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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359화 (358/405)

2부 99화

여름의 안배

“멈춰!”

황금사자에게 달려들려던 숀의 앞을 갑자기 율호왕이 가로막았다.

그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삿대질을 해댔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어딜 새치기 하는 거냐?”

율호왕의 말에 숀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들이켰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안 비켜?”

숀은 그대로 율호왕을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으나, 율호왕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아직 나와 저 녀석과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저놈과 붙고 싶으면 기다려.”

“뭔….”

수문장처럼 서서 절대 비키지 않을 기세.

숀은 헛소리 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율호왕의 표정이 단호해도 너무 단호했다.

마치 끝까지 방해한다면 너부터 잡아 족치겠다는 듯.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들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말로는 해결되지 않겠다고 느꼈는지, 숀은 아예 율호왕을 밀치고 나갈 생각으로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콰앙!

율호왕이 거칠게 발톱을 후려쳤다.

갑작스런 공격에 숀은 뒤로 널찍이 물러서고 말았다.

그가 있던 자리로 발톱 자국이 길쭉하게 남아있었다.

“…너 정말!”

“내가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알았나?”

친구가 되었다지만, 그들은 서로 간에 기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으려 했다.

“둘 다 시끄럽군.”

다만, 황금사자에게는 그 광경이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으니.

자신을 두고 다툰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지 않은가.

파지지지직!

결국 뇌전을 품은 반월의 검기가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팟-

파밧!

두 사람은 그제야 힘겨루기를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파아아앗-

쐐애애액!

사전에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황금사자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서로를 견제하며.

“쓸데없는 고집 피우지 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파바바박!

율호왕의 정권과 숀의 쌍검이 허공에서 마구 뒤엉켰다.

어느덧 둘이 황금사자의 바로 앞에 도착한 순간.

퍼억!

율호왕은 숀을 힘껏 걷어차 뒤로 밀어내면서 황금사자를 향해 발톱을 세웠다.

“이제야 다시 붙어보는군. 내가 얼마나 너를 다시 만나고 싶었는지 아나?”

대체 이게 얼마만의 재결투인가!

“휴일란에서 방해꾼들의 등장 이후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의 입가엔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송곳니까지 훤히 드러날 정도였다.

그러나.

퍼억!

“큭!”

그의 공격은 황금사자에게 닿지 못했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숀이 검면으로 율호왕의 옆구리를 그대로 들이받은 탓이었다.

율호왕은 먼지를 피우면서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쇼오오오온!”

“미안하지만 나도 급해서 말이야. 그럼 어디 실력 좀 볼까!”

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황금사자도 똑같이 그쪽으로 검을 휘두르는데, 이번엔 두 사람 사이로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미르카.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귀찮으니까 싹 다 꺼져!”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뱅글뱅글 회전하던 화염구가 폭발했다.

퍼퍼퍼펑-

콰릉, 콰르르릉!

쿠르르르!

화염 폭풍이 세 사람이 있는 곳을 거칠게 휩쓰는 가운데.

“이것들이 진짜! 저놈은 내 거란 말이다아!”

먼지 투성이가 된 율호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화염 폭풍 속으로 몸을 던졌다.

콰콰쾅!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엉망진창이었던 전투가 더욱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 * *

말 그대로 난전(難戰).

강하기로는 손꼽히는 자들의 전투.

그렇다 보니 엘릭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껏 그가 해왔던 전투 방식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요소요소들을 이루는 근간들은 그가 지닌 것들과도 크게 멀지 않았으니.

모두가 ‘메르빙거’라는 한 뿌리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엘릭은 신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여태껏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상식들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

저들이 갑작스러운 기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동료를 둔 상태에서 협공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다수의 강자들을 상대할 때 힘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등등.

엘릭은 공격과 수비 그리고 연계와 같은 모든 부분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최대한으로 배우고자 했다.

다만.

콰아아아-

“으윽…!”

문제가 있다면, 전투에서 터져 나오는 충격파와 열풍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단순히 미르카와 황금사자, 두 사람만이 부딪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그들 둘에 못지않은 절대고수 두 사람이 더해졌다고 해서 단순히 위력이 두 배 혹은 세 배가 된 게 아니었다.

제곱의 제곱.

이미 세계를 구성하고 있던 심상 세계 자체가 충돌이 벌어지는 족족 터져나가고 있었다.

<런치 컨트롤 – 2단계>

<6장(將) 동시 빙의>

동계의 권능

절대영도

엘릭은 자신이 발동할 수 있는 힘의 최대치를 뽑아내면서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냉각시켜도, 열풍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녹여버리기를 반복했으니.

