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잡캐여도 너보단 강함-74화 (75/258)

074.

074.

-사장님.

앨리스의 목소리다.

“왜?”

-강남 에어리어 가세요?

“어떻게 알았어?”

-사장님 바이크 탄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서요. 강변남로 타다가 동작에서 내린 뒤에 고터에서 신논현 방향. 맞죠?

강변남로는 현실의 올림픽대로.

여기서는 88 서울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올림픽대로라는 이름은 없다.

마찬가지로 올림픽대교도 다리는 있지만 이름도 다르고, 다리 중간의 횃불 상징은 없다.

각자 강변남로와 풍납대교라는 이름.

이렇게 조금씩 달라진 걸 들으면 내가 서울이 아니라 네오-서울에 있는 게 실감되곤 한다.

“그걸 다 안다고? 교통 CCTV 해킹한 거 아니야?”

-바이크가 눈에 좀 띄어요? 한 번 움직였다 하면 사진 엄청나게 찍혀요. 못 느꼈어요?

“몰랐는데.”

-헤지르 대주교님이 금방 올라온 사진 하나에 ‘#기계공학의 정수’라면서 태그도 했네요.

“그 영감님 분명히 곧 대주교직에서 내려올 거라고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대주교야?”

-본인은 그만두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상징성이 워낙 크고, 마땅한 후임자도 없어서 교단 내부에서 말이 많은가 봐요. 일단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만이라도 대주교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아요.

“······되게 상세하게 안다?”

-사장님이랑 신시아 언니가 기계 지구 놀러 갔을 때 이후로도 종종 연락드렸거든요. 사장님이 인맥 관리를 안 하니 직원인 저라도 해야죠.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리인데, 가서 인사도 드리고 식사도 좀 하고 그래요.

앨리스의 잔소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누구는 테오릭 경이나 대주교님 같은 분들이랑 식사 한번 하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인데 사장님은 그분들이 오라고, 오라고 해야 한 번 갈까 말까 하니 참······. 사장님이 뭐가 그렇게 이쁜 걸까요.

“그래서 저번에 페룬 마탑에 고기 먹으러 갔잖아. 너도 같이 가놓고는······.”

-가서도 팍팍 좀 먹고 그래요. 깨작깨작 먹으니 있던 복도 날아가겠어요.

목살 3근이랑 돈까스 7장 먹었어.

어떻게 더 먹어······.

생각나는 게 있었다.

“너 그날 뭐랬어. 음식물 소화장치 없어서 고기 못 먹는다 그랬지. 충전만 된다고. 그럼 지금까지 오일 샌드는 어떻게 먹었어.”

-······그날은 기능 고장이었어요.

“와! 일부러 못 먹는 척했네. 그러면서 내 접시로 돈까스 덜어주더라? 입꼬리는 귀에 걸고? 너는 진짜 악마다.”

-크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강남 에어리어는 왜 가세요? 설마 저 빼고 저번에 갔던 디저트 가게 가시려고?

“그런 거 아니야.”

루트에서 내 정보를 팔았다는 것과 정보 관리자도 모르는 뒷구멍이 있는 것 같아 루트의 리더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인가요?

“스냅샷이랑 타이린드. 둘이랑 동행 중이야.”

신호대기에 걸려 있었지만 혹시나 누가 들을까 봐 목소리를 낮췄다.

“이거 보안 채널이지?”

-네. 무슨 말씀하시려고 답지 않게 그렇게나 신경 써요?

“몰랐는데 스냅샷이 거기서 한자리 하나 보더라고. 루트 리더가 타이린드한테 나를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나? 일이 잘 굴러가려면 이렇게도 굴러가네.”

-잘 굴러갈 일이었으면 사장님이 거기까지 가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윽, 뼈 맞았다.

-너무 풀어져 있진 마세요.

“예, 예. 그럽죠.”

통신을 끊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옆 차의 안쪽에서 나를 향해 연신 손목시계를 눌러대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차창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자 창이 슉 사라졌다.

“실물을 바로 찍어야 느낌이 살지.”

아이가 몸을 쭉 내밀고 외치듯 물었다.

“우와! 형 거예요?”

