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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62화 (63/258)

062.

062.

거북이 수인의 모아든 손 위에 담겨 있던 금빛 구슬 2개가 회전하며 내 검을 막아냈다.

놈은 나를 향해 요사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그렇게 다짜고짜 덤벼드는 것은 좋지 못한 방법이외다. 본격적으로 열락을 탐하기 전의 전희前戲는 중요하지요..”

금빛 구슬이 만들어졌던 위치, 고오환이라는 이름까지, 무엇을 보아도 ‘그걸’ 연상케 했다.

검에 닿는 것만으로 심각한 불쾌감을 유발했다.

게다가 저 음욕에 넘치는 표정, 점차 부풀어 오르는 그의 앞섶까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탐스럽습니다.”

“좆같은 말만 골라서 지껄이네.”

“좆같다니! 소승에게는 극찬이외다.”

금빛 구슬 2개는 공중에서 이리저리 기괴한 각도로 방향을 꺾어가며 나를 압박했다.

거북이 수인이 크게 외쳤다.

“왕불알王不謁!”

두 개의 금빛 구슬이 커졌다.

호두알만했던 것이 테니스공 크기가 되었다.

거북이 수인이 손을 휘두르자 두 개의 구슬이 거북이 수인의 곁으로 돌아가서 그의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왕은 아뢰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다른 것도 역겨웠지만 누가 봐도 토 나올 것 같은 이름을 붙여놓고 다른 뜻인 것마냥 설명하는 꼴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했다.

그럴듯하면서도 실상은 헛소리라 더더욱 열 받은 것도 있다.

“비켜!”

스콰이어의 외침.

돌아보니 스콰이어의 꼬리 끝이 거대하게 부풀어 있었다.

내가 옆으로 몸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꼬리를 감싸고 있던 금속판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가시가 튀어나와 거북이 수인을 향했다.

“아! 악어 시주는 가학적인 취향을 지닌 모양이군. 기억하겠소이다.”

거북이 수인의 염주가 좌르륵 풀리며 구슬 하나하나에서 추진기 역할을 하는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염주는 거북이 수인의 곁에 있던 금빛 구슬을 중심으로 재조립되었다.

두 개의 원뿔처럼 변형을 마친 염주 구슬들.

원뿔 두 개가 불꽃을 뿜으며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일으킨 파괴적인 바람 때문에 거북이 수인에게까지 도달하는 스콰이어의 가시는 하나도 없었다.

바람을 뚫고 도달한 가시도 원뿔의 회전에 감겨 부서져 버렸다.

꼭지점이 앞을 향하는 두 개의 원뿔, 그리고 원뿔의 꼭지점에 위치한 황금색 구슬.

“로켓가슴 황금유두黃金乳頭. 로켓 같은 형태의 가슴에 달린 황금빛 젖꼭지라는 뜻이지요.”

일순간 불어닥치는 침묵.

거북이 수인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너무 적나라해서 놀라신겝니까? 성은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닙니다. 자! 전희로 달아올랐으니 본판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율화만개栗花滿開.”

취익 소리와 함께 원뿔을 구성하고 있는 염주 구슬들이 무언가를 내뿜기 시작했다.

희고 뭉근한 질감의 연기.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던 파충류 수인 하나가 연기에 집어삼켜졌다.

다른 동료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파충류 수인은 연기를 들이마시자마자 눈의 흰자위를 보이더니 침을 질질 흘리며 한 가지 단어를 반복해서 외쳤다.

“섹스······! 섹스······!”

연기 안쪽에서 거북이 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억압에서 벗어나 열락을 행하는 것, 그것이 니르바나로 향하는 길입니다. 색······스즉시공 공즉시색······스.”

그 목소리에 다리를 다쳤던 파충류 수인이 몸을 바르르 떨며 축 늘어졌다.

그의 바지 앞부분이 흥건했다.

“저런······. 벌써 절정에 이른 겁니까. 평소에도 금방 끝나는 분이셨나 봅니다. 아미타불.”

말인즉슨, 저 연기를 들이마시면 성욕이 최대치로 치솟아 섹스만을 외치는 앵무새, 섹무새가 되는 것 같았다.

온 사방에 자신이 조루인지 지루인지 알리는 것은 덤.

연기 속에서 요사스럽게 휘어진 거북 수인의 눈이 나를 향했다.

“소승과 대화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진하고 정열적인 몸의 대화 말입니다.”

“진짜 볼수록 역한 새끼네.”

[스카디]

혹한의 바람이 흰색 연기를 몰아냈다.

그 짧은 시간에 연기에 잡아먹힌 자들이 엉덩이를 드러낸 채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연기에 잡아먹힌 것인지 저 거북이 수인에게 먹힌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가사 아래로 더욱 거대해진 윤곽을 보이는 거북이 수인의 세 번째 다리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전채요리를 맛보았으니 이제 본 요리로 들어가도 좋을 듯하외다.”

“그런 말 못 들어봤냐? 다리 사이에 있는 거 잘못 놀리면 팔자 조진다는 말?”

[고속이동]

[만사재시 매사필종]

보기만 해도 흉물스러운 거북의 물건을 잘라낼 생각이었는데!

