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 3세는 조용히 살고 싶다-149화 (149/1,021)

* * *

최민혁은 시즈벨과의 협상을 끝낸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의 계획대로 흘러갔다고 하지만 얼마든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만약 시즈벨이 끝까지 계약을 거부했다면 일이 어렵게 풀렸을 것이다.

그는 계약을 끝내고 나서도 이 협상 내용을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다. 시즈벨 쪽도 아직 비디오 특허가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최민혁의 제안을 받았다.

잠시 휴식도 취했다.

먼저 시즈벨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 도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조성돈 팀장과 같이 모여서 이번 계약 협상 성공에 대한 술자리도 가졌다.

기분이 좋은 최민혁은 오랜만에 술에 취해서 광인처럼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김명준 과장이 최민혁을 따로 데리고 나간 후에도 네 사람은 포도주를 음미하면서 조금 전 그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그들은 최민혁이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MP3 산업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녔기에 그런 반응일까 생각했다.

정성근 대리는 평소와는 많이 다른 최민혁의 모습에 놀랐다.

“저렇게 좋아하는 실장님 모습은 처음입니다.”

배종대 과장이 구박했다.

“아니, 정 대리, 넌 지금까지 일을 같이 진행하면서도 돌아가는 분위기 몰라? 이번 유럽행에서 얻은 특허만 분석해도 다 알아.”

“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MP3 파일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우리나라 PC 통신과는 달리 인터넷은 벌써 난리가 났더라. MP3 해적 파일이 많이 돌아다녀.”

“아, 그러니까요. 그거 다 불법이잖아요.”

조성돈 팀장도 술에 취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글쎄, 꼭 그렇게 보기도 어려워. 설사 해적 파일이라고 해도 결국 돈 내고 MP3 파일을 살 사람은 사야 하니까. 일단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MP3 관련 특허료를 내야 해.”

“그 시스템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정성근 대리가 지적한 것은 MP3 활성화가 아니라 과연 돈을 사용자가 제대로 낼까 하는 점이다.

이번 모임에 슬쩍 낀 안현수 팀장이 그제야 나섰다.

“정 대리도 생각을 좀 해봐. MP3 관련된 핵심 특허를 이제 다 모았어. 이제는 MP3 관련된 사업을 시작한 누구라도 그 특허를 피할 수가 없어. 개인은 피해 간다고 해도 MP3와 관련된 법인은 무조건 특허료를 낼 수밖에 없어.”

“하지만 오성 전자 같은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대안이 있지 않을까요?”

“아마 힘들 거야. 지금 인터넷을 통해서 MP3 파일이 계속 퍼지고 있는데, 이게 단순한 흐름은 아니니까.”

조성돈 팀장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 설마 불법 MP3 파일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다른 세 사람과는 달리 국제 변호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 미국 생활을 좀 해본 안현수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는 친구 이야기 들어보면, 미국에서도 알음알음 MP3 파일이 많이 퍼진 것으로 압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억제가 된다고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인터넷 속성 때문입니까?”

“네. 아무래도 대학생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은 MP3 파일을 사기가 부담스러우니까요. 그쪽을 중심으로 계속 퍼지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아직은 대규모로 MP3 파일이 퍼진 것은 아니었다. 대학 커뮤니티 중심으로 해서 소규모로 퍼지고 있었는데, 점점 그 덩치를 키워 가고 있었다.

만약 MP3 파일이 대량으로 돌아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면 시즈벨이 그런 것까지 모를 리가 없다.

안현수 팀장은 전 미국 동료 통해서 이와 관련된 소송 몇 건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번 협상을 하고 나서야 생각이 좀 달리했다.

“아마 실장님은 그런 부분까지 다 고려했을 겁니다. 꼭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음악은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테이프 방식보다 더 간단한 MP3 산업이 태동한다면 굳이 카세트 플레이어를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말을 하는 안현수 팀장조차 그런 미래가 어떤지는 제대로 몰랐다. 그 역시 지금까지 일을 통해서 추론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싫든 좋든 MP3 산업이 커질수록 특허료를 내야 할 법인은 많아질 겁니다. 그들이 아무리 단합을 하든 꼼수를 부리든 결국 특허료를 내야 할 겁니다. 그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최민혁 실장님이 보는 MP3 산업의 미래겠죠. 그렇다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겁니다!”