“어허, 예의 있게 행동해야지. 감사합니다. 먼저 해.”

“감사합니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를 다독였다.

하지만 남자도 손만 핸들에 올라가 있지, 눈은 계속 내 바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멋있지?”

아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나도 알아.”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녹색불이 켜져 있었다.

아이의 어깨를 잡고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말했다.

“너는 머리 넣고, 아버지는 창문 닫으세요!”

입을 헤 벌리고 아들보다 더 유심히 내 바이크를 보던 아이 아빠가 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버튼을 누르자 사라졌던 창문이 슉하는 소리와 함께 생성됐다.

스로틀을 감았다.

고오오오-

조금 떠오른 바이크가 앞으로 치고 나갈 때, 귀걸이에서 타이린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린이한테 똥폼은 안 어울려.

“저 이걸로 장거리도 뛰어봤거든요? 타이린드는 바이크타고 추격전 해본 적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으으······.

#

“예전에 이 근처 왔을 때도 이랬던가?”

바이크를 지하에 세우고 루트가 자리 잡은 빌딩 1층의 카페에서 밖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워가(뭐가)?”

빵을 입에 가득 물고 있던 타이린드가 웅얼거리면서 대답했다.

바이크를 타고 온 우리와는 달리 스냅샷은 차를 타고 오기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고 타이린드는 여기 커피가 맛있다며 나를 카페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커피는 제일 싼 걸 시키고 빵과 케이크를 이것저것 시켰다.

스냅샷이 오기 전에 다 먹을 수 있다나.

본인이 빵 먹고 싶어서 여길 온 게 분명하다.

타이린드의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외면하려 애쓰며 밖을 향해 말했다.

“저번에 앨리스랑 왔을 때요.”

“나랑 디저트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때 앨리스가 오메가 딸인 줄 알았는데.”

“네, 그때는 밖에 보면서 참 다양한 사람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네요.”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빵을 넘긴 타이린드가 소주를 털어 넣듯 커피를 때려 부었다.

“크허. 좋다. 사람이야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는 거지. 근데 오늘은 심각하게 적긴 하네. 근처에 무슨 행사 있어서 통제한 건가?”

카페에도 점원을 제외하면 우리뿐이었다.

배가 조금 차서 만족스러워 보이는 타이린드가 내게 말했다.

“우리 약속 말인데.”

내가 화염계 마법을 쓰는 걸 눈감아주는 대신, 루트에서 의뢰가 오면 언질을 달라는 약속이다.

“요새 오메가 네가 화염계 마법뿐만 아니라 빙결계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많아 돌아. 나한테 와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정색하면 나보고 가서 알아보라는 놈도 있어. 웃겨, 정말.”

내 앞에 놓인 커피를 코 주위로 들어 향을 느끼고 있으니 타이린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진짜야. 그러니 아직 약속은 유효한 거다?”

“물론이죠.”

마시지 않은 커피를 내려놓고 타이린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군요. 짐작해보자면 약속에 관련된 얘기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린드.

“나는 외부에서 영입된 인원이라 최근에야 실감하고 있는 건데, 루트는 내부의 파벌싸움이 극심해.”

듣기 힘든 내부 사정이다.

원래 뒷담화랑 내부 사정 듣는 게 제일 재미있는 법.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하고, 적재적소로 배분하는 엘림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 도깨비 중에 그렇게 일 잘하는 도깨비 처음 봤어. 도깨비들은 다 고주망태 주정뱅이인 줄 알았는데 편견이 다 깨졌다니까.”

엘림의 종족은 도깨비.

처음 알게 된 사실에 잠시 말문이 막힌 사이, 타이린드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먹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엘림도 술을 많이 먹기는 하지. 물 대신 술을 마시니까. 그런데 취할 때 오히려 능력이 더 발휘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요.”

“그래, 아무튼. 엘림의 능력은 진짜 발군이야. 그러니까 정보 조직에 불과한 루트가 강남 에어리어 빌딩을 임대해서 쓰지. 이 주변 더럽게 비싼데도 자리 잘 안 나오는 거 알지? 이런 빌딩 하나 가지고 있으면 대대손손 태평성대 누리는 거야.”

