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황당한 박재호 실장은 도저히 이 일을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여러 경로로 자세히 알아봤다. 그런 중에 오성 전자 기획실에서 따로 알아보는 것을 ETRI 다른 채널 통해서도 확인했다.
‘이상하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이들은 전혀 없었다.
대다수 나오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오성 전자의 위성 사업에 대한 안건인데, 당연히 권태성 기획실장이 알지 않겠습니까?]
불안감을 느낀 박재호 실장은 결국 오성 전자 본사에 있는 권태성 실장을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권태성 실장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에 기다린 이는 난감한 얼굴을 한 황광수 차장이었다.
착잡한 황광수 차장은 박재호 실장이 이미 왔다는 것을 데스크 통해서 다 들었다. 아니, 5분 전에 도망친 권태성 실장에게서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다 받았다.
그래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뻔뻔하게 나갔다.
“우리 오성 전자는 ETRI 측과 공동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합니다. 기획 팀에서 그 안건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이창영 이사는 모바일 사업부 책임자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를 통제하는 기획실에서 모른다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는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이봐요, 황광수 차장, 정말 이렇게 나올 겁니까? 당신들 앞으로 ETRI와 공동 개발 따위는 할 생각이 없는 겁니까?”
“…진짜 전 잘 모릅니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황광수 차장은 역시 임권수 부장과는 달라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역시 황당하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이상하네. 박재호 실장이 직접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잖아.’
의문이 많았지만 차마 묻지는 않았다.
왠지 그 진실을 아는 순간에 늪에 빠진 사람처럼 서서히 빨려 들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말할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박재호 실장은 집요하게 황광수 차장을 물고 늘어졌다.
“지금 사태를 이해하고 그런 말씀을 하는 겁니까? 만약 일이 잘못되면 오성 전자가 다 책임을 지실 겁니까.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역시 덫인가?’
황광수 차장은 등골이 싸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름이 끼치는 것은 박재호 실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최민혁 실장의 얼굴을 한 번 떠올린 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희 기획실은 모르는 일입니다!”
“이, 이봐요, 황 차장, 아니,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황광수 차장만 저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해외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는 기획 2팀 강석영 부장이 권태성 실장을 대리해서 잠깐 몇 마디 듣고는 휑하니 내뺐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KM 전자와 얽힌 일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성 전자 기획 팀에 남아 있던 다른 직원은 박재호 실장이 지나가자 우르르 출장 핑계로 다 나가 버렸다.
“…….”
허탈한 박재호 실장은 영문을 몰라서 눈만 끔뻑거리다가 결국 기획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있구나.’
* * *
최민혁도 ETRI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인 터라 김명준 과장 통해서 박재호 실장의 동선에 대해서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아직 파악 중입니다.”
김명준 과장 역시 권태성 실장이 더 파헤치지 않아서 내막을 잘 몰랐다. 다만 ETRI 위성 사업부 내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다.
최민혁은 보다 못해서 이동호 교수 연구 팀, 송한성 교수 연구 팀, ETRI 관련 자료, 심지어 KM 전자 위성 사업부 관련 자료를 모두 취합해서 살폈다.
이 방대한 자료를 최민혁이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천천히 살피기만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동호 교수의 자료 일부가 송한성 교수 연구 팀 프로젝트 결과에 담겨 있었다. 이거야 서로 공동 연구이니 그럴 수가 있다.
그런데 이일태 이사가 내놓은 자료. 정확히는 과거 멋모르고 공개한 자료 일부에 송한성 교수 연구 팀 자료가 나와 있었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판 결과 ETRI 자료에서도 송한성 교수 연구 팀 자료를 찾았다.
ETRI가 연구 용역을 줬으니,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뭔가 있다는 것을 느끼자 송한성 교수에게 확인했다.
[저희가 연구 용역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 자료를 ETRI 쪽에 넘기는 계약을 한 적은 없습니다. 만약 무단으로 도용했다면 지적 재산권 침해 사안입니다.]
‘베꼈구나.’
최민혁은 그제야 부산한 ETRI 위성 사업부 움직임을 이해했다. 그는 즉시 조성돈 팀장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조성돈 팀장은 마치 자신이 ETRI를 압박했다는 시선을 받자 발끈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실장님 지시에 따라서 ETRI를 독촉했을 뿐입니다. 거기에 추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마 아무런 조사도 없이 제가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전 ETRI를 협박한 적은 없습니다.”
“아,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 외에도 문제가 많이 나왔다.
이일태 이사는 디코드를 비롯한 위성 방송 하부 프로젝트 쪽에 매달려 있어서 위의 정보를 얻지 못해서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정보를 이사회에서 제대로 보고하지 못했다.
최민혁은 이동호 교수 연구 팀 자료를 베이스로 해서 쥐 잡듯이 자료를 파악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내막을 알았다.
그런데 딱히 ETRI 위성 사업부 탓을 하기는 힘들었다.
이번 시스템 개발이 끝나도 상업적인 가치는 별로 없었다.
