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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132화 (132/405)

132화

전란(戰亂)

로데오는 한순간 벙찐 표정이 되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 노골적으로 면박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애당초 로데오도 엘릭이 자신을 반가워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크롬헬 황자가 보는 앞이니만큼 표정 관리를 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걸 이용해서 기선제압을 해두면서 천천히 메르빙거의 유산에 관해서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엘릭은 그딴 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대놓고 그를 까버렸으니.

순간,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쭈? 그래도 가만히 있네? 다시 말해줄까? 예 안 갖춰? 아니면 정식으로 백작께 친서라도 써줄까?”

엘릭은 고개를 비딱하게 외로 꼬면서 한 번 더 압박을 주었다.

결국 로데오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결례가 많았습니다, 각하.”

“결례 많은 줄 알면 좀 꺼져. 보고 싶지 않으니까.”

“….”

로데오는 결국 뒤로 엉거주춤 물러서고 말았다.

엘릭은 그런 녀석을 휙 지나쳤다.

끝까지 개무시하겠다는 태도에 로데오는 이를 악물었지만, 차마 대들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병신이로군.』

메피스토는 그런 로데오를 보면서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면박을 당했으면 그냥 순순히 물러날 것이 아니라 들이받던가, 아니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던가 어떤 제스처가 있어야 할 텐데.

저렇게 꾹 참는 걸 보니 그릇이 간장 종지만 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붉은 벽의 프란츠 가라고 하면 그래도 메피스토도 나름 괜찮게 인정했던 가문일진대.

세월이 흐르면서 피가 많이 흐려진 건지, 참 우습다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는 거죠. 저놈은 그냥 거들먹거리고 싶은 것뿐입니다.]

사실 엘릭에게 로데오 프란츠는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 엘릭. 아버지가 그렇게 결정하신걸.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들어볼래? 우리, 가족이 되면 돼.

원래 프란츠 가문은 마지막까지 메르빙거와의 의리를 지켰던 곳이었다.

아니, 지킬거라 생각했던 곳이었다.

특히 그곳의 가주는 어린 시절의 엘릭이 ‘숙부’라고까지 부르면서 졸졸 따라다니던 기억까지 있었으니까.

당시에 헤이즈 역시 다른 봉신 가문들은 싫어해도, 프란츠 가문에만큼은 마음을 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기만에 불과했으니.

프란츠 가는 당시에 봉신을 자처하면서 메르빙거의 얼마 남지 않은 재산까지 싹 빼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저들이 떠나던 날. 프란츠 가는 눈물을 터뜨리던 그들 남매에게 오히려 혼인 제안을 던졌다.

헤이즈와 자신들의 장남을 혼인시키지 않겠냐는 제안.

마도명문이라는 유서 깊은 이름까지 집어삼키려 했던 것이다.

당연히 헤이즈와 엘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이후 두 남매는 허름한 저택에 남아서 힘겹게 살아야만 했다.

그러니 엘릭의 머릿속에는 당시의 일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어린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배신이었으니까.

그런데 정작 그런 일을 저지른 원흉은 저딴 식으로 구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당장 녀석에게 불덩이를 쏟아내지 않는 게 용할 정도였다.

‘그런데 4황자가 프란츠 백작가와 손을 잡았었나? 그럼 그다지 안 끌리는데.’

엘릭은 냉소를 한 차례 던지면서 이쪽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크롬헬 황자에게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메르빙거의 가주, 당대 찬성공작 엘릭 메르빙거가 크롬헬 황자님을 뵙습니다.”

“반갑소. 크롬헬이오.”

‘어라? 별 반응을 안 보이네?’

이 순간, 엘릭은 크롬헬 황자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 잘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수하가 저런 꼴이 되었는데에도 오히려 자신의 수치라 생각지 않고 그것을 흥미롭게 본다는 것.

둘 중 하나였다.

수하를 그리 아끼지 않는 차가운 성정이거나.

‘아니면 로데오 프란츠가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어서 내 반응이 신선했거나.’

엘릭은 아마도 후자라고 생각했다.

‘전자라고 생각하기에는 국경수비대에게 하는 행동들이 진심이었으니까.’

여하튼 이것으로 확실했다.

첫인상만 두고 봤을 때는 일단 쫌생이 같았던 황태자보다는 됨됨이가 더 낫다는 것.

그런데… 크롬헬 황자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다 말고, 엘릭은 살짝 인상을 굳혀야만 했다.

[강체술을 부렸던데, 맞소?]

엘릭은 두 가지 사실에 놀라야만 했다.

첫째는 크롬헬 황자가 실전했다고 알려진 전음을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강체술을 알아봤다고?’

