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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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의 대가로 받기로 한 것은 대림 에어리어의 렙틸리비안 로드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물론 안타란이 구역장이라는 본래의 직위에 무사히 복귀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렙틸리비안 로드를 이용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한 조건이 아니다.
협상 중이던 앨리스가 렙틸리비안 로드 중에는 호버 바이크가 다닐 만한 길도 있다는 걸 안타란에게서 캐낸 뒤에 추가한 조건이다.
꼬여버린 매듭을 가져와도 비교하기 민망한 대림 에어리어의 막장 도로망과 교통난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신의 한 수.
그렇지 않아도 대림 에어리어에서는 바이크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 힘들어서 짜증이 잔뜩 나 있던 상태였다.
처음 타이린드와 바이크를 탈 때 대림 에어리어에서 100km/h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은 그날만 누릴 수 있었던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로는 제멋대로 댄 갓길주차와 지독한 정체로 단 한 번도 그 정도의 속도를 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의뢰와는 별개로 안탈란의 목숨을 구해준 대가는 의뢰가 마무리된 후, 수연이나 스펙터, 리벨리온이 접근하거든 내게 먼저 연락해주겠다는 것으로 갈무리했다.
“다행히 여기까지 따라오진 못한 것 같군요.”
황천사가 안타란을 발견한 맨홀 아래, 아직까지 시멘트에 붉게 남아 있는 안타란의 핏자국을 본 내가 한 말이었다.
“흔적을 지우려고 계속해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으니까요. 스콰이어의 부하들이 저를 찾고 있을 수도 있어요.”
“일단 가시죠.”
움직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한 무리의 파충류 수인이 보였다.
지하에 내려온 직후 [암적응]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하수도에서도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도마뱀 수인 둘, 뱀 수인 하나.’
옷은 허름했지만, 도마뱀 수인 둘의 어깨는 떡 벌어져 있었으며 연신 혀를 날름거리던 뱀 수인의 시선은 나와 후드를 뒤집어쓴 안타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총.’
그들의 상체를 가로지르는 억센 멜빵에 총기가 하나씩 결속되어 있었다.
옆구리에 딱 붙여놓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게 총이라는 걸 알기 힘든 정도였다.
‘소음기도 장착된 걸 보면······.’
렙틸리비아가 아무리 다른 종족을 배척하는 풍토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총기를 꺼내놓고 다닐 것 같지는 않았다.
내 뒤를 따르던 안타란이 속닥거렸다.
“스콰이어의 친위대입니다. 벌써 마주칠 줄은 몰랐······.”
뱀 수인의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람에 안타란은 입을 닫아야만 했다.
“어이! 거기 둘! 우리 좀 보고 가. 한 놈은 인간 같은데 지하에는 무슨 일이지?”
안타란이 후드를 깊이 눌러썼다.
시시각각 우리와 그들은 가까워졌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뱀 수인의 얼굴 비늘 개수까지 셀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된 후에야 걸음을 멈췄다.
이제 도마뱀 수인 둘은 총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이쪽으로 은근히 겨누고 있었다.
뱀 수인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새빨간 혓바닥을 날름대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면 렙틸리비아인데, 인간이 무슨 일로 내려왔는지 말해. 지금 분위기가 영 그러니 어정쩡하게 넘어갈 생각은 말고.”
“해결사 오메가라고 한다. 의뢰 중이다.”
내 이름을 들은 놈들이 움찔했다.
렙틸리비아에도 내 이름이 언급된다더니, 통하는 모양이었다.
“의뢰 내용을 너희들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뱀 수인의 요사스러운 혓바닥이 날름거리는 속도를 더했다.
“미안한데, 여긴 지상이랑은 달라. 우리가 지배하는-.”
[찰나지간 – 삼적일탄三跡一嘆]
변변한 빛도 없는 수로 안, 광자 검날이 세 줄기 직선을 그려냈다.
두 도마뱀 수인들이 들고 있던 총기 앞부분이 잘려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가 요란했다.
마지막 세 번째 궤적은 뱀 수인의 날름거리던 붉은 혀 중간, 갈라진 곳 바로 앞에 멈춰 있었다.
“헉······.”
