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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삼킨 마법사-14화 (14/405)

14화

실전(實戰)

‘하긴. 뭐, 내가 언제부터 이런 요행 같은 걸 바랬다고.’

사실 지금까지 얻은 것만 해도 남들은 평생 얻지 못할 기연이니.

더 이상 뭔가를 바란다는 건 욕심일 테지.

그래서 엘릭은 금세 설인의 왕과 관련된 생각을 전부 지워버렸다.

그게 아니더라도 정리해야 할 것도 많았으니까.

‘그나저나 가문의 안가는 어떻게 찾아낸다?’

엘릭은 손으로 마도경식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목에 걸린 가보의 무게가 더 무거운 것 같았다.

과거.

대마전쟁의 후유증으로 항상 고생하시던 아버지는 정신이 들 때면 엘릭에게 몇 가지 신신당부를 하시곤 했다.

-본가가 지금은 비록 몰락했다지만… 릭. 잊지 말거라. 본가는 천 년이 넘도록 존속해온 마도명문이다. 이 제국보다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 한데, 그런 유서 깊은 곳에 조상들이 남긴 유산 하나 없으랴?

-대륙 곳곳에 본가가 남긴 안가와 비역(秘域)이 존재한단다. 너도 언젠가 어엿한 한 명의 가주가 된다면 그곳들을 차례로 찾아….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당부와 다르게.

엘릭은 이에 대해 거의 반쯤 잊다시피 해야만 했다.

안가와 비역의 위치를 알 만한 원로들이 전부 대마전쟁 때 죽으면서, 정보가 유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정보도 ‘대략 어느 지역에 있다’는 정도였으니.

그러다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가, 바로 마도경식 때문이었다.

‘분명히 내 기억으로 가문에 남은 서책 중에는 마도경식을 다루는 것이 없었어. 그냥 초대 가주께서 남기신 물건이라는 것만 있었지.’

이만한 물건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메르빙거 가의 가주들이 대대로 얼마나 뛰어난 마법사였는지를 떠올려본다면,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우리 집 양반들이 어떤 양반인데. 내 성격이 괜히 나왔겠어?’

그렇기에 엘릭은 분명히 어딘가에 마도경식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 추측했고.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이 설인의 고원, 어딘가에 존재한다던 안가였다.

‘그래서 오긴 했는데.’

주변에 온통 보이는 거라고는 설산인 이곳에서 안가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그만큼 어려울 게 분명했지만.

사실 엘릭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가문에서 남긴 곳이니, 설인들 중에 여기에 대한 정보를 가진 녀석이 있지 않을까?’

설인도 마족이라면 어떻게든 가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테니까.

메피스토가 무덤 이야기 꺼냈을 때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마도경식에 대한 정보가 하나 더 남아있긴 하구나.’

엘릭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유는 알 수 없어도, 할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셨다던….’

* * *

“저희 부족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원래 설인의 시초가 되는 존재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설원 한가운데에 버려진 어느 여인이 한을 품은 채로 죽어 나타난 설녀(雪女)에게서 시작되었다는….”

『본 왕이 너에게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다.』

엘릭은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 직접 육성으로 말할 수가 없어서 ‘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메피스토를 바라봤다.

『내게 툭 하면 날리던 묵언 수행, 저놈에게도 좀 날리면 안 되겠느냐? 이러다간 정말이지 본 왕의 귀에서 피라도 흘러내릴 것 같구나!』

메피스토는 길잡이인 밍마를 가리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인상이 잔뜩 일그러진 것이,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었다면 당장 입부터 닫았을 태세였다.

엘릭은 실웃음을 흘려야만 했다.

‘하긴. 말이 참 많긴 많지.’

산세가 험준한 데다가,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아서 오르는 것만 해도 숨이 가빠서 미칠 지경이건만.

