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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253화 (254/258)

외전. 강림(2)

외전. 강림(2)

벡이 잘라낸 제단의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지나 싶더니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멈추었다.

성당의 저 위쪽 난간에서 쏟아지는 바람이 바닥을 치고 올라와 파편들을 받치고 있었다.

날개를 퍼덕여 바람의 범위에서 벗어난 벡이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도포를 입고 한쪽 눈에 안대를 쓴 악어 수인 도사의 주위에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에브레 형!”

벡의 견진성사를 축하하기 위해 젠과 함께 참석한 에브레였다.

어엿한 도사가 된 에브레의 소맷자락이 부풀더니 바람이 계속해서 밀려 나왔다.

그 바람들은 성당 곳곳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교단의 사제들이 열린 문 쪽으로 신자들을 유도했다.

도력 실린 에브레의 음성이 벡의 귓가에 닿았다.

“정리는 내가 도울 테니 추기경님이 괜찮으신지 확인해.”

고개를 끄덕인 벡은 엔진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맹렬하게 회전하던 톱날은 날갯짓을 몇 번 하는 사이 얇게 접혀 그의 팔뚝 안으로 사라졌다.

폭발의 여파로 생긴 연기가 아직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기에 벡은 바로 시야를 열 감지 모드로 전환했다.

붉은 형체 하나가 다른 붉은 형체를 감싸 안은 것이 보였다.

안고 있는 쪽의 등에서 고열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쉴드를 전개한 펠루다라고 추측한 벡이 다가서려는데 그의 앞을 막는 이들이 있었다.

일반 사제들이 입는 것보다 훨씬 더 새카만 사제복을 입은 인원들이었다.

어느새인가 수십은 족히 될 인원이 제단을 둘러싸고 있었다.

어깨와 소매에 그려진 문양은 기계 교단의 것이 분명했으나 일반적인 문양과 다르게 더 날카롭고 진하게 새겨져 있었다.

기계 교단의 영향력 아래에서 자라온 벡이 그 문양을 모를 리 없었다.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문양이다.

‘이단심문관?’

교단 제일의 원리주의자 집단을 꼽으면 신자들은 대번에 이단심문관들이 모여있는 신앙정립성을 꼽았다.

세계 대부분의 권역에서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시대에는 타 종교와의 전쟁보다는 배교자나 교단 내의 이단 종파의 축출에 더 힘쓰고 있다는 인상이었지만 동시에 교단에 대한 외부의 위협에는 극렬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벡의 귓가에 들렸다.

“반反 기계주의자인 러다이스트들의 테러 시도로 추측되는바, 지금부터 이곳은 우리 신앙정립성이 통제하겠습니다.”

머디였다.

그의 시선이 벡에게 향하고 있었다.

“먼저, 그쪽의 신병을 확보하겠습니다.”

날개를 없앤 벡이 더듬거렸다.

“저, 저는 반 기계주의자가 아닙니다. 이미 몸 안에도 많은 기계 장치들이······.”

“추기경께서 집전하는 견진성사에 당신과 같은 이가 있을 거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추기경은 벡이 교단의 대전사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 사실이 퍼져나가지 않게 조심에 또 조심을 기울였다.

벡의 존재가 지닐 파급력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추기경을 교단으로 이끈 페테르조차 벡을 실제로 보고는 이 아이가 대전사가 아니면 누가 대전사겠냐며 강하게 주장했다.

교황만이 기계 장치의 신과 통한다 믿는 기계 교단의 교리에서 대전사의 탄생은 교단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추기경은 만약 벡이 스스로 교단의 일원이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견진성사 이후 천천히 존재감을 더할 생각이었다.

교단에 얽매이지 않는다 해도 좋았다.

때가 되면 신께서 벡을 귀히 쓰시리라 믿었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많은 눈앞에서 벡이 힘을 드러낸 것은 추기경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다른 이단심문관들이 벡의 주위를 포위했다.

머디는 벡의 존재를 처음 들었을 때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조금 전 신도들을 덮치는 제단을 분쇄해버리는 벡의 모습을 목격했을 때 직감했다.

이 청년은 교단에 갈등을 불러오겠구나.