“…….”

은근히 최민혁에게 찬동한 조성돈 팀장이나 배종대 과장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정성근 대리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안현수 팀장의 말을 묵묵히 곱씹어보기만 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최민혁이 나체로 춤을 덩실덩실 춰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 * *

며칠 정도 휴식을 취한 최민혁은 그제야 한국의 상황을 살폈다.

한국 언론은 연일 KM 전자의 주가 폭등 기사를 다루었다.

잊을 만하면 주가가 폭등해서 벌써 40,000원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주가 상승세도 무조건 일방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시즈벨과 계약이 성사된 날, KM 전자의 주가는-10%까지 추락했다가 무려 +13%까지 올랐다.

실로 극적인 주가 변화에 조성돈 팀장을 불러 확인해봤다.

“도대체 주가가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래도 외국계 증권 쪽에서 단기 차익 물량이 나올 때 장난친 것 같습니다.”

워낙에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에 매수자 역시 눈치를 봤고, 매물이 워낙에 없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개미 물량에 대한 작업을 한 것이다.

실제로 40,000원대에서 이루어진 이 작업은 효과가 있어서 35,000원과 46,000원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KM 주가를 흔들었다.

20,000원에 주식을 팔아서 대박 쳤다고 생각한 김홍수 사장도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했다. 워낙에 주가가 높아서 다시 주식 매입을 망설이다가 포기했다.

“아, 당했다.”

어째 주식을 매각할 때 싸하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갈등을 거듭한 끝에 결국 주식을 판 대금으로 10만 주를 사들였다. 30만 주를 팔아서 겨우 10만 주를 매수한 셈이다.

“진짜 병신 같네.”

하지만 주식을 쥐고 있던 개미도 망설이다가 결국 주식을 던졌다.

뭐 그렇다고 해도 25배 이상의 수익을 봤으니,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실제로 언론 기사를 통해서 대박이 난 인터뷰 기사도 있었으니까.

[돈은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KM 전자 주식을 사들였는데, 그 물량이 25%에 불과합니다. 설마 KM 전자 주가가 이렇게 폭등할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시즈벨 계약이 끝난 다음 날에 수백만 주의 물량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날 KM 전자 주가도 장 시작부터 -7%까지 하락했다가 오후 가서는 다시 +13%까지 치고 올라갔다.

거래량을 동반한 장대 양봉이다. 전형적인 주가 폭등의 신호다. 지금까지 오른 주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와아.”

김홍수 사장은 자신이 정말 운이 좋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실제로 다음 날에 주가는 다시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면서 6만 원을 가볍게 뚫어 버렸다.

시즈벨 계약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낀 최민혁조차 혀를 내둘렀다.

“아주 독이 올랐군요.”

“아무래도 시즈벨에서 정보를 흘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자기 주 고객에게 서비스로 말했겠죠. 아니면 시즈벨이 직접 투자에 나섰을 수도 있고요. 뭐 그런 시시콜콜한 일을 굳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경영권…….”

최민혁은 씩 웃었다.

“설마 제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경영권은 신경 쓰지 마세요. 설사 대통령이 간섭해도 우리 회사 경영권은 건드리기 어렵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조성돈 팀장도 머리를 긁적이면서 최민혁의 눈치를 봤다. 실상 KM 전자의 지분 대부분은 최민혁이 들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긴 벨린 투자도 실장님 소유니…….’

이보다는 다른 문제를 꺼냈다.

“지금 한국 언론사는 난리입니다. KM 전자의 주식이 폭등한 것 때문에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독일에 있을 때 몇 번 했잖습니까?”

“그때와는 또 다른 상황입니다. 왜 갑자기 KM 전자 주가가 이렇게 폭등하는지 다들 궁금해합니다.”

“이상하네요. 다른 것을 떠나서 특허 항목만 살펴봐도 짐작을 할 텐데요?”

