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071.
-알면 알수록 재밌는 분이군요. 해결사 오메가.
누군가 정수리에 말뚝을 대고 세게 내리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강렬한 의념.
순식간에 눈이 뻐근해지고 속이 메슥거렸다.
이를 악물자 관자놀이 부근이 당겨지는 느낌이 생생했다.
터질 것 같이 아려오는 눈을 돌려 듀라한을 바라보자 놈이 말했다.
“이래서 나랑 대화해야 했던 거야. 죽겠지?”
목 뒤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정신 계열 공격인가?’
[명경지수]
말라서 쩍쩍 갈라지던 논바닥이 물을 머금듯, 턱하고 막혀있던 호흡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 내 모습에 놀란 것인지, 투구 안쪽에서 귀화鬼火처럼 반짝이던 듀라한의 두 눈이 일렁였다.
듀라한의 목소리도 그의 눈빛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이걸······견딘다고?”
-놀랍네요.
다시 머리에 스트레이트로 꽂히는 의념.
한 번 경험해본 덕인지, 아니면 [명경지수] 덕인지 고통의 정도가 당장이라도 목을 쥐어짜서 머리를 터트릴 것 같은 압박에서 편두통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화의 기본은 얼굴을 마주하는 거 아닌가?”
피 섞인 침을 바닥에 뱉고 나머지를 말했다.
“나와.”
앞에 앉아 있던 듀라한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부서진 문 너머로 무언가가 이쪽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대화할 때는 유들유들함을 잃지 않던 듀라한의 말투에 정중함이 깃들었다.
그가 내 뒤의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직접 나오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그리고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혼자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알겠습니다. 밖에 있겠습니다.”
듀라한의 몸통이 머리를 들고 밖으로 향하고, 방에 들어온 인물이 내 앞에 앉았다.
인간이었다.
다만 그 모습이 매우 기괴했다.
일단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팔은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비정상적으로 작았으며, 심지어 그 작은 팔은 바깥쪽으로 조금 뒤틀려있기까지 했다.
다리 역시 마찬가지라 휠체어에 부착된 보조 장치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되다만 무언가 같았다.
이런 신체적 특징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이었는데, 알아보기 힘든 검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쓰여있는 천으로 양 눈을 가로질러 동여매고 있었다.
천을 보는 순간 알았다.
‘축주백건逐呪百巾.’
내가 가진 인피면구나 신시아에게 준 황천사처럼 사용자와 용도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템이다.
주문을 쫓는 하얀 천이라는 거창한 이름처럼 주술이나 해로운 마법이 퍼지는 것을 잠시 막아주는 아이템.
해주나 예방은 불가능하며, 오직 몸 상태가 변화한 이후에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
효과가 좋지만, 재사용이 불가능한 소모성 아이템이다.
아이템의 지속시간을 아는 방법은 천에 그려지는 문자.
글자가 많아져서 천을 가득 채우게 되면, 축주백건의 내구도는 끝이다.
그냥 검은 수건이 되어버리는 것.
남자의 눈을 싸매고 있는 축주백건은 검은 글씨로 인해 흰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자신을 숨기는 법 중 가능 어려운 것은 무의식적으로 향하는 시선을 자제하는 일입니다. 예민한 이들은 시선에 내재한 의도와 욕망, 경험까지 읽어내니까요.
축주백건에 닿아있던 시선을 황급히 내렸다.
아이템, 이들이 부르는 명칭으로는 마도공학 유물과 관련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놓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괴한 몰골과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아이템, 그리고 정확한 용도에 맞는 사용법 때문에 놀라 나도 모르게 계속 보고 있었다.
의념이 계속 전해져왔다.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정말로 제 사념파에 적응했군요. 놀라워요. 이렇게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
여전히 골이 울리는 건 사실이었지만 처음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감각.
“그런 소소한 대화는 됐고, 본론부터 꺼내놓지. 그쪽이랑 얘기할 때마다 번지는 두통 때문에 짜증이 슬슬 나려고 해.”
