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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362화 (361/405)

2부 102화

여름의 안배

‘벌써부터 저런 응용을…!’

숀과 율호왕은 엘릭의 인장 인용을 보고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었다.

두 가지 이상의 기술을 섞어 사용하는 건,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사용자의 창의력마저 요구하는 일이었으니.

심지어 아무런 연습도 없이 바로 실전에서 사용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나조차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수준의 실력자.’

숀은 이제 엘릭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직 엘릭의 나이가 젊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젊다는 건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니까.

‘미래의 모습이 절로 기대될 정도이군.’

율호왕도 같은 생각인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형제의 성장은 늘 그에게 즐거움이 되었다.

* * *

엘릭은 이제 어느 정도 황금사자와 대등한 싸움까지 보이고 있었다.

쐐애애액!

텁-

황금사자가 굳은 얼굴로 재빨리 자신의 가슴을 꿰뚫으려던 창을 손으로 꽉 잡았다.

“그건 안 되지.”

퍼어어엉!

그 순간, 얼음창이 폭발하면서 황금사자가 아래로 훅 가라앉았다.

그가 그대로 땅에 움푹 내리꽂히면서 공간이 무너질 것처럼 떨렸다.

지면에 남은 깊은 구덩이.

동시에 엘릭은 연거푸 손가락을 튕겼다.

콰릉, 콰릉, 콰르르릉-

변형된 뇌벽의 세가 연거푸 황금사자 위로 떨어진 것이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엘릭은 그에게 조금의 여유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동시에.

파아아앗-

엘릭은 마기로 몸을 물들이면서 마투술을 전개하고 있었다.

다리가 빠르게 지면을 휩쓸고, 손날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황금사자가 어떻게든 반격을 시도해보려 애썼지만, 뇌벽의 세와 같이 쏟아지는 통에 방어가 쉽지 않았다.

콰콰콰쾅!

결국 충격파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용암과 바위가 뒤섞인 잔해물이 이쪽으로 잔뜩 쏟아졌다.

콰앙!

엘릭은 황금사자가 도망칠 수 없도록 일격을 가해 그를 깊이 파묻어 버리고.

곧장 그곳에서 벗어났다.

그 즉시, 황금사자가 잔해물과 함께 아래로 쓸려나갔다.

“후우….”

엘릭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산사태를 바라봤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황금사자가 고작 이 정도로 당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쿠궁, 쿠궁!

저 아래에서 그의 기운과 함께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워낙 깊이 파묻힌 탓에 바로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동시에 아직 그가 건재하다는 증거였다.

심지어 엘릭은 마지막 순간까지 황금사자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본 것은 헤진 황금사자의 갑옷뿐.

전신을 덮고 있는 오러를 뚫지 못한 탓이었다.

‘아직 부족해.’

겨울, 봄, 여름.

안배로 얻은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계한 것도 더욱 강한 화력을 내기 위함이었건만.

이걸로도 안 된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느꼈다.

기존의 방식보다 더욱 마법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합해야 했다.

빠르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그때였다.

엘릭의 전투를 지켜만 보고 있던 미르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제법이야. 내 힘을 벌써 그렇게 다룰 줄도 알고.”

처음 듣는 그녀의 칭찬.

미르카가 얼마나 오만한 성격인지를 감안한다면, 극찬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엘릭은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자신의 힘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황금사자조차 압도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만한 힘이 필요했다.

그런 엘릭의 생각이 전해진 것일까?

피식.

미르카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욕심이 그득그득하구나? 그걸로도 모자라?”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안 되긴. 오히려 마음에 들지.”

미르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자고로 용이란 족속들은 말이야. 욕심이 아주 많은 법이거든. 보물도. 마법도. 능력도. 가지고 또 가져도 만족을 모르는 법이지. 그리고 메르빙거는 그게 더 심하고.”

“….”

“우리가 괜히 메르빙거를 따르는 게 아니라고. 그런 면에서 너는 완벽한 메르빙거야.”

엘릭은 조금 묘한 표정이 되어야만 했다.

이건 칭찬인 걸까, 아니면 멕이는 걸까?

“하지만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무엇입니까?”

“마법.”

“…?”

“애당초 네가 쓰는 마법, 그렇게 쓰는 게 아냐.”

“…?”

엘릭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럼 자신이 여태 마법을 잘못 다루고 있단 뜻이었을까.

“잘 봐.”

미르카는 차갑게 웃으면서 황금사자가 쓸려나간 곳을 주시했다.

엘릭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시조에 버금가는 대마법사가 직접 마법을 전수하려 한다. 이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화르륵!

그녀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여태껏 보여주었던 과격함은 일절 보이지 않는 모습.

그만큼 그녀가 정갈하게 보였다.

미르카가 손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불길이 손바닥 중앙으로 모이면서 마법진을 그렸다.

보기만 해도 복잡한 문양과 술식으로 가득한 마법진.

