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056.
마고가 나를 보는 눈이 매섭다.
“순순히 인정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서대문 에어리어의 종합 병원에 진료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혼수상태에서 두 달간이나 거기서 누워있었거든요. 그걸 떼서 보여드리는 걸로 제 모든 소명을 마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은밀한 취향의 마고 씨.”
우리는 상대의 말에 답하지 않은 채로 서로 할 말만 하고 있었다.
그래, 상대 말은 씹고 내 할 말만 하는 이게 '진짜 토론’이지.
“오메가 당신이 보여준 것은 최소 두 가지 이상입니다. 기공 수련자 이상의 내공 운용, 빙결계 마법으로 추정되는 냉기 조종 능력.”
하늘이 바뀌며 화면 두 개가 클로즈업됐다.
위타천의 기파를 베어내는 [역려건곤]과 조금 전, 리무진에서 탈출하며 문을 자르느라 만들어낸 얼음 칼날인 [트야치].
“개인 정보 보호 법령 때문에 정확한 의료기록은 파악할 수 없습니다만, 위타천의 기파를 완전히 상쇄시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찰과상과 타박상에 그쳤죠? 위타천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 기파에 맞고 반신불수가 된 강화 인간을 세우면 집행본부 주위를 몇 바퀴나 돌릴 줄이 만들어질 겁니다. 퓨어의 칼질 한 번에 위력이 줄어들 기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까 분명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퓨어에 대한 데이터가 워낙 없다고요. 그럼 여러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닐지요? 본체에 콤플렉스가 있는 마고 씨.”
“이상 현상이 오메가 당신에게만 발생한다는 말입니까? 궤변입니다.”
“그리고 빙결계 마법은 계룡 권역의 프로이데 마탑과의 비밀 엄수 조건이 걸려 있어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지하조직의 상납으로 거대한 부를 이룬 마고 씨.”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영원빙정 40년을 내게 넘긴 후폭풍이 걱정된 라벤느는 의뢰와 보상에 대한 비밀 엄수 조건을 걸었고 나는 그에 응했다.
비록 빙결계 마법의 사용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니겠지만 빙결계 마탑 중 큰 세력인 프로이데 마탑을 끌어들였으니 어느 정도의 연막은 쳐 둔 셈이다.
설령 마고가 그쪽에 직접 알아보려 해도 라벤느 역시 공개를 거부할 테고.
나를 노려보던 마고가 성난 음색을 뿜어냈다.
“그런 저급한 모욕으로 제 명예를 훼손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그만두시죠.”
“아닙니까? 아님 말고요.”
‘아님 말고’.
논리 싸움을 개싸움으로 끌고 가는데 이만한 단어가 없다.
후속타로는 ‘왜 그리 화냄?’이나 ‘이 새키 아직도 이러고 있네.’ 등이 있다.
서리얼에서 나한테 직접 덤빌 능력은 안 되니까 공카나 공홈, 커뮤니티에서 징징대던 키보드 워리어들을 죄다 침몰시켜 심해로 수장시킬 때의 전투 본능이 살아나고 있었다.
성질을 긁어놨으니 팩트리어트 미사일을 들이 부었다.
“마법에 관해서 한 말씀 더 드리죠. 아까 화면 중에 제가 트레일러 위에서 트롤과 대치하는 CCTV가 있던데, 띄워주시겠습니까?”
마고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굴하지 않고 최대한 재수 없고 능글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소명 중입니다만, 협력 안 해주실 겁니까?”
결국 마고는 화면을 바꿔주었다.
도로에 설치된 CCTV 화면이라 화질이 조금 깨지기는 했지만, 트레일러 위에 쭈그려 앉아 용접기로 지지고 있는 트롤과 피로 만든 한손검을 든 내 모습을 구분할 정도는 되었다.
“저 검은 의뢰의 대가로 야스민 가에서 받은 술법이니 확인해보시면 될 겁니다. 흡혈귀를 포함한 다른 종족도 익힐 수 있고, 단전이나 마나 하트 같은 별도의 장기나 기관이 없이 야스민 가의 허가가 있고 혈액만 있으면 익힐 수 있는 술법입니다. 젠 씨에게 직접 사사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추후에 확인하겠습니다. 계속하시죠.”
“보실 건 제가 아니라 저 트롤입니다.”
