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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365화 (364/405)

2부 105화

용과 마

콰드드득!

그 순간, 엘릭의 등 뒤로 마기 십여 줄기가 등가죽을 뚫고 튀어나오면서 날개의 형상을 갖추었다.

파아앗!

엘릭은 날개로 거칠게 홰를 치면서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러곤.

쐐애애액-

가장 선두에 있던 녀석에게로 급하강하면서 정면으로 덤벼들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

용이 화들짝 놀라 다급하게 숨결을 뿜어내려 했지만.

콰아아앙!

그보다 먼저 엘릭이 바짝 세운 손날이 녀석을 거세게 후려쳤으니.

쿠웅!

콰르르르-

녀석은 지면에 틀어박히고도, 그대로 한참이나 떠밀려 나고 말았다.

깊고 길게 파인 고랑 위로 먼지가 풀풀 날렸다.

“…!”

“…!”

“…!”

주변에 있던 용들이 크게 놀라 두 눈이 요동쳤다.

쉽게 지르밟고 지나갈 수 있을 거라 여겼던 대상이 이렇게 강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으니.

“와, 와아아아!”

“사령관님께서 용을 물리치셨다!”

“이길 수 있다!”

반대로 성 쪽에서부터 병사들의 환호가 들려왔다.

그들에게 처음으로 희망이 생긴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개전(開戰)의 양상.

엘릭은 슬쩍 병사들 쪽으로 손을 들어 화답을 해주다가, 여전히 얼어있는 용들을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그렇게 한눈 팔아도 될까 모르겠네?”

용들이 화들짝 놀라 방어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촤촤촤촤-

엘릭이 다시 움직였다.

검은 빛줄기가 하늘을 거칠게 찢어놓았다.

* * *

“줄을 끊어라!”

“쏴라!”

엘릭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마족들이 일제히 투석기의 줄을 끊었다.

쾅쾅쾅!

그러자 용들의 머리 위로 바위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것도 하나 같이 마기를 투입해서 내구도를 단단하게 만들었던 것들.

아무리 단단한 비늘을 지닌 용이라고 해도, 제 머리만 한 암석을 맞고 멀쩡할 순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엘릭이 한껏 그들 진형을 휘젓고 있는 상태.

엘릭을 상대해야 하나?

아니면 바위를?

용들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뒤에서 쫓아오는 군단도 꽤 있었기에 후퇴는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그런 멈칫거림은 선두에 있던 이들의 피해만 부를 뿐이었다.

촤촤촤촤-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겠는데?’

엘릭은 용 군단의 진영을 마구 누비고 다니면서 손에 닿는 것들을 모조리 쳐냈다.

다만, 손속에 사정은 두고 있었다.

아무리 이곳이 환상이라고 해도, 메르빙거의 아군인 용들을 처치하는 것은 할 짓이 되지 못했으니.

최대한 용체 내부로 마기를 투입시켜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퍼퍼퍼펑-

‘아무런 도움도 안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쏠쏠하게 되기는 하네.’

힘이 온전했다 하더라도 엘릭 혼자서 저 많은 용들을 상대할 수 없는 상황.

그나마 마음 놓고 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그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 붙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성의 병사들이었는데….

사실 별 기대를 안 하기는 했었다.

하나 같이 야위고 다 죽어가는 몰골을 하고 있는데, 사기만 진작시켜서 큰 도움이 될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만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으니.

쾅쾅쾅쾅!

“밀리지 마!”

“죽고 싶지 않다면 하나라도 더 발포하라고!”

아무리 볼품없어 보이는 무장을 한 이들이라도, 성을 지키는 데에는 진심인 모습.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걱정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지금처럼만 수성에 힘써 준다면 엘릭 또한 마음껏 날뛸 수 있었다.

‘그래도 이쪽의 전력이 열세인 건 어쩔 수 없는데… 흠.’

그렇게 생각한 엘릭의 시선이 용 군단의 중심에 서 있는 메르빙거에게 고정됐다.

녀석은 여전히 이쪽을 보며 웃고 있었다.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역전을 하려면 대장전밖에는 없어.’

사자공가의 검사들을 상대했을 때와 똑같았다.

머리가 없어진 집단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엘릭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기를 더 크게 끌어 올렸다.

다만, 그냥 마기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일정한 방향대로, 체내에 마력 회로가 있다고 가정하면서 마기를 회전시켰다.

휼.

흉신의 인장이 발동될 때와 마찬가지로 마기를 형성했으니.

웅, 우우우웅-

그 순간, 엘릭의 팔뚝을 따라 흉신의 인장이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방으로 잔잔하게 퍼져나가던 마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포악한 맹수라도 나타난 것처럼!

엘릭은 크게 포효를 내질렀다.

다만, 그 방식은 황금사자가 일전에 보여주었던 포효와 비슷하면서도 언뜻 달랐다.

사자후(獅子吼).

크허허허헝-

그 순간, 무방비 상태로 보이던 엘릭에게 달려들던 용들이 일제히 비늘을 바짝 세웠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한.