죽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린의 말을 들었을 때 머디는 긴가민가했으나 벡의 실체를 목격한 지금, 머디는 마음속으로 린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고 있었다.

그때, 열 감지 모드를 발동하고 있던 벡의 시야에 펠루다와 추기경이 연기 너머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걱정이 앞선 벡이 모드를 해제하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다른 이단심문관들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윙윙거리는 실드장의 공명 소리와 함께 펠루다가 추기경을 부축하며 제단 아래로 내려왔다.

펠루다의 등딱지 몇 개가 지직거리며 제대로 공명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둘의 부상은 없다시피 했다.

이단심문관들이 다가서자 방어를 위해 장벽처럼 세워졌던 펠루다의 등딱지 일부가 가로로 누워 쉴드를 마치 칼날처럼 발산해 겨누었다.

머디가 그런 펠루다를 향해 외쳤다.

“신앙정립성 아시아지부 팀장 이단심문관 머디라고 합니다. 반 기계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여 현재부터는 저희 신앙정립성이 통제하겠습니다. 추기경님도 저희가 모시지요.”

하지만 펠루다는 이단심문관들을 향한 날을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그런 지시사항 들은 적 없습니다.”

시커먼 옷을 입고, 날카로운 교단 문양을 새긴 사제들.

오메가가 말했던 작자들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단심문관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머디가 강제로 진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꺼내려고 입을 연 사이, 위에서부터 무언가가 떨어져 그의 옆에 착지했다.

영력의 날개를 뻗은 위타천의 얼굴은 그와 통하는 신 중 가장 악독한 신을 데려와도 부족할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왜 내가 작전 총괄일 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광활하고 거대한 성당, 위타천의 분노와 그에 따른 영력이 내부를 휘감자 미처 나가지 못한 신자 몇몇이 정신을 잃고 경련했다.

머디 역시 압박감에 꼼짝할 수 없었다.

위타천은 그런 머디에게 눈길조차 두지 않고 펠루다에게 걸어갔고, 펠루다와 추기경을 압박하던 이단심문관들도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위타천이 다가오자 펠루다는 비로소 쉴드장을 해제했다.

추기경에게 다가선 위타천이 얼굴을 풀고 물었다.

“다 제 불찰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펠루다 군이 노력해준 덕에 괜찮습니다.”

“정체불명의 투사체가 엔진에 박힌 정황을 확보했습니다. 발사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마고가 정황 증거를 넘겨받아 역산 중이고 나다가 실시간으로 마고의 지시를 받으며 수색에 나섰습니다. 이미 요원들을 배치해두었으니 거처에서 안정을 취하시는 편이 어떠시겠습니까.”

“그리하지요.”

위타천의 시선이 펠루다에게 옮겨갔다.

“계속 호위해. 그리고 잘했다.”

펠루다와 추기경이 성당 밖으로 향하는데 머디가 끼어들었다.

“네오-서울 공공 집행본부는 이미 호위에 실패했습니다! 염치가 있다면 더 이상의 개입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의 말이 신호라도 된 것인지 이단심문관들이 벡과 추기경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그 압박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귓바퀴에 내장된 통신 장비를 통해 벡에게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지켜보자고 했는데, 다들 꼭 가셔야겠단다. 일이 더 복잡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앨리스 누나?”

앨리스의 말이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벡의 주위에 있던 이단심문관들의 가슴팍에 기묘한 문자가 빛났다.

고대 법술의 발현.

그리고는―

“억!”

대여섯의 이단심문관들이 가슴을 얻어맞은 듯 공중으로 치솟더니 곧 날아가 성당의 한구석에 처박혔다.

머디가 침을 튀기며 외쳤다.

“감히 이단심문관을 공격하다니! 오만하고 불경하다!”

당황한 벡이 주춤하는 사이 머디의 머리 위에서 법술 섞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네 녀석은 누구이길래 오만함을 논하며 불경하다 지껄이는가! 무엄하다!”

머디를 비롯한 이단심문관들이 귀를 찌르고 들어와 뇌를 헤집는 목소리 때문에 주춤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단심문관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극에 이른 힘의 운용.

