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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95화 (96/258)

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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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뮬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놓고 나도 보상을 고민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수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마도공학 유물에 있어서는 야스민 본가의 구성원들에게 이득이 가는 쪽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야스민 공과의 계약의 기본 골자였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엄연히 말하면 유물 탐사단의 호위대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유물의 해석이나 발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편의를 많이 봐주는 야스민 공을 배제해놓기도 어려운 일이라 직접 찾아가 의향을 물었다.

야스민 공은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상관없네. 자네가 내 대리인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마도공학 유물에 한해서니까. 이번 일은 유물 탐사단 내에서 이루어지긴 하지만 유물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잖나?”

솔직히 하뮬이 제시한 보상이 굉장한 것이었기에 야스민 공이 극구 반대하면 가랑이라도 붙잡을 준비를 하고 왔는데 순순히 허락해줘서 오히려 내가 민망한 경우가 되었다.

정말로 신경을 안 쓰는지 자아 공고화 장치도 끄지 않아서 내 주위로 대 여섯 명의 야스민 공이 바쁘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야스민 공은 야스민 공인지라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대신 자네가 하뮬 교수에게 받을 유물로 만들 거라는 그 보호구를 내게 직접 보여줬으면 좋겠네. 교수가 개인 소장품은 거의 내놓지를 않아서 말이지.”

“그건 어렵지 않죠.”

“만일 그 보호구의 후속 모델이 나온다면 과거 모델은 내게 양도해주면 더욱 좋고.”

아마 웬만해서 후속 모델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걸 굳이 얘기하는 것도 그랬다.

“그렇게 하죠.”

“좋군.”

생각보다 너무 쿨한 반응이라 마도공학 유물에 대한 야스민 공의 관심이 식었나 싶을 정도였다.

결국 내가 먼저 물어봤다.

“하뮬 교수가 탐사하러 가는 유물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대답이 즉각 나왔다.

“물론 궁금하지.”

나를 슬쩍 바라본 야스민 공.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유적지가 드러났다는 것일 뿐 안에 유물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네. 이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유물뿐만이 아니니까.”

“확실하지 않은 것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말씀 같군요.”

“물론이네. 그건 효율과 비효율을 따질 문제도 되지 못하다고 생각하네. 나는 불확실성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마도공학 유물에 한해서는 이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지 않나.”

왜죠? 라고 묻지는 않았다.

내 얘기다.

나를 보는 야스민 공의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존재와 가치가 확실해질 때, 그때 사들이면 되네. 그 정도 재력은 되니까.”

남들은 조금 더 싸게 사고 사은품 하나 더 받아보려고 몇 달, 심지어는 몇 년 전부터 예약구매를 한다는 사실을 이 부자 흡혈귀는 알까.

사고 구조부터가 다르다는 걸 실감할 무렵, 야스민 공이 내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뮬 교수가 정말 어마어마한 유물을 발견했다고 해보세. 자네는 교수가 그걸 경매에 내놓을 것 같나? 아마 안 내놓을 걸세. 못 내놓지. 그도 학자인데.”

“뉘앙스는 그런 뉘앙스던데요. 저번 경매에 유물을 내놓은 것도 연구비에 보태려고 위함이라더라고요.”

깊은 눈을 하고 팔짱을 낀 야스민 공이 중얼거렸다.

“여즉 그렇게 말하고 다니나 보군. 그 미어캣도 참 여린 건지 강한 건지.”

“다른 사연이 있는 겁니까.”

“자네도 유적지 탐사는 처음일 테니 들어두면 나쁠 건 없을 걸세. 미탐사 유적지는 위험하네. 아주 아주 위험해. 투자적인 관점이 아니라 실제로 온갖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란 말일세.”

온갖 리스크는 다 다뤄봤을 야스민 공 입에서 나온 ‘위험하다’라는 말.

뒤통수에 소름이 쭈뼛 돋고 정신이 절로 번쩍 들었다.

“오랜 기간 미탐사 유적지에 방치된 유물 중 극소수는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네. 어떤 게 나타날지 몰라. 정확히 말하면 유물이 그렇게 한다고 추정하는 것뿐이지만 말일세. 다만 공통적으로 밝혀진 부분은 유물 주변 반경 2m에 사람이 들어가면 그렇게 변화된 환경이 사라진다는 것이지. 지금에 와서는 그 환경을 미궁이라 부르고 있네.”

이건 서리얼에서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로드맵 내용에 있던 것이다.

