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78화 (17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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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마지막으로 조성돈 팀장에게서 오현종 팀장과 김승구 팀장의 본사 방문 일정을 보고 들으면서 피식 웃었다.

“오성 전자의 권태성 실장에게 넌지시 이 이야기를 흘리세요.”

“…굳이 우리 쪽에서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 봐서는 이창명 이사가 날뛰는데, 권태성 실장이 조용한 것이 이상합니다. 본인이 책임질 정보를 알고도 계속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 한번 두고 봅시다. 계속 흔들면 오성 전자 내부 갈등이든 뭐든 나오겠죠.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조성돈 팀장은 묵묵히 최민혁의 지시를 들으면서 한 가지 질문을 할까 하다가 차마 하지 못했다.

‘최 실장님, 정말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맞습니까?’

* * *

권태성 기획실장도 실상 요즘 오성 전자 내에서 이전처럼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일은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유독 KM 전자 관련 건만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었다.

양종식 전무는 자기 계열을 깔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명문 삼아서 오성 전자 이사회에서 권태성 기획실장을 계속 압박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창명 이사가 제대로 사고 치면서 한 걸음 물러났다는 것이다.

권태성 실장이 딱히 이창명 이사를 압박한 것이 아니어도 뉴스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추문이 알려진 것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일이 생긴 것도 권태성 실장이 이창명 이사 추문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언론에 대한 압박은 느릿하게 움직인 것이 컸다.

그는 솔직히 내막은 잘 모르지만, 최민혁 실장이 배후에서 이창명 이사를 작업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론을 통해서 최민혁 실장의 행보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실상 한국 대기업 중에 이 일을 제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건강을 회복한 최용욱 회장은 KM 전자의 주변 문제를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나섰다. 그는 정치권 쪽에도 비자금을 뿌렸고, 권력 기관의 핵심 실세도 지속해서 만나며 인력을 관리했다.

최용욱 회장 나름 KM 그룹 정상화를 위해서 직접 경영 행보에 나섰다.

따라서 최용욱 회장이 최민혁 배후에서 KM 전자를 관리한다고 믿었다.

‘아마 다른 이사진은 상상도 못할 거야.’

그런데 갑자기 ETRI 내의 KM 전자와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이창명 이사 때문에 KM 전자를 살피다가 정보를 얻었기에 차마 이 정보를 최민혁 실장이 몰래 흘렸다는 것까지 알지 못했다.

“…이게 정말인가?”

한창 나대다가 요즘 위기감을 느낀 임권수 부장은 슬쩍 황광수 차장을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광수 차장도 머뭇거렸다. 그 역시 이창명 이사가 박살이 나는 것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사내에서 무서울 것이 없다고 설치던 안국호 부장 역시 고개 숙인 남자로 변했다.

덕분에 아직도 오성 전자에서 잘 버티고 있는 김현우 수석 부장만 살판 났다. 그는 대기 발령 상태에서도 당당하게 회사에 출근했다.

오성 전자와 소송은 소송대로 하면서.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모두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오현종 팀장을 만나서 술자리도 같이한 덕분에 확인을 끝냈습니다.”

오현종 팀장은 이창명 이사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자 대칭점에 있는 권태성 실장 라인인 황광수 차장에게 사실을 일부 털어놓았다.

“특히 시즈벨이 문제입니다. 지금 ETRI에서 작업한 시스템 중에 송한성 교수, 이동호 교수, KM 전자 지적 재산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거 소송 걸리면 진짜 답 없습니다.”

“…도대체 시즈벨이 왜 여기서 나와?”

“그건 아직 조사 중입니다.”

황광수 차장이 이미 조사해 온 시즈벨 이력은 굳이 자세하게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오성 전자 역시 이미 유럽에서 시즈벨과 부딪친 척이 있었다.

당시는 적당한 타협으로 끝났는데, 그것도 시즈벨이 얼마나 흉악한지 잘 알아서 적당히 돈 주고 마무리해 버렸다.

권태성 기획실장은 심장에 묵직한 돌을 올려놓은 사람처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생각보다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이창명 이사도 알아?”

“아직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도 뒤늦게 ETRI 내부의 갈등을 짐작하자 혀를 내둘렀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제대로 일은 안 하고, 다들 젯밥에 관심이 있었다.

세 사람은 보고서 내용을 서로 돌려보면서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내용이 정말 기가 막혔다.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은 이 문제를 이창명 이사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새끼가 알기라도 하면 오히려 이걸 이용해서 날 역공격하고도 남아.’

권태성 실장은 도저히 대안이 없는 안건보다는 다른 문제에 관심을 돌렸다.

“콜린스 국내 정식 출시 반응도 대박이라면서?”

“초도 물량 2만 대가 하루 만에 완판되었습니다.”

“기가 차네.”

황광수 차장은 권태성 실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핏 생각하면 하루 만에 팔린 것 같지만 실상 몇 달에 걸쳐서 국내에 계속 홍보를 해왔습니다. 특히 최근 이창명 이사의 성추행 문제가 터지면서 오혜정 광고가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공영 방송 통해서 이창명 이사 성추행 문제가 나갔고, 그 와중에 오혜정 콜린스 TV 광고도 한국 전역에 알려졌다.

그러니 한국 사람이라면 콜린스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 우리도 콜린스 광고에 한몫을 했지. 2만대 아니라 5만 대가 다 팔려도 이상하지 않아. 가만 그런데 왜 추가 생산을 하지 않는 거야?”

“이미 유럽에 선적할 물량이 부족해서 국내 물량 제한도 있다고 합니다. 생산도 퀄리티 문제를 내세워서 찔끔찔끔 공급합니다.”

“…질리겠네.”

권태성 기획실장도 국내 콜린스에 대해서 손을 쓰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도 내막을 알아보고 난 다음에 곧 포기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적었다.

“어떻게 할까요?”

“…당분간은 지켜봐. 특히 KM 전자에 대해서 철저하게 확인해. 필요하다면 흥신소를 동원해서라도 인력을 더 늘려.”

“알겠습니다.”

권태성 기획실장도 콜린스나 KM 전자에 대해서 손을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ETRI 위성 방송 관련 사업에 뜻밖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위성 방송 관련 문제는 법무 팀장 통해서 따로 알아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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