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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65화 (66/258)

065.

065.

위타천의 부관, 장은 위타천의 전용기를 대림 에어리어로 운전 중이었다.

물론 뒤에는 그의 상관이 앉아 있었다.

슬쩍 상관의 눈치를 살핀 장.

‘요새 움직이시는 일이 잦은데 어째 표정은 좋아 보이시네.’

대림 에어리어 주위의 물줄기인 도림천과 안양천 곳곳에 소속을 알 수 없는 무장 세력과 대규모 좀비, 여러 대의 원격 조종 로봇이 등장했다는 급보를 받고 출동 중이었다.

원래라면 다른 공공 집행자인 노덴스의 몫이었겠지만, 좀비와 로봇이라면 얼마 전 길게 훈계를 들었던 흡혈귀와 구미호 짓일 가능성이 아주 크기에 위타천이 출동을 자처했다.

장이 보기에 구미호와 흡혈귀는 부수적인 이유였다.

상관은 그 둘이 있는 곳에 있는 그 해결사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거의 하지 않았던 콧노래까지 부를 정도니 분명했다.

선회하며 아래쪽을 내려다본 장이 침음을 냈다.

“복잡합니다. 착륙할 곳도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수로에서 밀려 나오는 무장 세력과 그들을 따라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좀비, 저공비행하며 빔을 쏟아붓는 로봇까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대림 에어리어는 난장판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여도 묘사하기 부족해 보였다.

“사설 집행자들도 있는 것 같은데.”

위타천의 말에 장은 빠르게 전용기 안의 패널로 상황을 확인했다.

“약 50여개의 사무실에서 나와 있습니다. 대림 에어리어뿐 아니라 양천 에어리어, 강 건너 마포 에어리어의 사설들도 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원 요청은 했나?”

“하겠습니다.”

공공 집행자의 지원 요청은 말이 지원 요청이지 더 이상 접근해서 일을 망치지 말라는 경고.

게다가 상대적으로 유하다는 평을 받는 노덴스와 달리 위타천은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니 지원 요청을 수신한 집행자 사무소에는 소속 인원들에게 더 이상의 접근은 자제하라는 통신을 뿌렸다.

프리랜서들이나 해결사와 같이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체계라서 몇몇이 난입을 시도했으나, 로봇에 퓨전 코프의 특징이 가득한 것과 위타천의 전용기가 선회 중인 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신경도 안 쓰는 해결사가 있었으니.

고오오오-

호버 바이크 한 대가 사람들의 머리를 넘어 날아왔다.

바이크 위의 해결사 얼굴을 확인한 위타천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장이 있는 운전석으로 다가와 버튼 하나를 눌렀다.

<강제 통신>

네오-서울의 통신망에 강제로 침투해 대상과의 통신을 일방적으로 연결하는 기술.

통신망 관련, 개인 정보 관련 법령은 수십 개 정도 어기고 조례는 수백 개 정도 짓뭉개는 기술이기에 정말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위타천은 오메가의 정보를 입력하라고 장을 압박했다.

연결되었다는 글자가 뜨기 무섭게 위타천이 들뜬 목소리를 냈다.

“역시 오메가 자네였군!”

밝아 보이는 상관을 위해 장은 경위서 수십 장 정도는 본인이 쓰기로 마음먹었다.

-깜짝이야! 위타천······씨?

“그래! 날세!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보는군!”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수신도 안 했는데 목소리부터 들려! 해킹인가?

“그런 게 중요한가? 거기 있게. 내려가겠네.”

-여기로 오지 마세요!

“응?”

오메가는 위타천에게 무장 세력은 리벨리온이며, 수로와 렙틸리비안 로드를 이용해 대림 에어리어의 지하로 침투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렸다.

-일단 신시아랑 이수련 씨 도움받아서 최대한 밖으로 몰아내기는 했는데 안쪽이 워낙 복잡해서 놓친 인원도 꽤 있어요. 그쪽을 담당해주세요.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장이 수로 안에 잔존 무장 세력이 있다는 것을 사설 집행자 사무소에 전파하는 동안 위타천이 물었다.

“지하에는 렙틸리비아가 있을 텐데? 리벨리온이 거길 이용하도록 렙틸리비안이 가만뒀단 말인가? 그건 그들도 한패라는 소리로 들리는군.”

-한패는 아니에요! 되게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바빠 죽겠는데 주절주절 떠들 건 아닌 것 같네요.

“동감하네. 이 난장을 정리하고 듣도록 하지.”

통신을 끊은 위타천이 장의 어깨를 툭툭 치고 뒤쪽으로 고개를 흘끗하자 알아들은 장이 전용기의 뒷부분을 열었다.

