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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374화 (373/405)

2부 114화

용과 마

마신(魔神)의 등장으로 인해 잠시간 생긴 빈틈.

마족들은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퍼퍼퍼펑-

[크으으윽…!]

그린 에이션트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엘릭이 버프를 건 창은 녀석의 몸뚱이에다 구멍을 숭숭 뚫어버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뒤편에 있던 용들까지 모조리 격추시켰으니.

푸푸푸푹!

결국 기세등등하던 용들이 하나둘씩 추락하기 시작했다.

“….”

“….”

점점 멀어지는 아군들을 보며 일순간 용 군단 전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무리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고 하나, 설마 에이션트 드래곤이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전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르다.

이전과 달라진 건, 용 군단만이 아니었다.

마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는 생각.

-이대로는 위험하다!

* * *

용 군단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닫고는 각지로 흩어지려고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먼저 간 용들처럼 곤경을 치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파바바박!

퍼버버벅!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살기 가득한 창이 그려내는 거대한 포위망은 어디론가 도망치기도 힘들게 만들었다.

[모두 흩어…!]

[제, 제기랄!]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이 안 돼!]

[방어 결계도…!]

[디스펠! 디스펠이다!]

[대체 언제 광역 디스펠을 걸어둔 거지?]

눈치 빠른 용들은 이미 이 드넓은 범위에 걸쳐서 거대한 규모의 결계가 구축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마왕… 아니, 마신이 디스펠을 걸고 있는 거다.]

[저놈을 빨리 제거해야 해.]

산양의 뿔을 가진 늑대의 형상(形狀)이 이곳을 주시할 때마다 용들은 드래곤 하트를 구동하는 게 턱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몇몇이 아예 저 형상을 망가뜨리기 위해 별동대를 꾸려 성곽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려 들기도 했지만.

쿠르르릉….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저 멀리서 낮고 불길한 소리가 울리더니.

하늘이 번쩍이며 검은 낙뢰가 마구잡이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콰콰콰쾅!

쿠쿠쿠-

막을 새도 없이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마법.

이를 알아본 용들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더 나아가, 그들은 단순히 놀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멍하니 마법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만큼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저, 저건 뇌벽의 세가 아닌가…!]

[마족이 메르빙거의 마법을 어떻게!]

설마 마족의 손에서 메르빙거의 고유 마법, 그것도 가주 비전이 터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질 틈이 어디 있겠나.

가뜩이나 마창에 정신이 없는 틈에 강한 마법 공격까지 더해진 판국인데.

디스펠 때문에 마법도 제대로 구현하질 못하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숨결을 내뱉는 것이 전부.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뇌벽의 세가 떨어지니 결국 이대로 있다간 전멸을 면치 못한다 싶던 그때.

쩌어어어엉-

상당한 범위를 자랑하는 보호막이 군단 위로 나타났다.

여태껏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던 금발 사내가 나선 것이었다.

한 손에는 결계를, 다른 한 손에는 마법진을.

결계로 엘릭의 마법을 막는 것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디스펠을 해제하려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검은 장막과 그것을 밀어내려는 황금색 광채.

둘의 충돌은 한 치의 밀림도 없어 보였다.

퍼퍼퍼퍼펑-

쿠쿠쿠쿠!

“재미있네.”

금발 사내는 웃었다.

그리고 엘릭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녹안을 빛냈다.

* * *

사방에 용들이 내뿜은 브레스와, 마족들이 날린 창 따위가 마구 뒤엉키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말 그대로 난전(亂戰).

엘릭과 마족 기사들의 선제공격이 벌어진 이후, 성이 난 용들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것이었다.

“으,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엘릭은 허리를 주먹으로 두어 번 두들기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성곽은 물론, 외부까지 ‘영역’을 유지하면서 광역 마법을 펼치려니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그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말아먹었겠지.’

이렇게 마법을 남발하고도 마력이 동나기는커녕 아직까지 우물물 솟듯이 마력이 남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저 메르빙거만 아니어도 승기는 완벽하게 우리 쪽인데, 쩝.’

엘릭은 상당한 거리를 두고도 이쪽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메르빙거를 보면서 혀를 가볍게 찼다.

사실 녀석과는 지금도 마력 대결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겉보기엔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았지만.

디스펠 결계와 이를 해제하는 마법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하늘에는 먹구름이 꼈다가 개어지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하는 중이었다.

‘뭐, 그래도 이제 더 이상 걱정할 건 아니지만.’

마족들은 이미 자신들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도 분에 못 이긴 용들이 직접 달려들기도 했지만.

“던져, 던져! 멈추지 마!”

“좌측에서도 온다! 발리스타랑 투석기 방향 틀어!”

병사들은 전혀 겁먹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번엔 위다! 투석기 발사!”

“발사!”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모습.

상황이 이러니 아무리 용 군단의 공격이 거세도 쉽사리 성을 붕괴시키지 못하는 중이었다.