밍마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잘도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도 숨소리 한 번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그래도 제 딴에는 가이드 노릇도 열심히 한답시고, ‘설인의 고원’과 관련된 정보를 위주로 말하기는 했다.

엘릭으로서는 혹시 안가와 관련된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그럭저럭 듣고 있는 편이었지만.

메피스토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은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몬스터 헌터들은 물론이고, 로브를 뒤집어 쓴 무리도 간간히 밍마를 노려볼 정도였으니까.

물론, 밍마는 전혀 그런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그냥 그렇게 웃고 넘길 게 아니란 말이다! 본 왕은 정말 미치겠다고!』

엘릭은 메피스토의 애절한 요청 사항을 귓등으로 흘려버리다가, 힐끔 로브 무리 쪽을 훔쳐보았다.

‘아, 나랑 비슷한 사람이 딱 한 명 있긴 하네.’

그들 중 유일하게 밍마의 말을 유심히 듣는 이가 있었던 것이다.

다른 동료들에 비해 비교적 체구가 왜소한 사람.

살짝 뒤로 젖힌 로브 사이로 비치는 눈동자는 밍마에게 단단히 고정된 채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이따금 궁금한 게 생긴 것 같으면 옆으로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밍마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나 않는 건, 그가 주변 로브들과는 다른 신분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걸음걸이 하며 행동 방식으로 봐서는 귀족인 것 같고. 성별은… 여자인가? 어느 가문 사람이지?’

엘릭은 심안을 열면서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진 상태.

당연히 저들은 제 딴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그의 이목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여인은 지체 높은 가문의 영애. 다른 로브들은 기사였다. 그것도 상당한 기예를 갈고 닦은 게 분명한 최정예들.

보유한 마력량도 적지 않았고, 오러 체인(Aura Chain)도 1개 이상으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런 궁벽한 곳에서 보기 어려운 이들이었지만….

‘무슨 임무라도 있나 보지.’

엘릭은 처음처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제국의 공작인 자신도 이런 곳에서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니고 있는 판국에 다른 가문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애당초 엘릭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심안의 효과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려던 것뿐이었다.

혹시 심안을 썼던 게 들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심안의 발동 여부를, 타인이 알 방법은 없다… 이건 상당한 이점이야.’

심안은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하는데 탁월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전장에서 이만한 무기는 없을 터였다.

엘릭은 내친 김에 그들이 아닌 몬스터 헌터나 약초꾼 쪽으로도 심안을 써보았다.

헌터들은 로브 기사들만큼 단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제법 많은 실전을 겪었던지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고.

약초꾼들도 사는 지역의 특징 때문인지 심폐 지구력이나 체력이 아주 좋아 보였다.

다만, 그중 한 명이 예사롭지 않게 2개의 오러 체인을 갖고 있어 아주 잠깐 흠칫거리긴 했지만.

‘아냐. 날 노리려는 자객 같은 건. 품이나 짐 보따리에 무기도 없고. 은거기인 같은 걸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엘릭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따라라】.”

엘릭의 검지 끝에서 피어난 푸른 마력이 핏물처럼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러자 때마침 손 아래로 지나고 있던 모기가 그대로 푸른 마력을 뒤집어쓰고, 엘릭이 점찍어뒀던 약초꾼 쪽으로 날았다. 패밀리어였다.

이제부터 녀석은 자신의 눈을 대신해 수시로 약초꾼을 관찰해줄 터였다.

『그러니까 좀 어떻게 해보라고!』

여전히 길잡이에 대한 메피스토의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엘릭은 듣는 척도 않았다.

* * *

“【따뜻해져라】.”

“【회복하라】.”

높이 올라갈수록 점차 공기가 희박해졌다.

당연히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워지고, 체력도 바닥을 보였다. 거기다 더해진 맹추위는 걸음 속도까지 느려지게 만들었다.

‘설인은 왜 여태 안 보이는 거야?’

아직 본격적인 출몰 구역까지 도착하려면 한참을 더 가야 했지만.

