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
063.
대림 상 렙틸리비아는 분위기부터 대림 하 렙틸리비아와는 달랐다.
광원과 수원, 식물의 존재는 얼추 비슷했지만 하 렙틸리비아에서는 중앙의 건물을 제외하면 잘 보이지 않던 높은 건물들도 쉽게 눈에 띄는 편이었고 그 외 개별적인 건물도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이 있었다.
렙틸리비아는 지상 환경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형태라는 안타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차이가 큰 것은 규모였다.
하 렙틸리비아도 제법 큰 공동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상 렙틸리비아는 그냥 봐도 훨씬 넓어 보일 뿐 아니라 렙틸리비아 지하에도 또 다른 공간이 있는지 사람들이 들고 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난관이 있으니, 이 거대한 지하 도시의 거리마다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그득그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꽥꽥거리기 바빴는데, 그래도 몇몇은 구호 비슷한 것을 외치기도 하는지라 잠깐 들어보자면.
“우리는 대림 하 렙틸리비아와의 병합을 원하지 않는다!”
“왜 우리가 할렘을 부양해야 하냐! 거렁뱅이와 섞이기 싫어!”
“당장 지상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
“안타란은 해명하라!”
“구역장을 끌어내립시다!”
갑자기 발표된 병합으로 인해 분노가 폭발하고 있었다.
하긴, 상 렙틸리비아의 위는 대림 에어리어에서도 가장 발전된 지역이고,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그런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병합의 내막은 네오-서울 지하의 상하수도와 우수관을 비롯한 수로망을 장악하겠다는 수연과 스펙터의 검은 속내가 가득 묻어있지만,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은 그런 것까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자신보다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이랑 한 곳에 묶이는 것이 싫은 것이다.
같은 종족, 비슷한 생태환경을 지닌 자들끼리의 동질감 따위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자본적 거부감이었다.
“이런 것도 계산에 넣은 건가.”
내 일침에 진오가 리벨리온을 이끄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장막 뒤에서 리벨리온을 지원하는 사람은 수연이다.
그리고 그 리벨리온은 반감과 갈등으로 상처 입은 자들이 뭉쳐 결성된 조직.
갈등과 갈등이 충돌해서 깨져 튕겨 나오는 파편이 많으면 많을수록 리벨리온은 쉽게 영향력을 넓이고 구성원이 불어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속으로 불만과 갈등의 씨앗을 안고 살아간다.
빈자가 부자를 보고 ‘역겨운 돼지’라고 생각하고 부자는 빈자를 보고 ‘환경 탓만 하는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생각이기에 통제되거나 규제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씨앗이 피어나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피해자를 낳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아주 커다란 문제가.
대림 상 렙틸리비아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불만과 갈등의 씨앗은 행동의 단계에 와 있었다.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를 듣던 스콰이어가 목 깊은 곳에서 분노 섞인 저음을 뿌렸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할 때는 내 구역에다 요청하더니 이런 생각을 지니고들 있었다 이거지?”
안타란이 안절부절못하며 스콰이어를 달랬다.
“갑자기 외부로의 길이 막혀서 불만이 폭주하는 것뿐이야. 진정해.”
“너희가 우리에 보일 수 있는 성의가 이런 것뿐이라면 한 번 뒤엎는 것도······.”
그런 스콰이어에게 감정을 최대한 죽인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런 행동과 생각. 당신 아들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나? 도움이 된다면 말리지 않겠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속의 사는 괴물도 나를 바라본다고 하던가?
위에서 심연을 들여다보는 사람보다는 심연 속에 사는 괴물이 더 간지나는 것 같지만, 저 말이 품고 있는 함의는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괴물이 되는 것을 경계하라.
외형이 흉측하다고 괴물이 아니다.
마음이 뒤틀린 쪽이 더 끔찍한 괴물이다.
나를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느라 그렇지 않아도 넓고 단단하던 스콰이어의 가슴팍이 부풀어 올랐다.
“푸후······. 그 말이 맞아. 분하고 짜증 나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쓰레기 같은 생각은 에브레를 구하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아.”
툭 건들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이 폭발할 것처럼 긴장감 있던 그의 가슴팍이 줄어들었다.