로봇 헤드를 뒤집어쓴 이수련이 법술로 몸을 감싼 채 벡의 곁으로 내려왔다.

“수련 누님······.”

“그래그래, 본좌가 왔느니라. 어린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꼬. 이제 걱정할 것 없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네 앞길을 막는 것들은 본좌가 모조리 치워버릴 것이야. 방금처럼 말이다.”

곧 작은 박쥐 하나가 날개를 퍼덕이며 이수련의 머리통을 치고 갔다.

“왜 그러느냐!”

원래 모습을 드러낸 신시아가 이수련을 향해 역정을 냈다.

“갈 거면 얌전히 가랬지! 이러면 벡이 곤란해진다고!”

“신시아 아줌마!”

고개를 돌린 신시아가 벡을 향해 웃었다.

이마에 살벌한 주름을 만들어내면서였다.

“그 단어를 그렇게 크게 말해야겠니?”

벡이 성장하며 알게 된 것은 신시아가 자신의 아버지인 오메가의 부인이긴 한데 또 동시에 자신의 친모는 아니라는 것.

그래도 아버지의 부인인데 이수련에게 하는 것처럼 누님이라는 호칭은 조금 그래서 결국 아줌마로 정착했다.

당사자인 신시아만 빼면 모두가 그럭저럭 만족하는 호칭이었다.

특히나 이수련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지금처럼.

“아줌마! 이 얼마나 듣기 좋은 단어인고. 잘했다 벡. 신시아는 이제 언제까지나 아줌마이니라.”

심각한 주변 분위기와는 다르게 천진함까지 느껴지는 이수련의 태도.

힘 있는 자의 여유라고도 할 수 있었다.

거의 동시에 벡의 옆에서 번개 줄기가 아래에서 위로 작게 솟았다.

번개가 사라지자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도사 스승과 제자인 젠과 에브레.

정체 모를 구미호에게 역정을 내려던 머디가 젠을 알아보고 주춤했다.

“혈뇌진인······.”

스파크가 가라앉은 냉막한 젠의 시선이 머디에게 꽂혔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아이는 흡혈귀입니다. 저희 가문이 종교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지만 가문 구성원이 기계 교단의 이단심문관에게 억류될 상황에 있는 걸 마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머디가 길게 자란 송곳니 사이로 뜨거운 숨을 훅 뿜었다.

구미호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야스민 가문의 직계들이 이렇게 나서서 직접 변호한다는 것만으로도 청년이 품고 있는 힘의 위험성이 저릿저릿하게 와닿았다.

더 밀어붙이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머디였지만, 탄이 박힌 엔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래야 상황을 통제하고 조작하기가 쉬울 테니까.

머디가 눈을 데굴 굴렸다.

추기경은 펠루다의 부축을 받아 성당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추기경은 포기하더라도 저기 벡만큼은 처리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심리전과 수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을 때, 벡은 신시아의 등에 대고 물었다.

“아줌마, 아빠는요?”

“도와줄 사람이 많다면서 찾으러 가셨어. 곧 오실 거야.”

“저······괜찮겠죠? 할아버지랑 아빠가 절대 함부로 내보이지 말랬는데······.”

“괜찮아. 너는 잘했어. 위급한 상황이었잖아. 할아버지도 아빠도 너보고 잘했다고 하실 거야. 그리고, 걱정하지 마. 우리 자기가 나선 이상 잘 해결될 거니까.”

그때 머디는 위타천을 살살 달래고 있었다.

“좋습니다. 내부의 조사는 공공 집행본부에게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추가 폭발의 위험이 있는 저 엔진은 저희가 관리하죠. 애초에 교단의 성물 아닙니까.”

위타천이 고민하는 사이, 머디는 이번에 젠을 향해 말했다.

“억류가 아닙니다. 사전에 듣지 못한 정보에 대한 청취입니다. 저희가 들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듣고, 감사를 표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진인의 태도 때문에 더 의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대답을 회피하는 사이 절반 이상이 날아간 제단 곁에서 보랏빛 도형이 꿈틀댔다.

그걸 발견한 이단심문관들이 소리치며 몰려드는 바람에 막 성당을 빠져나가던 추기경마저 몸을 돌려 그 도형을 바라봤다.