특별한 고유 능력을 지닌 아이템 하나만을 위한 오픈형 던전을 만들겠다는 것.

무조건 10명 이상의 공격대 단위로만 입장이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해서 나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은 컨텐츠도 못 즐기냐면서 악플을 길게 달았던 컨텐츠다.

여기서는 그걸 미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모양.

말인즉슨, 나도 알고는 있지만 경험해보지는 못한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다만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로드맵상에 일부 공개된 아이템 성능이 엄청나서 몇 주 내내 커뮤니티에서 밸런스 붕괴니, 오버 밸런스니 하는 떡밥으로 불타올랐다.

만일 이번 탐사 유적지가 그 오픈형 던전이고 아이템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제대로 된 사용법을 하뮬이 밝혀낸다면 지금까지 실추된 명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값이 높아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미궁에서 발견된 유물이 있습니까?”

“있지. 다만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행방이 묘연해졌네. 그것들을 한데 모아 박물관을 만들어 개방하는 게 내 염원인데, 쉽지 않아. 이게 아니라, 미궁의 위험은 그것뿐만이 아닐세.”

이 세계관에서 아이템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아마 미궁에서 발견된 아이템이더라도 사용법을 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어느 골동품상이나 수집가의 창고에 잠들어있는 게 아닐까.

아! 아이템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축주백건을 착용하고 있던 마데르노.

어떻게 그가 제대로 된 방법으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축주백건의 사용법만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점.

유적지를 습격해 마도공학 유물을 직접 수급하는 브리가드의 인물이고 아이템을 사용할 줄 아는데 그의 몸에 있는 아이템이라고는 축주백건 하나뿐인 것이 내 추측에 힘을 실었다.

야스민 공의 말이 이어졌다.

“가장 큰 위험은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미궁의 환경이지만 그 밖의 위험도 절대 가볍다고는 할 수 없네. 다른 탐사단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니까. 우호적이긴커녕 처절하게 전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르지. 게다가 내부에서 뒤통수치려는 놈들까지 있는 걸 생각하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야스민 공에게 물었다.

“상세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유물에 처음 관심을 가질 때 신분을 숨기고 유적지에 따라간 적이 있네.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필요가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였지. 미궁은 아니었지만,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더군.”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주 진이 빠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걸 보니 캐물어서 좋을 건 없어 보였다.

하뮬의 이야기로 되돌아왔다.

“미탐사 유적지가 위험한 거랑 하뮬 교수의 연구비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뮬 교수가 고평가받는 것은 그런 미탐사 유적지에서 탐사단을 이끌고 무사히 유물을 가져오는 것에 몇 번이나 성공했기 때문일세. 하지만 그때마다 탐사단에서는 사상자가 발생했네. 조사대든 호위대든. 하뮬 교수가 유물을 경매에 내놓는 이유는 사상자나 사상자의 유족들에게 제공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네. 연구비는 전혀 부족하지 않아.”

하뮬······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술만 안 먹으면.

그때, 의미를 알기 어려운 야스민 공의 말이 들렸다.

“하뮬 교수가 소유하고 있는 유물은 결국 다 내게 들어오게 되겠지만, 기금 마련을 위한 경매 출품은 나도 허락하고 있네. 기금 관련해서는 지원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하뮬 교수의 굳건한 스탠스라서.”

“이해가 잘······안 되는데요. 방금 하신 말씀 전부요. 하뮬 교수가 경매에 유물을 내놓는 걸 왜 야스민 공이 허가하시고, 유물이 은 왜 다 야스민 공에게 간다는 거죠?”

잠시 고민하던 야스민 공이 내게 말했다.

“자네니까 어디 가서 발설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얘기해주겠네. 하뮬 교수의 보르스나탄 탐사단이 어디의 지원을 받는지 알고 있나?”

“이온테스사죠.”

이온테스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명품 패션 브랜드 그룹이다.

이온테스의 부티크가 입점해 있어야 비로소 선진 도시권역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른바 ‘상류층의 상류 브랜드’라는 소리를 듣는다.

의류, 잡화, 시계, 향수 등등 여러 분야에 손을 뻗고 있지만 다른 그룹들이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고 자부하는 분야는 마도공학 유물 세공.

작동하지 않는 소형 마도공학 유물을 가공해서 장신구로 재탄생시키는 데는 이온테스만한 곳이 없단다.

그런 곳이니 유물 탐사에 있어서 명성 높은 하뮬 교수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야스민 저택의 담벼락에 폭죽 글씨 생성기가 올라가기 전까지는······.