그런 스콰이어에게 여전히 건조한 목소리를 냈다.
“저놈들과 몇 번 부딪혀봐서 아는데, 이렇게 기저에 있는 불만과 분노를 건드려 터트리는 협잡과 공작에 굉장히 능숙해. 그렇게 세력을 불리고 무질서를 가져오는 거겠지. 그리고 이번 일은 네오-서울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추적이 어려운 수로망 일부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놈들로서는 무조건 성공 시키고 싶은 일일 거야.”
“그걸 망쳐버리면······.”
“그래, 그게 놈들에게 먹일 수 있는 최대의 카운터 펀치야. 물론 납치됐던 당신 아들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돕지.”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안타란에게 말했다.
“안타란 씨를 대림 상 렙틸리비아로 복귀시키는 의뢰는 여기서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의뢰가 아닌 공동의 목표로 스펙터 처치를 재설정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안타란.
목표는 스펙터 처치, 최우선 의뢰는 스콰이어의 아들인 에브레의 구출로 변경.
앨리스와 통신이 되지 않을 때 받은 의뢰고, 의뢰비도 없기에 말하기가 조심스러웠지만, 내용을 전하자 앨리스의 분노한 목소리가 전해진다.
-애를 납치해? 못된 짓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 건데! 그 자식은 꼭 처리해요! 알겠죠? 아, 그리고 사장님 연결 안 되는 동안 통신 채널 하나 더 팠거든요? 귀걸이 조작해보세요.
앨리스가 시키는 대로 귀걸이를 조작하자 귀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좀비쯤이야 본좌의 원격 조종 로봇 한 기면 500구 정도 갈아버릴 수 있노라!
-웃겨! 내 사령술이 좀비에만 한정된 줄 알아? 저번에 보여줬던 집령사신集靈死神은 당신 로봇으로도 못 뚫는 거 그 두 눈으로 보지 않았나?
-포터블 버전이라 출력이 높지 않았느니라! 그리고 본좌는 무식하게 직접 전투하는 것보다 조종에 일가견이 있다!
-그날은 나도 아무 준비 없이 술식을 전개 한 거라서 완전한 사신이 아니었어!
이건 분명 신시아와 이수련의 투닥거림에 지친 앨리스가 둘을 유배 보내려고 따로 판 채널이다.
그런 곳에 나를 던져넣다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행동이니?
얼른 채널을 돌리고 앨리스에게 너무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하니 가서 5분만 들어보라고 성화다.
듣고 있으면 둘 다 귀엽다나.
결국 앨리스와의 서포팅 채널도 잠시 뮤트해 놓고 안타란에게 물었다.
“여기서 어디로 갑니까?”
“일단 통제를 해제하는 게 우선일 것 같군요. 제 집무실로 가시죠.”
안타란의 손가락 끝이 향하는 곳에 외벽이 일정한 간격으로 숭숭 뚫려 있어 멀리서 보면 철망을 뒤집어씌운 것 같은 건물이 있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리 가깝다고도 하기 힘들었다.
특히 지금처럼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스콰이어다! 하 렙틸리비아의 스콰이어가 여길 집어삼키기 위해 직접 왔다!”
스콰이어와 안타란이 나를 바라봤다.
“왜요?”
““오메가 씨/그쪽 목소리인데?””
“그게 무슨······.”
한편, 사람들이 스콰이어를 알아보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거지소굴에나 박혀있지,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우린 합병 따윈 원치 않아!”
“안타란과 무슨 밀약을 한 거야! 무식한 악어 놈아!”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의 옥상, 누군가가 계속해서 스콰이어가 여기 있음을 소리치고 있었다.
놈과 눈이 마주쳤다.
나였다.
떠오르는 사람은 한 사람뿐.
“스펙터.”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 놈을 안타란과 스콰이어도 발견했다.
“저 자식이!”
스콰이어의 꼬리와 허벅지가 부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뛰어올라 스펙터를 잘근잘근 씹어 먹을 것 같았다.
단호하게 말했다.
“넘어가지 마. 여기서 네가 경거망동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생긴다. 그럼 저 놈은 놓치겠지.”