강체술은 복구한 이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학문. 그래서 엘릭은 그동안 숨기지 않고 마음껏 사용했었다. 마투술을 운운하면서.

실제로 오거스틴도 강체술에 대해서는 의구심만 가질 뿐, 딱히 크게 거론한 적이 없잖은가.

그런데 그걸 들켰다면… 조금 문제가 시끄러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시치미를 뚝 뗐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마투술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렇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강체술이 마탑에서 금술(禁術)로 지정한 무예라는 건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하하!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생각 따윈 없으니.]

[….]

‘이 양반, 보기보다 강적인데?’

엘릭은 속으로 가볍게 혀를 찼다.

“아, 이렇게만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마저 이야기 나눕시다. 거기에 샤워 시설도 있으니 몸도 씻을 수 있을 것이오.”

엘릭은 크롬헬 황자의 안내에 슬쩍 헤르만을 봤다가,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똑같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예정된 일정보다 더 일찍 회동이 시작되었다.

* * *

“…엘릭 메르빙거, 네놈이 감히!”

로데오 프란츠는 크롬헬 황자가 시종단과 함께 엘릭 등을 전부 데리고 훌쩍 대련장을 떠나자, 홀로 남아 주먹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시종단 중 그 누구도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13국에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붙여주었던 요원까지도.

계산과 달리 그가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바로 내쳐버린 것이다.

그 사실이 로데오의 심기를 더욱 언짢게 만들었다.

엘릭이 처음 그딴 반응만 보이지 않았어도, 이런 수모는 안 겪어도 되지 않았었나.

아버지가 따로 내린 명령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단 사실이 그를 더 짜증나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 같았다.

‘이럴 것 같으면…!’

그의 두 눈이 충혈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 * *

엘릭은 대련으로 엉망이었던 옷을 예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가볍게 정리하고는 션과 함께 크롬헬 황자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두 사람은 크롬헬 황자가 꺼낼 여러 제안에 대해 예상 질문지를 뽑아뒀던 상태.

아마도 여러 이권을 제시하면서 손을 잡자고 하지 않을까 하는 게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여기서 크롬헬 황자가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천천히 협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크롬헬 황자도 그들과 이렇다 할 접점이나 신의가 없으니, 큰 당근을 제시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옛 메르빙거의 영지, 어떻소?”

크롬헬 황자는 엘릭이 맞은편 자리에 앉기 무섭게 가장 먼저 그런 제안부터 던졌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엘릭도 그 말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 돌직구가 장난이 아니로군. 어떻게 하면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어.』

메피스토도 그걸 보며 감탄을 터뜨릴 정도였으니.

엘릭은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면서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본인은 성정이 급해 둘러서 협상을 하는 법을 모르오. 확실하게 맺고 끊는 편을 더 선호하지. 메르빙거가 본인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면, 본인이 줄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거요.”

그때, 옆에 있던 시종이 조용히 크롬헬 황자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 이런. 본인이 실수를 한 모양이로군. 미안하게 되었소. 옛 메르빙거의 영지에 준하는 곳… 이를테면, 적사자가의 변경주를 드리겠소. 어떻소?”

메르빙거가 몰락을 겪은 데에는 가문의 기반이 되어줘야 할 영지가 이미 초토화되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대마전쟁이 한창 벌어질 당시, 마족들이 이판사판으로 영지에다 강대한 저주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메르빙거의 영지는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않는 불모지가 되고 말았으니.

현재 메르빙거에 유일하게 남은 저택은 옛 영지의 외곽에 위치한 곳이었다.

크롬헬 황자도 뒤늦게 이 사실을 시종에게서 듣고 사과의 인사를 건네며 다른 영지를 내어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도 심지어 윈즈 변경백이 현재 머물고 있는 땅을.

비록 야만인들과 온갖 마물이 들끓고 있는 금역을 옆에 두었다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개발을 하면서 금싸라기라고도 할 수 있는 땅을 그냥 내어주겠다니.

이미 크롬헬 황자에게 줄을 대고서 콩고물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을 귀족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웬만한 배포가 아니었다.

그런 이들의 반발까지 자신이 알아서 눌러주겠단 뜻이니까.

하지만.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일개 제국의 신민일 뿐입니다. 폐하의 명에만 따를 뿐이지요.”

엘릭은 이 이상 크롬헬 황자에게서 유도해낼 만한 것이 없다 싶자 바로 선을 그었다.

-협상 끝나면 판 엎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협상을 왜 하는 건데?

-왜 하긴. 내 몸값 알아보려고 그런 거지.

-이런 미친 새끼….

션은 같이 머리를 맞댈 때, 엘릭이 그렇게 던진 말에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하면서도 알아서 하라며 동의를 해주었다.