트롤의 손에는 어마어마한 불꽃을 뿜어내는 용접기가 들려있었다.
“저게 용접기의 수준입니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법과 다른 게 뭡니까?”
“오메가 씨의 마법도 저런 도구의 도움을 빌렸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마탑들이 자회사를 세우거나 기업들과 연계해서 자신들만의 특화된 마법 도구를 내놓는 게 그렇게 드문 일입니까? 그 영역에 손을 뻗지 않은 마탑이 드물지 않습니까.”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도구나 오브젝트 중 오메가 씨의 것과 비슷한 것은 없습니다.”
“마고 씨, 저는 네오-서울의 모든 정보상을 합쳐도 마고 씨 하나만 못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궁금해졌습니다. 마고 씨는 네오-서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고 있습니까? 단 하나의 예외도 당신의 눈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겁니까?”
아이의 입 근처 근육이 여러 번 달싹였지만,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할 때는 정말 뭣 모르는 애송이 시절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은 한 줌 모래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알아가야 할 것이 한참이나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는 해결사입니다. 고객에게 의뢰를 받고 그걸 해결합니다. 작게는 나무 위로 올라간 고양이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흡혈귀 회합의 호위로 가는 것까지. 일의 범위는 넓고 다양합니다. 퓨어가 하기에는 버거운 것도 많죠. 그렇기에 다양한 기구, 장치, 오브젝트의 힘을 빌립니다. 때로 그것들은 비공식적인 루트로만 유통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것들의 힘을 빌릴지언정 저는 퓨어인 지금 제 상태가 좋습니다. 그런데 퓨어가 활약을 좀 한 게 이렇게 네오-서울의 공공 집행자와 단독으로 대면하고 해명을 해야 할 정도의 일입니까?”
마고에게 선언했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이건 순수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대한 지독한 멸시이며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금지하고 있는 네오-서울 차별 금지 조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입니다. 법령이 아니라 조례라는 이유로, 당신이 공공 집행자라는 이유로 이런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라면 저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마고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알지도 못하는 사이 잠들게 한 뒤, 누가 봐도 자신의 영향력이 가득한 공간으로 데려와서 기회를 주는 척하며 자백을 끌어내는 행위가 협박에 더 가깝지 않겠습니까. 공공 집행자의 수사와 집행이 이례적일 정도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받는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이건 선을 넘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후-.”
길게 한숨을 쉰 마고가 말했다.
“당신이 퓨어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퓨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겁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공고했던 네오-서울의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저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부류의 인원들이 네오-서울로 유입되고 있고, 그런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메가 당신이 네오-서울의 명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잠자코 듣고 있자 마고의 말이 길어졌다.
“궤변에 가깝기는 하지만 제 조사가 미진했다는 것도 사실이군요. 생각보다 달변이라는 정보도 추가해두겠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겁니다. 당신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언제까지나 세 치 혀로 위기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겁니다.”
생각보다 쿨하게 인정한 뒤에 나름의 조언까지 해주는 마고였다.
“또한 영동대교 진입로에서 트럭을 벤 건 젠 님의 조력이 있다는 걸로 조서를 만들어두겠습니다. 야스민 가의 인물이 들어가 있으니 파고들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역시나 목적은 사고의 조사가 아니라 나를 취조하는 거였군.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편해질 것 같긴 합니다만.”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 분명한 나를 본 마고가 피식 웃었다.
“왜요. 갑자기 태도가 바뀌니 이상한가요?”
“아니라고는 못 하겠는데요.”
“논파 당했다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다음 기회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젠틀한 모습을 보여주어 빈틈을 노리는 것이 백배 낫죠.”
이유 있는 친절이라는 소리.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심연 같은 무저갱에서 다시 맑게 돌아온 눈동자를 한 마고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협박까지 당할 정도로 저를 속절없이 밀어붙인 건 오메가 당신이 처음이니 작은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다음에는 더욱 철저하게 당신이 퓨어 이상의 무언가라는 걸 밝혀낼 겁니다. 능력 제한 법령에 한 사람 더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급하게 덤빈 것도 있고요. 사과 드립니다.”
능력 제한 법령.
이게 진짜 목적이었던 것 같다.
힘은 가지고 있되, 통제와 관리하에 있기를 바라는 건가.
