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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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을 이용한 전체주의적 제국의 탄생이라니······게다가 안드로이드의 의식을 엮어서 가상공간의 주도권을 빼앗고 거기 있는 사람들······을 뭐라고 한다고 했지?”
샌디 비치 사옥의 회의실에 있던 위타천이 고개를 내게로 돌려 물었다.
답은 내가 아니라 내 옆에 앉아있던 앨리스로부터 나왔다.
“다이버요.”
“그래, 다이버. 보면 볼수록 아주 영특한 안드로이드구만. 집행본부 사람들이 보고 배우면 참으로 좋겠어.”
“과찬의 말씀이세요.”
“나는 빈말을 하지 않아.”
“하긴, 위타천 님이 대쪽 같다는 건 안드로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죠. 만인의 귀감이세요.”
은근히 띄워주는 앨리스의 발언에 위타천이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후배는 복 받은 줄 알아야 하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안드로이드가 어디 있다고! 일이 조금만 힘들면 사표부터 내미는 안드로이드가 넘치는 세상에 말이야!”
사표를 들이미는 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힘든 일을 시키는 만큼의 돈을 안 줘서 그런 겁니다.
그리고 당신 성질을 버티면 그게 구도자지 안드로이드야?
나도 모르게 얼굴을 구길 때, 앨리스는 방긋방긋 웃으며 위타천에게 답했다.
“아니에요. 사장님도 제 편의를 많이 봐주시고 있어요. 위타천 님을 만나는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저를 데려온 것만 봐도 그렇잖아요.”
앨리스를 데리고 온 건 피해에 대한 보상과 대책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 위타천이 마침 잘 됐다면서 앨리스도 자리에 함께 하자고 해서 들어오게 됐다.
분명 마주하는 건 처음일 텐데도 기묘하게 죽이 잘 맞는 둘이었다.
그리고 이 회의실에 들어와 있는 마지막 인물 하나를 바라봤다.
잔뜩 굳은 얼굴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매티슨이었다.
일본 열도에서 사메의 근거지를 덮친 것이 위타천과 그가 개인적으로 모은 인맥이라는 것을 내가 매티슨에게 알려준 시점은 위타천의 개인 수송기가 샌디 비치 사옥 근처에 착륙한 이후였다.
빠르게 알게 되나 늦게 알게 되나 놀랄 게 뻔한데 일찍 알려줘서 내게 불만을 말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계획은 아주 잘 먹혀들었는지 매티슨은 위타천의 등장부터 지금까지 한 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 매티슨이 신경 쓰일 법도 하건만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마이 페이스로 살아가는 위타천답게 이내 다시 자기 할 말만 하기 시작했다.
“그 다이버들도 잡혀있던 안드로이드의 의식처럼 신체로부터 유리될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후배 덕에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네.”
“일렉트로닉 코마에 빠졌던 안드로이드들도 모두 회복했다는 것 같고요.”
끄덕임으로 내 말에 동의를 표한 위타천이 매티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릿발 같이 쏟아지는 위타천의 시선을 마주한 매티슨은 사우나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더욱 가열차게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와 앨리스를 향해서는 빙긋빙긋 웃어주기까지 하던 위타천의 얼굴 근육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과정을 무마할 수는 없지. 그렇지 않나?”
“예? 예! 그렇죠!”
급발진하듯 대답을 내뱉은 매티슨.
“내가 담당했으면 좋겠지만 공을 탐해서 잘 모르는 분야에 발을 들일 수는 없지. 전문성과 효율성 모두를 격하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위타천의 입을 바라보는 매티슨의 눈이 터질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매티슨은 무너졌다.
“마고에게 인계하기로 얘기가 되었네. 다만 매티슨이라고 했나? 자네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후배의 말을 참고해서 마고에게 이번 사건 이상으로 파고들지는 말라고 말해두었네.”
매티슨이 마지막 문장을 듣고는 벌떡 일어나 위타천에게 연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호테키라고 하는 그 개발자의 전자적 소멸이 확실시된다고는 하지만 마고의 조사에 감추는 것이 있으면 안 될 걸세.”
“물론입니다! 적극 돕겠습니다.”
“앨리스 양 같은 피해자들에게도 적당한 보상안을 내놓아야 할 거고.”
“이미 접촉 중입니다.”
그게 정말이냐는 뜻으로 고개를 돌려 앨리스를 바라봤다.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앨리스에게 속삭였다.
“딥스페이스는 안 된다고 했다.”
“위험도 없어졌는데 왜요.”
“네가 종일 그걸 쓰고 있는 게 위험이야.”
그 사이, 위타천은 매티슨에게 내가 매티슨의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한 덕에 이렇게 된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마고가 딥스페이스 폐쇄를 고려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감동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매티슨이 보인다.
한쪽 눈에 보조 장치 쓴 오랑우탄 주제에 멜로 눈깔 뭐야.
손가락으로 찌르고 싶네.
얼추 얘기가 끝난 듯 싶어 엉거주춤 일어나려니까 위타천이 제지했다.
“후배는 나랑 얘기 좀 하지.”