“몰래 베꼈는데, 그게 우리 KM 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네요. 아마 새로 다 엎고 개발 다시 해야겠지요. 외국과 호환성 문제를 고려해야 하니까.”
“하.”
조성돈 팀장도 내막을 알고 나서는 ETRI 담당자 반응을 그제야 이해했다. 이상하게 전화도 잘 안 되고, 만나기가 어려운 이유 말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습니다.”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안 하니까요. 워낙에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습니까. 설마 장기 투자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렇겠죠.”
최민혁은 돌아가는 상황을 다 파악하자 실로 어이가 없었다.
위성 사업부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 진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 내막에 혀를 내둘렀다.
“이동호 교수도, 송한성 박사도, 이일태 이사도, ETRI도, 오성 전자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어서 문제가 정확히는 뭔지 몰랐을 겁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4천억을 퍼부은 프로젝트인데, 그걸 다 알면 이상한 일이지.’
* * *
설사 위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ETRI라고 해도 서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다른 연구 팀의 결과를 다 알지는 못했다.
이 위성 사업과 관련된 원천기술을 다 쥐고 있는 최민혁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이걸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는 중에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식을 깨달았다.
나열해 놓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지를 친 새로운 흐름은 짜깁기로 너저분하게 늘어진 부분을 완벽하게 재조합했다.
인생 2회차로 넘어오면서 흐릿해진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탐사를 한 것처럼 뚜렷하게 그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민혁은 그 흐름을 놓칠 수가 없어서 미친 듯이 그 부분을 따로 용지 위에 빼곡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기에는 기존 자료에서 필요한 자료만 정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엉성한 부분이 다 제거되자 자연스럽게 구체적인 부분이 더 첨가된 것이었다.
과거 스승인 이지수가 꼼꼼하게 최민혁 머리에 박아놓은 원천기술.
그것이 하나둘씩 새끼를 치면서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추가로 늘어나기 시작한 기억은 무려 스물다섯 가지가 넘어갔다.
지금까지 최민혁이 머리를 쥐어짜서 짜낸 것보다 배는 더 늘어난 결과였다.
‘하, 이게 되네.’
최민혁도 자신이 정리한 위성 사업 관련 원천기술을 살피면서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한편으로 위성 사업과 관련된 부분에 제약된 점에 혀를 찼다.
‘그건 아니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과해.’
MPEG 관련 핵심 특허는 대략 이백 가지.
그중에 무려 25%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최민혁은 자신이 만든 위성 관련 자료에서 다시 내놓을 수 없는 것을 정리했다. 특히 다른 아이템과 연결된 부분을 다 추려냈다. 결국, 남은 것은 자신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려둔 위성 특허를 포함한 스물다섯 가지 특허만을 남겨 두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기존 연구 팀이 해놓은 자료를 다 취합해서 정리했다는 것.
어차피 베이스 자체가 이동호 교수가 해놓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최민혁은 문제를 피하려고 비틀어 놓은 부분을 정리해서 하나로 취합했다.
불필요한 자료가 싹 다 정리되자 핵심만 남았다.
‘…수정은 어렵지 않을 거야. 어차피 이 골격을 토대로 짜깁기했으니까.’
ETRI 위성 사업부 석학이 바보는 아니다. 아마 이 자료라면 알아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료는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었다.
상업적인 위성 방송 시스템 중에는 가장 표준에 가까운 것이니까.
오히려 손을 대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MPEG 위원회에서 7년에 걸쳐서 작업한 결과물이니까.’
최민혁도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다.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걸 이용만 하면 되니까.
* * *
디지털 위성 수신기만 해도 수신 장치 개발 효율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다르다.
여기에 중계기까지 같이 포함하면 다채널 방송은 더 큰 영향을 준다.
에러 정정 기능, 유연성 문제, 특히 신호 간섭에 대한 다양한 문제는 그저 간단히 논할 문제가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수신기 칩 개발은 더 복잡하다.
어느 정도 조율하느냐에 따라서 그 막대한 비용이 절감된다.
이러한 것은 머리로 구상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수년에 걸쳐서, 수백 명의 연구원을 갈아야만 나오는 결과다.
이동호 교수는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기에 최민혁이 하는 설명의 의미를 이해했다. 사실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런가 했다.
이미 이런 일은 몇 번이나 경험했으니까.
“맙소사!!”
송한성 교수는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경악성을 남발했다. 그는 조용히 있는 이동호 교수에게 설명을 계속 요구했다.
그러나 이동호 교수는 말없이 최민혁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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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회사에서 특허 출원을 하기는 했지만 아마 이 특허는 기존 특허와는 달리 하나의 포트폴리오 형태로 같이 취급될 겁니다.”
이동호 교수 눈빛이 반짝였다.
“로열티 적용 체계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말씀이군요.”
“이 위성 관련 특허만 해도 케이블 TV, 위성용 셋톱박스, DVD 플레이어를 포함해서 광범위하게 적용이 됩니다.”
