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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43화 (44/258)

043. (유료 연재 시작입니다)

043.

“이게 뭔 개소리야! 어제까지 잘 놀던 애가 왜 갑자기 없어져!”

키클롭스 아재가 자기네 사무실 문을 벌컥 열며 들어섰다.

나는 그때까지도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납치인가? 어떤 새끼지? 아니, 새끼들인가? 안드로이드 납치는 거의 없어졌다고 그랬는데?”

내게 다가오던 키클롭스 아재가 주춤하더니 고개를 돌려 정현과 자코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얘는 좀 맛이 간 것 같은데.”

“오메가 형님네 사무실은 앨리스가 본체잖아요.”

“그건 그렇지.”

짧게 고개를 끄덕인 키클롭스 아재.

다 봤다.

키클롭스 아재가 나와 정현, 자코에게 대략적인 사정 청취를 마친 후에 정리했다.

“오메가가 계룡 권역에 들어간 이후로는 연락이 안 됐다라······. 그건 권역 별 통신 프로토콜 때문에 그런 거니까 당연한 거고. 앨리스 어제까지도 여기서 놀았잖아.”

“그렇죠.”

정현이 갈색 털이 덮인 귀가 펄럭일 정도로 귀를 크게 끄덕였다.

도마뱀붙이 수인인 자코가 얼른 정현의 말 뒤에 덧붙였다.

“그런데 오늘은 놀러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이건 납치야! 분명해!”

키클롭스 아재가 다가와 내 어깨를 눌러 앉혔다.

“아니야. 기다려.”

“왜 아닌데요! 누가 봐도 납치인데!”

“납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특히 집행자인 내가 보기에는 더더욱.”

키클롭스 아재는 우리 모두를 사무실 한쪽의 회의실로 데려갔다.

사무실 중간에 놓인 긴 탁자에 키클롭스 아재가 손을 올려놓자, 탁자 자체적으로 키클롭스 아재의 손을 스캔했다.

탁자 중앙이 스크린으로 변하며 부팅이 시작됐다.

부팅이 진행되는 짧은 시간 동안 키클롭스 아재는 왜 앨리스가 납치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왜 도시 권역 간 안드로이드 통신 프로토콜이 다른 줄 알아? 다 통일 시켜 놓으면 범죄 조직들이 값싼 안드로이드를 구매해서 권역 간 인적 연락망이나 운반책으로 써먹고 버리는 일이 많아서야. 대포 통신 디바이스를 구하느니 구형 중고 안드로이드가 안전하고 싸게 먹힐 때가 있었거든.”

“그게 앨리스가 없어진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과거에는 그런 일이 빈번했었어. 그래서 각 도시 권역에서 안드로이드 관리가 철저해졌지. 권역에서 권장하는 통신 프로토콜 모듈 내에 긴급 보호 요청 시스템이 들어가 있게 법 개정을 했다고. 공장에서 모듈이 장착되기 전의 안드로이드를 빼 오지 않는 이상 안드로이드를 범죄에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하다고까지 할 정도야.”

“아······. 그래서 예전에 비해 안드로이드가 관련된 범죄가 엄청 줄었구나.”

탁자 위에 손을 올려 이리저리 화면을 분할하는 키클롭스 아재가 정현의 혼잣말에 답해주었다.

“지금도 안드로이드들이 100% 범죄에 엮이지 않는다고는 못해. 권역 간 통신 프로토콜도 외부 모듈 달아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납치를 당할 것 같은 상황에서 긴급 보호 요청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또, 혹시 몰라서 앨리스한테 나랑 직통으로 이어진 위험 신호 발신기도 쥐여 줬단 말이야.”

정현이 놀랐다는 얼굴을 했다.

“언제 그런걸······.”

“이 주위 사람들은 앨리스가 오메가 사무실에 있는 애라는 걸 다 알지만, 혹시 모르잖냐. 다른 구역 놈들한테 퍽치기라도 당할지도. 오메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들고 다니라고 했지.”

키클롭스 아재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정신이 조금 갈피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긴급 보호 요청이랑 위험 신호 발신기 둘 다 작동하지 않았으니까 납치일 확률은······.”