“하지만!”
“놈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마. 내가 움직이라고 할 때 움직여.”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스콰이어의 말을 끊었다.
“나한테 졌잖아.”
응, 너 개 약해.
불 안 꺼줬으면 악어구이 됐어.
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긴 하지만 스콰이어가 부풀리던 꼬리를 원래 크기로 돌려놨다.
스펙터는 야스민 공마저 흔적을 찾는 데 애를 먹을 정도로 정체를 감추는데 능하다.
수연, 색승과 같은 이와 동맹 관계인 것으로 보이며,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리벨리온과도 어느 정도 선이 닿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런 비밀스러운 범죄자가 많은 사람에게 능력을 보여질 위험이 있음에도 제 발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한편, 사람들은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결국 건물의 벽을 등진 채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건너편 건물 위에서 내 얼굴을 하고서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스펙터의 얼굴에 죽빵을 여러 번 꽂아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저길 보세요! 저랑 똑같은 놈이 있어요!’라고 하면 놈은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거나 아니면 저번처럼 흩어져 날아가 버릴 것이다.
스콰이어의 커다란 등 뒤로 안타란을 데려와 말했다.
“여기로 오면서 우리가 이용했던 렙틸리비안 로드처럼, 외부말고 지하에서도 여기로 이어지는 통로가 더 있습니까?”
“네.”
“구역장이라면 그것도 막을 수 있겠죠?”
“구역장실에 수로와 렙틸리비안 로드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긴 해요.”
“가서 막아요. 지하에서도 여기로 진입하거나 나갈 수 없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요!”
답답하긴.
안타란의 손목을 잡고 인피면구를 풀고 내 손목에 찼다.
자코의 모습이 사라지며 안타란은 원래 모습인 카멜레온 수인으로 돌아갔다.
내 손에 잡혀있는 안타란의 손목을 뒤의 나무에 가져다 댔다.
“해 봐요.”
“뭘 해보라는 말씀이십니까.”
“카멜레온 수인들 하는 수술 있다면서요.”
그의 피부가 순식간에 나무와 비슷해졌다.
안타란이 눈을 번쩍 떴다.
“환경 적응 피부! 교체하셨다고 하셨죠!”
흡혈귀 의사들이 내 옥탑방에 와서 안타란을 수술하며 물어봤었다.
카멜레온 수인이라는 말을 듣고 혹시 몰라 여분의 환경 적응 피부를 가져왔는데 교체까지 원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이 사람들 인건비랑 장비 이용료는 내가 내는 게 아니라 야스민 공 주머니에서 나가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안타란에게 빚을 조금 지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써먹을 기회가 벌써 왔다.
“저놈을 여기 묶어두는 동안 안타란 씨는 구역장실로 가서 여기를 아예 봉쇄하세요. 여긴 저와 악어가 처리해볼게요.”
후드를 훌렁 벗고 상체를 드러낸 안타란이 곧 주위의 환경에 녹아들었다.
잠깐 고개를 뒤로 돌린 스콰이어가 신기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내 눈에도 보이지 않는군. 온도까지 환경에 맞추는 건가?”
“좋은 거라고는 했는데 그런 기능까지 있을 줄은 몰랐네.”
주위에서 안타란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그 사이, 우리를 포위한 파충류, 양서류 수인들의 기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
“무슨 낯으로 여기 온 건데!”
그중, 분을 이기지 못한 건지 아니면 군중심리와 영웅심리가 제대로 폭발한 것인지 모를 개구리 수인이 주먹을 쥐고 스콰이어에게 펄쩍 뛰어 달려들었다.
스콰이어가 턱을 한 번 움직여 씹으면 개구리 수인의 그리 강하지 않아 보이는 솜주먹은 그대로 납작 주먹이 될 것 같았다.
“미친놈 다 보겠군.”
황당하다는 듯 내뱉는 스콰이어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납치된 아들을 구해야 하는데 이런 꼴을 당하고 있으니 그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주위 몇 놈의 대가리를 뚝딱뚝딱 깨고 싶을 것이다.
생각보다 내 지시에 잘 따라주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 정도의 일은 내 선에서 막아주는 것이 맞다.