그래도 여태껏 단 한 마리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러웠다.

바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는데.

역시 말처럼 그리 쉽게 나타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여기서 그냥 따로 빠져야 하나?’

여기까지 오는 길이 복잡했을 뿐이지, 지금부터는 상관없었기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많이 험준해질 테니, 그 전에 식사하고 가겠습니다!”

밍마의 말에 따라, 약초꾼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눈을 치워서 앉을 만한 자리를 확보하고, 중앙에다 따로 가져온 마른 장작을 모아 불을 지폈다.

주변에 온통 축축한 흙이나 눈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눈치 보지 마시고, 다들 편하게 앉으세요. 이렇게 같이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는 일행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밍마의 살가운 말투 덕분에 다른 여객들도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로브 무리는 끝까지 섞이지 않을 듯 굴었지만, 여인이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하자 어쩔 수 없이 나서야만 했다.

“…불 좀 빌리겠소.”

호위기사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굵직한 어투로 양해를 구하면서 널찍하게 난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하나둘씩 후드를 뒤로 젖힌 순간.

다른 여객들은 저마다 헛바람을 들이키고 말았다.

“허!”

“흠…!”

마지막에 후드를 벗은 여인이 그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널린 눈보다도 더 하얄 것 같은 피부며 흑요석을 박은 것처럼 색 짙은 눈동자.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수많은 미녀를 보았던 엘릭으로서도 두 눈이 뜨일 정도였다.

“휘익! 이렇게 아리따운 미녀가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디 양갓집의 규수라도 되는 모양이오? 으흐흐!”

“여기 와서 내 눈이 호강하…! 허허, 헉!”

몬스터 헌터들은 그런 그녀에게 휘파람을 부는 등 이죽거리다 말고, 크게 헛바람을 들이켜야만 했다.

어느새 호위기사 중 한 명이 헌터들의 턱 밑에다가 검을 갖다 댄 것이다.

“뒈지고 싶나?”

살벌한 눈빛과 목소리.

산자락에서만 살아가던 평민들로서는 절대 맞서지 못할 살기가 가득 섞여 있었다.

헌터들도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바닥이 축축하게 젖기까지 했다.

“첸. 검 내려요.”

그때, 뒤에 있던 여인이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아가씨, 이 무례한 작자들이…!”

“내려요.”

“…알겠습니다.”

호위기사는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을 내리면서도, 분을 완전히 삭이지는 않았다.

촤악!

“아아악! 내 눈, 내 눈…!”

가장 노골적인 시선으로 여인을 희롱했던 헌터의 한쪽 눈이 터져나간 것이다.

헌터는 새하얀 눈밭에다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 괴성을 질러댔지만, 호위기사는 코웃음을 치면서 검에 묻은 핏물을 털어낼 뿐이었다.

“흥! 고작 눈깔 하나로 목숨을 연명하게 된 것에 아가씨께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라.”

“첸!”

“죄송합니다, 아가씨. 항명에 대한 죄는 추후에 달게 받겠습니다.”

“…하아!”

하지만 죄송하다는 말과 다르게, 첸이라는 기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다른 세 기사들도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동의한다는 듯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

“하아!”

여인만이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 때문일까.

여객들 사이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약초꾼들은 행여 해코지라도 당할까 싶어 그들에게서 널찍이 떨어지고, 말 많던 밍마도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흠!』

메피스토는 팔짱을 낀 채로 그런 기사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엘릭은 검지로 바닥에다 빠르게 글자를 남겼다. 남들이 봐서는 안 되니 낙서처럼 룬 문자를 이용한 암어(暗語)에 가까웠다.

-왜 그래요?

다행히 메피스토는 글씨를 알아본 것 같았다.

『저 기사 놈 말이다.』

-?

『얼마나 강한 거냐?』

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걸까.

-글쎄요. 오러 체인을 가지고 있으니, 유저 급 정도 되지 않을까요?