한숨을 푹 쉰 추기경이 중얼거렸다.

“교단에서 받아주는 대신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그랬었는데······.”

공간술사, 클로카이의 마법이었다.

그는 현재 과거를 지우고 평생 봉사한다는 조건으로 기계 교단에 투신해있었다.

클로카이의 능력이 너무 출중해 어떻게든 범죄에 엮일 것이라는 공공 집행본부의 소견을 듣고 오메가가 비슷한 경험이 있는 헤지르 추기경에게 특별히 부탁한 결과였다.

도형을 알아보고 얼어있는 펠루다의 등을 툭 친 추기경.

“못 보고, 못 들은 걸로 하지요.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예외를 두고 싶어 하는 법이니.”

두 사람이 밖으로 빠져나갈 때, 클로카이가 만든 도형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오메가.

날카로운 시선을 머디에게 고정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대충 쭉 들었는데, 뭘 그렇게 다 떠맡으려고 하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아시나? 전문 분야는 전문가에게. 내가 모셔들 왔지.”

뒤이어 모습을 보인 거한의 입에는 금속성 마스크가 번쩍였다.

여다함에게 페룬 마탑주를 넘기고 은퇴한 테오릭 경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은퇴지만 각지의 전장에서 강철계 마법을 사용하는 괴한의 목격담이 종종 들리곤 했다.

“이렇게 금속이 가득한 현장에서 우리만 한 재주꾼들이 또 없지.”

테오릭 경이 수인을 맺으며 마나를 끌어모으자 파손된 제단과 엔진 주위에 날카로운 구조물이 생겨나 접근을 막았다.

엔진으로 달려가려던 머디도 구조물 때문에 뒤로 물러서야 했다.

“이게 무슨······!”

테오릭 경이 호쾌하게 답했다.

“제대로 된 현장 검증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가는 고슴도치로 만들어 주리다. 페룬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검증이라면 지금 당장 우리만으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오메가는 그런 머디에게 이죽거렸다.

“에이, 비전문가의 검증을 어떻게 믿나?”

머디의 고개가 홱 돌았다.

“비전문가?”

“뭐가 날아와 박혔다는데, 탄환이라나? 반 기계주의자들이 테러했다는데 그건 어떤 무기를 썼는지 분석해 봐야 정확히 아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가 아는 최고의 무기 전문가가 마침 와 계시더라고.”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이는 수연이 사라지고 마침내 예공방의 사장이 된 동시에 작은 도장을 열어 결국 스스로 아수라 육도류의 개파조사 자리에 오른 하르파고스였다.

“예공방 사장님보다 무기류에 정통하긴 힘들 것 같은데? 그죠? 아시아를 넘어 세계급 방산업체 아닙니까.”

예공방은 원래부터도 네오-서울을 대표하는 방산업체 중 하나였지만 근래 있던 네오-서울과 타 권역과의 분쟁으로 인해 급성장을 이루었다.

사라지는 보랏빛 도형을 배경으로 하르파고스가 쑥스러운 듯 세 얼굴을 긁적였다.

“그 정도까지 띄워주실 건 아니지만 또 남들보다 못하지는 않죠. 제가 현장 출신이기도 하고, 또 예전에는 총기나 화기를 안 가리고 써보기도 했으니까요. 러다이시스트들을 상대한 경험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 머디는 폭발했다.

몸을 날린 머디는 단번에 오메가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

“당신은 누군데 여기서 우릴 방해해!”

자신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붙은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트롤의 압박감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오메가가 가볍게 혀를 찼다.

아쉬운 듯 그의 손이 허리춤을 쓸었다.

“아쉽네. 들어올 때 검 안 맡겼으면 하나 잡고 시작하는 건데.”

머디는 그대로 굳었다.

남자의 말이 허세나 거짓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이 동강동강 해체되어 나뒹구는 착각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전신에서 식은땀이 솟았다.

“트롤, 믿는 건 자윤데 내가 눈이 무지하게 좋아.”

무슨 소리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머디.

오메가의 목소리가 무저갱처럼 가라앉았다.

“엔진 폭발할 때 너무 좋아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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