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031.
야스민 공, 커머라시 야스민.
테오릭 경의 언급 이후 조금 찾아보았다.
네오-서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인물.
많은 흡혈귀 가문 중 야스민 가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야스민 공의 투자 수완이 빛을 발했다는 의견이 많다.
부동산, 금융자산, 기업체, 스타트업 등등 네오-서울과 근방 권역에서 돈이 될만한 영역 중 직간접적으로 야스민 공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정도.
헤지르 대주교나 테오릭 경도 네오-서울의 유명 인사이자 거물이긴 하지만, 야스민 공과는 무게감부터가 다르다.
다만 본인은 노출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성북 에어리어의 대저택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걸 두고 이미 모종의 이유로 사망했는데 무게감 때문에 발표를 못 한다는 음모론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한다.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인물도 극히 적어서, 야스민 공과 비교하면 한참 어린 연배인 테오릭 경 정도가 근래에 야스민 저택을 왕래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신시아가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아버지를요? 일단 말씀을 드려보겠지만······.”
말끝을 흐린 신시아가 나를 향해 조심히 당부했다.
“기분 나빠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버지를 만나 뵈려고 하는 분은 많지만, 직접 만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건 아버지께서 직접 만날 사람을 선택하시기 때문이에요.”
“충분히 그렇게 하실만한 위치시죠.”
“이해해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말씀은 올려보겠지만, 들어주실 거라고는······잘 생각이 되지 않네요.”
예공방 테러, 테러 조사, 대림 26 에어리어의 폐교에서 마법사들에게 제대로 엿을 먹였던 사건, 기계 교단 지하에서 벌어졌던 기계화 좀비 생산.
그런 일들에서 제법 이름을 알린 지금의 나지만, 언론에서 며칠 떠들다가 말았을 뿐이다.
심지어 기계 교단 건은 대주교 영감님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몰라도 좀비라는 글자는 한 건도 보도되지 않은 채로, 젊은 사제들이 성당 지하에서 이단적인 모임을 가진 것으로 유야무야 흘러가 버렸다.
이런 곳이 바로 네오-서울이다.
기껏해야 나는 대림 에어리어에서 이제 기지개를 좀 켜기 시작한 해결사.
네오-서울의 발전상을 직접 지켜봤을 야스민 공의 눈에는 많고 많은, 어쩌면 지금은 사라졌을 수도 있는 루키 중 하나일 것이다.
눈에 들기는 할까?
그러니 이건 내가 자신감이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위치와 입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지는 않는다.
일단 들이박아 보는 것.
그것 또한 루키의 특권이자 패기 아니겠나.
“신시아 씨의 무사 귀환 이후의 야스민 공과의 독대. 그것이 제 조건입니다.”
울상이던 신시아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 제가 팬 하죠.”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신시아가 내 조건을 야스민 가에 전달하는 것으로 입장 정리가 되자, 궁금했던 걸 조금 물어봤다.
“그런데 신시아 씨는 지금 야스민 가 직계의 막내시죠?”
“네. 방계나 분리되어 나간 가문까지 따지면 제법 많아서 막내가 아닌데, 직계에서는 막내예요. 오빠 두 명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 이번 회합에 참여하게 되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들어보니 흡혈귀 상위 가문들이 모두 모이는 드문 회합이라던데, 그런 자리에는 야스민 공이나, 아니면 하다못해 후계자께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요.”
“아······. 아버지가 저택 밖으로 나오시는 걸 굉장히 꺼리시기는 하는데 이런 회합은 참가하시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로즈 가에서 참여하는 일리아나 종고모님이랑 조금 마찰이 있어서 안 가실 거래요.”
“실례지만 어떤 마찰인지······.”
“가문의 땅 문제 때문에······. 일리아나 종고모님이 아버지한테 소송을 걸어서 땅을 받아 갔거든요.”
아······없는 집도 재산 나누다 남남 되는 거 한순간인데, 있는 집이라고 다르겠나.
훨씬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얼추 마무리되긴 했는데, 행정적이나 법적으로 마무리된 거지, 감정적으로는 아직 마주하기 싫으신가 봐요.”
신시아가 애매하게 웃었다.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오빠분들께서는······.”
“일단 둘째 오빠는 폐관 수련 마치려면 17년 정도 남았어요.”
“예?”