“하긴 비트스트림이 적용되는 방송용 인코더 역시 문제가 되겠군요.”
“영향력이 그만큼 큽니다. 따라서 굳이 이런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광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ETRI와 적당히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충격에 빠진 송한성 교수 연구 팀은 그저 최민혁이 내놓은 자료를 살피면서 탄식했다. 그들 역시 이동호 교수 도움을 얻어서 나름 작업했고, ETRI 통해서 실제적인 결과는 내놓았지만, 이것과는 비교하기 힘들었다.
최민혁이 만든 결과는 마치 송한성 교수와 ETRI 연구 실적을 취합해서 핵심을 정리해 놓은 것과 같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KM 시스템은 단순히 이론에만 거치는 것이 아니라 송한성 교수 연구 팀이 만든 연구 결과를 교묘하게 적용했다.
그러면서 핵심 기술은 전부 최민혁이 취합한 것이었으니, 송한성 교수 연구 팀은 그저 멍하니 연구 결과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은 송한성 교수 연구 팀의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이 정리한 기술 자료를 꼼꼼하게 설명했다.
최민혁이 내놓은 열 가지 위성 특허가 실상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최민혁이 하는 이야기는 그 기술이 완벽하게 소화된 새로운 위성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였다.
디코더, 중계기를 망라한 모든 시스템을 다 포함하는 것이었다.
너무 짧고 간단하게 넘어가서,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다행히 이동호 교수나 송한성 교수는 이 일에 미쳐 있던 사람이라서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두 사람은 최민혁을 경악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물론 최민혁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저도 우리 연구 팀이 한 결과를 자세히는 모릅니다. 두 분이 하신 연구, 우리 위성 사업부 자료, ETRI가 지금까지 한 연구물을 취합한 것이니까.”
넌지시 질문을 피해 가도 이동호 교수는 그저 그런가 싶었다.
송한성 교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해서 이동호 교수와 최민혁 실장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이동호 교수는 그저 KM 전자 내부에 비밀 연구 팀이 따로 있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는 최민혁 실장이 갑자기 찾아와서 설명한 이유를 고민했다.
“…ETRI 연구지분도 무시 못 합니다. 비록 죽어라고 삽질만 했다고 해도 이것 역시 연구 성과물이라면 성과물입니다.”
당연하다. 의미가 없는 기술 자료라고 해도 그것이 뼈대를 이루니까, 그것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번 무궁화 위성 발사를 주도하는 록히드 마틴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이 자료 태반을 꿀꺽할 테니까.
그 대가로 한국 정부를 통해서 뭔가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최민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압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최민혁이 정리한 기술의 핵심 자료는 이미 어느 정도 구체성을 동반했다.
이미 특허로 출원했으니, 특허 등록은 따 놓은 결과였다.
이동호 교수는 힐끗 최민혁이 빼곡하게 정리해 놓은 무려 4개의 칠판 내용을 살피면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알려지면 아마 난리가 날 거야. 지금까지 소극적인 오성 전자도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거고, LC 전자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야.’
아마 ETRI도 자기 지분을 계속 주장하면서 다른 대기업과 연합할 것이 분명했다.
최민혁의 성정을 봐서는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지금 봐서는 최 실장은 싸움을 못 해서 안달이 난 사람 같다니까.’
“…앞으로 어쩔 생각입니까?”
잔뜩 흥분했을 줄 알았던 최민혁은 뜻밖에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그는 애초에 이 싸움이 어떻게 결판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왕이면 싸움을 좀 더 크게 키우는 것이 좋지. 록히드까지 끼어들어서 정부를 압박하면 그게 최고의 베스트고.’
“원칙대로 해야죠. 두 분이 생각하기에 이 시스템 지분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동호 교수는 아직도 이성을 잃고 있는 송한성 교수를 쳐다보았다.
송한성 교수도 뒤늦게야 후속 문제에 대한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물론 자기 지분을 파악하자 내심 ETRI의 박재호 실장을 맹렬하게 욕했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ETRI 지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많이 쳐줘야 15%를 넘지 않습니다. 이거 다 대학 연구 팀에 외주 줘도 될 일입니다.”
한편으로 수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 양이 많다는 점을 굳이 지적하지 않은 이동호 교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나 이 친구도 대략 15%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55%는 제 몫인가요?”
“네. 어차피 핵심 특허 열 가지는 최 실장님이 다 내놓은 겁니다. 이제는 단순히 기술 특허라기보다는 구체적인 기술이지만.”
최민혁은 객관적인 이동호 교수 평가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55% 지분이면 차고도 넘쳤다. 물론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ETRI가 말이지.’
최민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시스템에 수긍한다면 계약서를 추가로 작성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마 미비한 것이 많을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을 부탁합니다. ETRI 측과도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할 테니까.”
이동호 교수는 이미 MPEG 비디오 특허 때문에 유명한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많이 했다. 그가 보는 식견에서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들어가는 이 결과를 그들조차 거부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ETRI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마 ETRI는 실장님의 제안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