“알죠. 여기 강남 에어리어 빌딩 하나 팔면 중화권 권역에서 왕처럼 살 수 있다더만요.”

“거긴 자기들끼리 핵전쟁 벌인 통에 해안에서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방사능 천국인데 그런데서 왕 노릇 해서 뭐해.”

“요새는 방사능 제거 미생물 많이 풀어서 괜찮다고 하던데요.”

“그걸 믿어? 그렇게 안 봤는데 순진하네. 중화권 애들은 뻥 빼면 남는 게 없어. 그 미생물이라는 것도 나는 못 믿어. 여튼 중화권 가서 왕처럼 사느니 강남 에어리어에서 건물 꽉 쥐고 있는 게 낫다고 본다. 왕은 못 돼도 재상급은 되겠지.”

잠깐 정적이 흘렀다.

얘기의 방향이 이상해진 것 같은데?

둘이 동시에 말했다.

“이게 아니라.”

나는 얼른 입을 다물었고, 타이린드가 대화의 키를 돌려놨다.

“엘림 말인데. 본인 능력은 출중한데 사람 관리를 못 해.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보기엔 못 하는 거야. 본인 할 일만 하고 딱, 끝. 그런 점 때문에 루트 내에 온갖 파벌이 들끓어. 능력은 없으면서 정치로 자리 차지하는 놈들이 흔하다고 익명 커뮤니티에 불만 글이 올라왔는데 공감도 엄청 받고 그러더라.”

“타이린드도 그 파벌 중 하나 아니에요?”

장난 반 섞어 물은 질문에 타이린드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들끼리도 서로 연락하고 밥 먹고 그러니까.”

“다른 파벌 견제하려고 나한테 알려달라고 했던 거였군요.”

“견제라니, 경쟁 정도로 순화하자고.”

속세의 때가 잔뜩 묻었으니 내 곁에서 떨어지라고 타이린드를 놀리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얘기가 타이린드 입에서 흘러나왔다.

“스냅샷도 파벌에 속해있을지 몰라. 제법 높아 보이니 거의 틀림 없지 싶어. 그런데 자기 모르게 다른 뒷구멍이 있다? 이거 다른 파벌에서 손 쓴 거야. 틀림없어.”

“영입된 사람들 모여있다는, 타이린드네 쪽에서 한 거 아니고요?”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타이린드였다.

“나도 확답은 못 해줘. 파벌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깊이 연관되어 있지 않거든.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 하기는 좀 늦은 것 같기도 한데, 오메가 너 좀 복잡한 일에 휘말린 걸 수도 있어.”

내 앞에 있던 커피를 타이린드 앞으로 놓았다.

“마셔요. 입 안댔어요. 뜨거울 수 있으니까 천천히 마시고.”

다 마신 자신의 잔을 옆으로 치우고 내가 준 커피를 마시는 타이린드에게 물었다.

“하나만 확실하게 답해줘요. 지금까지 저한테 했던 말 중에 일부만 진실이거나 일부만 거짓인 말. 있어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라면서 나중에 스스로 합리화할만한 말 있었냐고요. 생각 잘하고 답해요.”

고개를 젓는 타이린드.

“그럼 됐어요. 엘림이라는 도깨비를 만나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겠죠.”

그렇게 말한 나는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하기 위해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갔다.

“저기요.”

고개를 카운터 안쪽까지 쑥 집어넣어 불렀지만, 점원은 나오지 않았다.

밖을 바라보니 사람은 단 한 명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기묘한 광경.

점원이 어디 갔나 싶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카페가 입점해 있는 거대한 빌딩의 1층 로비가 모두 비어있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표가 위쪽으로 표시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스냅샷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냅샷은 카페 안에 있던 우리를 발견하고 곧장 이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대여섯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검은 양복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시선을 감추려고 했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스냅샷을 보고 있었다.

지잉-

귀걸이가 진동했다.

-사장님, 루트에서 의뢰가 왔는데요? 긴급이래요. 인증 필요해서 저는 못 열어봐요.

“넘겨봐.”

전송이 완료되자 귀걸이에서 프로젝터처럼 빛을 쏴 앞의 벽에 작은 문서를 만들었다.

