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032.
-우와아아악! 오메가 님 최고다!
저러다 혼절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의 데시벨을 뿜어내는 신시아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흘끗 뒤를 돌아보니 바이크에서 몸을 반쯤 세운 채로도 떨어지는 헬리콥터 파편을 피해 요리조리 회피 기동을 잘 시행하고 있었다.
조금 더 뒤에는 거진 수십 대는 될 듯한 호버 바이크, 경량화를 마친 무장 트럭과 트레일러들이 그득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작은 씨앗들이 잡혔다.
내게 패배한 놈들의 머리에 심어주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다니지만 어쩐지 요새는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던 친구들이었다.
반으로 갈라져 떨어지는 헬리콥터 사이로 씨앗 한 줌을 들고 뿌렸다.
[발아]
[급속 생장]
[과잉 생장]
절벽 위의 바위를 붙잡고 자라나는 소나무처럼, 내가 뿌린 씨앗들은 헬기의 파편에 뿌리를 박고 거대한 나무가 되어 떨어졌다.
-우와아! 이런 오브젝트도 있어요? 대지계 마탑 건가요? 아니면 과성장 앰플?
옆으로 붙은 신시아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나는 가볍게 답했다.
“해결사의 비밀이라고 해두죠.”
-완전 멋있어! 우리 이대로면 30분 안쪽으로 도착할 것 같아요.
속도를 줄여 뒤를 보니 헬기와 한 덩어리가 된 거대한 나무와 풀이 고속도로를 막아버렸다.
길을 막는 나무는 포X몬 때부터 내려온 유구한 전통이라고!
-모드 럼버잭 종료
바이크의 형태가 원래대로 돌아올 무렵,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방에서 열원 반응 있어요
“미사일?”
-아닌 것 같아요. 움직임이 미사일과는 달라요.
후방카메라를 스크린에 띄우자, 조금은 믿기 힘든 광경이 보였다.
중세 기사 같은 차림을 하고 각자 거대한 양날 도끼와 삼지창을 든 사람 두 명이 발과 등, 태싯(tasset:허리와 허벅지를 보호하기 위해 늘어진 갑옷 부위)에서 엄청난 불꽃을 뿜으며 나무를 뛰어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명의 얼굴이 노인이라는 것.
한편, 둘의 모습을 확인한 신시아에게서 들뜬 목소리가 사라졌다.
-식귀종食鬼宗의 무쌍부부無雙夫婦에요. 다른 참석자한테 붙을 줄 알았는데!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종족에게서 찾으려 한다.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이 섭식이다.
수명이 늘어나길 기원하며 거북이와 자라를 먹고, 정력의 증대를 바라며 해구신과 웅담을 찾아 헤맨다.
그 실제적인 효과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이곳에도 다른 종족을 섭취해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이들이 있으니, 그중 흡혈귀를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 식귀종이다.
그 중에서도 무쌍부부는 그런 식귀종 내에서도 가장 열렬한 행동파이자 최전선에서 흡혈귀 사냥을 나서는 이들이다.
할아버지 기사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자기 몸만 한 양날 도끼를 휘두르자 도끼가 그리는 모양대로 파형이 만들어지더니 공간을 찢을 듯 우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검기?’
아니다.
깔끔하지 않고 계속해서 꿈틀거리며 일렁이는 파형.
아직도 파직 거리는 양날 도끼의 끝부분.
이건 검기가 아니라 고도로 압축된 에너지, 일종의 플라즈마다.
나와 신시아 모두 멋진 회피 기동을 통해 플라즈마를 피해냈으나 아슬아슬하게 끝에 살짝 걸린 것만으로 바이크의 쉴드가 그대로 박살나 깨져나갔다.
그럴 본 할머니 기사가 광포한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가서 썰어요! 영감! 내가 지원할게!”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 할망구야!”
할머니가 들고 있던 삼지창 끝에 빛이 모여든다.
크기와 속도로 비교했을 때, 사이먼이 보여줬던 것에 비견될 정도.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흡혈귀 등짝에 맞추면 안 돼! 먹을 게 없어진다고!”
“영감쟁이, 근심 많은 건 알아줘야 해!”
피슛-
작은 공처럼 날아오던 빛의 구체가 갑자기 가속하며 몸을 부풀렸다.