당장 엘릭의 뒤편으로 거대한 짐승이 숨어 있어서, 자신들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기력이 약하거나 어린 용들은 공포에 완전히 질려서, 두 눈이 뒤집히고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허튼짓을!』

『그런다고 우리가 겁을 먹을 것 같으냐!』

선봉에 있던 두 마리의 용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각각 옐로우와 그레이의 색을 지닌 녀석들.

후웅!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날갯짓 한 번에 엘릭이 균형을 잃을 뻔할 정도로 강렬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상대하는 맛이 있지.”

엘릭은 다섯 손가락을 곡괭이처럼 바짝 굽혔다.

그러자 그림자가 손목을 타고 올라오면서 다섯 개의 커다란 손톱을 만들어냈다.

두 용이 봤을 때는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아주 미약한 힘.

기세만 사나울 뿐, 양이 터무니없이 적었던 것이다.

반면에 그들 둘은?

한 마리가 뿜어내는 전력이 엘릭을 압도할 정도였다.

당연히 사뿐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콰르르르릉-

허공이 다섯 갈래로 찢겨나갔다.

녹야 – 비기

다섯 궤적

촤아아아악!

『커헉…!』

『어떻게 이만한 힘을…!』

옐로우와 그레이, 둘 모두 한쪽 날개가 크게 찢어지고 말았다.

피를 잔뜩 흘리면서 추락하는 그들의 몸이 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감히! 마족 주제에…!』

그때, 다른 녀석이 돌연 엘릭의 뒤쪽, 사각지대에서 나타났지만.

파앗-

텁!

엘릭의 신형이 흐려진다 싶더니, 용의 턱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물어뜯고 말았다.

순간, 기습을 노렸던 용의 눈이 화들짝 커지고.

“어딜 봐?”

뒤늦게 고개를 위로 번쩍 들었지만.

이미 그때는 엘릭이 위쪽을 점하고 주먹을 거세게 후려치고 있었다.

콰아아앙!

두개골이 박살 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녀석이 그대로 수직으로 떨어졌다.

먼저 떨어진 옐로우와 그레이가 있는 곳과 똑같은 곳.

녀석의 것으로 보이는 이빨 몇 개도 허공으로 튀는 것이 보였다.

『빌어먹을…!』

『마족 놈이 감히…!』

용의 군단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엘릭의 솜씨가 그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던 탓이었다.

그래서 몇몇은 아예 다급하게 숨결을 뿜어내기도 했지만.

파아앗-

엘릭은 큰 어려움 없이 그것들을 피하면서 다른 용들과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무명보(無名步)

하르간의 보법을 사용해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용의 숨결을 밟고 이동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파아아앗-

뒤늦게 용들이 흠칫거렸지만, 엘릭은 어느덧 그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그대로 손톱을 휘둘렀다.

촤촤촤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날개의 피막을 눈 깜짝할 새에 찢고 지나갔다.

이미 엘릭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전장은 엘릭의 손아귀에 있었던 것이다.

* * *

바로 그때.

짝짝짝!

박수갈채 소리가 뒤쪽에서 들렸다.

엘릭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돌아갔다.

“흥미롭군. 저쪽에 너 같은 전력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수많은 용들의 틈바구니 속.

골드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던 메르빙거의 사내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엘릭은 아주 신기해 죽겠다는 듯한 표정.

그동안 십여 마리의 용들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엘릭을 실험한 것에 가까운 모습이랄까?

‘역시 쉽게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적은 아니야.’

그렇다 보니 엘릭이 사내만큼은 섣불리 도전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면 뒤에 있는 성은 붕괴될 게 뻔했고.

안배 또한 실패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엘릭은 신중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물었다.

‘일단 정체부터 알아내야겠어.’

상대가 누군지 특정할 수 있다면, 이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도 특정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너, 이름이 뭐지?”

“글쎄… 지금 그게 중요할까?”

사내는 말끝을 흐리며 알 듯 말 듯한 미소만 지을 뿐 쉽게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쯧!

엘릭은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나 호락호락하게 넘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난 여기서 널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싶은데… 음! 아, 그래. 그러는 게 좋겠어.”

사내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수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따악-!

그것이 신호였는지.

곁에 있던 레드 드래곤이 불빛으로 번쩍이더니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적색의 머리칼, 그리고 근육질인 몸에 어두운 피부를 갖춘 모습.

그는 하반신에만 용의 비늘로 만든 것만 같은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표정에 호승심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마치 지금 순간을 간절히 기다린 것처럼.

그가 이빨을 드러낼 정도로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봤는데 꽤 잘 싸우더군! 이젠 나랑 한 번 붙어보도록 하지. 어떤가?”

잔뜩 호승심이 드러난 모습.

그런데… 그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족장님?”

순간, 엘릭은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폴리모프를 시도한 레드 드래곤의 얼굴이, 율호왕과 똑같았던 것이다.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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