귀걸이에 담겨 있는 내 정보로 인증이 완료되었고, 루트에서 보낸 의뢰 발주서가 떠올랐다.

그걸 훑어본 직후, 바로 카페 밖으로 달려 나갔다.

#

“오메가!”

타이린드는 커피 주문한다고 카운터 앞에 서 있다가 밖으로 뛰쳐나간 오메가를 보고 기겁했다.

오메가의 손에 들린 것은 칼자루.

강남 에어리어는 대림 에어리어와 달라서 무기를 소지할 수는 있지만 사용하려는 것이 목격된다면 그 즉시 구금이다.

‘목격?’

위화감이 타이린드의 등줄기를 훑었다.

순찰을 하는 사설 집행자도, 신고할만한 시민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이곳에 있는 사람은 타이린드 자신과 오메가, 스냅샷, 그리고 정체 모를 검은 양복들.

사람 많기로 유명한 강남 에어리어에서 절대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타이린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옆에 내려놓았던 총 두 자루 중 하나를 뒤로 돌려 메고, 다른 하나의 총열을 짧게 만들어 무게 중심을 잡은 뒤 어깨에 견착했다.

이미 검은 양복들은 품에서 블래스터를 꺼낸 뒤였다.

그들이 조준하는 대상은 스냅샷.

타이린드는 직감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저들이 빠르다.’

그런데도 가장 앞에 있는 놈을 조준하고 있던 타이린드는 느껴지는 불길함에 견착을 풀고 몸을 숙여 앞으로 굴렀다.

피슛-

밖에서 엄청난 힘으로 날아온 작은 돌멩이가 방금 전까지 타이린드의 머리가 있던 곳을 지나갔다.

어찌나 힘이 강했던지 유리창에 깔끔하게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다.

“어떤 놈들이······!”

벽 뒤에 몸을 숨긴 타이린드의 눈에 검은 양복들이 마침내 방아쇠를 당기고, 블래스터 끝에서 레이저 탄환이 나가는 모습이 잡혔다.

경악하는 스냅샷.

타이린드가 보기에 오메가는 거리가 좀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추진]

콰득하는 소리와 함께 오메가의 발이 닿아있던 곳이 뭉개지고, 그의 몸이 스냅샷 앞으로 쇄도했다.

짧은 순간 전개를 완료한 오메가의 검.

레이저 탄환이 오메가를 덮치기 직전, 오메가는 생각했다.

‘젠의 기술에 비하면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다.’

그리고 검을 움직였다.

젠의 동작처럼 부드럽고, 힘있게.

동시에 오메가의 성격처럼 단호하고 거침없이.

[빗방울 베기]

수십 발의 레이저 탄환이 검날에 맞아 사방으로 비산했다.

카페의 유리와 테이블은 깨지고 박살이 났으며, 건물 1층의 기둥과 바닥에 레이저 탄환이 긁고 지나가며 흉측한 자국을 남겼다.

자욱이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홀로 선 남자의 손에 들린 광자 검날만이 빛난다.

놀라서 주저앉은 스냅샷에게, 앞에 버티고 서 있던 오메가의 말이 들렸다.

“아무래도 너 제껴지려나 보다.”

“예?”

“루트에서 긴급 의뢰가 왔는데, 스냅샷 너랑 타이린드를 제거하는데 협력하란다.”

“······.”

“생포하면 더 좋대. 강남 에어리어에 사무실 내주겠다더라. 루트랑 전속 계약 맺고 최우선 대우도 해주겠다나?”

믿기 힘든 말에 스냅샷의 눈가가 떨렸다.

웅웅 거리는 검을 가볍게 휘두른 오메가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의뢰 거절하려고.”

더욱 더 믿기 힘든 말이다.

루트와 일해보고 싶은 사설 집행자나 해결사들이 뻔질나게 이 건물을 드나든다.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눈앞에서 호흡을 고르고 있는 남자는 그걸 발로 차겠단다.

이어지는 오메가의 말.

스냅샷은 자기 삶에서 최고의 순간이 오메가가 카지노에 입성한 그 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의뢰로 움직이는 해결사라지만 친구랑 정보원 조질 정도로 경우 없지는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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