강한 바람이 들이쳤지만, 위타천은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뚜벅뚜벅 걸어가 아래로 뛰어내렸다.

위타천은 몸에 신神을 깃들게 하는 강신술사.

강신술사 중에서도 고대의 신을 직접 모실 수 있는 특별한 소수에 속한다.

[가루라迦樓羅]

그의 부름에 반응한 영력이 뭉쳐 들었다.

등 뒤에서 세상을 덮을 듯 웅장한 독수리 날개가 뻗어 나오고, 손과 발에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생겨났다.

모두 영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지랑이가 어릇어릇 흔들리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용기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위타천이라는 걸 알아챈 오메가는 [영력 감지]를 이용해 모든 것을 생생하게 보고 있었다.

“여기로 오지 말라니까 왜 오는 건데······. 진짜 자기 멋대로 사네······.”

위타천이 직접 뛰어내린 덕에 이쪽은 금세 마무리가 되었고, 수로로 도망친 쪽도 사설 집행자들의 활약과 렙틸리비안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큰 피해 없이 진압할 수 있었다.

#

“이게 스펙터라는 말인가?”

안타란의 구역장실, 여전히 병 안에 갇혀 있는 작은 벌레를 본 위타천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해요. 목격자도 있고요.”

방 한쪽에 얌전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는 안타란과 스콰이어를 가리키자 위타천의 시선이 둘을 향했다.

“맞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다른 벌레들이 흩어질 때도 그 벌레만은 움직였습니다.”

재빨리 말한 안타란이 스콰이어를 툭툭 친 후에야 스콰이어도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위타천이 등장한 이후, 스콰이어는 당장이라도 여기서 사라지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타란은 위타천뿐만 아니라 신시아와 이수련을 보고 더 놀란 것 같았다.

하긴, 신시아는 나를 만나러 오기 전에는 대림 에어리어 자체에 몇 번 와본 적 없는 흡혈귀 가문의 영애다.

그나마 야스민 직계 중에서는 대외 활동을 좀 하는 편이라고는 해도 렙틸리비아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이수련은······자기 얼굴이 노출되는 것이 싫다면서 눈과 코를 가리는 로봇 헤드를 쓰고 있었다.

구미호는 혼혈까지 포함하면 그렇게까지 보기 힘든 종족은 아니지만 저런 꼴로 돌아다니는 구미호는 극히 보기 힘들겠지.

이수련을 처음 보고 ‘저건’ 뭐냐고 기겁해서 내게 묻던 스콰이어의 심정이 이해된다.

위타천이 머리를 북북 긁었다.

“스펙터가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의 외형을 모방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본좌가 도와주겠노라.”

이수련이었다.

그녀의 손에 바닥에서 미처 치우지 못한 벌레 하나가 잡혀있었다.

“곤충 로봇으로 군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보이는데, 가능성만 제기되었을 뿐 상용화된 적 없는 기술로 알고 있었다. 헌데 이렇게나 정밀하게 쓰일 줄이야. 호기심이 생겼노라.”

이수련은 앨리스와 떠드는 걸 좋아하고 신시아와 투닥대긴 하지만 퓨전 코퍼레이션이라는 로봇 공학 회사의 총수고, 본인부터 유능한 파일럿이기도 하다.

비록 세부적인 분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파리처럼 생긴 저 곤충도 로봇이긴 하니 스펙터의 정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이수련의 말을 들은 위타천이 따라온 장과 뭔가를 숙덕거렸다.

“돌아가는 대로 업무 협약과 연구 지원에 관한 제안서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이 병은 저희가 보관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거라. 제안서는 낭군의 사무실로 보내면 된다. 본좌는 요새 거기 있노라.”

낭군이라는 말에 움찔한 신시아가 이수련의 말을 정정했다.

“오메가 님의 사무실요. 죄송해요, 이분이 나이가 드셔서 깜빡깜빡하세요.”

그 말을 들은 이수련의 로봇 헤드 눈 부분에서 빛이 번쩍번쩍 나왔다.

“무슨 소리냐! 본좌처럼 총명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한편, 안타란에게서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들어본 위타천은 본인이 나서서 안타란과 내게 씌워진 혐의가 누명이라는 것을 보증해주겠다고 했다.

스펙터가 어떤 방식으로 외형을 복제했고, 그 능력으로 나와 안타란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벗겨질 누명이긴 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밝혀지기 전까지는 완벽히 해명되지 않을 누명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집행자인 위타천의 목소리는 큰 위력을 가질 것이다.

“내가 자네를 워낙 좋아하지 않나! 으하하하하!”

어깨동무한 채로 껄껄대는 위타천이 부담되긴 하지만······.