조금이라도 검을 앞으로 기울이면 녀석의 혀와 얼굴이 베일 위치에서 말했다.
“위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왔다. 특히나 대림 하 렙틸리비아는 무법천지라는 것도. 이런 방식을 원했나?”
“죄, 죄송합니다. 미처 못 알아보고.”
뱀 수인은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도 녀석은 꿋꿋하게 할 말은 했다.
“의뢰 때문에 지나가시는 건 모른 척하겠지만, 동행인의 얼굴은 확인해야 합니다.”
검을 역전개했다.
그리고 놈들에게 말했다.
“확인해.”
안타란이 손을 들어 후드를 뒤로 젖혔다.
뱀 수인과 도마뱀 수인이 자기들끼리 수군덕댔다.
“아니지?”
“아니지. 카멜레온 수인인데, 저 자식은 눈깔만 봐도 카멜레온이 아니잖아.”
놈들이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길을 텄다.
지나치면서 말했다.
“통신 디바이스 있지?”
“예? 예! 있습니다.”
“너랑 비슷한 일 하는 놈들한테 다 연락해서 내 앞길 막지 말라고 전해. 렙틸리비아로 가는 동안 거치적거리는 놈 있으면 돌아오는 길에 너희 셋부터 찾는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셋은 각자의 귀걸이와 목걸이를 만지작대며 연락을 돌리기 바빴다.
“갑시다.”
인피면구를 손목에 차고 있는 안타란에게 말했다.
조금 전, 출발 전에 미리 채워준 인피면구에 손을 대서 기를 흘려 넣으며 의심받지 않을 사람을 떠올리라고 말했다.
인피면구가 귀속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72시간의 쿨타임은 돌겠지만 안타란을 찾아다니는 놈들의 코앞으로 지나가도 걸리지 않는다.
“인식방해장치도 사용해봤지만, 얼굴에 느껴지는 이질감이 대단한데······표정 변화도 자유롭지 못하고······. 이건 그런 게 하나도 없군요. 너무 자연스러워요. 무슨 오브젝트입니까?”
놀랍다는 듯이 물에 얼굴을 비춰보는 안타란의 얼굴은 자코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신기하다고 가지고 튀면 세상 끝까지 따라갑니다. 어차피 저 없으면 작동도 못 시켜요.”
그렇게 말하고 칼자루를 손바닥 위에서 한 번 휙 돌려주자 안타란이 숨을 헉하고 들이쉬고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안타란을 찾고 있는 수인들을 만났지만 처음 만났던 녀석들이 일을 제대로 한 건지 우리에게 시비를 터는 녀석들은 없었다.
“지금 위치에서 하 렙틸리비아를 지나지 않고 상 렙틸리비아로 바로 향하는 길은 없습니다. 렙틸리비안 로드를 사용한다고 해도요. 하 렙틸리비아를 가로질러야 합니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 안타란은 스스로 찔렸는지 손사래를 쳤다.
“함정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모양인데, 정말입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분한테 왜 함정을 판단 말입니까.”
“그런 짓이 흔하게 벌어지는 곳이 네오-서울 대림 에어리어잖아요. 그리고 아까 뱀이 하는 말 들었죠. 여긴 무법지대래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거죠.”
일단 좋든 싫든 안타란의 안내를 따라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하니까 하 렙틸리비아로 가시죠. 대신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이 있으면.”
휘릭-
어둑어둑한 하수도 안에서도 칼자루가 묵직하게 회전하는 소리는 확실하게 들렸다.
“저도 가만있지는 않습니다.”
심호흡 한 안타란이 눈여겨보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를 것 같은 수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따라가자, 평범한 사람 너댓 명이 어깨를 붙이고 걸어도 공간이 조금 남을 것 같은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의 양옆 벽을 타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옅은 빛을 내는 식물들이 물을 맞아 흔들렸다.
습도가 제법 높았지만 환기가 적당히 잘 되고 있는지 불쾌하지는 않았다.
“렙틸리비안 로드입니다. 이건 그래도 관리가 잘 된 편이군요.”
