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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101화 (102/258)

101.

101.

-아는 사람들입니까?

하뮬의 말이 귓가에 닿을 즈음, 뒤에서 엄청난 폭음과 빛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기암괴석 공룡들에 비해 작아서 그렇지, 식물 육식 공룡들의 크기도 절대 작은 편이 아니었는데, 수막새 탐사단을 향해 달려들었던 공룡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날아가고 있었다.

빛이 조금 잦아들 무렵, 다시 망원경을 눈에 대고 뒤를 바라보던 하뮬 교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폭탄마 류정!”

뒤쪽을 보자 호버 보드에 오른 듀라한이 옆에 낀 투구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공룡과 수막새 탐사단을 향해 뿌려대고 있었다.

그의 손이 투구로 한 번 들어갔다 나왔다 할 때마다 폭발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뮬 교수가 긴급하게 외쳤다.

“브리가드! 브리가드다!”

조사대원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본대에 남은 호위대원들도 자신의 무장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러면 기껏 사기 저하를 우려한 내가 뭐가 되냐고.

“유적지니만큼 브리가드가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대놓고 올 줄은 몰랐는데.”

펠루다의 말을 들은 젖소가 할버드의 창대에 탄환을 밀어 넣으며 답했다.

“유물도 확보하고, 브리가드도 물리치고. 일거양득이네. 이번 일로 내 몸값이 좀 뛰겠어.”

탄환 충전을 마친 젖소가 순박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는 믿음이 느껴졌다.

외면하는 겸사겸사 시선을 앞으로 돌리니 공략조에게 호되게 당한 기암괴석 공룡들이 우리를 피해 슬슬 옆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척후조, 앞쪽 상황 어때.”

-별다른 장애물 없습니다.

“척후조를 제외한 전원, 본대로 복귀해라.”

적토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제 시작이다!

“뒤쪽에 브리가드 확인됐다. 전방 경로 확보는 척후조에게 맡기고 전원 유사시에 발생할 수 있는 전투에 대비한다.”

하뮬 교수가 말을 꺼낸 만큼 굳이 감출 이유도 없었다.

-본대로 가겠다!

모든 인원이 복귀할 때쯤, 내가 평원에 놓은 불도 차츰 꺼져가고 있었다.

탐사단의 총책임자인 하뮬 교수가 짧게 지시를 내렸다.

“전원 녹스 카트 위로. 은폐장을 가동한 상태로 최고 출력을 낼 겁니다.”

하뮬 교수가 데리고 있는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몇은 교수의 지시에 바로 행동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게 가능하냐는 눈으로 멈칫거리고 있었다.

일단 오르라니까 하뮬 교수 옆에 오른 내가 되물었다.

전혀 듣지 못한 내용이었다.

“그런 게 가능합니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왜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은 거죠?”

“커스텀 오더로 달아놓은 옵션인데 에너지 효율이 말도 안 되게 안 좋습니다. 은폐장을 가동한 채로 움직일 수 있는 최대 거리는 20km 남짓이죠. 거기다 출력까지 최대로 올리면 실제로 갈 수 있는 거리는 그 반의 반도 안 될 겁니다. 이 상태로 계속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잠시 위험을 벗어나기 전까지만 가동할 겁니다.”

전원이 녹스 카트에 오르자 하뮬 교수가 나와 함께 타고 있는 선두의 녹스 카트 제어판을 만졌다.

그러자 마치 펠루다의 쉴드처럼 모든 녹스 카트 주변에 일렁이는 은폐장이 생성됐다.

-소리나 냄새는 가릴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하뮬 교수의 주의사항과 함께 녹스 카트에 속도가 붙었다.

-3km 정도만 이동한 뒤, 녹스 카트를 정상화하겠습니다. 버리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때까지 저들이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기를······.

그렇게 척후대가 보내온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던 찰나, 가장 뒤쪽의 녹스 카트에 타고 있는 헬창의 목소리가 들렸다.

헬창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뒤쪽에서 호버 보드를 탄 인원들이 저희에게 접근합니다.

타고 있는 카트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바로 뒤를 따르는 카트에 우측방 조인 적토마, 거미, 버프싸개가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통신을 적토마에게만 들리게 연결했다.

몸을 적당히 돌려 아무도 내 입 모양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선은 적토마에게 닿아있었다.

“적토마. 내 통신 티 내지 마라. 들리면 꼬리를 왼쪽으로 한 번.”

탄소섬유로 이루어진 적토마의 꼬리가 왼쪽으로 한 번 촤르륵 움직였다.

“내가 정말 황당한 명령을 내려도 할 수 있나? 예를 들어 지금 당장 혼자 뛰쳐나가서 단기 돌격을 하라고······.”