“매우 적다는 거지. 나도 아니라고 단정 짓지는 못해. 알잖아? 네오-서울. 순식간에 안드로이드에게 적용된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놈이 있을 수도 있어.”

그 사이, 탁자 위는 키클롭스 아재의 손짓에 따라 수십 개의 화면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자코가 입을 떡 벌렸다.

“해결사 사무실에서 저희 사무실까지 설치된 CCTV를 모조리······.”

정현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저희 지난달에도 CCTV 무단으로 해킹해서 시청 정보과에서 경고 통지 왔잖아요!”

“뭐라고 하면 안드로이드가 범죄에 엮여 있다고 하자고. 시청에서도 적당히 넘어갈 거야.”

내가 한 마디를 더했다.

“이유는 나중에 붙이기 마련이야.”

“역시 오 사장이야. 나랑 말이 통해. 그리고 오 사장한테 신세 진 게 있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자, 시작하자고.”

테이블에 가득한 화면들의 시간대가 어제저녁 앨리스가 집행자 사무실을 나가던 시간대로 조정됐다.

화면이 재생되고, CCTV에 찍힌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클롭스 아재의 인공 안구에서 계속 작은 작동음이 나면서 화면을 훑었다.

그걸 보고 있던 자코가 옆에 있던 정현에게 속삭였다.

“사장님 저런 모습 처음 봐요. 솔직히 처음 여기 왔을 때 그냥 대머리 사이보그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술 먹으면 목구멍 안쪽의 팬 돌리면서 술 냄새 빼는 거라고 하고, ‘이번 네오-서울 시장은 허수아비야! 허수아비!’ 이러면서 주정이나 부리는 줄 알았는데 자기 분야에서는 제대로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찾았다.”

1분도 되지 않아 키클롭스 아재의 말과 함께 화면이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향하는 화면이 확대되었다.

“이거, 앨리스 맞지?”

허리가 굽은 노년의 여성이 앨리스를 끌어안고 있었다.

앨리스는 굉장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고.

“면식범일까요?”

“그건 몰라.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안아서 나온 표정일 수도 있고, 아는 사람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서 나온 표정일 수도 있으니까.”

정현의 추측을 반박한 키클롭스 아재가 다시 화면을 재생시켰고, CCTV 화면에는 여성과 손을 잡은 채 걸어가는 앨리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둘은 해결사 사무실로 오는 길에서 벗어났다.

키클롭스 아재가 황급히 다른 CCTV 화면을 띄워 둘의 모습을 다시 잡았다.

아무리 봐도 내가 아는 실루엣은 아니었다.

“뭐지? 제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오 사장이 모르는 안드로이드 아니야? 안드로이드끼리는 커뮤니티가 잘 되어 있다더라. 권역, 에어리어, 구역별로 돌아간다던데? 앨리스가 그런데 나가고 한 적 있었어?”

“딱 한 번요. 그런데 갔다 오더니 거기 있는 남성형 안드로이드는 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랑 한 번 엮여보려는 버팔로 병신이고, 오는 여성형 안드로이드들은 일벌 한번 꼬셔보려는 여왕벌 년들이래요. 그리고는 안 나가더라고요.”

“앨리스 사리 분별은 참······언제 들어도 칼 같네.”

그렇게 CCTV 화면은 여러 각도로 노인과 앨리스가 걸어가는 모습을 비추었다.

노인은 스카프를 둘러쓰고 있어 정확한 얼굴 생김새를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그때, 화면이 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이크.”

키클롭스 아재가 계속해서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던 손을 떼자, 화면이 한 번에 사라졌다.

“왜요! 더 따라가 봐요!”

키클롭스 아재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 그거, CCTV 네트워크에 침투한 걸 잡아내는 프로그램이야. 다행히 걸리지는 않은 것 같네.”

정현이 탁자 위의 버튼을 몇 개 누르자 이번에는 화면에 대림 에어리어, 그중에서도 우리 사무실과 이곳 사설 집행자 사무실이 있는 23구역의 지도가 떠올랐다.

“아까 CCTV 화면상으로 보면······.”

정현이 한 손을 들고 지도 앞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동안, 내가 손가락으로 CCTV로 봤던 거리를 툭툭 찍었다.

“22구역 방향으로 향했네.”

