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045.
“아이고야.”
의자에 앉아 있던 올가 할머니가 앓는 소리를 냈다.
블랙 스콜피온의 대장인 돼지 수인, 후앙이 할머니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차였다.
할머니의 어깨에 올라 있던 놈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후앙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내 눈치를 봤다.
대번에 녀석을 걷어찼다.
“꺼져. 돼지 자식아. 쓰레기 버리다가 손가락 찔려서 못하겠다고 해서 데려왔더니만 할머니 안마도 제대로 못 해?”
“그게 아니라······.”
“말대꾸하지 말랬지. 나와, 무쓸모 집합체야.”
후앙이 과장된 액션을 하며 물러나자 할머니가 후앙을 두둔했다.
“너무 그러지 마라. 이 할미 몸이 너무 약한 게지.”
후앙이 때를 놓치지 않고 할머니 옆에 달라붙었다.
“저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오메가 형님은 저만 못살게 군다니까요.”
“누가 네 형님이야. 그리고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라고.”
내가 다가가자 후앙이 몸을 움츠렸고, 그 바람에 놈의 길게 땋은 레게 머리가 할머니의 손등에 스쳤다.
“남자가 머리가 그렇게 길어서 쓰겠냐. 단정해야지.”
“할머니 말씀 들었지?”
후앙이 나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차 없이 말했다.
“잘라.”
“지금요? 당장?”
아래로 내려가서 갱단들의 빌라 청소를 감독하고 있던 정현을 데려왔다.
“정현이 너, 집에서 자가 미용한다고 했지.”
“네. 저는 털이 길고 많아서 이거 돈 주고 맡기려면 엄청 깨져요. 그런데 그건 왜요?”
“됐네. 네가 저 돼지 이발 좀 해라.”
그 말에 올가 할머니가 기뻐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미용도 할 줄 알아? 그래. 잘했다. 사람은 기술을 익혀야 한다. 기술이 있으면 굶어 죽지 않아.”
“할머니 말씀은 틀린 게 없어. 시작해.”
“옆은 하얗게 쳐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깔끔해 보여.”
정현은 자기네 사무실에서 가위와 바리깡을 가져왔고, 후앙을 끌고 화장실로 갔다.
약 30분 뒤, 후앙은 옆머리와 뒷머리가 하얗게 밀린 채로 울상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화장실에서 정현이 소리쳤다.
“야! 이거 정리하고 가! 네 머리인데 내가 정리하냐?”
다시 들어가 정리를 마치고 돌아온 후앙을 본 할머니는 기뻐하셨다.
“봐라! 인물이 사네. 나가서 30분만 걸어봐라. 길 가던 아가씨가 결혼하자고 붙잡겠다.”
“할머니가 칭찬하시네. 어떻게 해야겠니?”
내 말에 후앙이 입꼬리 끝을 바르르 떨며 어렵게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내려가서 너희 애들 청소 똑바로 하나 관리 감독해. 내가 갔을 때 농땡이 피고 있거나 청소 대충 한 부분 보이면 너부터 편육으로 만든다.”
후앙이 뒤뚱대며 허겁지겁 내려갔다.
그 사이, 앨리스가 와서 할머니를 거실 근처 볕 잘 드는 곳으로 모시고 갔다.
샬롯이 내 곁에 다가와서 감사를 표했다.
“건물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사람들이 주인님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었는데 좀 껄끄러웠던 건 사실이거든요.”
“됐어. 곧 떠나실 분 주변 정리 좀 도와드린 것뿐이니까. 할머니 돌아가시고 관리할 사람 없어지면 또 엉망 될 거야.”
앨리스와 할머니가 충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샬롯에게 말했다.
“앨리스 말로는 네 인공심장이랑 할머니 심장 박동이랑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던데 어떻게 된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주인님이 돌아가시면 저도 작동을 멈추겠죠.”
“사고방식이 너무 구식인데.”
“애초에 손녀분의 대용품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게 저니까요.”
“너는 그런 끝에 만족하고?”
샬롯은 대답이 없었다.
대답하지 않는 것인지 대답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내가 알 수 없었다.
“도와줄 일 있으면, 얘기해. 시간 얼마 안 남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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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돌아간 저녁, 앨리스와 샬롯은 잠이 든 올가 할머니의 침실에서 빠져나와 거실에 나란히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건 샬롯이었다.
