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두 번째 안배
오토 한은 어느새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없었다.
이래저래 물어볼 것도 참 많았건만.
[쯧! 하여간 자신은 재미나게 구경만 하고 있겠다는 심보는 여전하군요. 아무리 봐도 악취미란 말이죠. 그대는 절대 오토 한처럼 뺀질이가 되지 마세요. 본 녀가 아무리 얼굴을 밝힌다지만, 저런 성격은 아주 싫어한답니다.]
“유의하겠습니다.”
엘릭은 옳은 소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메피스토가 옆에서 봤다면 삿대질이라도 퍼부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안배 중이라 그가 없었다.
“그럼 동백 님, 지금부터 뭘 하면 되겠습니까?”
[당연히 우선 씨앗을 심을 텃밭을 구해야겠죠? 위치나 토질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만, 그래도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땅을 아주 잘 골라야 할 거예요. 이곳은 흑의 설원이니까요.]
“토질이라.”
엘릭은 아주 잠깐 고민에 잠기다가,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정화가 필요하겠군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질문을 던졌지만, 동백 신의 입가에는 만족에 찬 웃음이 걸려 있었다.
정답이란 뜻일 테지.
“안배가 이어지는 내내 동장군이 계속 기승을 부릴 텐데, 여기서 씨앗을 심을 만한 장소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단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서 영역을 공고히 다져놓는 게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오토 한은 굳이 ‘100일’이라는 기간을 한정시켰다.
그것을 벗어난다면 임무는 실패로 간주한단 뜻이겠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씨앗을 심을 필요가 있었다.
동백의 신은 여기에 대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대로 해보라는 투였다.
어차피 엘릭도 그녀의 허락을 구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우선 주변 지형부터 파악하고자 했다.
“【날아올라라】.”
엘릭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려던 그 순간.
키에에엑!
까아악! 까악!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잡목 곳곳에서 비행형 마물이 잇달아 튀어나오면서 엘릭을 잡아먹고자 했다.
“귀찮게 하네. 【휘몰아쳐라】!”
엘릭은 인상을 팍 찡그리면서 마력을 한껏 개방시켰다.
냉혹의 인장이 한껏 열리고, 여기에 흉성의 인장이 내뱉은 기운이 뒤섞이면서 ‘눈보라’가 매섭게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쩌저저적!
눈보라에 휩쓸린 비행형 마물은 모조리 삽시간에 얼어붙어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위기를 감지하고 황급히 물러서고자 했던 녀석들은 날개에 서리가 잔뜩 끼면서 그대로 방향을 잃고 나무 등지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물론, 개중에는 단순히 피지컬만으로 눈보라를 헤쳐 나오면서 엘릭을 노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키아아악!
엘릭은 아가리를 쫙 벌리면서 달려드는 마물을 보고, 허공에서 크게 몸을 뒤틀면서 ‘소수’를 한껏 키워서 앞으로 내질렀다.
강체술.
백호난아(白虎亂牙).
흑호좌동이 무겁게 가라앉는 정적인 초식이라면, 백호난아는 보다 매섭고 동적인 느낌을 자랑했다.
‘하얀 범이 뾰족한 어금니로 물어뜯는다’라는 뜻처럼 가장 큰 파괴력을 자랑하는 초식이기도 했으니.
콰아앙!
이 근방에서 가장 기세가 거세서 왕으로 군림하던 마물, ‘익조마(翼鳥魔)’는 그렇게 얼어붙은 채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츠츠츠-
그런 녀석의 사체 조각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따라, 엘릭의 그림자가 단숨에 가지를 뻗치면서 톱니 이빨을 드러냈다.
와그작, 와그작!
그림자는 마치 아귀처럼 게걸스럽게 마물을 먹어치웠다. 그 속에 있는 마기를 마음껏 탐닉하기 위해서였으니.
화아아!
