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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111화 (112/258)

111.

111.

표면적을 좁혀 피격 가능 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체의 중심선에서 뒤에 위치시켰던 왼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렸다.

오른 다리 하나로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자세.

가볍게 몸을 띄워―

[제자리 회전]

[검막劍幕]

공중에서 몸을 두어 번 회전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주위에서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섬광이 수십 회나 발생했다.

[검막]을 통해 검으로 받아친 색승의 염주 구슬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받아쳐서 힘이 많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슬들은 주변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을 손쉽게 뚫어버렸다.

한 대라도 맞으면 곧바로 청운 선생에게 달려가야 한다는 이중 위기감이 피어올랐다.

주위를 둘러봤다.

처음 내가 바이크를 타고 진입했던 창고는 이제 ‘창고였던 것’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허름했던 창고였는데, 나와 색승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통에 지붕은 절반 이상이 날아갔으며, 벽도 아슬아슬하게 기울어 당장이라도 철거 딱지가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림이 됐다.

전투의 여파는 이미 창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주변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컨테이너 중 몸체에 구멍이 나지 않은 것이 드물었으며, 몇 개는 내 화염계 마법에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기도 했다.

짠 내음과 불쾌한 내음을 동시에 풍기던 연안 부두의 흙탕물 구덩이 중 얼어 있는 것들도 보였다.

색승의 발을 묶기 위해 사용한 빙결계 마법의 흔적이었다.

광자 검날이 깜빡였다.

엄청난 힘이 담긴 색승의 염주를 받아치느라 배터리 소모가 급격한 모양.

“이것도 손을 보든가 해야지.”

짧은 투정을 마친 후, 리볼버를 재장전하는 카우보이처럼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동작으로 검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운전석이 뭉개진 컨테이너 이송 트레일러 위에 올라 있던 색승이 나를 보고 진득한 웃음을 지었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여유롭군요. 그때는 소승을 보는 눈빛에 경외감이 가득했는데 말입니다.”

저 새끼가 아는 경외랑 내가 아는 경외가 뜻이 다른가?

그때나 지금이나 혐오와 멸시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은데.

색승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거북 수인 특유의 짤막한 꼬리가 아니다.

거대하고 긴 물건을 가랑이 사이를 통해 뒤로 넘겨 마치 꼬리처럼 보이는······.

보는 것만으로 시력 저하가 올 것 같다.

씨발 내 눈!

[추진]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발 주변의 지반이 파이는 것이 느껴졌다.

방향은 놈이 있는 트레일러보다 조금 못 미친 위쪽.

공중에 떠올라 다시 [제자리 회전]

무게중심이 아래로 향할 때, 검을 쥔 손에 힘을 준다.

[유성낙하]

[필격살]

충분한 높이가 아니라 온전한 위력을 싣지는 못하겠지만, 근거리에서 쏟아지는 검격이니 놈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의외성이 통한 건지 지금까지의 전투 양상처럼 몸을 휘게 하거나 늘려서 공격을 흘리지 않고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몸을 돌리는 색승.

그렇지 않아도 뭉개져 있다가 미처 회수하지 못한 [필격살]의 기파를 맞아 깔끔하게 반토막 나버린 트레일러의 운전석 일부를 밟고 다시 한번 놈을 향해 도약했다.

색승의 기다란 꼬리를 분명 길게 베었······다?

탓하는 소리와 함께 착지한 나와 색승.

색승이 세로로 갈라진 물건을 앞으로 내밀더니 웃음 지었다.

“다시 붙일 때, 손을 좀 봤습니다.”

그러더니 내 검이 가른 자리 옆으로 한줄기 선이 더 생기더니 색승의 물건 끝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굉장하지 않습니까? 이 녀석의 이름은 케르베로스라고 합니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앞과 뒤를 동시에 공략하면서도 남은 하나로 애무를······.”

어지럽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마고에게 끌려갔을 때보다도 더.

정신이 실시간으로 오염되는 기분.

내가 주춤하는 걸 느꼈는지, 색승이 등딱지를 열고 뭔가를 뿌려댔다.

“열락의 전희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거신족도 저항하기 힘들어했으니 효과는 확실할 겁니다!”

[스카디]

내 주위로 폭풍에 가까운 냉기가 몰아쳤고, 색승이 뿌린 것들을 쓸어 가버렸다.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샴록이 불러온 암흑가의 인물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는지 멀리서 터져 나오는 야릇한 신음을 들은 색승이 빈정댔다.