아슬아슬하게 우리를 스쳐 간 빛의 구체가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 수백 미터를 녹여버렸다.
-조금만 더 가면 계룡 권역인데, 그냥 더 밟아서 떨쳐낼까요? 계룡 권역까지만 가면 프로이데 마탑의 마법사들이 지원을 위해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노리는 건 우리지, 마탑이 아니니까 저쪽도 더 이상 무리하지는 못할 거고요.
“속도 그대로 유지하세요.”
그리고 앨리스에게 말했다.
“인공지능 주행 모드. 네가 좀 맡아줘.”
-확인했어요. 통제권 이양.
스로틀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켜 바이크 위에 서서 뒤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경악한 신시아와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메가 님! / -사장님!
놀랐다.
[흡착]과 [균형 잡기]가 없었으면 방금 둘이 내지른 소리에 떨어질 뻔했다.
당장 바이크에서 떨어지라는 듯 등 뒤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매서웠다.
엄청난 속도로 우리 뒤를 쫓아오던 무쌍부부는 이제 굉장히 근접해있었다.
할아버지 기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포기한 거냐? 애송이? 네게도 흡혈귀 고기 한 조각 정도는 주마!”
할머니 기사의 눈에는 광기와 열망이 보였다.
“드디어! 드디어! 흡혈귀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영생불멸! 주름 없이 탱탱한 흰 피부!”
둘의 엔진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한 굉장한 소리가 나더니 도약했다.
나와 신시아를 향해 내리찍는 듯한 자세.
칼자루를 꺼내려다가 잠깐 멈칫했다.
‘굳이 이걸 꺼낼 필요가 있나?’
상대는 두 명.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금속 갑주로 꽁꽁 싸매고 있다.
엄청난 속도.
칼자루로 향하던 손을 그대로 그들을 향해 뻗었다.
“늦었다! 애송······이?”
조금 더 앞에 있던 할아버지 기사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뒤에서 뛰어올라 삼지창 끝에 빛을 모으던 할머니 기사가 경악하며 외쳤다.
“왜! 왜 그래, 영감! 오지 마! 오면 안 돼!”
공중에 뜬 할아버지 기사는 내게 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며 할머니 기사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자력 부여 – 네오디뮴]
지금 할머니 기사의 몸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력을 띈 금속체다.
몇 초 지속되지 않는 스킬이지만, 그 몇 초간 거대한 자석이 된 할머니 기사는 할아버지를 당겨들이는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 기사가 몸을 뒤틀며 도끼에서 플라즈마를 날려댔지만 불안한 자세 때문인지 이쪽으로 향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간신히 나무를 뚫어내고 따라붙은 전경련과 경실련 측의 차량 몇 대를 반파해버렸다.
이대로라면 할머니 기사가 들고 있는 삼지창에 할아버지 기사의 등과 배가 관통될 수도 있는 상황, 결국 할머니 기사는 창을 들어 올려 하늘에 빛을 쏴버렸다.
위로 향한 빛이 한 번 더 폭발하며 아직 해가 미처 오르기 전의 여명을 앞당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씨앗을 주머니에서 꺼내 할아버지 기사를 향해 흩뿌렸다.
그의 갑옷에서 꽃과 풀이 잔뜩 자라나기 시작했다.
흡혈귀 고기보다는 꽃다발을 주는 게 부인 분이 더 기뻐할 겁니다.
“이 자식! 무슨 짓이냐!”
가슴과 손에 꽃다발이 돋아난 할아버지 기사는 마침내 뒤에 있던 할머니 기사와 충돌했고, 둘은 한 몸이 되어 구르면서 우리 뒤를 따르던 차량 수십 대를 엉기게 했다.
그 뒤로 진짜 여명이 천천히 떠오르며 어둠을 밀어냈다.
“절경이네.”
자세를 바로 하고 바이크에 앉았다.
-곧 계룡 권역이에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땡큐. 잘 놀고 있어.”
-넵. 사장님도 마지막까지 의뢰 잘하고 오세요. 네오-서울에서 봬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앨리스의 목소리가 끊겼다.
대신 신시아의 빠른 말이 앨리스의 빈자리를 채웠다.
-오메가 님이랑 같이 오길 잘했어요! 이걸 직관할 수 있다니! 바이크에 카메라 달길 잘했어!
“카메라가 있어요?”