“처음에 주인님이 샬롯 아가씨라며 널 데리고 왔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네. 고마워.”
“제가 감사할 일이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건데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네.”
잠시 흐르는 어려운 침묵 후, 앨리스가 넌지시 말했다.
“저희 사장님한테 얘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오늘 낮에 말씀하시더라.”
앨리스가 샬롯과 눈을 맞췄다.
“비록 생산 단계에서는 할머니가 자신이 죽으면 샬롯도 동작이 정지하도록 만들어놨을지 모르지만, 그때 할머니는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였다면서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말씀드려보세요.”
“······.”
“이대로 정지할 건가요? 서로 간의 링크만 해제하면 되는 거니까 어려워 보이지도 않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
“샬롯!”
“나도 알아. 주인님이 죽는다고 나도 따라 작동정지를 하는 게 이상해 보이는 거. 아마 주인님께 말씀드리면 흔쾌히 링크를 끊어주시겠지. 하지만 나는 앨리스 너와 달라. 애초에 샬롯 아가씨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주인님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어.”
샬롯의 가슴이 들썩이고 입가가 떨렸다.
“어려워.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다만 너나, 다른 도와주신 분들에게 폐가 되지는 않도록 할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이나 고르고 고르다 그녀가 한 말에 앨리스도 더 이상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일어서서 거실 한편의 충전대에 앉는 샬롯을 보는 앨리스의 눈에 애틋함과 가여움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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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할머니의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었다.
정신만 조금 흐렸을 뿐, 정정하게 걸어 다니며 식사 시간 때마다 엄청난 음식을 해주시던 것도 며칠 가지 못했다.
찾아가면 밥은 먹었냐, 날 추운데 옷은 따뜻하게 입었냐, 바쁜데 뭐하러 오냐 등등 정말 손주에게나 할 법한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목소리에 담긴 기력과 총기는 차츰 흐려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할머니와 오랜 시간을 보낸 샬롯이 할머니의 레시피를 완벽히 복사해서 앨리스와 함께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냈지만, 왠지 할머니가 직접 해주는 맛이 나지 않았다.
“왜들 그렇게 깨작들 거리냐. 있던 복도 다 떨어지게.”
가장 상석에 앉은 올가 할머니가 우리들의 밥 먹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이제 할머니는 숨을 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함께 들렸으며,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겨워하셨다.
어쩌면 우리들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겠다고 저렇게 앉아 계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정신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할머니의 가느다란 야단에 음식을 우물거리고 있지만 넘기지는 못하고 있던 자코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사내자식이 왜 울어? 이 할미가 차린 밥이 맛이 없냐?”
자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럼 어여 먹어. 이제 할미가 차려주는 밥은 이게 마지막일 것 같으니.”
다들 열심히 젓가락질을 했지만, 음식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법 오랫동안이나.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할머니는 자신의 침실로 우리를 불렀다.
회광반조回光返照, 터미널 루시디티terminal lucidity.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잠시 원기를 되찾아 명정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이르는 표현들이다.
올가 할머니는 허리와 등에 베개를 받쳐두고 비스듬하게 누워있었지만, 눈빛만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형형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
한 분야를 선도해가던, 꿈 넘치던 할머니의 젊은 시절에는 늘 저런 눈빛을 하고 계셨겠지.
다르게 말하면 이 시기를 넘기면 정말로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할머니는 자코, 정현, 키클롭스 아재 순으로 손을 꼭 붙잡고 덕담을 해주었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손을 꼭 잡은 할머니의 앙상한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고맙네. 늙은이의 흐리멍텅한 정신머리 때문에 자네가 고생했어.”
“아닙니다.”
“정말 고마워. 기억 아주 저편에 있던 행복했던 시절을 자네 덕에 다시 떠올릴 수 있었어.”
“의뢰를 받았을 뿐입니다.”
할머니가 가늘게 웃었다.
“요 녀석, 할미가 칭찬하면 그냥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푸근한 할머니의 미소를 보자 나도 비슷한 미소를 지은 것 같다.
“고맙습니다.”
“그래, 그래. 이제야 좀 귀여운 맛이 있구나.”
내 손을 놓은 할머니가 말했다.
