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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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랑 전경련이 왜 그렇게 흡혈귀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알 것도 같네.”
바이크 속력을 줄이며 과장 조금 보태 성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 거대한 담벼락을 본 내 첫마디였다.
이곳은 성북 에어리어.
용산 에어리어, 강남 에어리어와 함께 네오-서울의 3대 부촌이자 그 부촌 중에서도 신흥 부자들이 아닌, 이른바 대대로 부자였던 가문들이 자리를 잡은 곳이다.
대림 에어리어와 비교하면 여기가 같은 네오-서울, 아니 같은 행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곳곳에 흘렀다.
잘 가꾸어진 나무 사이사이에 숨겨진 폐쇄회로 텔레비전이나, 소음 하나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일정한 구역을 순회하는 무장 드론들이 감상에 조금 방해가 되긴 했지만.
“죽창이 필요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시는 건가요?”
신시아가 같이 와도 좋다고 해서 뒤에 앉혀 데려온 앨리스는 무서운 소리를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구호를 외치는 앨리스.
“죽창······죽창이 필요하다······레볼루숑······인민은 집결하라······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를 죽여라······.”
주위에도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기에 드론 몇 대의 방향이 이쪽으로 향했다.
황급히 속도를 높이자 드론 하나가 날아와 안전 주행 속도를 넘어섰다고 떠들어댔다.
속도를 줄이고 드론이 돌아가자 앨리스에게 한마디를 했다.
“너 요새 커뮤니티 너무 많이 해. 그런데 글 남기고 자료 퍼 오는 애들은 가장 급진적인 애들이라니까.”
“저도 알아요. 다 웃자고 하는 소리죠.”
“그래, 그렇게 해서 즐겁다면 마음껏 웃어라. 뒤처리는 내가 하겠지.”
내 말을 들은 앨리스는 올렸던 소매를 훌훌 내렸다.
어디서 낫이랑 망치를 구해 들고 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야스민 저택이 보이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곳의 정문으로 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부촌의 외곽을 향해 가며 내가 중얼거렸다.
“이쯤 어디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저택이 새로 지어지는 듯, 높은 가설방음벽으로 둘러쳐진 공사 현장들이 여럿 보였다.
뒤에서 앨리스가 외쳤다.
“성북 에어리어 1-D! 저기인 것 같아요.”
무장 드론이 아닌, 사설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는 공사 현장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이 먼저 험상궂은 얼굴로 다가왔다.
“공사 현장입니다. 위험하니 돌아가십쇼.”
신시아가 알려줬던 방문 코드를 말하고 귀걸이를 통해 개인 인증을 했더니 경비원들이 길을 열어 주며 정중하게 말했다.
“들어가셔서 좌측 첫 번째 컨테이너입니다.”
신시아가 알려준 것은 부정기적인 주기로 바뀌는 방문 코드와 진입 위치뿐이었기에 경비원들이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일단 아는 척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설방음벽 안쪽으로 들어서자, 공사 현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낯선 모습이 펼쳐졌다.
분리된 다섯 갈래의 짧은 길이 있고, 각각의 길 끝에는 커다란 컨테이너가 있었다.
알려준 대로 가장 좌측의 컨테이너로 향하는 길로 바이크를 움직이자 순식간에 길옆에 불투명한 막이 생겨나 앞쪽의 컨테이너 말고 다른 방향의 시야를 방해했다.
“프라이버시 보호용 통로인 것 같지?”
내가 말하자 탄성을 터트리며 신기해하던 앨리스가 맞장구쳤다.
“네. 그런 것 같아요. 야스민 저택은 드나드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이런 식으로 오가는 사람들끼리도 누구인지 알지 못하게 하는 가봐요.”
“그래도 저택으로 향하는 통로, 아니 통로도 아니지. 출입구를 위해서 성북 에어리어에 이런 큰 부지를 통째로 쓴다는 게 참······.”