-네! 이 좋은 걸 저만 한 번 보고 말 수는 없잖아요. 편집해서 배포도 할 거예요. 당연히 수익금은 오메가 님 사무실로 가게 해서요.
말려도 들을 생각은 없어 보이니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조금 더 가니, 프로이데 마탑의 문장이 새겨진 의복을 입은 자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접근하니 우리를 공격하던 차량들은 다 어디로 갔나 보이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자 마법사 중 한 명이 다가와 인사했다.
“신시아 님과 오메가 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프로이데 마탑에서 나온 정민이라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스스로를 정민이라 소개한 마법사는 살짝 긴장한 모양새였다.
“가장 먼저 도착하셨습니다. 마탑으로 바로 모실까요? 아니면 저희 상황실에서 다른 분들이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이동하시겠습니까?”
대답을 신시아에게 넘겼다.
나는 엄연히 따지면 호위니까.
“마탑으로 올라가면 다른 분들이 어떻게 오시는지는 볼 수 없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탑에도 중계 장치가 준비되어······.”
그때, 주위에서 큰 소리가 났다.
“조심해!”
“이쪽으로 온다!”
“피해! 피해!”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장갑차 하나가 길도 아닌 곳을 뭉개며 이쪽으로 접근 중이었다.
짙게 코팅된 차창 때문에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장갑차 앞과 옆면에 대문짝만하게 그려진 페룬 마탑의 문장 때문이었다.
우리 근처에서 멈춘 장갑차 주위에서 프로이데 마탑의 마법사들이 어쩔 줄 모르고 서성이고 있을 때, 장갑차의 문이 열렸다.
보조석 쪽에서 내린 사람의 모습이 참 기묘했다.
검은 선글라스, 150cm가 간신히 넘을듯한 키, 엉덩이를 넘어 허벅지까지 닿는 긴 생머리, 신시아처럼 회색빛이 도는 금발.
기지개를 쭉 펴는 그녀를 향해 신시아가 뛰어갔다.
“일리아나 고모님~.”
정중한 말과 다르게 신시아는 일리아나라 불린 흡혈귀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조카를 대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신시아의 품에 안긴 일리아나가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로 신시아, 네가 온 거냐? 네 아버지는?”
“그게······.”
“됐다. 커머라시 그 녀석, 또 꽁해있는 거겠지. 그런데 하나 확실히 하자. 이번에 내가 돌려받은 남태평양 제도의 섬 3개. 원래는 우리 섬이었잖아. 상황이 복잡해져서 커머라시가 잠시 맡았던 거고. 그걸 받아 간 거니까 나는 잘못한 거 없다?”
“예. 저는 알죠. 근데 아버지 마음은 좀 불편하셨나 봐요. 제가 나중에 두 분 모시고 자리 한 번 만들 테니까 그때 얘기 나누시고 감정들 털어내세요.”
“그래, 그래. 에고. 커머라시 같은 밴댕이 소갈딱지에서 어떻게 우리 신시아 같이 이쁜 애가 나왔누.”
야스민 공에 대한 평가 중 속좁음 성향은 삭제해도 될 것 같다.
땅 분쟁이라길래 어디 산이라도 뺏어갔나 했는데, 섬 3개란다.
나라도 얼굴 보기 싫어서 회합 안 오겠다고 하겠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장갑차의 운전석도 열리고 사람 하나가 내렸다.
나이가 40이나 되었을까 싶은 남성이었다.
테오릭 경처럼 짧게 올려 깎은 머리, 페룬 마탑의 마법사들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의복, 그 의복 너머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잘 다져진 몸.
프로이데 마법사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아마 여다함일듯한 남자는 그런 프로이데 마법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주위를 몇 번 둘러보더니 내게 곧바로 걸어왔다.
“자네가 오메가지? 나는 여다함이야. 스승님께 얘기는 많이 들었어. 괜찮은 사제師弟가 생길 거라고 말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해결사를 하고 있는 오메가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강철계 마법을 익힌 적은 없어서 사제라는 말은 과분합니다.”
“그래? 스승님 말로는 조금만 더 꼬시면 넘어올 것 같다고 그러셨는데?”
테오릭 경은 대체 주위에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여다함은 내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그래도 스승님이 괜찮다고 한 녀석이니 좋은 녀석이겠지. 사제가 싫으면 그냥 형 동생이다. 형님이라 불러라.”
