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044.
“저 할머니가 왕년에 이름 좀 날렸던 안드로이드 공학자인데······.”
꼭대기 층의 주방에 있는 커다란 식탁, 옆에 앉은 앨리스에게 들었던 얘기를 되짚고 있었다.
다만 특이사항이 있다면 노파가 계속해서 음식을 내오고 있다는 것과 그리고 정현과 자코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그걸 먹어대고 있다는 정도?
“우와아! 엄청 맛있어요!”
소매를 걷어붙인 채 들통에서 커다란 갈비짝을 퍼올려서 식탁으로 가지고 오던 노파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냐? 많이들 먹어라.”
그리고는 깨작거리는 키클롭스 아재보고 한마디 했다.
“너는 왜 안 먹어. 할미 음식이 맛이 없냐?”
“아닙니다. 너무 맛있는데요.”
“그래. 잘 먹어야 빠진 머리도 새로 난다. 어여 먹어라.”
기묘한 표정이 되어 민머리를 쓰다듬는 키클롭스 아재였다.
노파의 시선이 내 앞에 놓인 접시에도 닿았기에 잘 익은 만두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자 그제야 노파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만두를 꿀꺽 넘기고 앨리스에게 물었다.
“공학자였는데, 사업 차리려다가 이래저래 사기 맞고, 사고당해서 남은 건 이 건물 하나라고? 자식도 없고?”
“네.”
“길거리에서 너보고 손녀라고 끌어안았다고?”
“네.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불편하신 분인가 싶어서 조금 맞춰드리려고 따라갔더니 이렇게 됐네요.”
“그런데 연락은 왜 안 했어.”
앨리스가 주머니에서 작은 버튼을 꺼냈다.
그리고 누르려 하자, 키클롭스 아재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위험 신호 발신기를 여기서 누르면 나한테 신호가 올 건데?”
딸깍-
앨리스의 손가락이 버튼을 몇 번이나 더 눌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키클롭스 아재가 머쓱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고장 난 걸 줬나?”
“아뇨. 이거 작동 제대로 잘 돼요.”
생각보다 덤덤해 보이는 앨리스에게 재차 물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너 긴급 보호 요청도 할 수 있다며. 그건 왜 안 했어.”
“할머니 옆에서는 아무것도 안 돼요. 저도 지금 최소한의 유지장치만 가동되는 중이에요. 키클롭스 사장님도 그렇지 않나요?”
“나?”
몸 여기저기를 훑던 키클롭스 아재가 벌떡 일어났다.
“진짜네? 이럴 수가 있나? 뭐지?”
그걸 본 노파가 주방에서 버럭 소리쳤다.
“어떤 못 배운 녀석이 밥 먹는데 벌떡 일어서서 주머니 뒤지냐! 똑바로 앉아서 흘리지 말고 먹어!”
키클롭스 아재가 깨갱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때까지 노파를 도와 식탁으로 열심히 음식 접시를 나르던 다른 소녀가 내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얘도 안드로이드다.
이름은 샬롯이랬던가.
#
샬롯은 안드로이드다.
한때 안드로이드계를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학자, 올가 볼코프가 손녀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낸 안드로이드이자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진 마지막 안드로이드.
손녀가 있는데 왜 손녀의 모습을 닮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사연이 있다.
올가의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노린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해졌고, 그중 한곳이 올가의 아들 부부와 손녀를 납치했다.
공공집행자까지 투입되는 큰 작전이었고, 납치를 사주받은 마피아를 소탕했지만, 아들 부부와 손녀는 참혹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몸담고 있던 기업에서 나와서 막 공방을 꾸려나가던 올가는 큰 충격을 받았고, 몇 년간이나 칩거에 들어갔다.
그녀의 주위에 가득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갔다.
심지어 친척들마저도.
그리고 올가는 마침내 손녀의 이름과 모습을 붙인 안드로이드, 샬롯을 만들어냈으나 너무 큰 충격으로 그녀의 몸과 정신은 온전하지 못한 채였다.