“50년 목표로 폐관 수련 중이거든요. 33년 됐어요.”
아무리 문 닫아놓고 하는 수련이라지만 그게 그렇게 오래 하는 겁니까?
“어떤 분야에 몸담고 계시는지······.”
“흡성대법을 꼭 대성해야겠대요. 라이프 드레인 마스터Life Drain Master로는 만족 못 하겠다나?”
놀랍다 못해 어이가 사라지는 성취를 듣고 혀가 굳을 지경.
간신히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흡성대법 자체가 젊음과 활기를 유지하기 위한 기공 아닌가요? 라이프 드레인도 비슷한 효과의 마법이고요.”
“그렇대요.”
“그럼 흡혈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아닙니까? 피를 마시는 걸로 해결되잖아요. 요새는 직접 빨지 않아도 신시아 씨가 가지고 다니는 혈액팩 같은 걸로도 충분히 해결되는 걸로 아는데요.”
손뼉까지 치며 신시아가 호응했다.
“그죠! 제 생각도 그렇거든요? 근데 레비 오빠는 피에서 나는 비린 맛이 싫대요. 가공된 걸 먹어도 느껴진대요. 저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말이죠. 하여튼 그 오빠는 진짜 독특해요.”
피는 싫어하는데 젊음은 유지하고 싶어서 흡성대법 대성에 도달하기 위한 50년의 폐관 수련에 들어간 흡혈귀.
이미 라이프 드레인은 마스터 경지란다.
“50년 동안은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흡성대법도 시행하지 않으니까 늙는 거 아닙니까?”
“그 정도는 수련 마치고 흡성대법으로 보충할 수 있대요.”
정말 엉망진창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른 오빠는 왜 안 가는지도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큰오빠분도 폐관 수련 중이신가요?”
“아뇨. 젠 오빠는 그런 거 안 해요. 워낙 특출나서 수련을 오래 해본 적이 없어요. 큰오빠는 그냥 마음 먹으면 금방 익혀요. 진짜 괴물이죠.”
“그렇다면 어째서 회합에 참여하지 않으시는 거죠?”
“프로이데 마탑이 여성 주축 마탑이잖아요? 마탑주인 라벤느 씨부터 여성이기도 하고요.”
또 뭔가 범상치 않은 이유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젠 오빠는 도사인데 동자공童子功을 익히고 있거든요. 저랑 어머니 말고는 여자랑 말도 잘 안 해요. 안드로이드도 여성형 안드로이드는 싫대요.”
야스민 가의 직계 가계도를 정리해봤다.
가주이자 가장인 아버지, 야스민 공은 투자의 귀재이자 네오 서울의 초 거물이지만 극한의 히키코모리, 약간의 속 좁음 성향 있음.
큰아들인 젠은 동자공을 익히고 있는 흡혈귀 도사, 극한의 여성 기피 성향.
작은아들, 레비는 라이프 드레인 마스터이자 흡성대법 사용자, 50년 목표 폐관 수련 중, 흡혈 거부 성향 있음.
막내딸은 실력 좋고 성격 좋은 사령술사.
내가 야스민 공이라도 회합에 막내딸을 보낼 것 같다.
아니, 딸을 그렇게나 예뻐하는 이유를 알겠다.
안 듣는 게 좋지 않았을까, 괜히 물어봤나 하는 생각이 전두엽을 지끈거리게 할 무렵, 귀걸이에 통신이 들어왔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나가서 받아보니 테오릭 경이었다.
-야! 오메가! 너 무슨 사고 쳤냐?
“무슨 사고요. 사고는 어제 돈까스 7장 먹은 게 사고죠.”
-그 정도는 먹어줘야 좀 든든하지! 아니, 그게 아니고. 야스민 가에서 네 정보를 알 수 있냐고 방금 나한테 부탁을 하길래. 사고 친 거 아닌가 해서 연락해봤다.
이 노인네······걱정돼서 연락해 준 건가?
하긴, 생각해보면 테오릭 경이 어조가 강해서 그렇지 나쁜 말은 안 한다.
가끔 상식을 파괴하는 말이나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그렇지.
“그쪽에서 정식으로 호위 의뢰가 왔는데 조건 조정을 좀 하느라 그랬나 봐요.”
-조건? 무슨 조건을 달았는데.