하지만 시즈벨 협상을 통해서 그제야 감을 잡은 조성돈 팀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까지 우리 기획 팀도 실장님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습니다. 제한된 정보만 접하는 이들은 알기 어려울 겁니다. 그나마 시즈벨은 MP3 시장을 어느 정도 그림 그려 보고 있었으니 안 것입니다.”

‘어차피 콜린스의 거품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겠어.’

“그런가요? 그렇다면 기자회견 합시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한국 언론이 난리 치는 이유는 KM 전자가 과거 1차 대세 상승기의 오성 전자나 HY 자동차처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작년 대세 상승기를 이끈 종목이 저가 PER 종목과 자산주다. 이들 종목에 바톤을 이어받은 종목은 바로 블루칩이다.

그런데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증권주였다.

KM 전자가 갑자기 나오면서 상황이 아주 달라졌다.

한국 경제 언론사가 KM 전자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벤처 기업도 아니고 탄탄한 KM 그룹 계열사 주가가 이렇게 폭등한 것은 처음이었다.

벨린 투자의 우영민 과장은 외국계 증권사 직원이 매일 찾아와서 불편하다고 김명준 과장 편으로 알렸다. 그도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실상 최민혁과 벨린 투자가 가지고 있는 주식 물량은 최두진 사장의 지분 외에도 꾸준하게 매입해서 덩치를 키워 놨다.

이전에 경영권 간섭 문제를 당한 최민혁 처지에서는 굳이 주식을 내놓기는 싫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주식을 가진 것도 부담이었다.

‘10% 물량 정도는 여유가 있지만 아직은 아냐.’

최민혁도 주가 60,000원이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주식을 팔아도 MP3 플레이어 출시될 내년이 딱 좋겠지.’

더 아이러니한 사실도 있었다.

언론은 KM 전자 계열사 주가가 KM 전자의 상승세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점에 주목했다.

[KM 그룹과 KM 전자는 독자의 길을 가는가!]

KM 그룹 내부의 후계 갈등 구조를 다룬 이 기사는 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실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최민혁도 최문경 부회장이 독이 잔뜩 올랐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하게 웃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우리 첫째 큰아버지는 뭐 해요?”

“거기도 장난 아닙니다. 부회장실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까?”

“이곳저곳에서 오는 연락 내용을 봐서는 아직은 KM 전자의 상황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살펴보세요. 우리 첫째 큰아버지 탐욕은 진짜 대단하니까.”

조성돈 팀장도 최문경 부회장 문제를 고민하다가 결국 다른 건도 말했다.

“KM 건설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 쪽에서 계속 미팅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자기들이 싫다고 해서 거래 끝난 것 아닙니까. 원한대로 해줘야죠.”

“박상기 차장 말로는 기획실에서 전화를 안 받으니, 본사 앞에서 집요하게 매달린다고 합니다. 더욱이 KM 그룹을 비롯한 가용한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하는데, 마냥 무시하기도 힘듭니다.”

“그쪽에 줄 물량은 있습니까?”

“아니, 그건 좀 힘듭니다. 지금 톰슨과 선주문 물량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안산 공장은 한계입니다. 거기에 국내 판매도 있습니다. 소형 라인을 다 변경해서 생산하고 있는데도 주문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죠. 공장 쪽에는 다시 분명하게 말하세요. 우리 제품이 최고의 명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테면 콜린스를 사들인 고객이 자부심을 품도록 홍보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굳이 모든 고객을 다 만족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여전히 아쉽기만 한 조성돈 팀장을 보자 최민혁은 한 마디 더 해주었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콜린스 한 대 팔아봐야 순이익은 8% 남짓 됩니다. 그게 커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MP3 플레이어 같은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앞으로는 고수익 브랜드 모델로 나아갈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최민혁은 조성돈 팀장에게 한 가지를 더 주지시켰다.