잠시 멈칫하던 남자가 다시 사념파를 보냈다.
-전 마데르노라고 합니다. 브리가드에서 영입과 검증을 맡고 있죠.
“영입과 검증? 납치와 총격을 잘못 말한 거 아니고?”
-이렇게 과격한 방식은 내부에서도 권장되지 않아요. 반감만 심어주니까요. 그만큼 오메가 씨가 저희에게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짝, 짝, 짝
내가 친 박수.
몰랐던 걸 알게 되어 기쁘다는 티를 잔뜩 내며 말했다.
“브리가드인지 브래지어인지 내가 그쪽에 대해 가진 감정을 정확히 설명했네. 반감. 반감이 너무 심해서 조금만 더 나불대면 다 썰어버리고 나가고 싶은데,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으르렁대자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듀라한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지만, 스스로를 마데르노라고 소개한 남자가 아주 힘겹게 고개를 젓자 듀라한은 움직임을 멈췄다.
-오메가 씨를 밖으로 모셔오려는 방편이었습니다. 급조되어 조악했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를 추적하는 이들이 많은데 해결사 사무실 문을 두드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블래스터를 쏟아부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저자세로 나온다.
채찍과 당근인가?
좋은 전략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말이 아니다.
내 손에 지금 채찍과 당근이 있고, 브리가드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말이라면 채찍으로도 패고 당근으로도 패고 싶다.
이건 내 성향이 폭력적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얘들이 내 성향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는 거다.
결국 제발 이 헛짓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아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나는 마도공학 유물에 대해 모르고, 설령 아는 게 있다고 해도 야스민 공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그쪽에 알려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계약 위반해서 평생 피 빨릴 걱정 하며 살기는 싫으니까. 그러니 너희는 헛수고 한 거다. 이상, 상황 끝. 됐지? 나한테 접근한 사기꾼 밟아 뭉개려고 온 거니까 유키랑 헤일은 내가 데려간다. 됐지?”
일어서서 뒤돌아 나가려는데 사념파가 한 번 더 전달되었다.
-모른다고 하기엔 이 천을 너무 빤히 바라보시던데요.
“하도 기괴하고 못 생겨서 눈 둘 데가 없어서 봤다.”
사념파가 뚝 끊겼다.
“나는 영원의 시대인지 뭔지에 관해 관심도 없으니까 더 이상 찾아오지 마라. 분명히 말했다.”
-얘기를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더 이상 앉아 있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일어서서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로 말했다.
“더 이상 엮이지 말자. 그리고, 해결사한테 부탁할 일이 있거든 개짓거리 말고 의뢰를 해라, 의뢰를”
마데르노가 미간을 좁혔다.
-의뢰한다면 맡을 의향이 있다는 소리입니까?
“아니, 안 한다고 할 건데. 의뢰하랬지, 내가 그걸 한다고는 안 했잖아.”
문밖으로 나오자, 손에 블래스터나 다른 무기 하나씩을 든 놈들이 복도에 드문드문 보였다.
이들에게 마데르노가 사념파를 전했는지 별 말없이 몸을 틀어 벽 쪽으로 붙었다.
몇 걸음 걸어가니 반으로 갈라진 유키의 머리통을 붙잡고 꺽꺽대는 헤일이 있었다.
나를 본 놈이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유키가 이렇게 됐다고!”
[유술]
그대로 헤일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버둥거리는 그의 손이 내 어깨와 팔을 쥐어뜯었다.
내가 잘라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그의 손은 제법 억셌다.
헤일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말은 바로 해. 죽인 건 나지만, 죽음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건 너희야. 너희는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이었을 뿐이라고. 불은 그 자리에 있던 게 다야.”
“아니야! 우린······!”
쾅!
다시 한번 헤일을 밀어붙였다.
“어디에 쓰려고 내 심장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남의 심장을 가져가려면 자기 목숨 정도는 걸어야지. 그래야 균형이 맞잖아. 안 그래? 그나마 네 건 뛰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죽고 못 사는 사이면, 내가 보내주랴? 말만 해.”