“앨리스와 샬롯, 둘만 남고 나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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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나간 침실, 올가는 앨리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너를 곤란한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늙으면 분별이 없어져.”
앨리스는 아무 말 없이 올가의 손을 조물조물하고만 있었다.
“네 덕에 정말 즐거웠다. 고맙구나, 앨리스.”
올가는 처음으로 앨리스에게 샬롯이 아니라 원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것은 올가가 마지막으로 불러주는 이름일 터, 앨리스는 다가가서 올가를 꼭 안았다.
“아이구, 힘도 좋구나.”
격정적으로 앨리스의 어깨가 흔들렸지만, 그녀에게는 눈물샘이 없어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앨리스는 그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올가는 그런 마음을 안다는 듯 앨리스를 안고 토닥여주었다.
“떠나는 길에 울어주는 안드로이드가 있으니 나는 성공한 안드로이드 공학자 같구나.”
올가의 농담에 샬롯과 앨리스 모두 은근한 미소를 입가에 올렸다.
앨리스의 들썩임이 멈추자 올가가 말했다.
“샬롯과 둘만 나누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자리를 좀 비켜주겠니?”
고개를 끄덕인 앨리스가 나가고, 샬롯이 올가의 곁에 앉았다.
“주인님······.”
“네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너를 존중해줬어야 했는데, 손녀의 대용품으로만 생각했어.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올가와 눈을 맞춘 샬롯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주인님을 모실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넌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다, 샬롯.”
올가의 숨이 가빠졌다.
이제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샬롯, 네 손목의 패널을 열고 아래 있는 버튼 중······.”
“알아요. 왼쪽에서 두 번째 버튼을 오른쪽으로 세 번 밀면 주인님과의 링크가 끊긴다고 말씀하시려는 거죠?”
올가의 눈이 커졌다.
“그걸······어떻게 네가······.”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정신이 정말 흐려지실 때면 저를 불러서 말씀하셨거든요. 미안하다고, 이 기능을 넣을 때는 주인님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요.”
“그럼······얼른······.”
샬롯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 않으려고요.”
“샬롯!”
“제가 안 따라가면, 주인님은 누가 보살펴요. 옆에서 책은 누가 읽어드리고, 장 본 짐은 누가 들어드리며, 손님 오면 차는 누가 내와요.”
“샬롯! 어서!”
“주인님이 깜빡한 불은 누가 끄고, 옷의 주름은 누가 펴며, 말동무는 누가 해드려요.”
“······.”
“저는요. 주인님 곁이 제일 행복했고요. 제일 행복하고요. 제일 행복할 것 같아요. 이건 온전히 제 선택이에요. 마지막도, 그리고 앞으로도 주인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올가는 샬롯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알았다.
미소를 지으며 살롯이 농담을 했다.
“주인님 닮아서 고집도 세죠?”
“주인이 아니지······.”
“네?”
“진작에 할머니라고 부르라고 해야 했는데, 이 말을 이제야 하는구나. 내 두 번째 손녀, 샬롯. 예쁘기도 하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샬롯도 분명히 너를 반겨 줄 게다. 넌 그 애보다 나중에 태어났지만, 더 많은 경험을 했으니 너를 언니라고 부르라고 해야겠구나. 너는 좋은 언니가 될 게야.”
샬롯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올가의 눈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더듬거렸다.
“할미가······손녀 얼굴 한 번······만져보자꾸나······.”
샬롯은 그 앙상한 손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올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콩닥거리던 그녀의 심장 박동이 차츰 느려지다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문을 열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 눈에 주인과 안드로이드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와 손녀가 서로 손을 잡은 채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깨지 않을 긴 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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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러 여기까지 따라와.”
할머니와 샬롯을 화장하고 납골당에 안치한 직후, 후앙을 비롯한 블랙 스콜피온 애들이 할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을 봐야겠다고 우르르 몰려든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죄다 후앙처럼 옆 뒷머리를 허옇게 깎아놓은 덩치들 수십이 우르르 몰려드는 모습이 참으로 괴상했다.
“그래도 사람 된 도리는 해야죠. 저희 같은 놈들한테도 잘 대해주셨는데요.”
빌라 청소를 마친 뒤, 할머니는 이들도 모두 불러 모아 거하게 음식을 해주셨다.