스콰이어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유술]
[흡착]
내가 뻗은 손에 개구리 수인의 촉촉한 피부 감촉이 감겨왔다.
그대로 몸을 돌렸다.
빙글-
[투포환]
손에 붙은 개구리 수인으로 반원을 그린 뒤에.
[발경]
놔버렸다.
“으아아아-”
개구리 수인이 두 팔과 두 다리를 쭉 뻗은 채로 빙글빙글 돌며 공중 저 어딘가로 날아가자, 그걸 본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일대가 정적에 묻혔다.
검을 전개하지 않은 칼자루만 손에 쥐고 말했다.
“해결사 오메가다. 내 의뢰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싶은 사람, 더 있나?”
말은 사람들을 향해서 하고 있지만, 눈은 스펙터를 향해 있었다.
내 이름을 듣고, 내가 스콰이어와 함께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의 웅성임이 커졌다.
내가 흡혈귀 회합의 호위였고 야스민 가와 연줄이 있으니 저 인간을 건드는 것은 위험하다, 아니다 돈주면 일하는 흔한 해결사일 뿐이다. 등등.
결국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패가 갈려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건물 위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것이 보였다.
‘일시적이지만 사람들의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는 데는 성공한 것 같고.’
분노의 대상이 나와 악어인 건 좀 그렇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해명하도록 하자.
그 틈을 타 입술을 달싹였다.
스콰이어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악어, 안타란 씨한테 연락이 오면 바로 움직인다. 저 자식은 내가 맡을 테니 너는 아들을 찾으러 가. 너무 난장판은 피우지 말고.”
“괜찮겠나?”
“네가 내 걱정할 처지냐?”
잠시 침묵하던 스콰이어가 클클거리며 웃었다.
“그것도 그렇군.”
“대신 하나만 부탁하자.”
“부탁?”
내 부탁을 들은 스콰이어가 삐죽삐죽한 이빨이 드러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렵지 않지. 나도 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데.”
“왜 안타란은 안타란 씨고, 나는 악어지?”
“흠······.”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너도 스콰이어 씨라고 불러주랴?”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나도 너를 오메가라고 부르면 되니까.”
결국 자기도 내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소리였군.
“맘대로 해. 대신 제대로 못 하면 악어에서 도마뱀으로 격하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라고.”
“내가 봤던 인간 중에 제일 재수 없고 제일 특이한 인간이군.”
그때, 귀걸이에서 안타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됐습니다!
동시에 멀리서 소란이 일어났다.
통로가 폐쇄되고 있다는 말이 소란에 섞여 들렸다.
스콰이어에게 신호했다.
“악어! 가자고!”
스콰이어의 꼬리 끝에 [흡착]을 사용해 올라갔다.
잔뜩 웅크렸던 몸을 스콰이어가 힘차게 돌렸다.
거대한 덩치와 잔뜩 응축된 근육에서 끌어모은 힘이 스콰이어의 목과 등을 지나 하반신, 마침내는 내가 서 있는 꼬리 끝에 전해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즐거워하는 스콰이어.
“내가 발사해 본 것 중 가장 특이한 게 분명해! 오메가탄이다!”
적당한 때에 [흡착]을 해제했다.
꼬리의 힘을 그대로 받은 나는 순식간에 반대편 건물 위로 솟아올랐다.
올라오면서 아래쪽을 보니 스콰이어도 안타란의 구역장실이 있다는 건물로 뛰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앞에는 경악하는 또 다른 내가 보였다.
씩 웃으며 말했다.
“본판이 훌륭하니 복제본도 봐줄 만하네.”
그리고는 바로 정색했다.
“그래도 내가 두 명 있는 건 못 참지.”
놈이 저번처럼 모래로 변해 도망치려 했다.
[밀푀유]
불로 이루어진 종이가 펄럭거리며 스펙터의 주위를 포위했다.
“너는 나랑 놀자고.”
내 얼굴, 정확히 말하면 나로 변한 스펙터는 무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
“미리 알아둬. 놀다가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어.”
검을 전개하고 말을 마저 했다.
“나 말고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