‘제기랄…! 다들 인간 같지 않아서는!’

물론, 덕분에 동계 인장의 숙련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중이긴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뭣하나.

버티는 것조차 고역일진대.

이러한 상황에서도 네 사람의 결투를 일일이 체크하고, 동작과 묘리를 분석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있다간 뇌가 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한계치에 다다른 심안 역시 격하게 떨리는 중이었고.

콰직, 콰지지직-

마정석에 퍼진 균열도 계속 미세하게 퍼져 가는 가운데.

결국 청춘 인장의 효과도 한계치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흡…!”

몸이 덜덜 떨렸다. 의식마저 흐려지면서 마력 회로마저 과부하에 걸려 몸이 뜨거워졌다.

이대로 있다간 몸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로 그 순간.

툭-

그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유리와 같은 무언가가 깨지는 것만 같은.

투둑-

엘릭이 힘을 끄집어내면 끄집어낼수록,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심장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마정석!’

마정석의 균열이 어느새 표면 전체를 뒤덮은 것이다.

‘아르세우스의 말로는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잠깐 든 사이, 갑자기 저만치 앞에서부터 열풍이 해일처럼 그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엘릭은 마정석에 더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동계의 권능

빙열(氷裂)

열풍이 단숨에 얼어붙었다.

그리고 설산의 크레바스처럼 잘게 쪼개져 흩어지는 가운데.

빠각-

퍼어어엉!

마정석이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어?”

순간, 엘릭은 심장이 철렁이고 말았다.

마정석은 그가 지닌 모든 마력의 원천이었다. 이게 망가진다면 당장 현재 유지하고 있는 마법은 물론, 능력까지 전부 상실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화아아악!

깨진 마정석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마력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마력회로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엘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

보석룡과 메피스토가 남긴 마력뿐만 아니라, 그동안 여러 인장들을 개발하면서 알게 모르게 흡수한 힘이 그렇게나 많았던 것이다.

“…!”

엘릭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마력이… 통제가 된다.’

마정석은 회로의 코어(Core)와도 같은 부분.

그러한 코어가 사라졌다는 것은 자칫 폭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마력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정해진 루트를 따라 전신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깨진 마정석에서부터 무언가가 꼼지락거리며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마정석과 동화됐던 이그드라실.

엘릭의 마력을 영양분 삼아 자라던 세계수가 마침내 그의 몸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의식 세계를 넘어, 물질 세계로.

현현(顯現)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촤아아아-

갓 태어난 새끼처럼 움직이던 몇 개의 뿌리들.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서로를 견제하듯 폭발적인 속도로 마력 회로를 따라 뻗어가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곳에 자리를 잡을 기세.

쫘아아악!

뿌리는 멈추지 않았고 마력조차 잘 닿지 않은 세맥(細脈)까지 닿기 이르렀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두근!

강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다시 한번 울렸을 때, 뿌리가 부풀어 오르며 강제로 마력 회로를 팽창시켰다.

이어 세계수의 뿌리가 마력 회로와 육체에 완전히 동화되자.

단번에 마력 수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그에 따라 엘릭의 육체 또한 발전하기 시작했다.

쿠드득, 쿠득-

근골이 바로 잡히고, 노폐물이 모두 밖으로 방출되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굳게 자리 잡은 뿌리 위로 영혼과 연결된 줄기가 자라났다.

줄기는 엘릭의 전신에 퍼져있는 마력을 흡수하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마력이 정화되며 순수한 힘이 온몸에 한가득 퍼졌다.

비단 마력뿐만이 아니라 몸에 흐르는 마기까지.

줄기는 그것마저 빨아들이더니, 이내 마력과 하나로 합쳐 그 순도를 맑게 만들어 내뿜었다.

이러한 과정이 쉴 새 없이 거듭되니 일신(一身)에 활기가 돋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순수한 마력은 줄기와 연결된 영혼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갔다.

마침내.

화아아악!

꽃봉우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처럼, 의식 세계가 폭발하듯 확장했다.

개화(開花)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기운이 엘릭의 전신을 감쌌다.

이그드라실이 완전히 자라 그의 몸에 정착하며 엘릭의 육체와 마력, 그리고 정신.

즉, 심·기·체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그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청춘의 인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인장은 그 속에서 서서히 형태가 일그러지다가 이내.

화악!

개화의 인장으로 진화했다.

화사하게 핀 꽃 한 송이의 문양이 그의 손등에 자릴 잡았다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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