흘끗 바라보니 적토마는 히죽거리며 웃고 있고, 버프싸개는 그런 적토마가 드디어 미친 건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켄타우로스에게 단기 돌격은 황당한 오더가 아닌 모양.

“돌격은 취소. 갑자기 이쪽 카트로 뛰어 넘어와서 짐을 엉망진창으로 던지고 네 꼬리로 닌닌의 뺨을 한 대치라는 그런 명령, 어쩌면 그것보다 더한 명령을 할지도 모른다. 즉시 이행할 수 있나? 가능하면 꼬리 오른쪽으로 한 번.”

다시 한번 적토마의 꼬리가 움직였다.

통신을 상투에게로 돌렸다.

“상투. 술 남았냐.”

-얼마 없습니다.

“먹지 말라고 했을 텐데.”

-공룡 위에 올라가서 마셔야 했습니다. 제가 익힌 기공이 취권이라서요.

이 녀석, 노덴스가 문주로 있는 언더 스카이 파티에서 배웠다고 했나.

술을 끼고 사는 종족인 도깨비가 문주인지라 취권도 있는 모양.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후, 계획을 상투에게 설명했다.

계획을 들은 상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그래도 됩니까?

덩치는 커다란 놈이 이렇게 배알이 작아서야.

마지막에는 사탕발림도 함께였다.

“임무 끝나면 하뮬 교수가 임무 후기랑 인원 평가 어디 사이트에 올린다던데.”

용병 구인 구직 웹이다.

프리랜스드인?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나도 초기에는 앨리스 도움을 받아서 그런데다가 사무실 홍보를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에 하라는 거만하면 네 평점은 넉넉하게 챙겨주지.”

상투가 침을 꿀꺽 넘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진짜죠?

상투는 임무 중 상습 음주로 인해 평가 점수가 아작난 걸로 알고 있다.

본인은 술 먹고도 정신 멀쩡했다고 하던데, 그건 자기주장일 뿐이고.

어쨌든 용병 구인난이 아니었다면 하뮬 교수가 선택할 일은 절대 없을 인원이었을 거다.

녀석에게 믿음을 심어주었다.

“마! 내가 느그 문주랑 얘기도 하고! 문주 동생이랑 술도 먹고! 마! 다 했어!”

-지, 진짭니까? 노덴스 님이랑 엘림 님이랑요? 두 분은 얼굴 보기도 힘든데!

노덴스랑은 대화라기보다는 취조에 가까웠고, 엘림은 술 먹고 때리기까지 했지만 그런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진실을 말했다.

사실 전부를 얘기하지 않았을 뿐.

“목소리 낮춰. 여튼. 술에 불은 붙는다 이거지.”

-활활 잘 탈 겁니다.

“알겠다.”

다시 시선을 뒤쪽 카트로 돌렸다.

은폐장에 닿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카트 밖으로 나와 있는 거미의 배 부분.

그리고 그 배의 끝부분에서 미미하게 계속해서 움직이는 돌기.

그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시선 렌즈]

돌기에서 시작된 작은 불이 카트 아래로 주욱 타고 내려갔다.

마치 무언가가 이어진 듯.

“적토마. 앞발로 있는 힘껏 거미를 차라. 가슴이나 머리통이 우그러질 정도면 좋다. 놈이 첩자다.”

폭발적인 피스톤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퍼억하는 소리가 들렸다.

적토마에게 가슴 부분을 얻어맞은 거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균형을 잃었다.

적토마는 멈추지 않았다.

카트 위에서 뒷발로만 몸을 지탱한 채, 앞발을 다시 들어 올렸다.

무자비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녹스 카트 위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 뭐야 이거.

카트 뒤로 늘어진 불길을 본 송곳니의 말.

“보이지 않는 실 같은 걸 늘어트려 우리 위치를 노출시키고 있던 거다.”

결국 거미는 적토마의 발길질을 이기지 못하고 카트 밖으로 밀려 떨어졌다.

그녀가 나를 보고 울부짖었다.

“대장! 내 말 좀! 이건!”

“말했던 것 같은데.”

[아우토다페]

거미 밑에 그려진 마법진이 빛을 발하는 것과 동시에 화형이 거행된다.

“딴마음 품는 놈은 안 데려간다고.”

“으아아아악!”

온몸에 불이 붙은 거미의 머리 위로, 상투가 도깨비불 형태로 날아가 물통을 뒤집어 쏟았다.

술에 닿기 무섭게 다시 한번 거세지는 불길.

하지만 거미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녹스 카트 행렬에서 멀리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곧바로 카트에서 뛰쳐나갔다.

[혈계조검술]

검을 타고 오르는 붉은 피가 대검의 형태를 만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즉참]

가로로 그어지는 궤적을 따라 거미의 몸이 잘린다.