그때, 우리가 향하던 컨테이너 바로 옆, 그러니까 좌측 2번째 컨테이너에서 뭔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불투명해서 형체를 알아보기가 매우 힘들었지만, 분명 자동차나 바이크는 아니었다.
움직임이 마치 거대한 네발짐승, 마치 고양이과 맹수 같았다.
“뭐지?”
내가 말 한마디를 하는 짧은 사이, 막이 촤륵 소리를 내며 아예 시야를 차단해버렸다.
궁금증은 궁금증으로 남겨둔 채, 컨테이너 앞으로 다가가자 자동으로 컨테이너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아래쪽으로 완만하게 뻗은 도로와 통로를 밝히는 불빛이 보였다.
딱딱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제한 속도 20km/h 이내로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넓은 차고 같은 공간이 나왔고, 신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 가득 기뻐 죽겠다는 미소를 짓고 있는 신시아가 방정을 떨었다.
“오메가 님! 앨리스! 기다리다가 못 참고 내려와 버렸어요! 야스민 저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아아!”
바이크를 세워두자 아무 소리도 없이 벽과 바닥이 솟아올라 바이크를 가렸다.
‘프라이버시 보호는 기가 막히게 하는구만.’
신시아와 앨리스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계룡 권역에는 잘 다녀오셨어요? 저희 사장님이 폐는 안 끼쳤으려나 모르겠어요.”
“무슨 소리야. 덕분에 완전 즐겁고 편하게 다녀왔는데.”
“다행이네요. 다른 호위 분들에 비하면 신시아 씨가 데려간 저희 사장님이 제일······.”
앨리스의 말에 신시아가 인상을 썼다.
“타이린드한테 들었어. 앨리스 너, 타이린드한테는 언니라고 한다며? 근데 왜 나한테는 신시아 씨야. 나한테도 언니라고 했으면 좋겠어.”
듣고 있던 내가 ‘그건 나이 때문 아니겠느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건 나이······.’까지 말했을 때 앨리스가 내 허벅지를 꼬집어서 멈춰야만 했다.
앨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네, 신시아 언니.”
신시아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앨리스를 껴안았다.
“너무 귀여워! 동생이 얼마나 가지고 싶었다고! 시커먼 오빠만 둘이라니!”
그렇게 앨리스의 볼을 조물딱거리던 신시아가 나를 향해서도 말했다.
“타이린드한테도 씨 붙여요?”
생각해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타이린드가 워낙 친근감 있게 다가와서 그런가, 존댓말은 해도 이름은 그냥 툭툭 나왔다.
“아뇨.”
“그럼 저한테도 신시아라고 해요.”
“그래요. 신시아.”
내 말에 신시아가 가슴을 부여잡고 말했다.
“이제 신시아 씨는 죽고 신시아가 새로 태어났습니다.”
피부 하얗고, 얼굴 예쁘고, 머리 회색 섞인 금발이라 신비한 분위기 풍기고.
신시아는 다 좋은데 저 방정과 주접만 좀 어떻게 하면 참 좋지 않을까?
성격 때문에 사령술사가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니까.
외관이 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어 밖이 보이는 엘리베이터로 우리를 안내한 신시아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했다.
“원래는 바로 아버지와 독대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는데요. 예상치 못하게 아버지 손님이 한 분 오셨거든요. 지금은 가셨는데, 정리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괜찮으실까요?”
“네.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오늘 다른 일정은 다 비웠거든요.”
“다행이네요. 아버지도 따로 말씀하시겠지만, 이런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드문 일인데 하필이면 오메가 님이 오셨을 때 이렇게 돼서 속상하네요.”
아마 아까 옆 컨테이너에서 불투명하게 보였던 ‘무언가’일 것이다.
그 거대한 네발짐승이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차라리 그걸 타고 다닌다고 하면 믿지.
그런데 내 바이크보다도 더 큰 네발짐승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면 나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데, 생각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도 있을 것이고 해서 신시아에게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정리되면 알려드릴 테니까, 그때까지 정원이랑 저택을 좀 보여드려도 될까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신시아의 말에 앨리스가 반색했다.
