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북방으로
“그래. 모두 떠났다고?”
“예. 그렇습니다.”
네레스타의 가주, 가이 네레스타는 시종 아믈리브가 가져온 보고에 안경을 내리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션에게 카를이, 타샤에게 하나비가 있다면, 지난 30년 동안 아믈리브가 가이의 그림자를 자처해왔으니. 가문 내에서는 ‘숨겨진 부가주’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는 최근 들어 가이가 자주 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좋은 일이 있어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분이건만.
대체 엘릭 메르빙거란 사람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드신 걸까?
‘원로원에서도 원로원주께서 갑자기 사라지신 것 때문에 깨나 관심을 가지는 눈치라고 했었지, 아마?’
최근 들어 가문의 모든 관심사는 엘릭에게 쏠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계속 재미난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물론, 아믈리브로서는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어도 속으로만 삭일 뿐. 단 한 번도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림자일 뿐. 그림자는 시키는 일만 수행하면 그만이지, 따로 생각이란 걸 할 필요가 없었다.
“아가씨께서도 방금 휘하의 사조직을 모두 데리고 둥지로 넘어가셨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이었을 테니까.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적극 지원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아믈리브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바람이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지원을 해주라는 말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도와주라는 의미였으니까.
쓸데없이 자존심 강한 딸에 대한 아버지의 배려인 셈이었다.
가이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따스한 햇살이 닿고, 그 자리로 새순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벌써 봄인가?”
어쩌면 저 햇살이 닿는 자리는 메르빙거일지도 모르겠다고, 가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여긴 지옥이야. 지옥이라고….’
북방으로 가는 내내.
엘릭은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반쪽이 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콩은 잘 먹니?”
“누가 그런 말 쓰라고 했어! 말 곱게 하라고 했지?”
“션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넌 뭘 하는 거니? 뺀질뺀질하게 굴지 말고, 도와줘. 어서!”
헤이즈의 잔소리 폭탄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낮으로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에 엘릭의 생활은 방탕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으니까.
말투부터 행동까지,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래서 누나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았던 건데…!’
엘릭은 헤이즈가 얼마나 자신을 위하는지 잘 알면서도, 이따금 그녀와 같이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 어린애 취급만 받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누나는 태클 걸 점이 아예 없다는 거지….’
미색이면 미색. 품행이면 품행. 기품이면 기품.
헤이즈는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이었다.
완벽, 그 자체인 셈이었다.
어른들의 사랑도 듬뿍 받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혼담 제안이 오기도 했던 기억이 있었다.
엘릭을 돌봐야 한다며 전부 거절했었지만.
‘말 안 들으면 시도 때도 없이 해머로 머리통 깨부수려 드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걸 지적했다가는 진짜 깨지겠지?’
결국 엘릭은 날이 갈수록 한숨이 많아지고, 얼굴은 반쪽이 되어 가고 있었다.
“지랄한다.”
그걸 보고 있던 션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지만.
“뭐, 인마?”
“우리 누이를 보고도 그딴 말을 하니. 복에 겨운 줄 알아. 요즘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게 좋으면 네가 데려가면 될… 아악!”
짜악!
엘릭은 욱하는 마음에 투덜거리다 말고, 등짝에서 일어나는 불길에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어느새 헤이즈가 도끼눈을 뜬 채로 노려보고 있었다.
“누나가 말 곱게 쓰라고 했지?”
“그래도 누나, 좀 그만 좀 때려! 등에서 불이 날 것 같… 아아악!”
짜악, 짜악!
“이게 뭘 잘했다고!”
계속 이어지는 누이의 손길에 엘릭은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아아아악!”
션은 못 말린다는 듯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메피스토는 한쪽 구석에서 속 시원해 죽겠다는 얼굴을 했다.
* * *
다행인지, 불행인지. 엘릭은 머지않아 곧 속에 쌓인 울화를 풀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 있는 거 다 내놔!”
한적해서 조용하기만 하던 그들에게 아주 작은 돌발 이벤트가 발생했던 것이다.
딱 보기에도 어설프기 짝이 없어 보이는 산적들이 산길을 점거하고 있었다.
흉기랍시고 들고 있는 식칼은 이가 다 빠져서 고기라도 썰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괜히 센 척 힘을 잔뜩 준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거기도 입고 있는 옷도 다 해져서 남루한 것이, 인근 화전민촌에서 배가 고파 뛰쳐나온 유랑민들인 것 같았다.
물론, 진짜배기 산적들이 나타나더라도 눈 하나 깜빡할 이들이 아니었기에 ‘저게 뭐냐?’라는 표정으로 산적들을 볼 뿐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마부석에 앉아있던 카를이 귀찮다는 투로 마차 안쪽을 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일행들의 모든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한쪽으로 쏠렸다.
『푸하하! 아무래도 네가 여기서 가장 인기가 많나 보구나.』
“…뭐야? 다들 왜 날 봐?”
엘릭은 인상을 팍 찡그리고 말았다.