엘릭은 그 구성 요소들을 살짝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법은 상대를 그런 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냐.”

거기까지 말하곤, 그녀는 손 위에 올려져 있는 마법진을 가볍게 튕겼다.

마법진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이내 완전히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춘 순간.

쿠르르르르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은 연기로 가득했던 하늘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아니, 붉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모든 구름과 연기는 어마어마한 열기에 물러난 지 오래.

그녀의 힘은 말 그대로 하늘을 불태우는 중이었다.

흡사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 것만 같은 모습.

쫘아아악!

거대한 마법진이 그런 하늘에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시계태엽처럼 수많은 술식이 맞물리면서 거대 마법진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열기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럴수록 마법진이 담고 있는 힘이 점차 비대해져 갔다.

하늘조차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거칠게 떨려왔다.

콰릉! 콰르릉!

붉은 번개가 주위에서 마구 몰아쳤다.

거기까지 본 엘릭은 미르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바로 그거다. 네가 메르빙거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바지.”

쿠구구구구!

이젠 엘릭이 딛고 있는 바닥까지 진동하기 시작했다.

미르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힘! 감히 넘볼 수도 없는 힘! 매 일격마다 상대가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만들어주겠다는 각오가 담겨야 해!”

말을 마친 그녀가 위로 뻗은 제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콱!

그러자.

콰콰콰콰-

마법진이 이제껏 모은 힘의 결과물을 허공에 토해냈다.

지금까지 보여준 무수히 많은 유성이 아닌.

오직 단 하나.

여름 오리지널

메테오(Meteor)

직경만 따져도 족히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무식한 크기의 운석.

엘릭은 물론, 용들마저도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게 보일 뿐이었다.

지금껏 응축한 열기를 전부 품고 있는 듯.

운석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슨…?”

엘릭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곳에서 보여준 힘도 어지간한 도시 하나 정도는 붕괴시켜 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는데.

설마 아직까지 이만한 힘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눈으로 보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미르카만 해도 이런데, 대체 시조님은…?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놀란 건 비단 엘릭 뿐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율호왕과 숀 또한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으니.

그러는 사이에도 운석은 엄청난 진동을 일으키며 지상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콰르르릉-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리고 강한 열기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반면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기술을 쓰면서도 미르카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심상 세계를 가득 채울 정도의 크기를 소환할 정도면….

‘이쪽도 피해가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엘릭이 순간 미르카를 돌아보았고.

씨익!

그녀는 엘릭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의 의미를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제기랄.”

엘릭의 탄식이 흘러나오기 무섭게 운석이 황금사자가 있던 지면과 충돌했다.

세상이 번쩍였다.

---!

땅거죽이 수십 미터나 높게 뒤집히고.

그 충격으로 주변에 있던 화산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붉기만 했던 하늘이 다시 화산재로 검게 덮였다.

운석 주위로 화산에서 튀어나온 바위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말 그대로 자연재해.

쿠구구구-

그 앞에서.

엘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에에에엔자아아앙! 역시 메르빙거는 믿는 게 아니었어어어어!’

엘릭의 소리 없는 절규가 마구 퍼져나가는 가운데.

동시에 미르카의 힘을 이기지 못한 심상 세계가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

* * *

“허억…!”

엘릭이 숨을 급하게 들이키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신을 잃기 전에 벌어졌던 사고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집채 만한 운석.

거기에 휩쓸린 자신.

그리고 아주 메르빙거답게 웃고 있던 미르카의 모습까지!

“콜록, 콜록…!”

분명히 거기서 빠져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먼지가 목 안에 까끌까끌하게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지?”

미르카의 타박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실실 웃는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은 충분히 잔 거 같은데. 이만 일어나지?”

“여긴….”

엘릭은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며 겨우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익숙한 화산지대.

수많은 용이 여전히 하늘에 가득한 심상 세계였다.

여긴 분명히 조금 전에 박살났을 텐데?

“…어떻게 된 겁니까?”

“별 일 아냐. 건방진 고양이한테 땅콩이나 좀 때려준 거니까.”

“….”

그녀가 말하는 ‘고양이’가 누군지. ‘땅콩’이 뭔지도 알 것 같았다.

그게 그렇게 표현될 수 있는 거였… 나?

엘릭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그녀의 말버릇에 두 눈만 끔뻑, 끔뻑이는 게 전부였다.

“아마 그때의 충격으로 놈의 정신이 망가진 것 같은데. 복구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죽지는 않은 겁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상 세계를 일격에 망가뜨릴 만큼 큰 충격이지 않았나.

심지어 황금사자는 거의 무방비한 상태였고.

하지만.

“죽어? 누가? 걔가?”

여름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단언컨대 그런 일은 없을걸? 괴물이나 다름없는 놈이라서. 그렇게 쉽게 죽진 않을 테니까. 그냥 잠시 생매장만 해뒀다고 생각해.”

순간, 엘릭의 두 눈이 깊게 착 가라앉았다.

“…역시 황금사자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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