한 놈, 한 놈 이름을 물어가면서, 음식은 많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라고 등을 두들겨 가면서.
추모를 마치고 나가는 녀석들에게 물었다.
“너희 이제 어디에서 뭐하고 소꿉놀이할래? 건물은 멀끔하게 고쳐놔서 아지트로 쓰기에는 분위기가 안 살잖아.”
“그러게요. 형님이 나타난 덕에 저희가 나가게 생겼네요.”
“네 형님 아니라고 임마.”
형님이라는 말이 나랑 잘 어울린다면서 머쓱하게 웃고 지나가는 후앙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내가 며칠 봤는데, 너네 청소를 좀 잘하더라. 갱 소꿉놀이는 그만두고 청소업체나 하나 차려라.”
후앙이 돌아봤다.
“네?”
“할머니가 그 빌라를 내 이름으로 달아두셨더라고. 근데 나는 할렘가에 있는 건물 관리를 맡을 생각은 없어. 다른 일도 바쁘다고. 거기다 세입자 관리가 좀 힘드냐. 너네 같이 무단 점거하는 놈들도 있을 것이고, 월세 안 내고 튀는 놈들도 바글바글하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말대꾸하지 말랬지. 여튼, 소꿉놀이 청산하고 청소업체 차린다고 하면 싸게 장기로 빌려줄게. 개조해서 사무실로 쓰고 애들 방도 하나씩 들어가. 어때. 내가 봤을 때, 너희 재능이 있더라니까.”
“진심이세요?”
“내가 너랑 농담 따먹기 할 것 같냐? 그리고 내가 보기엔 근본부터 썩은 놈들인데,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너네도 처음부터 나쁜 애들은 아닌데 환경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나쁜 길로 빠진 거라고. 할머니 말씀이 맞나 한번 보여줘.”
“너무 급작스러워서······.”
“빨리 결정해서 알려줘. 눈치챘으려나 모르겠는데 내가 인내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서.”
“애들이랑 얘기해보고 사무실로 찾아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블랙 스콜피온 덩치들이 떠나고, 앨리스가 옆에 다가왔다.
“죄송해요.”
“뭐가.”
“일주일이나 시간 들어간 것치고 보상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서요.”
“보상? 나는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네? 따로 뭐 받았어요?”
“아니.”
“그럼요?”
“직원 복지.”
“무슨 말씀이세요. 알아듣게 좀 얘기를 해주세요.”
“샬롯이 의뢰 얘기를 꺼냈을 때, 네가 어떤 표정 짓고 있었는지 알아?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완전히 초조한 표정이더라. 샬롯 의뢰 거절하고 다른 의뢰 하면, 네 마음이 불편할 거고, 그럼 그런 결정을 한 나도 불편했겠지?”
“사장님······.”
“엄청난 건 못 해줘도, 직원 마음 편하게는 해 줘야지. 그래서 맡은 거야. 네 마음 편하라고.”
선은 확실히 그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그런 거 없어. 칼같이 일할 거야. 감정, NO!”
“넵!”
“그리고 내가 얘기했지, 굴릴 거라고. 일하러 가자.”
“안 그래도 야스민 가에서 언제쯤 방문할 거냐고 연락 왔어요.”
"그렇다고 바로 일 얘기야?"
"일하자면서요."
"비즈니스 관계 아니랄까 봐 정이 없어도 너무 없어."
그 말에 앨리스가 발끈했다.
"비즈니스 관계는 좀 너무하네요."
"그럼 뭔데."
"음······그래도 저희 정도면 소울 메이트?"
안드로이드가 무슨 소울이냐고 하려다가 말았다.
그렇게 말하면 할머니와 샬롯에게 큰 실례를 하는 것 같았다.
앞에서 기대감에 눈을 빛내는 앨리스에게도.
"그래, 네오-서울에서 같은 사무실 쓰니까. 서울 메이트."
"으웩 아재 개그. 여튼 소울 메이트 부정은 안 하시네."
그렇게 말하는 앨리스의 표정은 조금 기뻐보였다.
소울이든 서울이든 뭐가 중요하겠나.
좋은 파트너와 쿵짝이 잘 맞으면 되는 거지.
"다른 의뢰들은 다 보류해두고, 야스민 가에 되도록 빨리 가겠다고 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