‘보기만 해도 뿌듯하네.’

꼭 션과 장난으로 하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가나?”

성곽을 몇 번이고 흔들던 지진이 그쳤다.

용들의 숨결이 끊긴 건 그때였다.

원거리 공격으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하늘에 있던 녀석들이 일제히 성을 향해 하강을 시도했다.

더 이상 마법이 먹히질 않으니 육탄전이라도 시도하려는 걸까?

쐐애애액-

“그거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의도가 훤히 보이는 모습.

아무래도 지난 침공 때에 마족들이 보였던 허약한 모습을 떠올리고 공습을 시도하는 모양이었지만.

엘릭은 비웃음을 날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사단, 앞으로!”

“앞으로!”

여태껏 기사들의 뒤에 기립해 있던 전사들이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

기동성을 위해 경갑옷 위주로 무장한 그들의 손아귀에는 도끼 따위의 둔기가 들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눈빛.

“놈들을 모두 찢어발겨라!”

“와아아아아!”

이어진 명령에 함성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성곽 밖으로 몸을 날렸다.

용들이 성에 도착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콰아아앙!-

하나둘, 성벽에 매달린 용들이 마족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면서 거대한 앞발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설치된 발리스타가 무너지며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성벽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자칫하면 성벽의 잔해에 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전사들은 오히려 보란 듯이 그 위를 질주하면서 용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죽어라, 빌어먹을 놈들아!”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뻐억! 퍼억!

빠아아악-

전사들은 둔기를 이용해 녀석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얼굴을 노리는 등 접근전을 시도했다.

몇몇은 아예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단검 따위를 박아 넣으며 용의 몸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크와아아!

용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거세게 흔들자 그 위에 있던 전사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하지만.

“어딜!”

“여기서 끝내려고 하면 섭하지!”

그보다 더 많은 전사들이 달라붙으면서 용들의 몸에다 마구잡이로 상처를 냈다.

촤악, 촤아악!

[이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화르르륵!

불꽃을 머금은 숨결이 거세게 일렁였다. 단숨에 성곽 위를 휩쓸 것처럼 굴었지만, 그보다 먼저 후방에 있던 기사들이 지원을 시도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마창이 날아들면서 몸뚱이 곳곳에 틀어박혔던 것이다.

[제기라아아알!]

쿠어어어어-

고통에 찬 용의 포효소리가 성곽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퍽, 퍼퍼퍼퍼퍽!

이에 질세라 전사들이 더 악착같이 달라붙으면서 끝끝내 용의 머리를 부숴버리는 데 성공했다.

퍼어어억!

[…!]

용은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쿠웅!

다른 용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자신 있게 덤벼들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

심지어 죽은 용 중에서는 그들이 자랑하는 에이션트도 섞여 있었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분명히… 분명히 이전까지만 해도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놈들이었을 텐데?]

고작 며칠 만에 자신들을 이 정도로 몰아붙일 수 있게 될 줄이야.

완전히 뒤바뀐 상황.

허공에 있던 용들은 도통 섣불리 다가갈 수가 없었다.

“뭐야? 지금 겁먹은 거냐?”

“아까 보여줬던 모습은 어디 간 거지?”

전사와 기사들이 낄낄거리며 용들을 조롱했다.

그러다 이내 표정을 싹 바꾸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렇다면 우리가 친히 가주는 수밖에.”

“목 닦고 기다려라.”

파앗!

말을 마치기 무섭게 전사들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이젠 오히려 용 사냥까지도 노리고 있었다.

* * *

“…대체 뭘 만들어 내신 겁니까? 저걸 짧은 기간에 어떻게 다 가르치신 거예요?”

엘릭은 이제 질린 표정이 되고 말았다.

마족들의 실력이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악마수의 열매도 열매지만,

이건 순전히 숀과 율호왕의 덕분이라고 봐야 했다.

“훗! 그거야 당연히 나 같은 위대한 스승을 모셨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

숀의 콧대가 오늘따라 참 높아 보였다.

하지만 율호왕은 옆에서 검지를 좌우로 까닥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당연히 이 어르신 덕분이지. 목검으로 병사들을 패는 것 말고는 없었으면서. 설마 그걸 가르침이라 하는 건 아니겠지? 응?”

“그러는 너는? 병사들한테 윽박지른 거 말고는 없었잖아.”

“지금 선두에 서 있는 저놈, 내 가르침을 받은 놈이라는 거 잊은 건 아니지?”

“무슨 소리야. 저기 저쪽에서 조금 전에 에이션트 잡은 활쟁이 못 봤어? 다 내가, 응? 공을 들여서, 응?”

내 덕이 크니, 네 덕이 적니 하며 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엘릭은 대체 언제 철들지 모르는 두 사람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만.”

“…?”

“…?”

“마족들 중에 왜 마법을 쓰는 놈이 한 명도 없는 거죠?”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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