헤일의 멱살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그의 가슴 언저리를 쿡쿡 찌르자 헤일이 시퍼렇게 질렸다.
뒤에서 듀라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하지. 놈은 우리가 데려가겠어.”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미안한데, 나는 내 앞길 망치려는 새끼들 그냥은 못 보내. 이건 내가 가져간다.”
그리고 바로 외투 안쪽에서 어레스트를 꺼내 벌리지 않으려는 헤일의 입에 쑤셔 넣었다.
곧 촤르륵 소리와 함께 어레스트가 펼쳐졌고, 헤일은 손과 발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모텔의 카펫 바닥에서 뒹구는 신세가 됐다.
듀라한에게 말했다.
“힘 좋지? 이거랑 저기 여자 머리통도 들어.”
“뭐?”
“다 들었으면서 되묻지 말고.”
“미친놈이 레이저 좀 쐈다고 기고만장해서······.”
듀라한, 정확히는 어느새 소리 없이 휠체어를 타고 듀라한의 뒤에 와 있는 마데르노를 보고 말했다.
“나한테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하더니, 이 깡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머리통은 항상 들고 다니니까 익숙하겠네. 반 잘려져 있긴 하지만 하나 정도 더 들 수 있잖아.”
투구 속 듀라한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어쩔 건데.
결국 듀라한은 내 옆으로 걸어가며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릴 거라고 중얼거리고는 헤일과 유키를 들고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복도를 채운 브리가드의 다른 인원들도 듀라한의 뒤를 따랐다.
-황당할 정도로 자기 입지를 이용하는 데 능숙하군요.
“숨만 쉬어도 적을 만드는 성격이라, 이 정도는 해야지 손해를 안 보고 살거든.”
-브리가드의 일과는 별개로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겼습니다. 해결사 오메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뵙죠.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준비하겠습니다.
작은 소음과 함께 내 옆을 지나가는 마데르노에게 스치듯 말했다.
“몸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는데, 막 굴리면 다음은 없을걸.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휠체어의 소음이 멈췄다.
돌아보니 마데르노는 멈춰서 나를 보고 있었다.
손을 들어 눈가를 톡톡 두드렸다.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모른······다더니.
“진짜 패는 숨기되 낚음 패는 던져둬야지.”
-숨만 쉬어도 적을 만든다더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군요.
가벼운 웃음을 끝으로 마데르노를 싣고 있는 휠체어 역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모텔이 조용해질 즈음 밖으로 나서니 헤일과 유키의 머리통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채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에서 벌어진 총격전과 신경전이 모두 착각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고요함만이 남아 있었다.
앨리스에게 연락했다.
“나 있는 곳으로 택시 좀 불러줄래? 트렁크 넓은 차량이면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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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뒤.
“주제넘은 말인 줄은 알지만, 이 말씀은 꼭 드려야겠습니다. 너무 무모하셨습니다. 퓨어가 드물다고는 하지만 직접 움직이실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봅니다. 마데르노 님의 흔적이라도 찾아내려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오-서울로 들어가신단 말입니까.”
인천 권역의 항구에서 바다 아래로 들어가는 잠수함 내부, 듀라한인 류정이 마데르노에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은 마데르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잘 움직이지 않는 손을 뻗어 눈 위에 얹힌 천을 매만지는 마데르노.
천 너머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퓨어······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브리가드의 리더, 마데르노는 퓨어였다.
비밀리에 퓨어에게만 전수되는 신비 문파의 차기 장문인이었으나 그는 문파를 벗어났다.
마데르노는 퓨어의 정체성이 고리타분한 장식용 골동품이라 생각했다.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소모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그런 것.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든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그런 것.
마데르노가 천착한 것은 흑마술과 인체 개조였다.
스스로가 지닌 순수한 피를 이용해 높은 경지에 발을 딛은 마데르노가 떠올린 것은 문파의 사부와 사매였다.