그나마 있던 재산도 대림 에어리어의 빌라 하나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라진 상황.
샬롯은 주인님과 함께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들어 가슴의 중앙에서 약간 왼쪽 부분, 인공심장이 있는 곳에 손을 대어보았다.
콩닥 콩닥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손목의 작은 액정을 통해 올가의 신체를 체크 했다.
올가의 심박수와 샬롯의 심장 박동은 일치하고 있었다.
#
“주인님이 근래 들어 몸이 급격하게 약해지시면서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밖에서 앨리스를 보고 저나 샬롯 아가씨인 걸로 착각하고 데리고 온 게 아닐까 해요.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그거 치매······.”
정현의 말에 나와 키를롭스 아재가 동시에 혀를 찼다.
“어허. 들릴라.”
죄송하다는 정현의 말에 샬롯이 쓰게 웃었다.
“저를 만드셨을 때도 정신이 온전하시진 않았어요. 그래도 전자기장 발생장치는 확실하게 조절하셨는데, 요즘은 그것마저도 분간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으니······.”
“그거, 전자기장 어쩌고 때문에 앨리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끌려 온 거지?”
내 물음에 샬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주인님이 아드님 부부랑 손녀분 사고 이후에 자기 방어용으로 만들어서 몸에 이식한 장치예요. 일종의 장기 하나가 더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 아까 보셨다시피 출력이 강해지면 아마 웬만한 치안 유지 드론 정도는 우스울 거예요.”
그 말을 들은 키클롭스 아재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위의 전자 회로들을 쇼트 내지 않으면서 특정 대역만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건데, 그게 되나? 네오-서울에서 허가도 안 날 것 같은데.”
“네. 허가도 안 나고, 연구도 불법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마 주인님 몸에 있는 장치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새 내 앞에 놓인 세숫대야만 한 그릇에서 국수 면발을 건져 올려 목 뒤로 넘긴 뒤에 샬롯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조금 편찮으셔서 그 장치 조절에 애를 먹고 있고, 그것 때문에 곁에 다가온 앨리스가 아무 행동도 못 하고 여기까지 엉겁결에 끌려 온 거네?”
“네. 저도 앨리스를 보내려고 했는데, 문 쪽으로만 다가가면 주인님이 출력을 올리시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손녀가 또 떠난다고 인식하셨나 봐요. 죄송합니다.”
“안 다치고 다 무사하니까 뭐라고 하지는 않을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할머니 몸에 있다는 장치 말이야.”
“네. 전자기장 발생장치요.”
“듣기에는 엄청 위험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물건인데, 그걸 이렇게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막 얘기해도 되는 건가?”
꿀꺽-
자코가 입안 가득 우물거리던 고기를 넘기는 소리와 할머니가 주방에서 달그락대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쩌려고. 나는 몸에 기계 장치가 아무것도 없어서 할머니 제압하는 건 순식간이야.”
어떻게 나오려나 보려고 던진 질문에 샬롯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답했다.
“상관없어요. 저 장치는 주인님의 생명 징후에 이상이 생기면 그 즉시 작동을 멈추고 자체 분해 절차를 거치게 설정되어 있어요.”
“내가 시간을 들여서 방법을 찾아내면?”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일주일 안에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일주일?”
“네. 주인님께 남은 날은 일주일 안쪽이에요.”
푸헉
정현과 자코가 놀라서 거의 동시에 씹어대던 음식물을 앞접시에 쏟아놓았다.
올가 할머니가 산처럼 쌓인 잡채를 가져오다 둘의 그 꼴을 보고 성을 냈다.
“이놈 자식들! 천천히 좀 먹지! 못 산다. 못 살아! 흘린 거 닦아!”
그리고 올가 할머니는 정현과 자코를 향해 각각 키친타월과 행주를 던지고는 다시 요리를 하러 주방으로 가셨다.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정리한 정현이 목소리를 낮춰 샬롯에게 물었다.
“저렇게 정정하신데? 일주일?”