엘릭은 흉성의 인장이 요요히 빛나는 것과 동시에 그만큼 소량이나마 마정석의 용해율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씨앗을 심기에는 턱없이 불가능해 보이는 흑의 설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우선 씨앗을 심을 만한 장소부터 물색해야 해.’
흑의 설원은 끝도 없이 펼쳐진 수해(樹海)로 이뤄져 있어 그렇게 지형을 파악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츠츠츠-
“【감시하라】.”
엘릭은 흉성의 인장을 크게 발동시키면서 아귀감을 날카롭게 벼렸다. 그리고 인지 영역을 최대한 넓게 퍼뜨렸다.
그림자가 지면을 타고 빠르게 뻗쳐 나갔다.
그가 물색하고자 하는 텃밭의 조건은 아주 복잡했다.
‘일단 나무가 상대적으로 적은 개활지여야만 해. 그리고 상대적으로 물이 가까워야 하고, 마물을 감시하기도 쉽고…!’
마물이 나타났을 때 방어하기에도 용이한 지형이어야만 했다.
토질도 중요하니 마기의 오염이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지고, 지력도 괜찮게 남아있는 곳 등.
너무 복잡한 조건이었지만, 이곳의 시간대로 100일을 보내야 하는 엘릭으로서는 조건을 세세하게 따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귀감으로 감지하는 데는 거리에 한계가 있다 보니, 엘릭은 수해 사이를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마물이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통에 도저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곳이 원래 그렇답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아남기는 어려운 곳이죠. 상당히 귀찮고, 거치적대는 것들이 많거든요.]
동백의 신은 어느새 엘릭의 어깨 위에 앉아 상쾌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 실시간으로 마물들이 터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눈이 심심할 일도 없었다.
“그래도 괜찮은 장소가 있을 겁니다.”
[없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걸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아뇨. 대강 생각해둔 곳은 있습니다.”
[호오? 어딜 말인가요?]
동백의 신은 신기하다는 듯이 엘릭을 올려다봤다.
이 심상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만한 장소를 물색했단 거지?
“안트로모프가 있잖습니까?”
[오호호! 그렇긴 그렇군요. 하긴. 현실에서야 호왕가가 쇠락하면서 도시의 기세도 많이 가라앉았다지만, 원래는 수인 연합이라는 거대 연맹체의 중심지이자 중흥지(中興地)였었죠.]
동백의 신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대에는 아직 안트로모프라는 도시가 세워지기도 전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리 이곳이 고작 1천일뿐이라지만, 여전히 넓어요. 그리고 400년 전의 지형과 현실의 지형도 아주 크게 다를 텐데요. 그걸 어떻게 찾겠다는 건가요?]
“생각보다 어렵진 않습니다.”
[음?]
“높은 협곡이나 언덕 같은 건 크게 변하질 않으니까요. 그런 곳들을 랜드마크로 설정해두고, 위치와 거리를 가늠하다 보면.”
엘릭이 수해의 어느 지역을 통과한 순간, 협곡을 등지고 넓게 펼쳐진 평원이 나타났다.
나무가 그다지 많이 자라질 않고, 악취도 상대적으로 덜 풍기는 곳.
안트로모프가 있던 장소였다.
“바로 이렇게 나타나니까요.”
[오호호!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아주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군요. 과연 똑똑한 메르빙거다운 판단이네요.]
동백의 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이야 쉽지, 어디 이렇게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곳에서 그렇게 원하는 장소를 찾기가 쉬울 리가 없다.
안트로모프의 주변에 대해 깊은 기억을 갖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니.
그만큼 엘릭의 관찰력이나 순간 기억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엘릭은 거기에 대해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씩 웃으면서 재차 마법을 발동시켰다.
“【휘몰아치고】, 【또 휘몰아쳐라.】”
엘릭은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서 눈보라를 잇달아 펼쳤다.
아귀감으로 감지되는 마물을 일일이 내쫓거나 죽이고, 커다란 나무는 방비용으로 쓸 외곽 지대 쪽만 놔둔 채로 나머지는 전부 깡그리 밀었다.
끼아아아!