“이런, 혼자 즐기기는 아쉬웠던 모양이군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오메가 시주는 저 하나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여기서 [파천황] 상태로 진입할 수는 없다.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유적지 탐사에서 복귀한 이후 젠에게 아직 길게 지속하지는 못하지만 화염계와 빙결계의 융합에 성공했음을 알리고 지하 체육관에서 몇 초간의 시연을 보여줬었다.

목격한 젠이 심각한 목소리로 ‘이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조언을 했다.

화염계, 빙결계 뿐만 아니라 계통을 가리지 않는 마법사들의 관심이 쏟아질 것은 당연하고,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아무리 프리랜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해결사라고 하지만 무조건 능력 제한 법령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아직 마고가 내게 붙인 요주의 인물 딱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도 함께였다.

저 새끼는 대낮에 꼬추 까고 휘두르는데 나는 보는 눈 때문에 마음껏 날뛰지 못하는 불합리함이란.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색승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수십 개의 염주 구슬, 이미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해진 그것, 정신 오염을 유발하는 음담패설까지 세 가지 무기를 유연하게 사용하며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슬슬 힘이 빠지는 겁니까? 조금 실망입니다. 소승이 오메가 시주를 위해 모아 놓은 것이 어마어마합니다.”

“정신병자 같은 또라이 새끼······.”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필터를 거치지 않고 터져 나온 말.

정신병?

또라이?

머리가 맑아졌다.

그래, 유독 힘든 이유를 찾았다.

내 사고방식이 지극히 정상적이기 때문에 힘든 거다.

미친놈에게 정상인의 방식을 가져다 맞추려니 당연히 정신이 깎여나가는 거고.

동등한 위치에 오르려면, 나도 미쳐야 한다.

후우-

양팔을 늘어트린 채로 숨을 천천히 눌러 앉혔다.

[혈계조검술 - 에스피나]

터져 나오는 붉은 피가 작은 가시를 이루어 검을 타고 오른다.

광자 검날에 닿은 피는 곧바로 붉은 연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로타시온]

‘그때’처럼 엔진의 굉음은 없지만, 대신 훨씬 더 잔혹하고 섬뜩한 붉은 가시로 이루어진 체인이 팔에 난 상처와 검 사이를 왕복하며 회전하기 시작한다.

급격한 피의 유출로 머리가 핑 돈다.

아- 그리운 감각이여.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진정으로 미친놈이 되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분명 ‘그때’만큼 순수하게 미친놈이 되었던 적은 없다.

색승은 여전히 나를 향해 웃고는 있지만, 눈가가 떨리고 있다.

언어 그대로 미친놈을 앞에 마주하니 심상치가 않은가 보지?

사람의 언어를 뱉어낼 수 없어지게 되기 전, 경고를 날린다.

[목표 고정]

“너는 좆대가리 잘못 놀려서 좆되는 줄 알아라.”

[광란狂亂]

미치도록 어지럽다는 단어 그대로, 나는 다시 한번 광전사가 된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龜頭를 내밀어라. 내놓지 않으면―”

방언과 함께 땅을 박차고, 붉게 물든 광자 검날이 번뜩이는 피가시 체인소드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구워서 뜯어 먹으리.”

#

“으으······.”

폐허를 넘어 잔해가 되어버린 폐자재 창고의 구석, 진오가 눈을 떴다.

거신족의 강인한 신체와 놀라운 회복력은 진오의 신체 내부에서 맴도는 색승의 내력과 필요 이상의 호르몬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위기에 처하자 필사의 생명력이 발휘되기도 했던 터라, 그 덕에 완전히 여체화되었던 진오의 몸은 거의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다만 색승이 워낙 악랄하게 몸을 휘저어 놓은 터라 감각만큼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온전히 돌아오지 못한 상황.

얼굴의 절반 이상 넘어가 벗겨지려 하는 가면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진오.

광전사가 된 오메가의 폭발적인 공세에 색승은 진오에게까지 신경을 쓸 수 없었고, 자연히 진오를 구속해두던 힘도 약해져 있었다.

천천히 일어선 진오의 몸에 묵직한 바닷바람이 닿자 예민해진 감각에 신음을 흘릴 뻔한 진오가 분하다는 듯 그르륵 댔다.

그의 삶에 이렇게 치욕적인 기억은 없었다.

주위는 난장판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태풍이 연안 부두에만 상륙한 것 같았다.

멀쩡한 것은 흰색 고치로 보이는 보호시스템에 감긴 오메가의 호버 바이크 뿐.

콰아아앙-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에 진오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핑 도는 머리와 울렁이는 속을 안고, 다 부서지고 제멋대로 날아간 컨테이너에 손을 짚어가며 도착한 곳에서 고개를 든 진오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오메가가 색승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제멋대로 휘날린 머리칼, 흰자가 보이도록 까뒤집힌 눈, 한 호흡도 멈추지 않는 움직임, 검술을 극도로 연마한 초인들에게 보기 힘들 것 같은 체인소드의 예리함까지.