독대했으면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얘기하자 대부분 유쾌한 톤을 유지하던 테오릭 경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야스민 공과의 독대라······. 쉽지 않을 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냐?
“별 건 아니고 해결사 일 하는데 계속 보이는 애들이 있어서요. 정체가 모호한데 혹시나 야스민 공이면 알고 있을까 해서 찔러본 거죠.”
-그러냐? 그럼 됐다.
“······제가 테오릭 경께는 안 물어본 것에 대해 섭섭하시거나, 그런 건 아니죠?”
-서운할 필요가 있나. 너도 내 생각해서 안 물어봤겠지. 나보다는 야스민 공이 아는 건 확실히 많을 거고. 잘했다.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라. 요새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 덕에 페룬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아. 으하하하하
어제 봤을 때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했더니 그런 이유였나.
-맞아, 다음 주말에 우리 마탑 앞마당에서 바비큐 파티할 건데, 타이린드 그 아가씨랑 한 번 와라. 이틀간 할 거야. 배양육 아니다. 돼지 50마리랑 소 20마리 잡았어.
마탑이 아니라 축산물 도매시장이라고 해도 믿겠다.
그리고 무슨 바비큐 파티를 이틀씩 해.
얼른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연락 감사드려요. 저도 종종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앨리스와 신시아가 손바닥을 마주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께서 승낙하셨어요! 테오릭 경이 완전 강력 추천하셨나 봐요!”
노인네······새삼 고맙네.
다음 금요일은 굶어야겠다.
바비큐 파티에서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으니까.
#
3주 뒤, 회합을 하루 앞둔 날의 새벽.
몸에 딱 붙는 바이크복을 입은 신시아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슬슬 출발할까요?”
그런 신시아를 보며 아마도 지금에 와서는 소용없겠지만 한 마디 걱정을 했다.
“굳이 바이크로 가야 할까요.”
“좋잖아요. 드라이브 같기도 하고.”
좀 밟는다면 네오-서울에서 계룡 권역의 프로이데 마탑까지는 1시간 내외의 거리.
하지만 우리를 공격하려는 자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는 사전 정보가 들어왔다.
사전 정보랄 것도 없다.
평소에는 금권을 바탕으로 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흡혈귀이니만큼 가족 중 누구 하나의 손가락 끝만 베여도 난리를 치지만, 이 회합을 위해 모이는 참가자와 호위에 한해서는 예외라고 한다.
-아래 것들의 방해도 못 이기는 가문은 필요 없다
그런 전통 아래 유지되는 룰이라나.
대놓고 죽이려 들고, 그걸 보란 듯이 회피하거나 짓밟는 흡혈귀 가문들 나름의 퍼포먼스인 것.
무사 귀환하지 못한 가문은 흡혈귀들 사이에서 엄청난 조롱을 받는다고도 하니 가문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사들의 취재 경쟁, 도박 사이트들의 베팅 등으로 일종의 스포츠화 되어 가고 있다는 말까지 들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런데 신시아는 자기도 바이크가 있으니 바이크로 가자고 주장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걸 보면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모양새다.
출발 전, 앨리스가 당부했다.
“제 통신 프로토콜은 네오-서울 기준이라서 계룡 권역에 들어간 이후에는 통신이 안 될 거예요.”
“알겠어. 나 없다고 간식 막 먹지 말고.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환기 잘하고. 의뢰 들어오는 거 분류해서 보류로 돌려놓고. 심심하면 키클롭스 아재네 사무실 가서 놀고.”
“알아요. 알아요. 잘 다녀오기나 하세요.”
나가기 전에 살짝 보니 앨리스는 자기 자리에 폴짝 앉아 내비게이션 모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도로까지는 앨리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렇게 호버 바이크를 타고 고속도로로 향하는데, 주위에서 많은 차량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우리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귀걸이를 통해 신시아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우리 인기 많은데요?
“네오-서울 경계만 넘어가면 저 차들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거죠?”
-네. 차량에 탑재된 중화기급 이상의 무기 사용은 네오-서울 시청에서 금지하고 있으니까요.
바이크의 스로틀을 쥔 지 얼마 되지 않아, ‘네오-서울이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 하는 녹색 표지판이 보였다.
뒤쪽의 차들이 내뿜는 배기음 소리가 커진 것이 들려왔다.
-정리하고 가요? 아니면 떨치고 가요? 호위님?