여다함이라는 사람, 테오릭 경에게서 마이 페이스 부분을 반 정도 덜어낸 것 같다.
굉장히 호인이랄까.
컨테이너를 마탑에 처박았대서 엄청 무서운 사람일 줄 알았는데, 역시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다.
테오릭 경에 비하면 굉장히 정상인으로 보였다.
그렇게 어깨동무한 상태로, 여다함은 내가 타고 온 호버 바이크에 관심을 보였다.
“오! RW200! 이게 벌써 나와? 나도 고민하다 예약했는데 2년에서 3년 기다리라던데?”
“제가 보기엔 형님이 타고 오신 장갑차가 더 대단한데요.”
“저거? 공수하느라 고생 좀 했지. 저거 실어 나르느니 바로 계룡 권역까지 비행기로 가자니까, 그건 싫대. 무조건 일정 거리는 땅으로 가야 한다고 그러더라.”
“그래요?”
“흡혈귀들 매번 하는 소리 있잖아. 전통. 그거겠지 뭐. 다른 참석자들도 그렇게 올 거라대.”
“아하······.”
내 눈이 계속해서 장갑차에 머물러있자, 여다함이 내게 제의했다.
“타볼래?”
“그래도 돼요? 근데 저희 일단은 호위라서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여기까지 온 이상 흡혈귀들한테 무슨 일 생기면 책임 소재는 프로이데 마탑에 있는 거야. 우리는 왔다 갔다 할 때랑 회합장 내부에서만 할 일 하면 돼.”
그러더니 신시아와 일리아나에게 가서 나와 잠시 드라이브 좀 하고 오겠다는 허락을 받고 왔다.
“타!”
보조석에 앉아보니, 투박한 외형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승차감이 좋았다.
“꽤 부드럽게 움직이네요.”
“이거? 무한궤도에 신경 많이 쓴 차량이야. 곧 다른 권역에 수출도 앞두고 있어. 죽이지?”
그런데, 어째 방향이 이상하다.
우리가 진입했던 반대 방향, 즉 네오-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다.
“형님? 드라이브라면서 왜 이쪽으로 가시죠?”
멀리서 다른 곳으로 향하던 방해 세력들의 차량이 우리를 발견하고 속도를 높여 달려오기 시작했다.
장갑차를 멈춰 세운 여다함이 내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날파리들한테 페룬의 맛을 보여줘야지.”
“네?”
“좋은 동생 생긴 김에, 우리 페룬 상해 지부에서 개발한 거 하나 보여줄게. 어디에도 아직 공개 안 된 거야. 이름하여, 다중 화력망, 만천화우!”
만천화우는 무협에 나오는 그 기술······?
암기가 하늘을 덮는다는 그 기술······?
그걸 왜 강철계 마법사가 장갑차 안에서······?
반대편에서 발사된 미사일과 탄환들이 우리를 향해 쇄도하는 것이 보였다.
여다함이 즐겁다는 듯 흥얼거리며 핸들 옆의 패널을 만지자 패널 가득 작은 녹색 버튼이 떴다.
“발사!”
손가락으로 패널을 주루루룩 훑는 여다함.
그의 손가락이 스쳐 갈 때마다 녹색 버튼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훑었음에도 아직 눌리지 않은 녹색 버튼이 남아 있자, 여다함이 커다란 주먹으로 패널에 정권을 먹였다.
“답답하긴!”
-WARNING-
-WARNING-
모든 버튼이 붉게 물드는 동시에 쿠드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장갑차가 변형을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뭔가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다연장 로켓포처럼 변형된 장갑차의 뒤와 옆에서 크고 작은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우리를 향하고 있던 것들을 모조리 격추하기 시작했다.
그걸로는 모자라서 아예 방해 세력의 차량까지 날려버리는 미사일들.
고개를 어디로 돌려봐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없다.
“어······이게 어째서 만천화우인지 물어도 될까요?”
얼굴 가득 뿌듯한 미소를 지은 여다함이 답했다.
“하늘 가득한(滿天) 불의 비(火雨)니까! 실전에서 보니 더 멋있네!”
내가 병신이다.
테오릭 경이 직접 길러낸 직계 제자, 그것도 해외 지부의 지부장까지 맡는 페룬의 마법사가 정상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병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