오메가는 존재만으로도 심지 약한 자들은 그대로 혼절할 것 같은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색승의 물건 중 양옆 두 줄기가 체인소드에 잘려 힘없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을 도외시하는 검술 갈래가 아직도 전승되어 올 줄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색승의 앞에 나타난 오메가.

당황한 색승이 정제 호르몬을 뿌려댔지만, 눈을 까뒤집은 오메가는 오히려 그것이 기분 좋은 향이라도 되는 듯 있는 힘껏 들이마시고는 우렁차게 외쳤다.

“세엑스!!!”

색승과 진오는 동시에 같은 감정에 지배됐다.

원초적 공포.

이건 TPO에 맞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섹스나 외쳐대는 섹무새의 공허한 외침이 아니다.

그런 자들의 외침에는 혼이 없고 울림이 없었다.

그러나 오메가의 외침에는 광전사의 혼과 발할라로 향하는 울림이 담겨 있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피를 질펀하게 묻히고 돌아온 광전사가 폭발하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으로 인해 흥분 상태에서 질러대는 광포한 함성.

“세엑스으!!”

본인이 이곳의 지배자임을 선포하는 우렁찬 포효.

성性에 있어서는 단 한 번도 약자의 위치에 서 본 적 없는 색승의 물건이 힘을 잃는다.

평생을 쌓아온 그의 색공이 넘볼 수 없는 우월종에게 먼저 반응한 것.

온갖 호르몬에 절여진 색승의 다른 신체와 보조 장치도 하나같이 위험 신호를 내뿜고 있었다.

“이······이게 왜 이렇게······.”

고개를 숙여버린 물건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색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너진 남성이 일어서지는 않는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색승의 염주가 그의 등 뒤에 촤르르륵 소리를 내며 붙더니 푸른 불꽃을 뿜어냈다.

가속이 붙은 색승이 향하는 곳은 방파제 너머의 바다.

다시 한번 도망을 시도하려는 색승의 뒤를 쫓는 오메가.

거침없이 휘두르는 체인소드의 가시와 광자 검날에 등딱지가 부서지면서도 색승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잡히면 끝이다.

그런 위기감이 색승의 표정에 그대로 묻어났다.

머리를 등갑 안쪽으로 집어넣어 오메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낸 색승이 바다를 향해 점프했다.

마지막까지 그의 음담패설은 멈추지 않았다.

“소승이 오메가 시주의 내면에 있는 BDSM 기질을 일깨웠나 봅니다! 더욱 준비해서 다음 기회에는 꼭 오메가 시주를······!”

턱-

색승의 발목을 잡는 무언가.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릴 정도지만 색승이 도주할 기세를 보이자 온 힘을 다해 달려온 진오다.

색승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대로 가면을 벗어 던지는 진오.

거신족 혼혈의 거대한 신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진오는 있는 힘껏 색승을 연안 부두로 던졌다.

멀지 않은 방파제에 서 있는 오메가가 보인다.

진오는 눈으로 말했다.

‘이용당하지 않겠다. 나의 삶을 살겠다.’

오메가 역시 눈으로 답했다.

‘섹스.’

아마도 최고의 칭찬일 터.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운 진오가 바다에 빠지는 것과 동시에 폭탄이 터진 것같이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았다.

한편, 본체를 드러낸 진오의 무시무시한 완력은 색승이 등에 달고 있던 염주 구슬의 출력을 가볍게 무시했고, 그 결과 색승은 연안 부두의 컨테이너 잔해에 처박혔다.

덜렁거리는 물건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등갑 안쪽에 넣어 어느 정도의 충격 말고는 큰 부상이 없는 색승이 엉금엉금 밖으로 기어 나오자마자 마주한 것은 당연히 오메가.

광전사의 본능이 이성을 지배한 상태일 텐데도 본능적인 역겨움을 느낀 것일까.

[에어 글러브]를 통해 손에 공기막을 만들어낸 오메가가 색승의 물건 기둥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우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그걸 뜯어 내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저번 일이 있고 난 뒤 장착해둔 <분리>-<사출> 프로세스를 가동할 생각도 못 한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는 색승.

“으아아악!”

그런 색승의 머리 위로 오메가가 휘두르는 그의 물건이 계속해서 떨어진다.

퍼억- 퍼억-

광전사의 끝나지 않은 포효와 함께.

“세엑스으으!!”

그동안 마구 휘둘렀던 물건에 당한 피해자들의 눈물과 울분이 실린 매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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