미안하지만 내 성질에 그런 건 딱 질색이다.
“호의를 호의로 돌려드리겠다고는 확답을 못 드리겠지만 일단 이번 호의만큼은 기쁘게 받겠습니다.”
“저랑 같이 여기 산책이나 하시죠. 깨려면 30분 정도는 남았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위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서요.”
“억지로 깰 수는 없을······건······데······.”
내 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색 빛을 본 마고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린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
“어·······퓨어의 이상 현상 아닐까요?”
어색했으려나?
이것 역시 대체 왜 배우냐는 말을 엄청나게 들었던 스킬.
한 자리에서 10분 이상 눈을 감고 머물렀을 때 비로소 발동 조건이 성립한다.
10분의 시간 동안 외부의 자극이 있거나 자리비움으로 인한 로그아웃 상태가 되면 발동 조건 무효.
내 몸은 자고 있고 정신은 이렇게 마고의 가상공간에 끌려왔을 때부터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쿨타임 240시간.
정신계 공격이나 침투에서 유발되는 상태 이상 효과의 제거.
서리얼 제작진도 이 스킬은 익히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이름도 대충 지은 스킬.
[홀딩 마인드Holding Mind]
아무리 생각해도 홀딩 마인드보다는 부동심不動心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은 스킬이 발현된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마고의 얼굴에 ‘이런 황당한 놈이 있나’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 같다.
그러게 왜 어설픈 의혹으로 덤비냐고.
선동과 날조의 위대한 승리다!
가슴의 균열에서 뻗어 나오는 황금빛 광채가 초원을 가득 채우고, 광채의 근원인 나조차 그 밝기를 이기지 못해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었다.
뒤로 살짝 기울어진 의자에서 일어나자 머리와 관자놀이에 붙은 작은 패치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마 마고가 말했던 가상공간 접속장치일 것이다.
웅성이는 사람들 중 익숙한 코뿔소 수인을 지목했다.
“조사 끝난 것 같은데, 나가는 길 안내 좀 부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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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집행본부의 가장 안쪽에 있는 어느 공공 집행자의 사무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있던 그가 지하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눈을 떴다.
“이것은!”
다시 한번 기운을 훑기 위해 그는 다시 눈을 감고 집중했으나 마치 착각이라도 한 듯 그 기운은 다시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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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가십쇼!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 주시고요.”
공공 집행본부 건물 앞까지 배웅 나온 장이 몇 번이나 당부했다.
눈이 번들거리는 걸로 봐서 내게 무슨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나를 빼 간 마고에 대해 뭔가 작은 트집이라도 잡고 싶은 모양.
굳이 위타천과 같은 노선을 탈 필요가 없다던 마고의 말도 그렇고, 공공 집행자들끼리도 마냥 동료처럼 협력하는 건 아닌가 보지?
밖으로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신시아가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검은 비닐봉지 안을 들여다보자 새하얀 두부가 있었다.
“저 감옥 갔다 온 거 아닌데요.”
“고생한 사람한테는 두부 주는 거래요.”
기다려 주기도 했고 기껏 산 걸 안 먹겠다고 하기도 그래서 두부를 절반 정도 들어서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뒤쪽에서 크게 집행본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불길함이 대뇌와 경추, 척추를 수십 번 왕복했다.
그리고 들리는 가벼운 발소리.
몸무게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달려오는 것이 분명하다.
“낭군! 본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냐!”
등 뒤에서 나를 덮치는 이수련.
들고 있던 두부 반 모는 지켜냈지만, 나머지 반 모는 이수련이 달려든 충격에 검은 비닐봉지 채로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푸확-
굳이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나 다 뭉개졌어용.’하는 두부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검은 비닐봉지 밖으로 그 일부가 튀어나와 있기도 했다.
고개를 돌리니 눈에 핏발이 선 신시아가 보였다.
그녀의 시선은 내 허리에 매달린 이수련을 향해 있었다.
“나앙구운?”
신시아의 입에서 시커먼 사기邪氣가 사약을 먹은 죄인이 입에서 쏟아내는 검은 피처럼 울컥하고 떨어져 내렸다.
이수련을 향해 신시아의 사기가 화살처럼 뻗어나갔다.
저번에도 느낀 건데, 신시아는 내 신체에 다른 여자가 접촉하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수련이 내 등에 얼굴을 마구 부비고 있으니 핀이 나간 것이다.