몸에서 분리되어 덩그러니 날아가는 그녀의 머리가 중얼거렸다.

“나, 나는······.”

정확히 그 머리통의 중간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그었다.

“사연은 궁금하지 않아. 너는 그저 쌍년으로 기억되면 돼.”

잘린 거미의 몸이 불에 타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카트 위에 오르자 조사대원들은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호위대원들이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것이 들렸다.

“올리비아가 외골격 프레임 강화에 돈을 엄청나게 들였다고 들었는데······.”

“교통사고 나더라도 자기는 멀쩡하고 차를 폐차해야 할 거라고 했지?”

“만져봐도 강도랑 경도가 보통 이상이던데 그걸 단번에 잘라······? 저 인간 도대체 뭐야.”

일갈했다.

“조용히들 해라. 떠드는 소리 듣고 쫓아 오겠다.”

다시 카트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하뮬 교수는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공룡들을 막기 위해 불을 붙일 때, 정확히 저희가 왔던 방향으로 뻗는 불줄기가 있었습니다. 상투가 술로 표식을 남기는 건가 했는데, 술 냄새가 전혀 없었습니다. 도깨비들의 술은 특징적인 냄새가 있는데 말이죠.”

얼른 내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듯, 하뮬의 목울대가 꼴깍 움직였다.

“그러던 도중 거미가 계속해서 돌기를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띈 겁니다. 아마 보이지 않는 줄을 늘어트리고 있던 거겠죠. 혹시나 싶어서 다시 불을 붙여봤는데 역시나더군요. 휴식 때 후방 방어조에게 갔던 것도 흔적을 지운 이후에 실로 표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군요.”

“오오······.”

녹스 카트가 계속해서 이동했다.

잠시 냉각을 위해 멈춰 있을 무렵, 헬창의 목소리가 전체 통신 채널로 들려왔다.

“현재, 후방에 추격 인원 없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하길래 한마디 해 줬다.

“다들 이 정도 하는 거 아니다. 나니까 이 정도 하는 거야.”

괜히 민망해서 분위기 좀 풀려고 한 말이었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거려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추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녹스 카트의 은폐장을 해제하고, 속도도 낮췄다.

더 이상 카트의 배터리를 소모했다가는 돌아올 때 개인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할 수도 있다는 하뮬 교수의 말 때문이었다.

그렇게 경계, 이동, 짧은 휴식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눈깔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도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도착했습니다. 앞쪽에는······건물이 있습니다.

마침내!

#

-우리 앞에 있었던 이들이 아닌 것 같군요.

지상으로부터 낮게 떠 있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마데르노의 말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수막새 탐사단에 이어 때마침 이곳으로 진입한 머라이언 탐사단의 시체들.

생존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광자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마데르노의 사념파에서 느껴지는 옅은 분노.

류정이 말했다.

“보르스나탄 탐사단에 넣어두었던 인원이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각된 게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추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적지에 더 진입한 인원이 있나요?

“탐사단 다섯 팀과 저희 외에는 없습니다.”

진입한 탐사단은 네오-서울의 보르스나탄 탐사단, 서라벌 권역의 수막새 탐사단, 평양 권역의 혁명발굴단, 싱가폴 권역의 머라이언 탐사단, 톈진 권역의 따루大陸 탐사단까지 총 다섯.

따루 탐사단은 운 나쁘게도 유적지 중심부에 발도 들이기 전에 브리가드와 마주쳐 전멸, 혁명발굴단도 보르스나탄 탐사단과의 전투 직후 브리가드에게 전멸했다.

수막새 탐사단과 머라이언 탐사단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상황.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춘 곳은 브리가드와 보르스나탄 탐사단밖에 없었다.

-보르스나탄 탐사단 추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들이 유물을 확보하기 전이라면 경쟁자를 줄이는 일이고, 유물을 확보했다면 손쉽게 탈취할 수 있으니까요.

류정이 자리슨 부대원들에게 마데르노의 명령을 전파했다.

곳곳에서 호버 보드가 떠오르고, 평원 곳곳으로 달려 나갔다.

‘평원에 산재해 있는 공룡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류정은 마데르노에게 묻지 않았다.

류정이 고개를 돌린 곳에, 마데르노의 검은 저주들에 먹혀 쓰러져 신음하는 공룡들이 있었다.

그런 류정에게 다시 한번 마데르노의 사념파가 닿았다.

-이 정도의 미궁을 만들어낼 정도라니. 어떤 유물일지 너무나 기대되지 않나요?

작가의 말

따루 탐사단이 브리가드를 마주친 이유는 네오-서울 산이 아니라 톈진 권역에서 자체 제작 개발한 녹스 카트가 퍼져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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