워낙에 오랫동안 흑의 설원을 터전으로 살았던 놈들이다 보니, 상당히 억세고 뿌리째 뽑기도 쉽지 않았지만.
쩌거걱!
츠츠츠-
냉혹의 인장으로 바짝 얼린 다음, 흉성의 인장으로 만들어낸 그림자 채찍으로 몇 번씩 후려갈기다 보니 작업 속도는 금세 빨라졌다.
다만, 이때 잘라낸 나무들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일정한 크기에 맞춰서 딱딱 잘라 한쪽에다 가지런히 모아뒀다.
[저렇게 쌓아둬서 뭘 하려는 건가요?]
“목책으로 쓸까 합니다. 원래는 성벽이라도 쌓을 생각이었는데, 그전까지 방비용으로 쓸 것도 필요하고 나중에는 땔감으로도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군요.]
“첫 번째 안배에서 오죽 고생했어야 말이죠.”
[하긴. 원래 오토 한, 그 작자가 좀 변태 같은 성향이 강하긴 하죠?]
“동감입니다.”
엘릭과 동백의 신은 오토 한이 어디선가 자신들이 보고 있을 거란 걸 알면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험담을 해댔다.
그렇게 씨앗을 심을만한 텃밭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뒤에는 대략 범위를 산정하고, 다시 그림자를 움직였다.
“【삼켜라】.”
씨앗이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 있으려면 지하에 자갈이나 암반 같은 것이 없어야 한다.
엘릭은 그림자를 깊숙한 곳까지 밀어내어 흙을 아주 곱게 빻고, 그 속에 스며든 마기까지 먹어치웠다.
꿀꺽.
꿀꺽.
그렇게 그림자가 빠르게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오.]
동백의 신도 눈을 반짝일 만큼 아주 고운 텃밭이 나타났다.
마기도 감쪽같이 사라져 흙이 전체적으로 밝은 갈색을 띠었다.
여전히 건조한 편이긴 했지만, 그거야 근방에 흐르는 강물을 길어오면 될 터였다.
“이만하면 나무 심기도 괜찮겠죠?”
[이건 괜찮은 정도가 아닐 텐데요?]
엘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림자가 땅을 고르는 동안 미리 만들어뒀던 목책을 텃밭 주변에다 빈틈없이 세웠다.
목패의 표면에는 룬의 수식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퇴마부(退魔符)도 심어뒀으니 마기 침식도 계속 물리쳐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엘릭은 텃밭의 정중앙에다 씨앗을 심었다.
* * *
엘릭은 몇 차례 정화한 개울물을 충분히 텃밭에다 부어주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마물에 대비해 다시 주변을 정리했다.
한쪽에다 쌓아뒀던 나무들을 한데 묶어 목책으로 만들고, 그걸로도 모자라 냉혹의 인장을 사용하여 만든 벽돌까지 쌓아댔다.
착착착착!
[회반죽…? 아니, 대체 그런 기술은 어디서 배운 건가요?]
“이래 봬도 어렸을 때부터 공부할 돈 벌려고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었습니다.”
누이는 어린애가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에나 집중하라고 했지만, 어디 그게 말이 쉽나?
동백의 신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메르빙거가 그렇게까지 몰락했었단 말인가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영웅이라고 해서 가문이 영웅이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뒤통수는 안 맞았으니 다행이었죠.”
엘릭은 툴툴거리면서 마지막 벽돌을 쌓았다.
“후! 다 됐다.”
[오호!]
동백의 신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처음 ‘성채’를 쌓을 거란 말에 텃밭 주변만 둘러쌀 정도의 작은 것을 예상했건만.
엘릭은 아예 개활지 주변을 온통 얼음 벽돌로 쌓아버린 상태였다!
물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높이가 사람 허리까지 오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 해도 웬만한 마물들은 접근이 차단될 게 분명했다.
그뿐이랴.
성벽 안쪽에 틈틈이 새겨놓은 마법진들은 정교한 형태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성벽의 내구도를 올려주고, 침입자들을 한데 가둬서 마법 폭격을 가할 수 있도록 트랩이 설치되었으니.