그렇게 얼마나 안타란의 뒤를 따랐을까, 우리는 대림 하 렙틸리비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렙틸리비아의 전경을 눈에 담은 후에 저절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지하에 이런 곳이 몇 군데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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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상 렙틸리비아, 안타란의 모습으로 변한 스펙터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렙틸리비아로 이어지는 길에서 해결사 오메가가 목격돼?”
“그렇다고 하외다.”
“왜 또 지랄인 거야. 그 자식 때문에 기계화 좀비 공장 날려 먹은 거랑 병신 같긴 해도 시키는 건 할 줄 알았던 파라터스 죽은 것만 생각하면 짜증 나 죽겠는데.”
“시주가 그렇게 의식하는 이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소이다.”
“의식은 누가 의식한대.”
“그자가 강한가 보오.”
한참이나 말이 없던 스펙터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강하지. 그런데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꺼림칙함이 있어.”
“망령(스펙터) 시주가 그런 말을 하니 궁금해지는구려. 왜 진작 처리하지 않고?”
“수연이 관심 가지고 있거든.”
“쯧쯧, 수연 낭자가 관심 가지지 않은 남성이 있기는 하오?”
“그렇긴 해. 그런데 그건 땡중도 마찬가지잖아.”
“소승小僧은 가리지 않소만.”
“그리고 아직은 우연한 충돌에 불과해서 일단은 보는 중이야.”
“우연이라.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오. 모든 것은 인과의 굴레 안에서 각기 다른 운명을 가진 이들이 얽히는 필연일지니······. 아미타불.”
스펙터가 앞의 인물에게 넌지시 말했다.
“관심이 생긴 모양이야, 땡중?”
“흥미가 이는구려. 소승이 한 번 만나봐도 되겠소?”
“땡중이 그렇게 말하고 만나러 간 사람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이 있긴 한가?”
“흥미를 일으켜 기대하게 만들었으면 그에 부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하지 못하였기에 애끓는 마음으로 멸도滅道로 이끌었을 뿐이외다.”
“다 미라 몰골이 돼서 짜여 죽었잖아.”
스펙터의 말을 들은 승려의 둥근 동공이 번뜩였다.
“열락悅樂 중에 간 것이니 아름다운 끝이외다.”
“예, 예. 어지간하시겠습니까.”
“그럼 허락한 것으로 알고 소승은 이만 나가보겠소.”
“허락은 무슨. 안 된다 해도 갈 거였으면서.”
그 말에 승려가 클클거리면서 웃었다.
그가 빠져나가려는데,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커다란 트렁크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스펙터가 승려에게 말했다.
“저놈 저거 깼나 보네. 가기 전에 손 좀 쓰고 가시지?”
승려가 트렁크를 열자, 안에는 파충류용 어레스트를 차고 있어 손과 발은 물론 강력한 꼬리마저 몸에 딱 붙인 채로 구겨진 어린 파충류 수인이 있었다.
승려가 어레스트의 눈과 머리를 감싸고 있는 부분을 해제하고 파충류 수인의 눈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자 선홍빛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왔고, 이내 파충류 수인은 정신을 잃었다.
“그럼 다녀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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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내리쬐는 따스한 빛,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적절한 습기를 제공하는 물줄기, 빛과 물줄기에 반응해 우람하게 자라난 식물, 그리고 그 식물들 사이를 거니는 파충류, 양서류 수인들.
공동의 천장이 시멘트인 것, 그리고 내리쬐는 빛이 태양 빛이 아니라 인공광원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네오-서울이 아니라 어디 밀림에 와 있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심지어 바닥도 아스팔트가 아니라 푹신푹신한 흙이 깔려 있었다.
“이런 비슷한 공간이 대림 에어리어에 지하에만 십여 개가 더 있습니다.”
놀라워하는 내게 안타란이 설명했다.
그런데 확실히 나를 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몇몇은 괜한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으나 안타란의 중재로 큰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내게 시비를 거는 놈들은 스콰이어의 친위대가 아니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렙틸리비안 로드를 걸어오면서 안타란이 내게 몇 번이나 했던 말이 있었다.
“대림 하 렙틸리비아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모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지상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차별한다는 피해 의식이 있습니다. 아마도 인간인 오메가 씨를 좋게 보지는 않을 겁니다. 부디 무의미한 충돌은 피해주십쇼. 부탁드리겠습니다.”
