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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361화 (360/405)

2부 101화

여름의 안배

화아악!

숀과 율호왕은 황금사자를 제재하려다 말고 도중에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갑자기 지면을 뚫고 불기둥이 치솟은 탓이었다.

그들조차 아찔할 정도로 강렬한 위력.

혹시 미르카가 방해하는 건가 싶어 두 사람 모두 그쪽을 홱 하고 노려봤지만.

“눈 안 깔아? 나 아니거든?”

미르카는 도리어 성난 도끼눈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럼 대체 누가…!’

‘설마?’

숀과 율호왕은 황급히 엘릭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황금사자를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접근을 막은 거야?

두 사람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엘릭의 오만함도 오만함이지만.

그들의 걸음마저 막을 정도로 이렇게 단시간에 강렬한 화염을 뽑아낼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으니.

미르카는 팔짱을 낀 채 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놈이네. 대체 누굴 닮아서 저러는 거야?”

분명히 엘릭이 별다른 안배의 진행 없이 폭염의 인장을 스스로 깨우친 건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황금사자를 상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황금사자는 미르카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강자.

마법을 뜯어 그것을 검술 능력으로 만들어낸 괴물이기도 했다.

그런 녀석을 대체 어떻게 상대하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미르카는 짜증이 나더라도 개입하지 않고 일단 관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런 건 직접 몸소 굴러봐야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니까.

그럼 저 오만한 콧대도 좀 꺾일 테지.

“누굴 닮긴….”

“너무 쉽게 알 것 같은데….”

물론, 숀과 율호왕은 미르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둘 다 안 닥쳐?”

그 보답으로 도끼눈을 받게 되었다.

* * *

엘릭이 손을 하늘로 위로 쭉 뻗었다.

화아아악!

그 순간, 손끝에서 화염이 일어났다.

“【솟구쳐라】.”

언령을 내뱉기 무섭게, 작디작았던 불꽃이 폭발하더니 하늘을 향해 회오리를 그리며 쏘아졌다.

화르르르!

그러다 불길이 수십 개로 쪼개지더니 각자 다른 방향으로 허리를 꺾으며 추락하기 시작했으니.

“그리고 【쏟아져라】.”

모두 황금사자가 달려오고 있는 방향이었다.

불덩이는 마치 미르카가 자랑하던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닮아있었다.

불덩이를 가속하여 화력과 파괴력을 더하려는 것이다.

그중 첫 번째가 황금사자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앙!

검기가 잔뜩 실린 일격이 불덩이를 부서뜨렸다.

충격파가 원을 그리며 지면 위를 갈랐고.

무수히 많은 불똥이 사방으로 정신없이 튀었다.

쾅! 쾅! 쾅! 쾅!

정신없이 연속으로 박히는 불덩이.

두어 개는 황금사자가 직접 부쉈다.

하지만 동시에 불어닥치는 불똥과 열폭풍 때문에 부득이하게 방향을 꺾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빈틈을 노리려는 듯 다시 연속으로 불덩이가 작렬하자 결국 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허튼 짓을…!”

황금사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검기를 방출시켰다.

쿠르르르릉!

하늘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낙뢰.

황금사자 비기

검뢰(劍雷) 전이(轉移)

엘릭은 불길에 휘감긴 손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불길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일어나는 회오리바람.

콰콰콰쾅!

낙뢰가 불꽃 회오리와 부딪치면서 갈가리 찢겨나갔다.

붉은 불씨, 금색 불똥, 검은 매연.

갖가지 색깔들로 사방이 반짝이는 가운데.

“…!”

황금사자의 얼굴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전력을 다한 자신의 일격을 막아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

검뢰 전이는 메르빙거의 가주에게만 대대로 내려오던 가주 비전을 응용한 검식(劍式).

당연히 이렇게 쉽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휴일란에서 봤을 때만 해도 상대조차 되지 않던 애송이었건만.

‘고작 한 발자국 물러나게 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 언제 이렇게까지 성장한 거지?’

미르카의 무덤으로 들어오면서 엘릭의 시선을 느꼈을 때조차 별 감흥이 없을 정도였건만.

말도 안 될 정도의 성장 속도.

황금사자는 처음으로 엘릭에게서 ‘위기감’을 느끼고 말았다.

‘놈을 반드시 여기서 죽여야 한다.’

딸을 죽인 녀석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곳에서 잡을 생각이긴 했지만,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만약 여기서 살아나가게 할 경우… 다음번 만남에서는 정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메르빙거, 메르빙거! 너희들은 과거에나 지금에나 꼭…!’

황금사자는 이를 악물면서 검을 꽉 쥐었다.

시조.

미르카.

우스던.

그리고 지금의 엘릭까지.

어째서 메르빙거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기만 한단 말인가?

그는 분명히 저들과의 모든 인연을 끊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는 악연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악연을 끊어주마.’

황금사자의 기세에는 살의가 잔뜩 묻어났다.

엘릭을 어떻게든 죽이고 말겠다는 살의.

그리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전의.

살갗을 따끔거리게 만드는 투기는 엘릭에게도 너무나 잘 느껴졌다.

“참 웃겨, 그렇지?”

화려하게 흩어지는 불씨들 사이에서. 엘릭은 찬란하게 빛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사람들의 목숨 따윈 초파리처럼 여기는 당신이 자기 안위는 끔찍하게 여기는 모습이. 자기 목숨도 초파리처럼 여겨야 옳은 거 아닌가?”