“이번 콜린스 이슈를 통해서 가장 얻어야 할 것은 브랜드와 영업선 확보입니다. 외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지금부터 인프라를 꾸준히 깔아야 합니다. 거기에 오성 전자가 우리 TV 사업부에 탐욕을 부릴 미끼를 계속 던져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사실 조성돈 팀장도 MP3 플레이어 수익 구조에 대해서 질문할 것이 많았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았다. 이번 시즈벨 협상을 통해서 그 역시 느낀 바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오성 전자도 우리 허락 없이는 MP3 관련 사업을 시작도 못 할 정도이니까.’

* * *

최민혁이 굳이 유럽에 와서 죽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욕심을 내는 이들이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훈 과장 같은 인물이 뭔가를 할 것이라 본 셈이다.

실제로 KM 전자를 노리는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최민혁은 그런 움직임을 자세히 살피면서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휴가를 즐겼다.

결국 참지 못해서 찾아온 한국 기자에게 멋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Everybody, 김치!”

찰칵 소리에 조성돈 팀장을 비롯한 다른 일행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오히려 기자조차 고개를 갸웃했다.

최민혁의 여유로운 모습이 다시 기사화되어서 나가자 한국 언론은 오히려 그를 더 주목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는 마치 시즈벨 협상 내용을 알기라도 한 양 미친놈처럼 온갖 분탕질을 벌이면서 더 KM 전자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들은 KM 전자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평가도 하였다.

[과연 콜린스 이후 후속 모델이 없는 KM 전자는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 이끌어갈 수가 있을까. 최근 40인치 이상의 PDP 모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KM 전자의 이익은 지속 가능할까?]

[KM 전자가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50만 대로 딱 정해져 있는데, 과연 그 이상의 해외 주문량을 공급할 수 있을까?]

비관적인 증권 리포트가 막 쏟아져 나오는데, 이게 뜻밖에 그럴듯했다. 시즈벨과의 협상을 잘 모르는 이들은 주식을 매각했다.

하지만 아닌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외국계 증권 리포트가 가짜라고 반격을 한 것이었다.

그러니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 외국계 증권사가 박 터지는 혈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도 KM 전자 주가는 결국 60,000원에 안착했다.

거래량이 연 이어서 터지면서 주가가 다시 몇 번의 조정장을 거쳐서 상승세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KM 전자와 관련된 협력업체 주가 역시 같이 요동쳤다.

결국 1주일 꼴로 잊을 만하면 KM 전자 주가 폭등세가 나오니, 최민혁의 명성이 더해갈수록 비교 대상인 한국 재벌 3세는 죄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김기범은 특히 더 욕을 먹었다. 그는 최민혁과 아는 지인임에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해서 아버지 김용만 DL 전자 전무에게 매일 깨졌다.

DL 전자 김용만 전무는 장남인 김희찬 부사장에게 매일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덕분에 후계 구도는 끝도 없이 멀어지기만 했다.

욕받이가 된 김기범은 결국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최민혁이 국내 들어오기 전에 최민수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마음먹었다.

최민수를 설득해서 야밤에 KM 전자 내부의 새로운 팀 서류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었다.

“기, 기범 형, 만약 내부 정보를 빼돌리다가 큰일 나. 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단 말이야!”

“이 병신아, 너 이 회사 직원이잖아. 야근할 수도 있잖아. 그걸 명분으로 새로운 팀 사무실에 들어가서 살펴보는 거야!”

“하, 하지만 새로운 팀은 아주 달라.”

“너 진짜 병신이다. 아니, 너희 아버지가 감옥 간 것도 다 최민혁 그 새끼 짓이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 있을 거야?”

“증거가 없잖아.”

“지랄한다. 세상 사람이 다 알아!”

최민수는 입술을 깨물었고, 김기범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미처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새로운 팀 보안 체계는 이미 다 바뀌었다.

최민수 신분증으로는 새로운 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오히려 회사 경비 시스템만 가동했다.

그때 나타난 이는 바로 KM 전자 경비원. 그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는 최민수를 그 자리에서 잡았다.

“꼼짝 마!”

다행이라면 최민수가 직원이라서 넘어가기는 했다.

이 사실은 이탈리아에 있는 최민혁에게 바로 보고가 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