흑마술사에게 적합한 육체로 여러 번 개조를 거친 그는 이미 퓨어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그는 이 방법이 옳다고 믿었기에 사부와 사매에게 권할 생각이었다.
퓨어라는 낡아빠진 가치는 버리고 그걸 이용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떠난 마데르노 대신 장문인이 된 사매는 달라진 사형을 보고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으며, 이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이는 사부는 그렇게나 아꼈던 제자가 찾아왔음에도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욕을 했더라면, 나가라고 내쫓았다면 마데르노는 과거와의 인연을 끊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연민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부와 사매의 눈길을 그는 견딜 수 없었다.
떠난 것은 자신인데, 여길 버린 것은 분명 나인데, 불쌍한 사람은 이곳에 남아 늙어가는 몸을 지닌 채로 삶을 연명하는 사부와 사매여야 하는데!
심마心魔에 잡아먹힌 마데르노는 흑마술을 사용해 사부와 사매를 죽였다.
제 손으로 가족을 죽인 악귀의 속에 자리 잡은 심마는 멈추지 않았다.
저주가 스스로의 사지를 파고들었다.
개조한 부위들은 약해진 몸을 지탱하지 못해 부스러졌다.
날뛰던 심마를 간신히 눌러 앉힐 때쯤, 마데르노의 몰골은 시체가 된 사부와 사매보다도 못했다.
그렇게 쌕쌕거리는 가느다란 숨소리만 내며 죽음을 기다릴 때, 사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문파의 몇 대 위의 장문인이 아주 귀한 기회에 얻은 천이 있다고 했다.
몇 대가 아니라 몇십 대 위랬나.
천금을 줘도 구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천금을 줘서 구하지 못할 게 뭐가 있나? 크흐흐.
정신이 맑지 못했다.
부정하고 사이한 것을 멈추는 천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쭈그러들고 비틀린 손으로 바닥을 기면서, 마데르노는 사부의 소지품을 헤집었다.
눈꺼풀은 움직이고 있지만, 시야는 점점 흐려졌고, 혀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입을 열면 짐승이 내는 것 같은 소리가 나왔다.
점점 굳어져서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던 손끝의 감각이 살짝 돌아왔다.
이건가!
죽을힘을 다해 손에 쥔 것을 뽑아 든 마데르노.
축주백건이었다.
그걸 얼굴에 얹고 쓰러졌다 깨어난 마데르노는 스스로 건 저주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막는 이 천이 없었으면 틀림없이 죽었으리라는 것도.
몸은 노인보다 못한 상태가 되었지만, 얄궂게도 그를 죽이려 했던 흑마술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더 능숙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때부터였다.
마데르노가 마도공학 유물에 대한 광기를 내비친 것은.
자신과 비슷한 이들을 모아 마도공학이 번영했던 영원의 시대를 이 땅에 펼치자고 주장했다.
이후 온갖 범죄행위를 통해 여러 유물과 만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이 천만큼 유용한 것은 없었다.
아니, 사실 유용하다고 판단할 수조차 없었다.
정확한 사용법을 몰랐으니까.
마데르노 스스로도 우연에 의해 축주백건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가 만난 해결사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마데르노가 류정에게 사념파를 보냈다.
-위험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가치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일 뿐입니다.”
어느새 그들이 탄 작은 잠수함 앞은 해저 깊숙한 곳에 있는 브리가드의 기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류정은 그렇게나 가까이에서 오메가를 보고도 진가를 파악하지 못했군요.
“예?”
-오메가에 대한 건 빼놓지 말고 저한테 가져다주세요. 그를 둘러싸고 폭풍이 몰아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송곳은 주머니 속에 넣어도 튀어나오는 법이고 닭 무리 속에 있다 한들 학은 태가 나는 법이니까요.
“죽일까요? 그런 놈들은 미리 없애야 합니다.”
휠체어가 류정을 향해 돌아섰다.
-협력자로 만듭니다. 이외의 선택지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