멈추라고 말할 잠깐의 순간도 주지 않고 벌어진 일.
일단은 막을 생각이었지만 이수련은 내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가 이어지는 곳에서 털이 풍성한 흰 꼬리가 하나 솟았다.
꼬리는 이수련을 감싸고 앞으로 향해 신시아의 사기를 가볍게 쳐냈다.
“흡혈귀 사령술사······야스민 가의 막내인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감히 본좌에게 송곳니를 드러냈으니 손수 다 뽑아주겠노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련의 전신이 금속판으로 덮이며 스스로가 퓨전 코프의 로봇 같은 형상으로 변했다.
“감히 오메가 님 몸에 손을 대? 구미호라고 해서 봐주는 거 없어.”
신시아가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입으로는 장송곡 같은 영창을 시작하자 음산한 기운이 그녀의 주위를 에워쌌다.
순식간에 형상화를 마친 음산한 기운.
그것은 거대한 낫을 든 사신의 모습이 되어 신시아를 보호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양손으로 박수를 쳤다.
[증폭]
짜악하는 소리가 몇 번이고 짜악-짜악-하며 울려 퍼졌다.
로봇의 번쩍거리는 눈과 사신의 퀭한 눈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먼저, 이수련에게 말했다.
“저, 그쪽 낭군 아닙니다. 그렇게 될 생각도 없고요. 그러니 막무가내로 스킨십 하지 마세요.”
로봇의 헤드 부분이 열리고 이수련이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신시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챙겨주시는 건 정말 고마운데요. 여성이 접근한다고 그렇게 하나하나 경계하고 제 몸에 손 좀 닿았다고 죽이려 들지 마세요. 저요, 그렇게 싸고돌만큼 약하지 않아요. 마음 편히 먹어요, 신시아.”
그리고 둘 모두를 향해 말했다.
“제가 할 말은 다 했거든요? 나머지는 두 분이 알아서 해요.”
그리고 길가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네오-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변신 로봇과 커다란 사신의 모습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기사에게 말했다.
“성북 에어리어요.”
일단은 마도공학 유물 의뢰를 마쳐야 한다.
그 외의 일은 나중으로 미루자.
움직이기 시작하는 택시의 뒷자리에서 끊어지지 않을 것처럼 길게 이어지는 하품을 했다.
마침내 하품을 마치고 눈에 맺힌 눈물을 손끝으로 털어냈다.
그때쯤 택시 뒤편에서 뭔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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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뒤에 남겨진 신시아와 이수련은 멀어져가는 택시를 보고 거의 동시에 말했다.
“미친 카리스마.”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서로를 향해 주먹질을 시작했다.
뒤쪽에서 들리는 쿠당탕하는 충돌 소리를 들은 오메가는 연락처를 교환해둔 장에게 연락했다.
“예, 아뇨. 몸에 이상 있는 건 아니고요. 집행본부 밖에 두 명이 사고 치고 있거든요? 데려가서 훈계 좀 해주세요. 둘 다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고요. 예, 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작가의 말
‘킹님 갓고’
인류가 쌓아온 견고하고 정교한 지성을 한 방에 무너트리는 말입니다.
#제자의 입장에서보면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왠지 ‘사사받다’가 맞을 것 같지만 ‘사사하다’만이 통용되는 올바른 표현입니다.
따라서 젠에게 사사했다는 오메가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공공 집행자를 검사에 비유해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수사 영역이 범죄와 치안 문제로 한정된’ 상설 특검 정도로 보면 될 듯 합니다.
공공 집행자는 굉장히 엄격하고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선별되기 때문에 네오-서울의 시장도 공공 집행자의 영역에 간섭하려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합니다.
게다가 개개인의 능력도 출중합니다.
범죄자를 제외한 네오-서울의 시민들이 공공 집행자에게 보내는 신뢰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공공 집행자 각각의 생각과 행동은 다를 지라도 네오-서울을 위해 헌신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물론 헌신의 보상은 아주 달달합니다.
원래 이런 설정은 글에다 녹여내야 옳지만, 댓글에서 언급이 되기도 했고 고유의 설정이라 생각해 독자님들 이해에 조금 도움이 될까해서 제 능력 부족을 통감하며 짧게나마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