몇 번이나 교육을 받고 미리 대비했기에 망정이지, 길을 걷는데 아무 이유 없이 어깨빵을 세 번쯤 당했을 때는 정말 못 참고 주먹이 날아갈 뻔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가며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하나를 시켜 기다리고 있으니 탐문을 마친 안타란이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상 렙틸리비아로 가는 수로는 모두 봉쇄됐고, 통과하려면 스콰이어의 허가가 필요하다는군요. 유동 인구를 틀어막고 저를 찾고 있나 봅니다. 제대로 당했어요.”
“허가라······.”
고개를 돌려 렙틸리비아의 중앙에 있는 원통 형태의 거대한 구조물을 바라보았다.
“스콰이어라는 악어, 저 안에 있다고 했죠?”
“네. 제가 습격당한 날부터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상 렙틸리비아로 진입하는 길은 다 막혔고, 그래서 지하로 내려왔는데 지하에서도 통하는 길은 악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맞습니다.”
“그런데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건 뻔하다는 거죠.”
안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답은 하나네요. 악어를 납치해서 인질로 삼아 수로로 진입합니다.”
입을 떡 벌린 채 눈을 끔뻑이던 안타란이 말을 더듬었다.
“그건 좀······.”
“허가 안 해준다면서요. 그러면 허가해주는 놈이랑 같이 가면 되잖아요. 가장 거리가 짧은 통로가 어디죠? 거기 근처에 숨어 계세요. 납치는 제가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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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콰이어의 비서는 고속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인간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
렙틸리비아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종족이지만, 비서는 언젠가 구역장을 꿈꾸는 프로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구역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렙틸리비아 병합 건으로 구역장님은 바쁘셔서 한동안 외부 인사를 만나지 않으실 거라고 전해오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겠습니까?”
“아······그래요? 급한 일인데, 안 될까요?”
“네. 구역장님이 누구도 들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들이지 말라고 했다는 말에 오메가는 구역장이 안에 있음을 알았다.
오메가가 불러주는 엉터리 연락처를 적기 위해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가 올렸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 가셨지?”
[은신]
눈을 부릅뜬 채 사람들을 피해 복도를 달리던 오메가의 눈에 구역장실이라는 안내판이 걸린 방이 보였다.
문고리를 돌리자 잠겨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순순히 열렸다.
재빨리 안으로 몸을 들인 오메가.
구역장실은 엉망이었다.
원래는 거대하고 넓었을 책상은 땔감으로 써도 좋을 정도로 잘게 부서져 있었으며, 다 마시지 않은 술병들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방의 한쪽에 가득했을 커다란 식물들은 제멋대로 꺾여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방의 가장 구석, 의자에 몸을 묻은 채로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던 악어 수인의 크고 샛노란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가 혼잣말을 했다.
“날 죽이러 왔나? 쓸모가 다 했다 이거지? 개 같은 것들. 토사구팽이라더니······아니지, 카멜레온이 죽고 악어를 버리는 거니까 카사악팽인가?”
악어의 시선은 오메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디 놈인지 형편 없구만. 네가 안 보이는 것 같나? 내 눈은 온도를 본다.”
촤르륵하는 작은 기계음과 함께 악어의 홍채 색이 바뀌었다.
그러더니 스콰이어는 오메가를 향해 들고 있던 술병을 던졌다.
정확한 방향과 엄청난 속도.
눈을 깜빡여 모습을 드러낸 오메가는 몸을 돌려 술병을 피했다.
벽에 부딪혀 깨진 술병과 바닥에 흐르는 술을 배경으로 오메가가 말했다.
“죽일 생각은 없어. 납치 좀 하려고.”
악어가 몸을 일으켰다.
3m는 될듯한 덩치, 갑옷을 두른 것 같은 비늘, 사냥감을 정확히 포착하는 눈, 인간 성인의 몸통 정도 굵기의 꼬리에 감겨있는 특수한 금속.
대림 하 렙틸리비아의 폭군이 입을 열었다.
“살다살다 별 소리를 다 듣네. 기분도 엿같은데 씹어먹어주마.”
그의 길고 강력한 꼬리가 당장이라도 오메가를 으깰 기세로 휘둘러 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