[저런 형태는 분명히 용의 수식일 텐데… 그런 건 대체 언제 배운 거죠? 분명 인간에게는 전해지지 않은 것일 텐데?]
“용의 둥지를 탐사한 적이 있습니다.”
[아하! 거기서 독학을 하였던 모양이군요. 마음씨가 착한 용이었었나 보네요. 기연을 맞은 연자를 위해 학습 장치까지 고안해두고. 그럼 대체 얼마나 공부한 건가요? 5년? 6년? 이쯤 되면 족히 10년은 될 듯한데, 나이를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뇨. 그렇게는 오래 있지 않았습니다.”
[음? 아, 하긴. 메르빙거가 별난 족속들이긴 하죠. 인간들 기준으로도, 우리네들 기준으로도 ‘천재’에 속하는 괴짜 집단이었으니까요. 그럼 1년 정도였나요?]
“아뇨. 하루만 있었는데요?”
[…!]
동백의 신은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이만한 수식이면 상당한 이해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하루 만에 이만한 성과를 얻어냈다고?
[…음, 어, 음. 메르빙거가 아주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군요.]
동백의 신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지만.
[그러니 더 끌리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반대로 그만큼 엘릭을 보는 시선에는 욕망이 뚝뚝 떨어졌다.
만약 엘릭이 용의 둥지에서 정신이 멀쩡하게 깨어있었던 시간이 정확하게 반나절이었단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장 납치를 해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런 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후! 이제 끝났다.”
엘릭은 손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면서 뿌듯한 얼굴로 하루를 쏟아부어 만든 텃밭을 바라봤다.
목책이며 석벽, 거기다 고운 흙까지.
이만하면 완벽한 수준이지 않나?
[아주 그럴싸해졌네요.]
“에이. 이만하면 완벽하죠. 이제 텃밭 옆에다 한동안 머물 숙소만 만들면 될 것 같아요.”
[참고로 본 녀는 잠자리를 심하게 가린답니다. 침대가 없으면 눈을 붙이지 못하고, 일어났을 때는 꼭 머리맡에 따뜻한 차가 마련되어 있어 머리를 맑게 해줄 수 있어야 하죠. 온도는 대략 50도에서 60도 정도가 본 녀와 가장 잘 알맞더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아. 그나저나.”
엘릭은 쓰게 웃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품에 넣어뒀던 석판을 꺼냈다.
“이건 왜 여태 아무 반응도 없는 걸까요?”
이제 하루가 거의 끝나가건만, 이건 여태 아무 변화도 없었다.
[원래 변태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지 않나요?.]
“안내자인데도 아시는 게 없습니까?”
[말하지 않았었나요? 나무와 관련된 조언 외에는 말해주지 못한다고. 그리고 사실 본 녀도 그자와 사적인 계약으로 이곳에 묶여 있는 것이라, 모르는 사실이 더 많답니다. 정보가 너무 많이 풀리면 힌트를 주기 쉽다나?]
“잘 모르신다는 말씀을 너무 에둘러서 말씀하시네요.”
[흥! 본 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무능력이랍니다.]
엘릭은 동백의 신이 어떤 성격인지 이제 대강 알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분명 현황판 같은 거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싹이 나야 제대로 작동하려나?”
[그러려면 퇴비가 필요하겠군요.]
“동백나무가 좋아할 만한 게 흑의 설원에 있습니까?”
[있죠. 당연히. 만들기가 좀 어렵긴 하…!]
동백의 신이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석판이 떨리더니 표면에서 화려한 빛무리가 터졌다.
드디어 뭔가 나오나 싶어, 엘릭과 동백의 신의 시선이 저절로 석판으로 향하고.
석판에 맺힌 빛무리가 이리저리 일그러지면서 글자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미션에 실패하셨습니다.]
[0일 차로 되감기됩니다.]
“…?”
[…?]
재능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