그렇게 일이 다 정리되고 밖으로 나올 때쯤, 스콰이어가 나를 따로 불렀다.

“위타천에게 자수했어.”

“뭘?”

“리벨리온에 협력했다고.”

“아들이 납치당해서 그런 거잖아!”

“그 얘기도 했어. 참작 사유는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대림의 두 렙틸리비아를 위험으로 몰아간 것에 대한 면피가 되지는 않겠지.”

“······.”

스콰이어는 내게 거대한 몸을 숙여 보였다.

“고맙다. 오메가 네 덕에 이 정도나마 내 명예를 지킬 수 있었고 에브레도 구할 수 있었어.”

“호의로 한 게 아니야. 나는 해결사야. 의뢰였을 뿐이라고. 그러니 이런 건 부담이야.”

몸을 일으킨 스콰이어.

“네게는 의뢰였을 뿐이지만 내게는 구원이었다. 비록 배운 것 없고 거칠게 살아왔지만, 은혜는 갚아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내가 필요한 일이 있거든 불러라. 온 힘을 다해 돕지.”

의심하기 어려운 진지한 눈빛으로 말하길래 괜히 머쓱해져서 말했다.

“악어 너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의뢰해. 보상이나 대가는 두둑하게 준비한 채로.”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스콰이어는 특유의 클클거리는 웃음을 보였다.

“보상과 대가라. 잊지 않겠어.”

어색해진 대화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에브레라고 했나? 네 아들은 어떻대?”

스펙터를 포획하고 대림 상 렙틸리비아에 대한 봉쇄 조치가 해제된 후에도 에브레는 깨어나지 않았다.

렙틸리비아 내의 의사들은 에브레가 깨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고, 스콰이어는 의사들의 멱살을 잡고 곤죽을 만들 기세였다.

그때, 내가 혼수상태였을 때 돌봐준 서대문 에어리어의 소년 의사 생각이 나서 그쪽은 어떻냐고 스콰이어에게 권유하고 바이크를 끌고 오기 위해 밖으로 나갔었다.

“서대문 에어리어로 보냈어. 깨어났대. 충격 때문인지 아직 말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네가 말했던 것처럼 그 의사 솜씨가 보통 이상인가 봐.”

청운 선생이라고 했던가, 침은 더럽게 아프게 놔도 실력이 좋긴 했다.

“다행이네.”

#

며칠 뒤, 서대문 에어리어의 병원을 찾았다.

병문안이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스펙터가 도망치는 와중에도 에브레에게 집착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에브레를 인질로 스콰이어를 조종하기 쉽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치고는 다른 벌레들을 버려가면서까지 에브레에게 접근하려는 그 몸짓이 너무 악착같이 느껴졌다.

뭔가 짐작 가는 것이 있냐고 스콰이어에게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네 아들한테 뭐 특별한 게 있는 거 아니야? 특수한 수술을 받았다던지, 그런 거 없어?"

내 말에 에브레가 받은 수술을 손으로 꼽아보는 스콰이어였다.

“위치 추적기 내장 수술, 조절형 티타늄 본 삽입 수술, 탄성 강화 근육섬유 이식. 이 정도?”

“······뒤의 2개는 뭐지?”

“이름 그대로야. 뼈를 길이 조절 가능 티타늄으로 바꾸는 거랑, 그에 맞춰서 근육이 찢어지지 않게 탄성을 강화해주는 거지.”

“애한테 왜 그런걸······?”

“팔다리만 했어. 바꾸면 데스 롤의 파워가 다르거든. 어릴 때부터 적응시켜 놔야 해. 성인 돼서 갑자기 강화하면 적응 못 하는 일도 있어.”

이제야 몇 바퀴 도는 것만으로 복도를 재해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스콰이어의 비밀을 알게 됐다.

어쨌든 에브레를 직접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찾아갔는데, 병실 앞에서 제지당했다.

“환자는 큰 충격 때문에 실어증에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해요.”

소년 의사, 청운이었다.

“아······그래요? 미리 알아보고 왔어야 했는데······. 깨어났다는 소리에 그냥 와도 될 줄 알았네요.”

그가 나를 보고 눈을 빛냈다.

“그냥 가시긴 아쉬우니 간만에 오신 김에 침이라도 좀 맞으시는 건 어떻습니까?”

재빨리 두 걸음 정도 물러섰다.

과거에 청운 선생에게 맞은 침 자리가 아려오는 것 같았다.

나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던 청운에게 문득 떠오른 궁금증 하나를 물었다.

품고 있던 질문이기도 했고, 어린아이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저런 강화 수술을 한다고 들은 참에 떠오른 질문이기도 했다.

“선생님, 퓨어가 그렇게 드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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