“여······기서요?”
“그럼 다른 데 있나?”
아무리 그래도 남의 회사 회의실인데 이 아저씨는 그딴 게 대수, 아니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얼굴이다.
매티슨과 앨리스가 재빨리 밖으로 나섰다.
내 옆을 지나가던 매티슨이 재빠르게 속닥거렸다.
“말씀 마치시면 저랑도 잠깐 보고 가시죠.”
왜 이리 따로 찾는 사람이 많아?
문이 닫히고, 위타천이 큼큼하며 목을 다듬었다.
“내가 휴가 중에 엮인 걸로 되어 있어서 이번 일의 공은 아마 일본 열도에 있는 권역들이 나눠 가지게 될 걸세. 표면적으로는. 나중에 그쪽에 방문할 일 있으면 미리 말하게. 특급 귀빈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걸세.”
“그럴 일이 있다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끄덕인 위타천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계속해서 그쪽을 파고 있는데, 엮여 나오는 것이 심상치가 않아. 사메의 초기 목표 중 하나가 네오-서울의 전산망 혼란이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네. 딥스페이스가 아닌 다른 가상공간에서 호테키가 사메 외의 인물과 접촉한 정황도 있고.”
위타천이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호테키를 생포했으면 하셨군요.”
“솔직한 감상으로는 그렇네. 다만 마고의 말로는 그렇게 됐다면 안드로이드들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는 못했을 거라더군. 자네를 봐야겠다는 걸 내가 막았어.”
“감사합니다.”
“마고 그 친구는 내가 봐도 좀 팍팍하거든. 여유가 없어, 여유가.”
마고를 씹어대던 위타천이 대화의 방향을 원래대로 돌렸다.
“여튼, 지금은 그 접촉 했던 인물이 누군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네. 마고도 그쪽에 집중할 것 같고. 위험한 사상을 가진 놈들이 네오-서울을 흔드는 건 자네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걸세.”
“저는 몰라도 될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서운한 소리인가. 자네도 승승장구해서 언젠가는 공공 집행자 자리에 앉아야지.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답답한 부하들도 봐줄 만해진다네.”
이것 봐.
또 마이 페이스 모드로 들어갔네.
“저는 공공 집행자 생각 없습니다. 이번 일은 우연히 서로 방향이 맞았던 정도죠.”
잠깐 실망하는 표정을 짓던 위타천이 곧 밝게 웃었다.
“그래, 나도 후배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나이 먹으면 안정을 찾게 돼.”
말을 말자.
내 반응이 미적지근하다는 걸 알아챈 건지 위타천이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얼마 전 WSS에서 리벨리온과 색승이 나타났다는 걸 들었냐는 내용이다.
나도 모르게 움찔할 뻔했다.
색승이고 리벨리온이고 또 네오-서울에서 설치면 머리통을 몸 속에 박아버리겠다는 위타천의 엄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색승은 처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진오와 샴록을 도운 셈이 됐다.
이번 일로 뭔가 느낀 게 있는지 진오와 샴록은 수연과 색승이 부재한 이 틈을 타서 트라이포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보겠다고 했다.
자신들에게 휘말려 잘못된 길을 선택한 이들에 대한 부채는 잊지 않고 있으며, 때가 되면 죗값을 받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WSS에서 당장 제압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아닌 장소에서 깽판을 쳤다는 부담과 이들의 일은 이들 손으로 마무리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네오-서울로 돌아왔다.
이후로 해적질이 줄고, 암흑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는 걸 뉴스로만 접했다.
조금 전 위타천이 매티슨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과정을 무마할 수는 없지-
결과는 나름대로 괜찮게 이끌어낸 것 같은데, 이 타협이라고는 없는 꼬장꼬장한 아저씨가 과정을 예쁘게 봐줄 것 같지는 않아서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잠자코 있었다.
“이런, 바쁜 사람을 오래 잡아뒀군. 가세나.”
회의실 밖으로 나와서 앨리스와 매티슨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꼿꼿한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는 위타천 뒤로, 그의 부관인 장이 내게 웃으며 인사하고는 재빨리 위타천의 곁으로 붙었다.
‘위타천은 내 도움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 결과 네오-서울을 흔드는 걸 넘어 가상공간을 지배하려 했던 세력 하나가 붕괴됐고······. 트라이포드와 관련이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 관련이 있다면 절대 작은 손실은 아닐텐데. 위타천은 연구소의 ‘그분’이 아닌 건가?’
의심을 거두려다가도 스펙터의 탈주가 그의 감시 아래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사리 수긍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마음을 먹었을 때, 매티슨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오메가님! 이번 일을 잘 끝내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혹시 의뢰의 대가를 기억하실는지요?”
딥스페이스를 수련 장소로 이용하는 은거기인들의 모임에 초대하는 것이었지.
그런데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제 아바타가 분쇄기에서 갈려나가서 당장은 접속하지 못하는 것 아니었나요? 복구에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요. 어쩌면 그때와 같은 아바타는 못 만들수도 있다고 그러셨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알고 계시는군요.”
매티슨의 말이 빨라진다.