“CCTV만 보고 목적지를 그렇게 빨리 찾는다고요? 이 복잡한 동네에서?”

“나도 이제 여기가 익숙해졌나 보지.”

정현이 자코에게 ‘봤지? 저런 형님이라니까’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지도 분석] 덕인데.

밖으로 나서자 키클롭스 아재와 정현, 자코가 내 뒤를 따라왔다.

“다른 애들은 일이 있어서 다 부르지는 못하지만, 우리만이라도 도와줄게, 오사장.”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

1시간 뒤.

한참이나 여기저기를 뒤진 끝에 정현이 서성이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물었다.

“여기야?”

“네. 어제 앨리스와 같은 인상착의를 한 여자아이랑 노파가 들어가는 걸 봤대요. 꼭대기층에 산다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 묻고 다니느라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 다녔슴다.”

내 눈에 보이는 건물은 연식을 가늠할 수도 없이 오래되어 보이는 대림 에어리어 22구역의 낡은 빌라였다.

빌라의 유리창은 깨진 것보다 멀쩡한 걸 세는 편이 빠를 것 같았으며, 제멋대로 그려진 그래피티와 일부가 부서진 건물 외벽, 엿가락처럼 늘어져 아래로 향하는 발코니 난간이 환장의 콜라보를 형성하고 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키클롭스 아재와 자코도 건물 앞에 도착했다.

자코가 모두에게 말했다.

“안쪽 대부분을 이쪽에 자리 잡은 갱단이 쓰고 있대요. 괜한 충돌은 피하는 편이 좋지······않을까요?”

키클롭스 아재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직원한테 무슨 일 생겼으면 다 죽인다.”

그리고 키클롭스 아재에게 말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감사했으니까 부담되면 안 따라오셔도 됩니다.”

“서운하게 그게 무슨 소리야. 가자고.”

자코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일단 녀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안은 오랜 세월 관리되지 않아 도배가 벗겨진 벽과 반쯤 부서진 문짝이 가득한 곳이었다.

갱단이 아지트로 삼을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껄렁해 보이는 양아치 셋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무슨 볼일 이슈?”

“위에 노파가 하나 산다고 들었다. 그쪽에 찾아가는 길이니 비켜.”

“위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겠고, 여긴 우리가 쓰는 건물인데 그냥 비켜드릴 수는 없지.”

삐딱하게 서서 나를 향해 손을 틱 내미는 양아치 놈이었다.

“통행료. 꼭 돈 아니어도 돼. 약이나 몽환껌이면 더 좋고.”

손을 내민 놈 뒤에 있던 뚱뚱한 녀석이 소곤거렸다.

“야! 이 사람들 꼭대기 층 할멈 얘기하는 거 아니야? 대장이 그 할멈이랑 관련되어 보이는 사람 건들지 말랬잖아!”

“아 몰라! 그리고 그동안 그 할멈 찾아온 사람 없었잖아. 대장은 다 늙은 할망구한테 왜 그리 빌빌대는지-.”

뻐억-

내 주먹에 맞은 양아치가 얇은 벽을 부수면서 날아갔다.

키클롭스 아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오 사장. 좀만 참지 그랬어.”

“바빠 죽겠는데 통행료 같은 개소리 하잖아요.”

한편, 벽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소음 때문이었는지 2층과 3층이 시끌시끌해졌다.

“뭔 일이야!”

“어떤 새끼가 우리 아지트에서 행패야? 블랙 스콜피온 구역인거 몰라?”

스스로를 블랙 스콜피온이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종족 관계없이 대부분 비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블랙 스콜피온보다는 팻 피그가 어울릴 것 같은데.

그래도 선빵은 내가 쳤으니 죽이지는 말아야지 하는 자비로운 생각을 하며 앞으로 나설 때, 키클롭스 아재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오 사장, 잠깐만. 막내야.”

“네, 넵!”

“실력 좀 보자.”

긴장된 얼굴의 자코가 중얼거리며 내 옆을 지나 앞으로 스쳐 갔다.

“이건 기회야. 형님들한테 깊은 인상을 안겨 주는 거야. 난 할 수 있어.”

대부분 그런 말은 마음속으로 하지 않나?

몰려드는 비대한 덩치들 앞에선 자코.