“야스민 가의 저택! 웬만한 미술관보다 소장하고 있는 품목이 많다고 하던데!”
“그래?”
“네. 예술가들이나 미술사학자들이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엄청나게 요청한대요.”
이어지는 신시아의 말이 더 아찔했다.
“미술품 수집이 아버지 취미셔서요. 일정 주기로 항목들 바꿔가면서 외부 전시 보내긴 하는데, 순번이 한참 남은 것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나가는 속도보다 들어오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기도 해요.”
“그게······가능해요?”
“신진 작가들에 대한 아버지의 선구안이 굉장하거든요. 아버지가 눈독 들인 작가들은 대개 거장이 돼요. 그럼 작품들을 좀 보러 가실까요?”
일단 사서 쟁여놓으면 그중에 살아남은 몇이 거장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네. 부탁드릴게요.”
그 말에 신시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조작했고, 천천히 위로 이동하던 엘리베이터가 속도를 줄이더니 옆으로, 혹은 대각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이 좋으니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부터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잠시 후, 투명한 재질의 엘리베이터 벽 너머로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저택 사용인들 수십 명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리를 맞았다.
“야스민 저택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어디에서도 받아본 적 없는 환대.
하지만 신시아는 이런 대우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았다.
“바쁘실 텐데 다들 각자 볼일 보러 가셔도 좋아요. 그리고 오늘 도슨트(Docent: 전시물을 설명해주는 안내인)가 어떤 분이죠?”
집 안에 미술품이 얼마나 많으면 따로 도슨트를 두는 거지?
사용인들 가장 앞에서 황금빛 견장을 차고 있던 노인이 정중하고 품격있게 답했다.
“기스트 군입니다. 불러올까요?”
“네.”
노인이 다른 사용인에게 도슨트를 불러오라고 시키는 사이, 신시아가 우리에게 노인을 소개해줬다.
“인사하세요. 이쪽은 저희 저택의 집사장, 레이먼드. 레이먼드, 이쪽은 오메가 님과 앨리스.”
“처음 뵙겠습니다. 야스민 저택의 대소사를 맡아보는 레이먼드 홀스릭입니다.”
“레이먼드도 흡혈귀랍니다. 홀스릭 가문은 아주 예전에 야스민가에서 분리된 가문인데 그 후로도 저희와 이렇게 함께하고 있어요.”
“야스민 가의 번영이 저희 홀스릭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그때, 사용인 하나가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레이먼드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레이먼드는 잠시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냈으나, 주름은 곧 원래대로 펴졌다.
그가 신시아에게 말했다.
“젠 도련님이 지금 기스트 군과 함께 새로 들어온 미술품 감상 중이라 기스트 군의 안내는 힘들 것 같다는군요.”
“오빠가요? 말도 안 돼. 오빠는 언제든 미술품 볼 수 있지만, 오메가 님이 또 언제 우리 집에 오시겠냐고요. 도슨트 데려와야겠어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리려는데, 레이먼드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제지했다.
“신시아 아가씨께서 오메가 님의 방문을 며칠 동안이나 고대하셨습니다. 아가씨 딴에는 아쉬워서 그런 것일 테니 잠시 아가씨께 맡겨보시죠.”
정중한 권유에 나도 모르게 알겠다고 했다.
신시아가 레이먼드에게 물었다.
“젠 오빠, 지금 어디 있어요.”
“후원에 계실 겁니다. 며칠 전에 설치품들을 싹 바꿨지 않습니까. 이렇게 된 김에 그쪽으로 합류하셔서 함께 설명을 들어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젠 도련님도 오메가 님을 반길 것 같습니다.”
레이먼드의 말에 신시아가 조금 누그러졌다.