“어이쿠야. 요즘 나이를 먹었나. 등이 왜 이리 시린지 모르겠누.”
오거스틴은 등이 굽은 것 같다며 주먹으로 등을 두들겨댔고.
“누나, 망치 손질해야 해.”
헤이즈는 해머를 매만지고 있었으며.
“귀찮아.”
션은 하품을 늘어지게 해대면서 손사래를 쳤다.
엘릭은 카를 쪽으로 돌렸지만.
“전 마차를 지켜야 해서.”
카를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릴 뿐이었다.
엘릭은 인상을 더 크게 구기고 말았다.
그때.
“이, 이게 뭐야!”
“히익! 호, 호랑이…?”
타닥!
마침 말들이 겁을 먹을까 봐 한참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호랑이가 재빨리 마차 옆에 나란히 섰다.
“으하하! 아무래도 이 몸이 나설 차례인 것 같군! 제자에게 이 스승의 위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어!”
길리티는 엘릭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척 들떠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길리티를 날뛰게 했다간 피바다가 펼쳐질 건 불에 보듯 뻔한 일.
“젠장! 제가 가면 되잖아요! 제가!”
결국 엘릭은 신경질적으로 마차 문을 열면서 밖으로 나서야만 했다.
일행들이 전부 자신보다 먹이사슬 위쪽에 있으니 어쩔 수가 있나. 션에게는 그동안 잘못한 게 있으니 세게 나서기가 어렵고.
“으응? 제자야, 무엇 하러 귀찮게 나온 것이냐. 안에 있으려무나. 청소는 이 스승이 다 할 테니.”
길리티가 왜 나왔냐는 얼굴로 눈을 끔뻑거렸지만, 엘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치울 테니 나서지 마십시오. 말들도 너무 놀라고 있잖습니까.”
“으으음!”
길리티는 기가 팍 죽은 얼굴로 호랑이와 함께 뒤로 빠져야만 했다.
그럴수록 엘릭은 더 한숨이 나왔다.
‘혁명군 중에서도 현상금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던 양반이 날뛰면 그게 더 귀찮단 말입니다….’
한편.
산적들이 어수룩하기 짝이 없었을지언정 눈치까지 삶아 먹은 것이 아니었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태연한 모습하며, 맹수를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노인이라니.
그래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나마 겁이 없던 한 명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참으면서 앞으로 나섰다.
“수, 순순히 투항한다면 용서를 해줄…!”
쾅!
하지만 그는 길게 말을 잇지 못했으니.
바로 발 앞에서 얼음 폭탄이 터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땅이 움푹 파이고, 사방에 온통 빙판이 깔렸다.
“뭐라고?”
“히이이익!”
“사, 살려만 주십시오!”
“아이고! 저희가 눈깔이 삐어서…! 요, 용서해주십시오!”
산적들은 무기를 죄다 버리고 재빨리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살고 싶냐?”
“예? 예!”
“그, 그, 그렇습니다! 사, 살려만 주십시오!”
순간, 엘릭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있는 거 다 내놔.”
“…!”
“…!”
“…!”
졸지에 역으로 털리게 생긴 산적들의 안색이 희멀겋게 변했다.
* * *
“뭐야? 이게 전부라고?”
“그, 그렇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걸 나더러 믿으란 건 아니지?”
“저, 저, 정말입니다요! 저, 저희도 산적질이 이번이 처음인데다…! 모, 목숨이 아까운데 서, 설마 거, 거짓말을 하겠습니까요?”
산적 두목은 다시 바닥에 넙죽 엎드리면서 양손을 싹싹 빌어댔다.
쉰 살쯤 되는 양반이 눈물 콧물을 질질 짜는 꼴이 그렇게 좋은 꼴은 아니었기에 엘릭은 결국 혀를 차야만 했다.
“이것들 진짜 개털이네.”
산적들이 일행을 안내한 본거지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화전민촌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들 하며 꾀죄죄한 몰골을 한 사람들만이 가득한 곳.
마을 사람들은 일행들을 보자마자 잔뜩 겁에 질린 채로 저마다 각자 집에 숨어버린 상태였다.
더군다나 두목이자 마을의 촌장이라고 한 녀석이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사연에 따르면, 최근 몇 년에 걸쳐 계속 가뭄이 들어 심한 기근에 허덕이는 상태.
이대로는 마을이 통째로 굶어 죽을 판이라, 어쩔 수 없이 호구지책으로 산적질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 산길이 그리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곳이 아니라 계속 허탕만 쳤었다고.
“안타깝게 되었군. 본 국의 행정력이 아무리 뻗친다고 뻗쳐도 이런 곳들이 자꾸 발생하니.”
오거스틴은 쓰게 웃으면서 엘릭에게 그냥 저들을 용서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두 번 다시는 산적질을 할 수 없게 손목 인대 하나쯤은 끊어놔야겠지만.”
“아이고! 마법사님! 제발 봐주십시오! 손을 못 쓰게 되면 농번기에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합니다요!”