검의 궤적을 따라 놈의 물건이 위쪽으로 휘어졌다.

“소승의 물건은 강직하면서도 유연하고, 유연하면서도 강직하외다.”

그리고 곧바로 근접해있는 나를 향해 쭉 뻗어 들어왔다.

거북이 수인이 입고 있는 가사와 장삼이 크고 넓어서 그것의 모양을 다 가려주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얼핏 보이는 움직임만으로도 토악질 유발 최상 등급이었다.

재빨리 몸을 피한 덕에 그것이 몸에 닿는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정말 순도 100% 감정에 충실한 언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씨발!”

거북이 수인은 자신의 세 번째 다리 외에도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 했고, 그 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거북 수인의 소매가 부욱 찢어져 내 손에 천 몇 조각이 들어오게 되었다.

“정말 훌륭한 움직임이외다! 소승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등짝! 등짝을 보여주시오! 어서!”

분기탱천하여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거북의 세 번째 다리.

재빠르게, 그것이 손에 닿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며 손에 들려있던 천 조각을 둘러 감았다.

[노트 노트Knot Knot]

항해 스킬의 일종.

다양한 형태의 강력한 매듭을 만드는 스킬이다.

그냥 손으로 해도 매듭은 만들 수 있지만, 훨씬 정교하고 빠르게 매듭을 지을 수 있다.

천 조각에서 순식간에 십수 개의 매듭이 생겨나며 놈의 물건을 옭아맸다.

“이런 걸로는 소승을 제약할 수 없소이다!”

[히미르Hymir]

대상을 얼린다는 것은 [흐림수르사르]와 같지만 [히미르]는 더 작은 범위를 더 강력히 얼리는 빙결계 마법.

매듭이 감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것에 단단한 얼음이 씌워졌다.

거북이 수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냉기는······!”

나도 안다.

냉탕에 들어가면 쪼그라드는 그것의 성질을.

그리고 감각도 둔해질테니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힘들겠지.

이 녀석에게는 검술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생활 스킬을 사용해야겠다.

[농작물 수확 – 고추]

들고 있는 장비가 낫이 아니라 검일 뿐.

서걱-

얼음과 함께 잘려 나간 그것의 앞부분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스콰이어의 앞에 떨어졌다.

망측한 물건이라도 본 것처럼 스콰이어는 그걸 수로에 차 넣었다.

“안돼에에에! 나의 분신이!”

거북이 수인의 애끓는 비명이 수로 진입로를 쩌렁쩌렁 울렸다.

“분신 걱정할 때가 아니지.”

[연하일휘]

상당 부분이 잘렸음에도 여전히 거대한 크기를 보이고 있는 그것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이 나아갔다.

하지만 검이 닿기 전, 그것은 거북이 수인의 배와 가슴을 감싸는 껍질 사이로 쏙 들어가 버렸다.

곧 두 팔과 다리도 껍질 안쪽으로 들어갔고, 이제 거북이 수인은 등갑 위에 머리만 남아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불꽃을 뿜는 염주가 등갑의 아래에 들러붙어 거북이 수인의 몸을 공중에 둥둥 띄우고 있었다.

“임신공격妊娠攻擊!”

거북 수인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팔과 다리가 안쪽으로 들어간 등갑 구멍에서 희뿌연 액체가 울컥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염주가 거북 수인의 몸통을 회전시키기 시작했고, 곧 희뿌연 액체는 원심력에 의해 사방으로 뿌려지게 되었다.

범상치 않은 점도를 가진 액체가 보이는 것과 동시에 곧바로 몸을 뒤로 뺀 후, 액체가 뿌려지기 시작하자 곧바로 [표르긴]을 이용해 얼음의 돔을 만들어냈다.

다행히 액체는 돔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스콰이어와 안타란도 액체의 분사 범위 밖으로 몸을 피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역겨운 액체에 맞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나 같이 헛구역질을 하며 딸기라던지, 회덮밥이라던지 하는 먹고 싶은 것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입덧?”

섹무새도 그렇고 입덧도 그렇고, 색승이라는 저 거북이 수인은 색공 뿐만 아니라 호르몬과 신경 계통을 혼란시키는 쪽에도 능통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비록 물건 일부를 잘라내기는 했지만, 절대로 우습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조종하는 염주와 저······고오환도 마치 자유 의지를 가진듯 움직임의 자유로움과 연계가 상당했다.

끝을 보기 위해 가능하면 내보이고 싶지 않은 화염계 마법까지 사용할 생각을 하는데, 놈이 의외인 말을 했다.

“직접적인 교류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오늘 여기서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오메가 시주가 잘라낸 소승의 분신을 찾아서 가져가야 봉합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 등껍질은 액체를 분사하는 것도, 회전하는 것도 멈춘 채로 빠르게 수로로 향했다.

수로 위에서 팔과 다리를 등갑 밖으로 뺀 색승이 나를 향해 외쳤다.

“오늘은 물러가지만 언젠가는 범하고 말테니 각오하고 계시오!”

“좆까!”

“이미 까져 있소이다! 청결해야 하니까!”

“미친 새끼가 진짜!”