재빠르게 신발을 벗고 벽을 타더니 곧 천장에 붙어 등을 아래로 한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의 등허리에 스파크 하나가 튀었다.

“전격계 마법사?”

브지지지직

덩치들을 향해 퍼져나가는 전기.

얼마 지나지 않아 갱단 놈들은 대부분 감전되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바닥을 기는 상태가 되었다.

문제라면 자코도 천장에서 떨어져 똑같이 몸을 떨며 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

키클롭스 아재가 감전된 갱단 놈들에게 닿지 않게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설명했다.

“마법사인 줄 알았지? 자코 이 녀석은 전기뱀장어 수인의 발전기관을 이식한 도마뱀붙이 수인이야. 그래서 전기는 만들어낼 줄 아는데, 조절을 조금만 잘못하면 이 꼴이 난대. 연습 많이 해야겠다. 정현아, 얘 좀 챙겨라. 신발도 들어주고.”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는 듯 익숙하게 고무 재질의 장갑을 꺼내 끼고 자코를 질질 끌어당기는 정현이었다.

그렇게 자코의 연습 겸 희생 덕에 우리는 별다른 방해 없이 꼭대기층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층에 단 하나 있는 문이 보였다.

어깨에서 솟아난 안테나로 안에 음파를 흘려 대략적인 내부 구조를 알아낸 키클롭스 아재가 내게 말했다.

“내부에 있는 인원은 셋으로 추정. 한 명은 노파인 것 같고, 두 명은 몸집이 작아. 아마 둘 중 하나가 앨리스겠지. 내가 문을 열어 줄 테니까 오 사장 자네가 먼저, 정현이 네가 뒤따라 진입해. 알겠어?”

정현이 끌고 올라온 자코는 아직 정신을 찾지 못했기에 일단 여기서는 보류였다.

문고리를 잡은 키클롭스 아재의 손이 변형되더니 작은 도구 같은 것들이 솟아나 촤르륵거리며 문고리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5초가량.

“됐다!”

문이 벌컥 열리고 내가 뛰어들었다.

“우리 애 여기로 데려간······놈이······누······구?”

노파 하나가 집 내부의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인 흔들의자 위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집을 정리하고 있던 듯한 두 명의 소녀가 그 자리에 발이라도 묶인 듯 딱 멈춰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소녀의 얼굴은 놀랍도록 흡사했다.

그중 왼쪽에 있던, 앨리스가 분명한 소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사장님!”

“앨리스!”

“나가세요! 당장! 위험해요!”

앨리스의 얼굴은 다급해 보였다.

“응? 너 구하러 여기까지······으악!”

뒤에서 들이닥치는 정현과 키클롭스 아재 덕에 우리는 현관에서 큰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이 눈을 떴다.

그리고 엉망이 된 현관과 뒤엉킨 우리들을 보더니 고함을 질렀다.

“내 집에서 나가! 도둑놈들아!”

그 한마디에 집안의 모든 물건이 붕 떠올랐다가 엉망으로 여기저기 처박혔다.

‘이게 무슨······! 물질계 마법인가? 아니면 중력을 조절하는 장치?’

노파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과 동시에 그녀 주위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이 떠올랐다.

그때, 노파의 오른쪽, 즉 앨리스의 반대편에 있던 소녀가 노파에게 달려가서 다급히 말했다.

“주인님. 손주분들이 왔어요. 요리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러자 물건들이 떠오르던 것이 멈추고 아래로 떨어졌다.

상상치도 못한 상황에 모두가 간신히 숨만 고르고 있을 때, 노파가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으이구, 이런 똥강아지들. 할미 집을 또 이렇게 엉망을 만들어놨어. 할미는 밥하러 갈 테니 다 정리해놔라. 안 그러면 밥 없다. 그리 비쩍 말랐는데 밥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친구들한테 멸치라고 놀림 받는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사라지는 노파.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자 노파를 달랬던 소녀가 우리 앞으로 와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죄송합니다. 큰 실례를 했습니다. 앨리스도 얼른 보내야 했는데, 저희 주인님께서 놓아주질 않으셔서······. 정말로 바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혼란만 가중되는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인원은 여기서 단 한 명뿐인 것이 분명했다.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앨리스에게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개판인지 모르겠으니까, 설명 좀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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