“그 이온테스 대주주가 나일세. 여러 합법,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서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귀를 긁적이는 동안에도 야스민 공의 말은 이어졌다.

“하뮬 교수는 본인이 사비로 구매한 유물 외에 이온테스의 지원을 받아 탐사단을 꾸려 움직여 얻은 모든 유물을 처분할 때 이온테스의 허가를 받아야 하네. 물론 기금 조성을 위한 처분에만 허가가 나고 있고, 그 허가는 내가 하지. 그리고 지원 조건 중 하나가 하뮬 교수의 사후, 지원받아 연구 중이던 모든 유물을 이온테스에 기증한다는 내용이 있었네. 나는 그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만 저택으로 옮겨오면 되지 않겠나.”

“하신 말씀이 정말이라면 이번에 하뮬 교수에게 지원을 줄이신 이유는 뭡니까?”

야스민 공이 맑게 웃었다.

“자네가 있으니까. 그리고 하뮬 교수도 좀 궁해야 더 열심이지 않겠나? 교수 본인은 모르겠지만 경매에 나온 물품도 대부분 내가 사들이고 있으니 나도 기금 조성에 한몫했다는 만족감도 얻을 수 있고 말이지.”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지독할 정도의 현실주의자다.

그것도 손해라고는 절대 안 보는 현실주의자.

얼마나 많은 분야에 이런 식으로 개입하고 있을까.

야스민 공을 안 좋게 보는 쪽에서는 저택에 숨어 네오-서울을 좌지우지하는 흑막 정도로 묘사하던데, 야스민 공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거였잖아?

이런 사람이 내 편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교수의 사후까지 바라보신 겁니까?”

야스민 공의 대답은 너무나도 명료해서 할 말을 잃었다.

“하뮬 교수가 나보다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았네.”

그래.

이 정도는 해야 존버인 거다.

“물론, 자네가 이번 탐사단에서 유물의 정체를 보고 와서 알려준다면 기다리는 즐거움이 늘어날 것 같아 기대하고는 있네. 무사히 다녀오게.”

야스민 공의 표정과 눈, 몸짓을 보니 알겠다.

유물에 대한 관심이 식기는커녕 더 불타오르고 있구나.

아마 그 방화의 원인은 나일 거다.

인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야스민 공이 나를 불렀다.

“연구소의 뒤를 조사 중이네. 그런데 예공방 테러와 선이 이어지더군.”

“리벨리온이랑요?”

“그렇네. 지금은 사라진 수연이라는 라미아가 관련되어 있지 싶어. 네오-서울 시청에도 침투해 있는 것 같고. 어쩌면 스펙터가 집행본부에서 탈출한 것도 관련 있을지 모르네. 은밀하고 어두운 일이라 천천히 접근 중이라서 자세히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네. 아마 자네가 탐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윤곽 정도는 드러낸 상태일 것 같으니 그때 자세히 알려주겠네.”

“항상 감사드립니다.”

“내가 자네에게 감사해야지.”

바이크에 올라 대림 에어리어로 향하는 길, 놈들은 누구고 왜 이런 짓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채웠지만 몰아치는 바람에 날려버렸다.

일을 앞두고 다른 생각에 빠지는 건 좋지 않으니까.

#

펠루다는 거북이 수인이다.

마침내 약물 중독이 완치되었다는 판정을 받고 정규 요원으로 복귀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회사의 지시로 서라벌 권역에 내려와 있었다.

하뮬 교수의 탐사단에서 펠루다가 소속된 PMC로 보내온 인원 지원 의뢰 때문이었다.

요새 어느 탐사단이나 호위대 구인난을 겪고 있었지만, PMC들은 인원을 잘 보내지 않았다.

브리가드나 다른 용병단, PMC들의 습격을 받아 요원들을 잃는 것이 더 손실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펠루다는 정규 요원으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상황, 당장 눈에 띌만한 실적이 필요했고 탐사단 호위대 임무에 자원했다.

PMC에서도 방어 특화 요원인 펠루다라면 습격을 받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한 몸은 건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펠루다의 자원을 허가했다.