“네. 거의 확실해요. 저는 요양 및 간병 기능도 있거든요. 그래도 앨리스랑 여러분을 손주로 착각하고 계신 덕에 많이 밝아 보이셔서 좋네요. 요 며칠간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식탁에 숙연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샬롯이 나를 향해 말했다.
“앨리스한테 들었는데, 해결사시라면서요? 의뢰를 하나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내가 뭐라고 하기 전, 정현이 끼어들었다.
“저기,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여기 형님이 오메가라고 요새 대림 에어리어, 아니 네오-서울에서 유명해. 몸값이······.”
그런 정현을 제지했다.
“들어는 보자고.”
샬롯을 제외하고 식탁에 둘러앉은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특히 앨리스가.
그렇게 의외였나.
샬롯이 의뢰를 말했다.
“집이 이렇게 밝아진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주인님의 마지막 일주일이 어둡고 침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일주일간만 주인님이 앨리스를 손녀로 착각하게 놔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동안 손주들인 척 여러분이 찾아 와 주시면 좋겠고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주일만 남은 게 확실한 건가? 내 말은, 뇌의 이상은 고치기 힘들지 몰라도 다른 장기는 이식이나 교체할 수 있잖아. 뇌만 남겨서 감각 장치를 애드온하는 방법도 있고.”
샬롯이 고개를 저었다.
“모든 형태의 연명치료를 거부하셨어요. 앨리스를 만나기 전에는 이제 떠나서 아드님 부부와 샬롯 아가씨를 볼 수 있다고 기뻐하시는 게 일과였어요.”
앨리스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네 의사가 중요할 것 같은데.”
“제가 있어서 할머니가 웃으며 떠나실 수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어요.”
모두의 시선이 내 입에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일주일. 그동안 여기서 외근해. 너는 못 나가는 거 같으니 필요한 거 있으면 정현이한테 부탁해서 사오라고 하고.”
정현이 멍청한 표정으로 ‘저요?’라고 했지만, 키클롭스 아재가 수고 좀 하라고 하자 녀석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코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한테도 시킬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도울게요.”
그걸 보고 앨리스에게 말했다.
“사실상 네가 하는 의뢰나 마찬가지니까 대충 하지 마. 네가 못하면 내 평판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번 의뢰 끝나면 엄청 굴릴 거니까 각오하고.”
“사장님이 절 굴려봤자죠.”
그렇게 말하는 앨리스는 웃고 있었다.
샬롯이 일어서서 모두를 향해 머리 숙였다.
“감사합니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내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염치없이 그냥 부탁드리려는 건 아니고요. 보상은······.”
샬롯의 말을 잘랐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지.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일단 이걸 다 먹어 치우는 일인 것 같거든.”
불기 시작한 국수를 입 안에 밀어 넣었다.
멸치육수의 깔끔한 맛과 빨려 들어오는 소면의 감촉이 참 좋았다.
의자를 뒤로 기울여 주방을 향해 크게 외쳤다.
“할머니! 국수 진짜 맛있어요!”
올가 할머니의 힘찬 외침이 들렸다.
“그럼! 우리 손주들 주려고 할미가 한 건데! 부족하면 말하거라!”
모두들 맛있다는 말을 하며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젓가락과 그릇이 부딪치며 달그락 소리가 요란했지만, 음식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정현과 자코는 고개를 내리고서 코를 훌쩍이며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르기 바빴다.
그리 크지도 않은 전을 한참이나 씹다가 넘긴 키클롭스 아재가 한마디를 했다.
“음식 솜씨가 참 좋으시네. 늦게 알게 돼서 아쉬워.”
동감이었다.
#
다음 날, 계룡 권역에 내려가 있는 동안 앨리스가 분류해 준 의뢰들을 대강 읽고 나니 어느새 오전이 다 지나가 있었다.
흡혈귀 회합의 호위라는 것이 대단하긴 대단한 스펙이었는지, 이전과는 또 다른 의뢰들이 여럿 와 있었다.