엘릭이 황금사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차갑기 짝이 없는 미소.

“역시. 난 당신이 마음에 안 들어.”

따악!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잔뜩 수놓아진 불씨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타닥, 타다닥!

불씨가 모두 폭죽처럼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일제히 황금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퍼퍼퍼퍼펑!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콰릉, 콰릉, 콰르릉!

우르르르-

“…!”

위력은 아주 대단했다.

심상 세계가 통째로 흔들릴 정도로.

“….”

“…허!”

숀과 율호왕은 그 모습을 보고는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자신들이 걱정했던 것들이 쓸데없는 일이 되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휘몰아쳐라】.”

눈보라가 황금사자의 머리 위로 불어 닥쳤다.

네 명의 절대자들이 일으킨 열풍을 막으며 성장할 대로 성장한 동계의 인장.

덕분에 평소보다 훨씬 농밀하고 칼날 같은 예기(銳氣)를 품고 있는 형태였다.

여기다 개화의 인장이 더해지니 위력은 몇 배로 증폭.

엘릭이 뻗은 손을 비틀었을 때.

온도가 급등하며, 눈보라가 단번에 화염으로 뒤바뀌었다.

속성의 빠른 전환으로 인해 대기의 온도가 급변하고 말았다.

웬만한 바위조차도 부서뜨릴 수 있을 만큼 급변한 온도는 내구도를 닳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시무시하다고 할 만한 거대한 불바다가 황금사자의 주위에서 넘실거렸다.

엘릭은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러자 불바다를 구성하는 작은 불씨들이 다시 폭죽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황금사자가 서 있는 지반에 균열이 일어날 정도의 위력이었다.

겨울에서 시작해 봄으로 이어지고 여름으로 끝나는 마법의 연계.

“….”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제는 미르카의 표정도 묘하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픽!

폭발 더미에서 하나의 빛줄기가 새어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픽, 픽, 픽, 픽!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여러 갈래의 빛이 계속해서 폭발을 뚫고 나오기 시작하다가 곧 모든 폭발을 집어삼키며 넓게 퍼져나갔다.

후우웅-

힘찬 바람과 함께 멀쩡한 모습의 황금사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겉모습과 다르게 그는 이미 내부가 진탕이 된 상태였다.

용암 지대에서부터 미르카 등과의 싸움, 그리고 엘릭과의 결투까지.

계속되는 전투로 오러를 외부로 계속 방출하는 통에 처음으로 육체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특히 엘릭의 연쇄 폭발은 막대한 오러를 사용해야만 했으니.

그가 자랑하던 세븐 체인이 처음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상태.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이마와 꽉 깨문 턱 주위에 굵은 핏줄이 선명하게 올라와 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황금사자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엘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진 데다가, 어떻게 그를 잡는다고 해도 남은 셋까지 모두 감당하기에는… 힘들었다.

그래도.

파아아앗-

그는 달렸다.

사자의 정신은 불굴(不屈).

그리고 무퇴(無退).

최소한 딸의 원수 앞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팟!

순식간에 황금사자의 검이 엘릭의 심장을 관통했다.

하지만 황금사자는 웃지 않았다.

검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사아아-

엘릭의 몸이 흐릿해지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디냐?

황금사자의 시선이 빠르게 옆으로 돌아가고.

“어딜 봐, 아저씨?”

뒤쪽. 엘릭이 차갑게 웃으면서 나타나 얼음창을 이쪽으로 찌르고 있었다.

“허튼 짓.”

황금사자는 몸을 돌리면서 아슬아슬하게 엘릭의 공격을 피하며 그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은 정확하게 엘릭의 목을 베었으나.

사아아-

이번에도 엘릭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마치 유령에게 홀린 기분.

그 뒤로도 엘릭이 여러 번 모습을 드러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메르빙거…!”

황금사자는 엘릭의 수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열기와 냉기를 적절하게 섞어 일으킨 수증기로 환영을 만들어 낸 것.

거기다 하르간의 무명보까지 섞이니, 기척까지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

그러니 정말 귀신이라도 돌아다니는 듯한 형태가 될 수밖에.

문제는 언제 진짜 엘릭이 나타날지 몰라 주의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잘도 별 이상한 꼼수를 쓰는구나!”

황금사자의 검이 폭풍을 일으켰다.

사방을 요란하게 난도질하면서 근방에 있을 엘릭을 쫓으려 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형성되던 환영이 몇 번이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하지만 황금사자는 번번이 엘릭을 놓쳐야만 했고.

“대체 어딜 보는 겁니까?”

살짝 지쳐 보이는 황금사자의 뒤편으로 엘릭이 나타났다.

신성력과 마기를 품은 날개를 등에 달고 한 손엔 얼음창을 쥔 모습.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엘릭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창을 거세게 앞으로 뻗었다.

파지직!

창끝에서 피어오른 뇌(雷) 속성의 마법이 엘릭의 전신을 뒤덮었다.

흡사 황금사자의 뇌전으로 착각될 정도의 공격.

거기에 폭염의 인장의 힘까지 더해지자 열기 강화는 물론.

거칠게 튀기던 뇌의 마법이 일점(一點)으로 모였다.

황금사자는 황급히 몸을 틀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압축된 힘이, 당장이라도 폭발하려는 듯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가주 비전

뇌벽의 세, 변형(變形)

황금사자의 시야가 뇌광(雷光)으로 가득 찼다.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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