여전히 장난기가 섞여 있는 신시아의 목소리.
“일단 떨쳐냅니다.”
-라져 댓!
그리고 앨리스에게 전했다.
“모든 제한 다 풀어줘.”
-네오 서울 경계 이탈.
-출력 제한 해제
-무장 제한 해제
호버 바이크의 차체가 조금 떠오름과 동시에 출력 제한 때문에 숨겨져 있던 하부와 측면의 노즐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
“쉴드 전개하세요.”
-쉴드 전개!
내 바이크와 신시아의 바이크 주변에 푸른 빛 쉴드가 둘러졌다.
초고가 바이크들에만 탑재되는 특별 옵션이다.
추격당하고 있다는 긴장감 따위는 없는 건지, 좋다고 소리 지르는 신시아의 목소리 사이로 앨리스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후방에 열원 반응 있어요.
스크린을 터치해 후방카메라를 띄우자, 미사일 몇 개가 날아오는 것이 보인다.
그 뒤에서 따라오는 부상 트레일러 위에 거대하게 펄럭이는 깃발과 그 깃발에 쓰여진 글자.
-전 도시 경제 해방 연합-
“미사일부터 갈기네. 미친놈들.”
그런데 나도 무장은 만만치 않게 달아놨다.
대주교 영감님한테 가서 무장 튜닝도 부탁했거든.
별걸 다 시킨다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영감님 말로는 ‘네오-서울에서 가장 위험한 바이크’로 튜닝했다고 한다.
“플레어 사출.”
-플레어 사출
내 바이크 뒤에서 수십 개의 불빛이 쏟아졌다.
갑자기 수많은 목표가 생긴 미사일들이 휘청대다 자기들끼리 부딪혀 폭발했다.
좌우를 살펴보니 고속도로 밖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호버 바이크들이 보였다.
선두의 호버 바이크에 꽂힌 깃발에 쓰여있는 글자는 -경제 정의 실현 연맹-.
그중 몇 놈이 미리 고속도로 쪽으로 향하게 만들어 놓은 언덕을 타고 넘어와 우리 쪽으로 붙으려고 시도했다.
“속도 더 높일 수 있어요? 신시아 씨?”
-무조건 가능이죠!
네오-서울에 있을 때는 출력 제한에 걸려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던 스로틀을 있는 힘껏 아래로 밀자 바이크의 차체가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짝 더 낮아졌다.
-현재 속력 215km/h
그렇게 다른 호버 바이크를 따돌리자 들려서는 안 될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리를 향해 저공 비행하는 헬리콥터.
기체 아래 달린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지랄 났네, 지랄 났어.”
신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할까요?
“속도 좀 줄이시고 회피기동 대기하세요.”
-저만요?
“네.”
그리고 바로 HUD를 조작했다.
앨리스의 목소리가 내가 한 조작을 빠르게 다시 한번 읊었다.
-노즐 각도 재조정
-출력 83.287%
-상승 호버링
-예상 높이, 지면으로부터 4.8m
바이크가 떠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스로틀 옆에 있던 덮개를 위로 밀어 열고 버튼을 눌렀다.
-모드 ‘럼버잭lumberjack’ 가동.
제발 이건 빼면 안 되겠냐고 사정사정했었는데, 그럴 거면 자기는 튜닝 안 하겠다는 대주교 영감님의 고집 때문에 넣었던 모드다.
자기에게 깊은 영감을 준 물건을 어떻게 뺄 수 있냐면서 노발대발하던 대주교 영감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철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이크의 형태가 변형될 때쯤, 이제 앞에서 다가오던 헬리콥터를 조종하던 조종사의 표정도 읽을 수 있을 거리가 되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저도 처음에는 놀랐답니다.
부아아아앙-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변형을 마친 바이크의 양옆에 각 3개씩, 총 6개의 팔이 뻗어 나와 그 끝에는 전기톱이 돌고 있는 탓이다.
그래, 앞을 가로막는 게 있으면 썰어버리면 된다.
그게 좀비냐, 헬리콥터냐의 문제일 뿐.
[소음 적응]
[밀착]
바이크에 몸을 딱 붙인 사이, 톱들이 신나게 움직이며 헬리콥터를 공중에서 분해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저번의 톱아일체를 넘어 지금 이기어톱의 경지를 달성한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