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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의외로 권태성 실장이 여전히 조용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받았다. 다행히도 그 와중에 흥신소 인원이 대폭 늘어난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암, 그래야지.’
오성 전자가 입맛대로 움직이자 그 이상 유쾌한 일이 없었다.
그는 느긋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만남을 기다렸다.
앞으로 최민혁 실장과 협상을 고민하던 김승구 팀장은 다시 KM 전자를 조사했다.
국내 풀린 콜린스 물량은 무려 2만 대가 넘어갔는데, 그게 불과 하루 만에 완판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단 하루 만에 매출 800억이라니.’
지금도 콜린스는 없어서 못 팔고 있었다.
소비자의 콜린스에 대한 기대 심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뒤늦게야 깨달았다.
오현종 팀장 역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KM 전자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떨쳤다.
두 사람은 KM 전자 실장실에 들어가면서 최민혁 실장의 눈치를 봤다.
“아,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에도 최민혁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가득 지었다.
“또 뵙네요.”
오혜정 비서가 밝은 미소를 한 채 두 사람에게 녹차를 내놓았다.
해맑은 미소는 묘하게 남자의 본능을 자극했다.
‘과연.’
김승구 팀장이나 오현종 팀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힐끗 오혜정 비서를 살폈다. 콜린스 2만 대 완판의 신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오혜정 비서였으니까.
초미인의 녹차 한 잔에 경계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최민혁 실장을 이리저리 살폈다.
나이가 너무 어리다든지, 아니면 서자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그들이 떠올린 것은 KM 전자의 새로운 위성 방송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에` ETRI 지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제대로 된다면 ETRI 역시 꾸준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ETRI 위성 방송 시스템이 성공만 한다면 중동을 비롯한 유럽에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미국도 가능해. 그쪽에서도 위성 방송 시스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다만 최민혁 실장을 계속 살피다 보니, 한 가지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 진짜 어리다.’
최민혁 얼굴은 안 그래도 젊은 나이로 동안이라서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최민혁은 머리에 연기 나도록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는 두 사람의 복잡한 눈빛에 해맑게 웃었다.
“어때요? 지금껏 우리 제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셨습니까?”
김승구 팀장은 힐끗 오현종 팀장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말솜씨는 오현종 팀장이 한 수 위라서 그가 나섰다.
“저희 두 사람은 최 실장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ETRI 내부적으로 오성 전자에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최민혁 표정이 바로 차갑게 바뀌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쪽에서 여전히 오성 전자 편을 든다면 저희는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 한 번의 표정 변화에도 오현종 팀장은 펄쩍 뛰었다.
“자, 잠깐만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아무래도 실장님이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반대파 정리에 힘을 실어달라는 말입니까?”
“네. 특히 박재호 실장처럼 오성 전자와 복잡하게 엮여 있는 이들에게는 비밀로 진행해야 합니다.”
위성 사업부 내부의 알력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최민혁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관심 없는 척하지만 내심, 이 내용에 집중했다. 상대가 굳이 와서 이렇게 자기 치부를 말하는데, 그걸 무시할 이유는 없었다.
뒤늦게야 이 두 사람의 제안이 뭔지 금방 알아차렸다.
‘반대파 숙청에 날 이용해 먹겠다?’
굳이 최민혁이 싫어할 일은 아니다. 사실 두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이 따로 해야 할 일이었다. 당연히 번거로운 일이다. 플랜을 짜고, 일일이 손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최민혁이 굳이 ETRI 내부 알력 다툼에 끼어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당장은 먹을 것이 보이지 않았다. 위성 방송 시스템 자체는 오성 전자를 끌어들일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가만 CDMA가 있구나.’
애초에 퀄컴이 CDMA 원천기술을 매각할 리는 없었다. 다만 인생 1회차에서 퀄컴이 ETRI와 손을 잡고, CDMA 통신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것을 알았다.
CDMA 원천기술을 다는 먹지 못해도 일부는 먹을 수 있었다.
‘아니지. 그거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 망해가던 퀄컴에 자본을 대주고 공동 개발을 진행한 곳이 ETRI였으니까.’
만약 ETRI 내부에 영향력이 없다면 CDMA 원천기술 권리를 빼앗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상황이 바뀐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랐다.
최민혁 자신이 MP3 플레이어 차세대 아이템으로 염두에 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일단 두 분의 라인인 연구원을 따로 모아서 이동호 교수와 송한성 교수 연구 팀과 같이 수정 작업을 진행해 주세요. ETRI 내부 반대파도 수긍할 정도의 결과를 먼저 작업하세요. 설마 시간이 오래 걸립니까?”
“아, 그건 시간이 많이 안 걸릴 겁니다.”
당연하다. 이미 지금까지 삽질해 놓은 것은 충분했다. 이제까지 버벅거린 것은 중간마다 진입 장벽을 제대로 해결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민혁이 내놓은 새로운 위성 방송 시스템은 그 문제를 다 해결해 놓았다. 나머지는 잡다한 노가다만 남은 셈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두 사람이 송한성 교수가 내놓은 결과를 베껴서 작업했기 때문에 수정도 어렵지가 않았다.
최민혁은 방긋 미소 지었다.
“두 분이 이번 일만 제대로 도와준다면 저 역시 앞으로 ETRI와 극단적인 소송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겁니다. 아마 이번 일만 잘 끝내면 두 분은 ETRI 내에서도 실세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두 사람도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최민혁의 제안을 거절해서는 도저히 답을 얻지 못했다. 차라리 최민혁과 손을 잡고 이대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은 두 사람의 반응에 크게 만족했다.
‘이일태 이사도 서서히 알 때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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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태 이사도 최근 최민혁 실장과 대판 싸운 후에 불안에 떨었다. 그는 KM 그룹 본사 비서실을 찾아가서 권재홍 비서실장을 계속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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