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76화 (176/1,021)

* * *

강주옥 사장은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기존 VIP 고객들의 요청을 통해서 콜린스 수요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먼저 콜린스 국내 물량을 얻었다는 것을 확신하자 송금과 동시에 콜린스 관련 판촉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콜린스를 받기가 무섭게 LC 전자와 대운 전자 제품을 다 치우고 그 자리에 콜린스 물량을 대리점 입구에 쫙 깔았다.

‘콜린스를 잘만 활용하면 다른 제품 판매도 급증할 거야.’

완전히 손해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콜린스를 이용해서 다른 전자 제품을 홍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의 예측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판촉 행사를 시작한 지 불과 하루가 채 되지 않아서 입소문이 났다.

그리고 콜린스 정식 판매를 시작한 아침부터 사람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대리점 물량이 제한이 있다는 점을 넌지시 알린 결과였다.

아침부터 늘어선 줄은 무려 300명을 가볍게 넘어갔다.

그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전부 콜린스를 다 사들였다.

그리고 남은 물량은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이들이 오후에 닥쳐서 전량 다 사들인 것이었다.

“헉!”

강주옥 사장은 불과 반나절 만에 무려 500대가 다 팔려 나가자 다급하게 김경환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추가로 주문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공장에 남아 있는 재고가 없어서 다시 생산해야 합니다.]

한 대도 없다는 말에 화를 냈다.

그런데 뒤늦게 무려 2만 대 가까운 물량이 단 하루 만에 완판되었다는 기사를 보자 혀를 차고 말았다.

‘하,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 * *

콜린스 국내 첫 판매는 미래 대리점 같은 경우가 전국 대리점에서 일어날 정도로 유례가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애초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판매를 통해서 유럽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국내 언론이 다시 가져와서 기사를 내보냈다.

비록 콜린스 정식 판매가 늦어져서 소비자는 뿔이 나고, 화를 냈지만, 오히려 기대 심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올라갔다.

명품 콜린스.

기다리지 않으면 절대로 구할 수 없다는 고품격 이미지가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조성돈 팀장은 뒤늦게야 김경환 차장을 비롯한 영업 팀 실무자를 통해서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

“성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한창 흥분에 달아오른 김경환 차장은 호들갑을 떨었다.

“단순히 성과 정도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우리 콜린스를 최고의 브랜드 제품으로 취급합니다.”

“놀랍습니다.”

“조 팀장님도 직접 대리점에 방문해 보시면 충격을 받을 겁니다. 단순히 우리가 그냥 아는 반응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최 실장님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겁니다. 굳이 우리 영업 팀이 나서서 영업하기보다는 손님이 직접 찾아오게 한 것 말입니다.”

특히 미래 대리점의 강주옥 사장을 예로 들면서 폭풍 수다를 털어놓았다.

이제까지 쌓인 것이 많은 김경환 차장은 속이 타들어 가는지 냉수까지 들이켰다.

“조 팀장님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우리 영업 팀은 그동안 그 인간에게 갖은 인격적인 모욕을 당해도 한마디 말도 못했습니다. 그놈의 실적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이 인간이 이제 우리 영업 팀에게 술 접대를 하지 뭡니까. 하, 이게 정말 말이나 됩니까?”

“…네.”

영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조성돈 팀장이 모를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국내 영업 밑바닥을 경험한 김경환 차장이 얼마나 모진 고생을 했는지도 잘 알았다.

“전 IFA 기조연설이고, 콜린스고 이런 것보다는 최 실장님의 혜안이 더 대단합니다. 솔직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업이 콜린스만큼만 된다면 까짓것 성과급 안 받아도 됩니다.”

“…실장님에게는 제가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는 김경환 차장 외에 다른 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자 새삼 최민혁의 회사 경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정말 대단하구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