게다가 어제 네오-서울로 향할 때 페테르, 여다함과 같이 움직인 덕인지 어제 하루 동안 쏟아졌던 의뢰는 다 읽어보지도 못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결국 대충 눌러보다가 소파에 길게 늘어졌다.
“앨리스 없으니까 이런 거 하나도 불편해 죽겠네.”
사무실 앞의 알림판을 close로 돌리고 모자를 대충 눌러 쓴 뒤 밖으로 나섰다.
의뢰를 수락하지 않자 막무가내로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고 어제 돌아다녀 보니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들어오는 길에 산 모자였다.
[변검술]이나 [임시 탈] 같은 스킬로 얼굴 형태를 변형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건물 밖으로 나가니 그사이 대림 에어리어 23구역의 명소라도 된 건지, 내 바이크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보호막 안에 있어서 바이크가 잘 보이지도 않는구만······.”
내가 걸어서 향한 곳은 올가 할머니의 빌라가 있는 22구역.
가까이 다가가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자코였다.
“오메가 형님!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은 하다만. 오늘 너 비번이라고 안 그랬냐?”
“네. 그런데 할머니가 식사할 때 와도 좋다고 하셔서요. 들어가려던 참이었어요.”
자코는 양손에 식료품을 가득 들고 있었다.
“올라가자.”
우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해서 부서진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던 갱단 놈들이 허겁지겁 고개를 집어넣었다.
“저 사람이 오메가라며?”
“흡혈귀 회합에 호위로 갈 정도의 인간이 왜 여기에서······.”
자코에게 말했다.
“너 먼저 올라가라. 나 생각난 게 있어.”
그리고 갱단 놈들이 숙덕거리던 문 하나를 열어젖혔다.
쾅-
역시나 덩치가 투실투실한 놈들 몇이 모여있었다.
나를 보는 놈들의 눈이 떨렸다.
“야.”
“예!”
“너네 대장이 누구냐? 얼굴 좀 봤으면 해서.”
그들은 나를 복도 가장 안쪽 방으로 데려갔다.
머리를 레게 스타일로 길게 땋은, 정말로 살이 엄청 찐 돼지 수인 하나가 앉아 있었다.
의자가 부러지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
“나를 보자고 하셨다고? 해결사 오메가 씨? 나는 블랙 스콜피온의······.”
“네 이름은 됐고.”
돼지가 인상을 구겼다가 얼른 웃는 낯을 했다.
그래.
돼지는 웃어야 이뻐.
지폐라도 꽂아주고 싶네.
“들어보니까. 이 건물, 꼭대기 층 할머니 거라며. 근데 할머니가 별말 안 하니까 너네가 무단 점거한 거라더라?”
“그게······.”
손을 귀 언저리로 들어 올려 때릴 자세를 취했다.
“말대꾸하지 마. 귀싸대기 맞기 싫으면. 이 양아치만도 못한 새끼들아.”
“······.”
“말대꾸하지 말랬지, 대답하지 말랬어?”
“예, 예.”
“선택지를 줄게. 하나. 나한테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고 불법점거로 신고당해서 벌금 가득 처먹기. 덤으로 갱단이랍시고 모여서 소꿉놀이하는 것도 끝나겠지. 참고로 나는 어중이떠중이 사설 집행자 사무실 이런데 신고 안 한다. 위타천한테 바로 찌를 거야.”
이런 일에 위타천이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크게 불렀다.
역시 돼지 놈의 낯빛이 허옇게 변했다.
“둘. 나랑 일주일간 건물 청소 및 할머니 기쁘게 해드리기. 사실상 너희가 어질러놓은 거 너희가 치우는 거라고 봐야지.”
“······두 번째로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그럼 여기서 죽치고 있는 애들 다 불러와. 도망가는 새끼는 내 눈에 띄면 진짜 뒤질 각오하고 도망가라고 전해주고.”
나가려던 돼지가 잠깐 멈칫하더니 내게 물었다.
“꼭대기 층의 할멈과는 무슨 관계이신지······.”
“임시 손자라고 생각해.”
“임시라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말대꾸하지 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