후원이라길래 저택을 가로지르는 줄 알았는데 신시아는 우리를 다시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
그렇게 올라올 때보다 더 빠르고 오래 옆으로 이동한 뒤에 다시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저택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야스민 저택의 정원이 넓고 탁 트인 시야를 해치지 않게 예술품을 놓아 개방감을 추구했었다면, 후원은 정교하게 오밀조밀하게 모아 놓아서 정말 야외 전시장 같은 분위기가 났다.
끊임없이 감탄하며 좀 걸으니 저 멀리 남자 두 명이 있는 것이 보였다.
신시아와 같은 회색빛 금발에 도사들이 입는 도포를 걸친 사람이 아마 3남매의 첫째인 젠일 것이다.
“오빠!”
크게 자신을 부르는 신시아의 목소리에 젠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도슨트 분이 오빠한테 가 있다길래 왔어. 인사해. 이쪽은 오메가 님. 오메가 님, 저희 큰오빠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내 인사에 젠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말로만 듣던 오메가 씨군요. 신시아 입에 누구 이름이 이렇게 오랫동안 올라 있는 건 처음이라서 어떤 분일지 궁금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오빠.”
그런데 영화배우 같은 미소를 짓고 있던 젠의 얼굴이 굳어졌다.
펄럭-
그의 도포의 소매가 부푸나 싶더니 젠이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허공을 걷는듯한 움직임 몇 번으로, 젠은 순식간에 우리에게서 수십 미터나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거리가 그렇게나 떨어져 있음에도 그가 눈을 감고 외는 도호道號가 생생하게 들렸다.
젠이 품고 있는 공력이 얼마나 정순하고 심후한지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원시안진元始安鎭 보고만령普告萬靈 악독진관岳瀆眞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신시아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오빠! 왜 저래, 진짜! 장난 그만 쳐! 손님 앞에 두고 뭐 하는 짓이야!”
“번뇌퇴산煩惱退散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번뇌퇴산 급급여율령!”
“오빠!”
젠이 눈을 떴다.
그에게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신시아, 이런 장난은 그만두라고 몇 번이나 얘기 했을 텐데!”
“뭔 소리야, 진짜로!”
젠이 손을 들어 우리 쪽을 가리켰다.
“내가 동자공을 익히고 있는 것도 알고, 여인을 기피하는 것도 알면서!”
젠의 손가락이 뻗어있는 방향은 정확히 앨리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를 데려와?”
저렇게 근엄하고 장중하게 호통치는 이유가 앨리스 때문일 줄이야.
젠은 동자공을 익힌 도사 흡혈귀고, 여인을 극한으로 기피해서 신시아와 자신의 어머니를 제외하면 여성형 안드로이드도 꺼린다는 말을 들었었다.
저택의 규모와 크기에 감탄하느라 젠에 대해 들었던 내용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 수 있겠다.
그걸 본 신시아가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진짜 제일 짜증나.”
그렇게 남매는 서로 목에 핏대를 높여가며 악을 써댔다.
“앨리스가 얼마나 귀여운데! 오빠가 그렇게 대하면 상처받잖아!”
“그 아이에게만 박하게 대하면 상처겠지만 나는 모든 여자에게 똑같이 대하니 상처 받을 이유가 없지.”
“평생 동정!”
“어허! 손님 앞에서 오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고자!”
“나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 고자가 아니야.”
“고자랑 뭐가 달라!”
“사령술사인 너를 보고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시체도착증)라고 하는 것만큼 다르지.”
“네크로맨서랑 네크로필리아는 다르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
“네가 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내가 네 주장을 수용해야 할 이유가?”
도를 입으로 닦았는지 신시아를 자유자재로 농락하는 젠의 혀놀림은 이미 등선한 자의 그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황급히 레이먼드가 달려와 잔뜩 성이 난 신시아와 당황한 앨리스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 후에야 마무리가 되었다.
자리에 여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내게 다가온 젠.
동생과 말싸움을 하던 유치함은 어디 가고, 그는 다시 처음의 평안한 분위기로 돌아가 있었다.
그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세히 보니 신기하군요. 많은 걸 지니고, 그 많은 것에 능숙하다니.”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몸이 뻣뻣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