“그런데 그분들 중 한 분이 오메가 씨의 신분을 알게 돼서 딥스페이스가 아니라 현실에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내 옆에 있던 앨리스가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게 말이 되나요? 개인 정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건 나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아직도 루트의 누가 내 정보를 사갔는지 파악이 어려운 마당에 이렇게 줄줄 흘리고 다닐 수는 없는 거다.
매티슨이 감자를 집어먹는 데 쓰는 기계팔까지 흔들며 부정했다.
“저희 쪽에서 알려드린 게 아닙니다.”
심기가 불편해진 영향인지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요? 말씀 잘하셔야 할 겁니다.”
“그게······제가 그분들에게 말씀드린 건 딥스페이스 내부에서 오메가 님 활약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위타천 님께서 지인과 이번 일에 대한 말씀을 나누시다가······.”
위타천 그 아저씨가?
솔직히 의외다.
내게 통신 디바이스를 선물해 준 것이 위타천이었다.
지금이야 사무실 연락처와 묶어서 내 디바이스에 대한 접근도 아주 어렵게 앨리스가 바꿔놨지만, 그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위타천이 주위에 내 연락처를 뿌리고 다닐 마음을 먹었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소리.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이 위타천이다.
게다가 일에 있어서는 깐깐을 넘어 혀를 내두를만큼 엄격한 사람이 핵심 관계자였던 내 연락처를 노출해?
차라리 매티슨이 자기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쪽이 믿기 쉬울 것 같았다.
제대로 말하라고 윽박지르려는 찰나, 위타천과 장이 사라진 복도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
위타천과 장이 노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단언컨대 위타천의 저렇게 쩔쩔매는 모습과 당황스러운 말투를 보게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이렇게 불쑥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 체면도 생각해주셔야죠.”
“나는 내 체면 챙기기도 바쁜데 왜 네 체면까지 내가 챙겨야 한단 말이냐. 평소에는 그렇게 좋은 말만 하면서 싸고 돌더니, 내게 보이려니 아쉽더냐?”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눈처럼 새하얀 수염을 가슴까지 기른 노인의 한쪽 소매가 걸음에 맞춰 펄럭였다.
외팔이였다.
하지만 신체는 놀랍도록 균형 잡혀있었으며, 걸음마다 강맹한 기운을 주변에 뿜어내는 듯했다.
엘프 특유의 뒤로 길게 뻗은 뾰족한 귀마저 세월을 이기지 못해 아래로 늘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위타천이 놀라운 단어를 뱉었다.
“스승님! 이러시깁니까!”
하지만 엘프 노인은 긴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누가 네 스승이냐. 중간에 도망친 놈은 제자로 안 친다.”
“사정이 있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다. 네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지 않았느냐.”
위타천이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옳지! 옳지!
당신도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속이 뻥 뚫리네!
노인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다음 순간, 노인의 어깨에서 아주 작은 작동음이 들리나 싶더니 펄럭이던 한쪽 소매에서 기가 일렁이고, 이내 기가 뭉쳐 팔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아지랑이 같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가 아니다.
실체화했을 뿐 아니라 극한으로 압축해서 팔의 뒤쪽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토옹, 토옹 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 날아오는 지풍指風.
검을 꺼내면서 앨리스와 매티슨의 앞으로 이동했다.
[발도 - 찰나지간]
분명 바람일 뿐인데 스걱하며 베이는 소리가 섬뜩하다.
이런 나를 본 엘프 노인의 눈썹이 움찔하나 싶더니 곧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 자리에 멈춰선 노인이 나를 향해 말했다.
“칭찬 들을만한 실력이로구나. 그리고 그 정도 결단력과 판단이라면 딥스페이스에서 날아다녔다는 말도 못 믿을 건 아니지.”
노인의 말이 이어졌다.
“무례인 걸 알면서 이렇게 찾아온 건 미안하구나, 아이야. 하지만 네가 해결사라는 말을 듣고 부탁할 일이 있어 이리 온 것이니 너무 좋지 않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단다.”
위타천은 나를 향해 미안해 죽으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위타천의 저런 표정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럽긴 하다.
그리고 위타천의 스승 같은데 이렇게 급하게 행차한 거라면 굳이 나쁜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예상치도 못한 일에 눈이 동그래져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앨리스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자 앨리스가 나서서 협상을 시작했다.
노인의 의뢰는 이것이었다.
“내 딸에게 스토커가 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져 요새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는구나. 어찌나 신출귀몰하고 음습한지 딸의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을 때만 접근한다고 하던데 스토커를 퇴치해 줄 수 있겠느냐?”
위타천이 입을 비쭉 내밀고 투덜거렸다.
“그 정도 가지고 무슨······. 몸과 마음이 허해져서 헛게 보이는 겁니다.”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부인이 겪는 일인데 어찌 그리 무심한 게냐!”
잠깐 머리 회전이 멈췄다.
엘프 노인의 딸······이면서 위타천의 부인······?
덜덜 떨며 위타천에게 말했다.
“그 성질머리로······부인이 있었어요? 그것도 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