그렇게 서라벌 권역 북부에 위치한 탐사단 집결지로 향하니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탐사단을 전체를 통솔해야 할 하뮬 교수가 네오-서울로 향해 자리를 비운 건 둘째치고, 호위대의 구성원이 너무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서로 적대 관계에 있는 프리랜서 용병도 있으니 탐사단 구인난이라는 말이 펠루다의 피부에 와 닿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펠루다의 소속인 ㈜한강 PMC가 네오-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나름대로 이름 있는 PMC였던지라 용병들 간의 유치한 기싸움이 펠루다에게까지 전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유적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다른 탐사단들도 슬슬 주위에 베이스를 차리는 상황.

수송기 하나가 날아오나 싶더니 하뮬이 돌아왔고, 곧 출발할 거라는 말이 돌았다.

“호위대 분들 잠깐만 대형 텐트로 모여주실 게요!”

하뮬이 데리고 있는 대학원생의 외침에 펠루다는 배정된 천막 밖으로 나섰다.

대형 텐트에 도착해보니 다른 용병들도 모여 있었고, 펠루다는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곧 하뮬이 뒤에 인간 하나를 데리고 들어와 말했다.

“이쪽은 호위대장을 맡아주실 오메가 씨입니다.”

그 얼굴을 보는 것과 동시에 펠루다의 머리에 강력한 두통이 찾아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트라우마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면술로 묻어놓은 계룡 권역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펠루다가 머리를 붙잡고 상체를 숙인 사이, 오메가가 말했다.

“오메가다. 네오-서울에서 해결사를 하고 있고 유적지 탐사는 처음이다. 많은 도움 바란다. 건실한 의견 제시는 언제나 환영이다. 나는 문화시민이라 민주주의를 좋아하거든.”

“니미. 별 듣도 보도 못한 놈을 처박았네.”

한쪽 눈에 눈동자가 세 개인 오크가 다 들으라는 듯 떠들었다.

실패를 모르는 해결사로 오메가의 이름이 알려지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네오-서울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 다른 권역에는 다른 권역만의 소문거리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용병들은 애초에 이곳저곳을 떠돌기 때문에 소문에 느린 것도 있었다.

그리고 용병들에게는 자기가 직접 겪지 않은 정보는 쓸데없는 것뿐이라는, 지극히 정론에 가까운 사상이 퍼져 있었다.

이 정론의 단점은 딱 하나,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것.

그러니 오메가, 해결사 두 키워드를 조합해서 위험을 감지한 것은 펠루다 밖에 없었다.

오메가를 향한 오크의 세 눈동자가 계속해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뭐야. 몸에 아무것도 없는데? 어이, 교수 양반. 저런 놈을 대장으로 앉힐 바에 나를 앉히쇼, 나를.”

여전히 두통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은 펠루다가 중얼거렸다.

“안돼······저 사람 자극하지 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오메가가 오크에게 다가왔다.

“탐지 쪽 능력을 가졌나?”

“눈깔이 제대로 달렸음 대충 봐도 알지 않나?”

“대답을 이상하게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군. 일단 혹시 모르니 눈은 안 때리마.”

“응?”

퍼억-

오메가의 주먹이 오크의 뺨에 꽂혔다.

피 묻은 강냉이 몇 개가 오크의 입에서 튀어나와 텐트의 한쪽 구석으로 굴러 들어갔다.

다른 용병들이 놀라서 화들짝 일어났지만, 오메가는 여전히 오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고, 기세가 워낙 사나워 용병들은 차마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눈동자가 세 개 있는 눈만 빼고 얼굴 전체가 시퍼렇게 부어오른 오크가 다 불어 터진 입으로 간신히 말했다.

“민주······적이라면서······.”

주먹에 묻은 피를 닦은 오메가가 용병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내 민주주의에 불만 있는 놈은 지금 말해라.”

펠루다가 일어났다.

"용기있는 자가 있군."

흥미롭다는 기색이 역력한 오메가의 말.

모두의 시선이 펠루다에게 집중됐다.

오메가가 움직이기 전에 펠루다가 먼저 발언했다.

“대장님의 민주주의 방식,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메가의 호쾌한 주먹질을 본 순간 두통이 날아간 펠루다였다.

“판단이 빠른 놈이었군. 하지만 너, 조심해라.”

왜인지 모르게 분노가 느껴지는 오메가의 시선에 펠루다가 움찔할 즈음, 오메가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거북이 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매우, 극도로.”

작가의 말

오메가, 펠루다의 존재를 인지하다.

펠루다, 오메가를 거슬러서 좋을 것 없음을 직감하다.

#미궁은 야스민 공조차 꺼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지만 하뮬을 지도교수로 둔 대학원생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지도교수가 가자고 하면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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