『유저?』

-그러니까….

『글로 쓰지 말고. 말로 해, 말로!』

-어떻게 하는 건데요?

『뭔 소리야? 메시지로 보내면 되잖아! 마법 일일이 발동하기 눈치 보이면 전음 쓰면 되는 거고.』

-전음?

『뭐야? 너, 전음도 모르냐?』

-그게 뭡니까? 처음 듣는데.

『…설마 이 시대에는 전음이 없는 거냐? 체계나 분류는 그렇게 세세하게 나뉘어 있으면서, 이런 기초적인 마력 용법은 남아있지 않다고?』

메피스토는 엘릭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 마법 학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

그때 그가 느꼈던 건, 세월이 한참 동안 흐른 만큼 마법도 그가 생각지 못한 여러 흐름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해졌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마나의 축복을 받은 이들에게는 기초 입문과 같은 전음을 모른다니…?

‘그러고 보니 처음에 진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 않았던가?’

메피스토는 어쩐지 위화감을 느껴야만 했다.

『소리는 공기라는 매질(媒質)을 이용해서 전달되지. 하지만 그래서야 옆으로 퍼지기만 하니, 그렇지 못하게 마력으로 단단히 묶어서 원하는 대상에게만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메피스토는 내심 찝찝하면서도 깊게 생각지 않고 전음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엘릭은 메피스토의 설명대로 마력을 한데 끌어모으려 노력했다.

다행히 언령의 기초도 대기 속 마나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번 반복하니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이… 렇게요?]

『그래. 역시 곧잘 따라 하는군.』

[메시지 마법과 비슷한 효과인데도, 훨씬 편하고 마력 사용도 적네요. 이건 메한테 배운 것 중에서도 좀 신기하…!]

엘릭은 말을 하려다 말고, 갑자기 도중에 그쳐야만 했다.

그와 동시에 메피스토의 고개도 한쪽으로 홱 돌아갔다.

무언가가 그들의 감각에 붙잡혔다.

『이제야 좀 지겨운 걸 끝내고, 뭐라도 할 수 있겠군. 저 기사 놈에 대한 건 이따 듣기로 하마.』

그때.

“아가씨, 뒤로 물러서십시오.”

4명의 로브 기사들이 다급히 일어나면서 여인을 보호하듯이 지키고, 헌터들이 가장 늦게 허리를 쭈뼛 세웠다.

밍마도 바람에 섞인 이질적인 냄새를 맡고 크게 소리쳤다.

그 속에는 설인의 것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모두 설벽 끝으로 몸을 붙이세요!”

바람 속에 묻힌 냄새.

그건 피 냄새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친 건지, 아주 진하게 배어 있는 사람의 피 냄새.

그와 동시에.

퓨퓨퓨퓻!

아주 엷은 크기를 자랑하는 필룸(투창)이 한 가득 하늘을 뒤덮으면서 이쪽으로 쏟아졌다.

따다당!

퍼퍼퍽!

“으악!”

“커, 컥! 살려… 쿠르륵!”

첸과 기사들은 재빨리 허공에서 필룸을 옆으로 쳐낼 수 있었지만, 그만한 실력이 되지 못한 약초꾼들은 단숨에 두세 자루의 필룸에 관통되어 쓰러져야만 했다.

진즉에 녀석들의 기척을 읽었던 엘릭은 이미 공격 범위에서 한껏 떨어져 있었다.

『투창을 사용하는 걸로 봐서는 ‘붉은 눈’ 부족인가? 역시나 멍청한 족속들답게 그동안 달라진 게 하나 없군.』

엘릭은 메피스토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우선 생존하는 게 급선무였기에 모든 의문을 뒤로 물린 채로 언령을 발동했다.

“【돌아라】.”

두근!

두근, 두근!

순간, 엘릭의 체내에서 혈류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재능 삼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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