하지만 오거스틴은 그런 그들의 사정까지 봐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제국은 대륙 남단의 연합국과 다르게 어디까지나 신분제 사회였고, 그쯤 되는 사람이 화전민들을 이만큼 봐주는 것도 사실 크게 마음을 써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화전민들로서는 날벼락이었지만.
엘릭이 여기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흠?』
[왜 그래요?]
『마기가 느껴져서.』
[엥? 그게 여기서 갑자기 왜 나와요?]
엘릭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메피스토를 돌아봤다.
메피스토도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너무 미약해서 본 왕도 혹시나 했었다만, 느껴지는 것을 어쩌랴?』
엘릭의 당혹스러운 태도를 눈치챈 건지, 오거스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느냐?”
엘릭은 이 사실을 말할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마와 인외의 퇴치는 가문의 방침이기도 했으니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하필 북방으로 가는 길에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것도 찝찝하고.’
엘릭이 말했다.
“최근에 이 근방에서 가뭄이 극심했었다는 말은 듣지 못해서요. 오히려 5년 만에 최고 풍년이라는 소문도 돌지 않았습니까?”
“음?”
“아, 아이고, 나리! 저는 절대 거짓말을 한 게 아닙니다요!”
촌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거짓말이란 것도 아닙니다. 자세히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논밭은 가뭄이 심해 보였습니다.”
오거스틴도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인상을 굳혔다.
“짚이는 것이라도 있느냐?”
“지금부터 확인해봐야죠.”
엘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시다. 메이더.]
『…뭔 이더?』
[메이더요. 메피 레이더의 준말인데.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간단하게 마탐이라고 불러드릴까요? 마기 탐지기.]
『이 새끼가…!』
졸지에 탐지기 신세가 되고 만 메피스토는 인상을 확 구기고 말았지만, 엘릭은 뭐하냐면서 어서 안내하라고 턱짓을 했다.
[독립 안 할 겁니까?]
『젠장!』
메피는 이제는 아예 대놓고 자신을 부려 먹겠다는 엘릭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어쩌랴.
여기서 철저한 을은 그인 것을.
엘릭은 마치 자신이 직접 알아낸 것처럼 한껏 거들먹거리면서 메피스토를 따라갔고.
『…저기다.』
“저깁니다.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금세 마을의 외곽에 위치한 저수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겉보기엔 가뭄이 극심해 바닥을 보이는 아주 작은 저수지.
“저곳은, 그저 저희 마을에 논밭에다 물을 대는 호수에 불과합니다만…?”
“이 늙은이도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오거스틴은 마력을 슬쩍 흘려보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릭이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는 말에 길리티나 헤이즈, 션도 전부 마차에서 내려 따라온 상태.
하지만 그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체 뭐가 있다는 거지?”
“마와 비슷한 게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면 큰일이긴 한데… 좀처럼 뭔지 알 수가 없군.”
“어휴! 전부 답답들 하십니다. 제가 없으면 어쩌려고. 잠시만 지켜보십시오.”
물론, 엘릭도 그들처럼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뭐해요, 안 가고?]
『우라질! 여기다!』
메피스토는 저수지 한가운데로 가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엘릭은 재빨리 그곳을 파서 얼마 가지 않아 아주 작은 크기의 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순간, 오거스틴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다.
함의 뚜껑 부분에 붙어 있는 부적이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해 쓰이는 봉인부(封印符)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엘릭은 재빨리 봉인부를 제거하고, 함의 뚜껑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스스스-
“마기!”
“토템(Totem)… 이로군.”
아주 미약하게 퍼지는 마기에 일행이 일제히 인상을 굳혔다.
함에는 박쥐 날개를 단 염소 머리의 마족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마기는 거기서 풍기고 있었고.
“이것이 이 마을에 가뭄을 일으킨 건가? 하지만 굳이 왜 이런 곳에?”
오거스틴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토템을 매만졌다.
마도구의 일종인 토템은 시전자의 기원(祈願)을 담고 있어 장시간에 걸쳐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불러들인다.
그런데 마기가 담긴 토템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아무도 탐지할 수 없게 봉인부에 붙은 채로?
이건 분명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몰래 묻어놨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따로 신고를 해야겠구나. 션, 귀찮겠지만 네가 나서줘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할아버님.”
30년 전에 있었던 대마전쟁 이후, 마족은 현재 전부 박멸되었다고 알려진 상태.
물론, 인간 문명이 있는 한 마와 인외는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지만, 그래도 더 이상 마족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마족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위해 ‘준비’를 한다는 증거라면 절대 묵인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오거스틴의 지시에 따라 션은 당장 하산할 준비를 했다.
카를도 같이 가겠다며 뒤따르려던 그때.
꿀꺽!
갑자기 들린 엄청나게 큰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토템 쪽으로 쏠렸다.
“…?”
“…?”
“…?”
무언가를 집어삼키는 듯한 소리.
본의 아니게 시선을 받게 된 엘릭도 적잖게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그의 손끝에서 일어난 그림자가… 나무 조각상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재능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