 계약이라도 상관은 없어.”

“하.”

조용히 듣고만 있던 정성근 대리가 슬쩍 끼어들었다.

“가만 그러면 음악 연습실 수준도 높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걸 부터 먼저 확인을 해야 기준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

조성돈 팀장도 순순히 인정했다.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이 그것이다. 중간에 언론사가 깽판 치면서 일이 틀어져 지금에서야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 * *

음악 연습실 출입구를 들어가면 일반 사무실과는 달리 대형 댄스홀이 위치해 있었다.

잘빠진 구조 덕분에 훤히 뚫려 있는 구조다.

바닥은 강화마루로 되어 있어서 특별히 더 손을 댈 곳은 없었다.

100평이 넘는 넉넉한 사이즈로 수십 명이 같이 연습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조명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어서 드라마 촬영 제작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다른 한 편에는 노래 연습실도 있었다. 보컬이나 프로듀싱과 같은 작업을 하기에는 오히려 차고도 넘쳤다.

녹음 장치 역시 일반적인 장비와는 많이 달랐다.

전문가가 놀랄 설비가 가득했다.

기사에 나오기는 했지만 실상 직접 본 광경은 기사와는 사뭇 달랐다. 기사가 나간 후에 인테리어가 추가되면서 규모가 대폭 더 늘어난 것이었다.

“…….”

배종대 과장을 위시한 기획 팀은 기사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막상 직접 음악 연습실을 보고 나니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규모에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음악 연습실을 멍하니 구경했다. 그들은 도대체 최민혁이 무슨 의도로 이런 설비를 매입했는지 영문을 잘 몰랐다.

‘정말 사원 복지로 이 설비를 마련했다고? 그게 말이 되나.’

건물 곳곳에 있는 회의실과 휴게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꼼꼼한 인테리어 시공 덕분에 대한미국 메이저 기획사와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조성돈 팀장도 그제야 피식 웃었다. 그 역시 이 음악 연습실을 보고 난 후에도 최민혁이 도대체 뭘 그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작 MP3 탑재곡을 위한 장소로 보기에는 너무 과했다.

‘언론사가 오버한 것도 마냥 우습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어. 외형 자체만 보면 정말 기획사를 만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배종대 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설비만 봐서는 앨범을 내도 이상하지 않아요. 단순히 MP3 탑재 곡을 위한 장소로 보기에는 맞지가 않잖아요.”

조성돈 팀장은 피식 웃었다.

“아직까지 특별한 지시를 받은 것은 없으니까. 너무 앞서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다만 최 실장님께서 단순히 기획사를 하려고 이걸 만든 것이 아니다 싶어.”

다른 사람과는 달리 음악 연습실 곳곳을 살펴본 정성근 대리가 조심스럽게 열었다.

“전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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