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64화 (16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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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호 부장이 오혜정 비서를 노린 것은 단순한 이유가 아니다. 그녀를 통한다면 최민혁 실장의 비서이니 보다 고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창명 이사가 오혜정 비서 프로필을 보고 찍은 것이 더 큰 이유였다.

그는 오성 전자 광고 때문에 안면이 있는 KJ 엔터테인먼트 유영진 팀장을 오혜정 비서에게 접근시켰다.

물론 오혜정에게 당장 비서를 그만두라고 하지는 않았다.

최고의 조건을 이용해서 당분간은 비서로 있으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오혜정 비서는 유영진 팀장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고, 심지어 회사 인사 팀의 도움을 얻어서 유영진 팀장을 고소해 버렸다.

실로 예상 밖의 전개였다.

이창명 이사는 자신이 지시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결국 자신이 직접 나섰다. 그는 광고 촬영장에 우연을 가장해서 오혜정 비서에게 접근했다.

33살의 나이로 오성 전자의 이사란 점을 내세운 것이었다.

이제까지 그 어떤 여자도 거절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심지어 연예인 못지않은 키와 마스크 덕분에 꼭 자신의 신분이 아니라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오혜정 비서는 꼭 KM 전자 때문이 아니라도 매력적이었다. 아무래도 직장인으로서 분위기 때문에 더 남자에게 호감을 산 것이었다.

하지만 오혜정 비서는 단호하게 이창명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창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에게 차인 것이었다.

이창명도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오히려 오혜정 비서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는 강압보다는 오히려 더 적극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가 최병연 스카우트 사건 때문에 안건민 회장에게 질책을 듣고 말았다. 인재 욕심이 많은 안건민 회장으로서는 이번 일을 그만큼 심각하게 봤던 것이다.

이창명 이사는 자기 실수를 덮기 위해서라도 오혜정 비서에게 집착했다. 그는 오혜정 비서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안국호 부장에게서 위성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거 진짜야?”

“네. 기획실에서도 이미 확인한 내용입니다.”

“이상하네. 내가 알기로 위성사업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몰라서 ETRI에게 연구 용역을 주는 것이 아니야. 해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힘들어.”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KM 전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국호야.”

“네?”

“너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사고를 치면 내가 다리를 부러트려 버릴 거다. 그래도 확신해?”

“아니, 저는 기획실에서…….”

“기획실의 누가?”

“기획3팀의 임권수 부장입니다.”

“KM 전자 기획조정실에 있다가 왔다고 한 그 친구 말이야?”

“네. 아, 무, 물론 제가 따로 확인했습니다.”

오성 전자 측에서도 한국대 쪽과 많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인맥을 통해서 확인한 바로는 임권수 부장의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송한성 교수 밑에 있는 조재현 박사를 검증한 내용입니다. 틀릴 리가 없습니다.”

[169]안국호 부장도 이미 된통 크게 당한 터라 이번에는 대충 알아보지 않았다. 기획실뿐만 아니라 자기 정보 계통을 최대한 총동원해서 철저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이창명 이사는 바보가 아니다.

“김현우 그 새끼 통해서 본 손실이 얼마인 줄 알아? 그런데도 그런 소리가 나와?”

“…제가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됐고, 오혜정 비서 동선이나 다시 확인해.”

“…알겠습니다.”

안국호 부장은 이창명 이사의 지시에, 그가 여전히 오혜정 비서를 노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여간에 여자는 정말 많이 밝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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