아직 황위 쟁탈전은 물밑으로만 경쟁이 붙었을 뿐, 아직 가시화는 되지 않은 상태.

그런 판국에 벌써부터 어느 한 곳에 줄을 댈 필요는 없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그러니 엘릭은 현재 크롬헬 황자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만 알아볼 생각이었다.

만약 여기서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린다면?

역시나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니 그냥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야 당연한 말씀. 그래도 본인의 제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니 긍정적으로 한 번 고민해보시오.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조건을 더 얹어도 좋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오니, 엘릭도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시원시원한 반응이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즉에 크롬헬 황자의 성격을 알고 있던 헤르만만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하나를 더 얹어볼까?’

그래서 엘릭은 궁금했다.

이 사람이 가진 배포가 어디까지인지를.

“그럼 외람된 말씀이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저희 메르빙거와 프란츠 가문 간의 사정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그렇소. 한데?”

“저와 메르빙거의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시다면, 로데오 프란츠의 한쪽 팔을 제게 주십시오.”

“허.”

크롬헬 황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는 듯 헛웃음을 흘렸고, 션은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라는 얼굴로 엘릭을 바라봤다.

한쪽 팔을 잘라다가 달라니.

완전히 돌아서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비록 나 역시 로데오 프란츠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프란츠 가문은 본인을 지지하고 있소만.”

“그만큼 프란츠 백작가와 저희 메르빙거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고 여겨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칠 노릇이로군.”

크롬헬 황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본인은 이 자리를 만든 것이, 다른 협상이니 거래니 하는 걸 다 떠나서 그대를 한번 만나고 싶어서였소.”

“저를,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마도명문의 수치이자 개차반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라센트의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 오랫동안 흑의 설원을 힘들게 만들었던 재해인 동장군을 없앤 영웅… 뭐, 이만하면 당연히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소?”

엘릭은 재빨리 헤르만 쪽을 돌아봤다. 이번에는 헤르만도 적잖게 놀란 얼굴이었다.

‘흑의 설원에까지 감찰국의 눈이 닿아 있었나?’

아니면 국경수비대에서 파악했던 사실을 크롬헬 황자에게 말해준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그만큼 크롬헬 황자가 가진 저력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직접 이렇게 만나고 보니 확실히 잘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크롬헬 황자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본인은 그대와 협상을 하고 말고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친구로서 우애부터 다지고 싶었던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라면 증표가 필요한 듯하니. 이를 어쩐다?”

그러다 크롬헬 황자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박수를 크게 쳐서 시종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로데오 프란츠 경을 이리로 불러오라.”

션은 정말 로데오를 불러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눈을 동그랗게 떴고, 헤르만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상황을 가만히 지켜봤다.

엘릭은 크롬헬 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어 궁금한 나머지 계속 가만히 지켜봤다.

곧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로데오가 시종을 따라 회담장으로 들어왔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자연스레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로데오 프란츠 경.”

“예. 하명하십시오, 전하.”

로데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크롬헬 황자의 목소리가 엄숙해 재빨리 예를 갖췄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두 사람 다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협상이 잘 안 되니 날 중재자로 두려는 게 틀림없군. 엘릭, 이 멍청한 놈. 이제 와서 이런다고 내가 분이 풀릴 것 같으냐.’

로데오가 이번 일에 합류하기 전에 13국에게 듣기로, 엘릭은 이미 황태자와 완전히 갈라진 상태. 그리고 크롬헬 황자도 메르빙거가 가진 명망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 곳이 손을 잡아야 하는 건 확실한 상태이니, 중재자를 껴서라도 거래를 성립시켜야겠지. 이 자리에서 그 중재자로 가장 적합한 건 바로 이 몸이고.

그래서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조금 전에 받았던 굴욕을 되갚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로데오는 잔뜩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대는 본인의 신하가 맞을 테지?”

“저와 저희 프란츠 가는 4황자께 충성을 바친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무엇을 해도 용서해주겠군.”

하지만 로데오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화제가 등장하자, 대체 뭔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크롬헬 황자의 칼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촤아아악!

“크아아악! 내 팔! 내 파아알!”

다행히 칼날은 도중에 방향을 꺾어 로데오의 왼팔을 자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한순간 장애인이 되고 만 그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으니.

피가 바닥에 잔뜩 쏟아지는 가운데. 크롬헬 황자가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엘릭에게 물었다.

“어떻소? 이만하면 그대의 친구가 될 만하겠소?”

그 순간, 엘릭은 깨달을 수 있었다.

‘골 때리는 황자로군.’

아무래도 크롬헬 황자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범상치 않은… 또라이인 모양이었다.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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