더한 욕을 잔뜩 쏟아붓기 직전, 거북이 수인은 풍덩 소리와 수로 아래로 사라졌다.

놈의 남아 있는 물건을 완전히 잘라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검을 들고 수로에 뛰어들려는 나를 안타란이 막았다.

“여기서 갈라지는 수로가 향하는 곳만 스무 곳 가까이 됩니다. 추적하기 힘들 겁니다.”

“아오, 앞대가리가 아니라 뿌리부터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분을 삭이며 수로를 통해 대림 상 렙틸리비아로 이동던 중 앨리스와의 통신이 연결됐다.

대림 하 렙틸리비아는 중계기 상태가 엉망이라 지상과 제대로 통신이 되지 않았다.

-사장님! 드디어 신호가 잡히네요.

“그래. 나도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위쪽에는 별일 없어?”

-여전히 지상에서 대림 상 렙틸리비아로 향하는 통로는 모두 막혀있어요. 거주민들한테도 말하지 않고 시행한 조치인지 그쪽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대요.

“일단 합병까지 시간은 좀 벌 수 있을 것 같아. 하 렙틸리비아의 구역장이랑 같이 움직이고 있거든.”

-그래요? 그건 희소식이네요. 지금 상 렙틸리비아로 가고 계신거죠?

“응. 렙틸리비안 로드로만 이동 중이야. 10분 안쪽으로 도착한대.”

-알겠어요. 도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수련 언니가 주위에 로봇 대기 시켜놨대요. 신시아 언니도 사장님이 말만 하면 포탈링으로 좀비 쏟아낼 준비 완료라고 했고요.

“······진짜 고맙긴 한데 둘이 움직이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래요.

앨리스에게 색승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라고 부탁했다.

“색승이라고 좀 찾아 봐줄래?”

앨리스는 대답이 없었다.

그 사이 옆에서 스콰이어가 색승의 이름이 아다라는 것도 얘기해주었다.

“이름이 아다래.”

앨리스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응?”

-이거 성희롱이에요. 권력형 성범죄라고요.

“······.”

-우리가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정식으로 사과 안 하시면 여성형 안드로이드 노동조합에 신고할 수밖에 없어요. 요새 이런 문제 예민하신 거 알잖아요.

내가 무슨 일을 겪을 뻔했는지 알면 절대 이렇게 말 못 할 텐데······.

긴 대화 끝에 앨리스가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 내게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할 즈음, 앞서가던 안타란이 발걸음을 늦췄다.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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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는 그걸 그냥 내버려 뒀다는 소리야?

기존의 통신망을 몇 번 우회하여 접속하게 통신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해킹이 완료된 스펙터의 디바이스를 통해 수연의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스펙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지만 누가 들어도 귀찮은 일에 참견하기 싫었다는 티가 가득한 말투로 답했다.

“가지 말라고 했으면 그 땡중이 나부터 겁탈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리끼리는 상하관계가 없지 않나?”

-상하관계 문제가 아니잖아.

“땡중한테 넘어갈 해결사가 걱정되는 게 아니고?”

킬킬거리는 스펙터.

하지만 수연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렇게 헛소리나 떠들 때가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농담 가지고 왜 또 그렇게 정색을 하시나.”

-정鼎은 세 다리 중 하나만 무너져도 균형이 흔들린다. 기울지 않게 해야 할 거야.

“알지. 알지.”

-잊지마. 우리는 네오-서울을 정 안에 담는 일을 하는 거야. 그 안에서 펄펄 끓일 준비를 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가 끓을 동안 버틸 솥의 다리가 무엇보다 중요해.

“이렇게 질서정연한 일은 내 취향이 아닌데.”

-비록 과정은 순탄할지라도.

수연과 스펙터가 동시에 말했다.

“끝은 난해와 혼돈일지어다.”

그들이 속한 집단과 그 집단의 목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이었다.

곧 인천 권역과 서해 권역에서 포섭한 리벨리온의 새로운 인원들이 네오-서울의 수로를 통해 진입할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수연의 통신이 끊겼다.

리벨리온을 장기 말 취급하는 수연의 말을 곱씹던 스펙터가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도 그분에게는 장기 말일 수도······.”

그런 스펙터에게 지직거리는 색승의 목소리가 디바이스를 통해 전해졌다.

“겁간에 실패하고 물건이 잘려? 땡중 당신 물건이 그렇게 쉽게 잘리는 거였나? 이번 기회에 탈착식으로 교체하는 수술······그건 당신 알아서 해. 그래서,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같다고? 그래, 그래. 당신도 당할 정도라 그거지. 당한 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 같으면 꼬추 잘렸다고 부끄러워서 얘기도 못 할 것 같은데.”

색승의 긴 자기변호에 지쳐 통신을 끊어버린 스펙터는 헤지르 주교의 모습으로 위장했을 때 만났던 오메가를 떠올렸다.

자신을 향해 양손의 중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던 모습.

“경고를 했는데도······선을 넘는군.”

스펙터가 일어나 안타란의 집무실 한쪽에 놓인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얼굴이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바뀌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자신이라.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거울 속에서 오메가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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