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006.
“이 의뢰······받아들인 게 잘한 걸까?”
귀걸이를 타고 앨리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이런 게 꿀통이라고 직접 예공방 의뢰하시겠다면서요.]
그런 줄 알았지.
새로 개발한 검의 테스트 모델이 되어 달래서 되게 쉬울 줄 알았다.
좀 휘두르고 폼이나 좀 잡으면 될 줄 알았지.
그렇게 대림 에어리어 외곽지역에 위치한 예공방 생산기지로 왔다.
이름만 들어서는 망치 들고 모루에 뚱땅거리는 대장간 정도일 줄 알았는데, 무기라면 가리지 않고 다 만드는 일종의 방산업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격납고와 비슷한 건물들이 몇 채 보였다.
내부는 대부분 통신 금지 구역으로, 이 디바이스도 지금처럼 지정된 위치에서만 외부와의 통신이 가능했다.
“테스트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어.”
폼멜 아래쪽에 소형 레이저 블래스터가 내장된 검을 신제품이라고 내놓을 줄은 몰랐다.
몇 번 휘둘러주고 말았는데, 주위의 장인들과 연구원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위타천은 얼마나 강하냐, 해결사님이 위타천을 몰아냈다는 소리가 돌던데 진짜냐, 레이저 블래스팅 소드가 있었다면 위타천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 같냐, 하는 대부분 위타천과 관련된 얘기였다.
자기 일 말고는 관심 없는 장인들과 이성적인 사고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연구원들마저 이런 식이니, 다른 곳에서는 얼마나 소문이 부풀려져 구르고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외에도 날이 부서졌다 회수되는 검, 기나 마법을 압축 저장해서 일종의 유탄처럼 쓰게 하는 총 등을 볼 수 있었다.
형태는 근접 무기라도 대부분 원거리 공격수단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끝났으면 된 거 아니에요? 보상이 뭐였죠? 소정의 금액이랑 사장님 무기를 봐주는 거였던가요?]
그 부분이 문제라는 거다.
#
내가 검을 완전 전개하는 순간 장인들과 연구원들이 말 그대로 뻑이 갔다.
“세상에! 이중 전개 장치 맞습니까?”
“광자 칼날의 진동을 완벽히 제어하고 있어요. 칼등에 가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요. 아름답군요.”
“독립 장인의 물건인가요?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다른 업체에서도 본 적 없는 발상입니다.”
“칼날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으면서도 사출장치를 만들지 않았어요. 오로지 근거리 전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물건, 아니 작품입니다. 근래 봤던 물건 중에 가장 아름답군요.”
그러면서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만든 사람은 누구인지 격하게 물어 오는 것이 아닌가.
키클롭스 아재에게 이런 식의 검은 그리 드물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좀 당황했다.
“이런 거 흔하다고 하던데요?”
“디자인만 봐서는 전개형 기계식 검이 그리 드문 디자인은 아니죠.”
작은 키와 근육질로 가득한 짧은 팔다리를 가진 드워프 장인의 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원거리 대응 기능을 배제한 형태는 찾아보기 드뭅니다. 하다못해 검신 폭파 기능이나 칼날 사출 정도는 기본으로 달고 나오죠.”
“왜요?”
“전투가 벌어지면 상대도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근접 전투는 너무 많은 위험성을 동반합니다. 숨 쉬듯 공방을 조절하는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괴물들이나 가능한 전투 방식이죠.”
위타천도 점혈을 짚는 행동이 실패하자마자 멀리 떨어져서 기파를 쏘아 보냈었다.
토끼는 다짜고짜 달려들었었고.
‘신중하지 못하고 약한 놈은 달려들었고, 침착하고 강한 놈은 거리를 벌렸다.’
거리 유지와 간격은 전투의 기본이긴 하다.
서리얼에서도 근접보다는 원거리가 선호되긴 했었지.
하지만 나는 검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마법이나 마이너 스킬들로 상대의 감각을 속이거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가 있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검의 구입처나 제작한 장인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건 예술품에 가깝습니다.”
“어렵겠네요. 제가 모종의 일로 기억이 뜨문뜨문해서요.”
그 말에 장인들과 연구원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게 흘겨봐도 어쩔 수 없어요.
기억이 안 나는 걸 어쩌라고요.
드워프 장인이 검을 내게 넘겨줬다.
“저희가 함부로 손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만든 사람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었을 겁니다.”
몸의 전 주인은 이런 걸 어디서 구해 온 걸까?
전개를 해제한 뒤, 칼자루를 돌려가며 살펴보고 있자 연구원 하나가 땀을 삐질 흘리며 내게 다가왔다.
“의뢰의 보상에 대한 건 상부에 보고해뒀습니다.”
“아, 그래요?”
칼자루를 허리춤에 결속하자 그제야 연구원의 표정이 풀렸다.
검을 못 봐준다고 해서 내가 벨 걸로 생각했던 건가?
나를 대체 어떻게 보고 있는 거지······.
나는 일본 전국시대 사무라이가 아니야.
길 가는데 고개 안 조아렸다고 칼 뽑아 들고 휘두르지 않는다고.
#
“키클롭스 아재한테 연결해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 줄래? 여기 사람들이 내 검이 되게 특이하대.”
[잠시만요.]
얼마 뒤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그걸 직접 휘두르는 거였냐고 되물으시던데요. 칼날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싸우는 줄 알았대요.]
“말을 말자.”
[그럼 언제쯤 복귀하세요?]
“일단 여기서 보상 얘기를 끝마쳐야지.”
[알겠어요. 올 때 간식 사 오시는 거 잊지 말고요. 신상으로 오일샌드 과자 나왔는데 평이 좋아요.]
“너 요새 너무 많이 먹지 않냐? 어째 나보다 더 먹어대는 것······.”
통신이 끊겼다.
인간의 존엄성이 다시 한번 훼손되는 순간이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기는 싫어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중,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방수포로 덮인 물건들을 나르는 것이 보였다.
한쪽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쪽은 대체로 험한 일에 적합해 보이는 질기고 거친 옷을 입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예공방 관련 인물들로 보였고, 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복면에 가까운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을 가려서 정확한 소속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거친 옷을 입은 사람 중에도 몇몇은 양복 입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분주하던 와중, 바람이 불었다.
외투 끝자락을 펄럭이게 할 만큼 제법 강한 바람.
예공방 측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던 사람 중 한 사람의 모자가 바람에 벗겨져 허공을 날았다.
공교롭게도 모자가 향하는 방향이 내 쪽이라 어렵지 않게 낚아챌 수 있었다.
“고마워요.”
모자를 돌려받기 위해 달려온 사람의 말이었다.
푸르게 빛나는 눈, 정갈히 뻗은 콧대, 가지런한 이, 무엇보다 뒤쪽으로 날카롭게 향해 있는 기다란 귀.
엘프였다.
올려세운 셔츠 카라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목에는 정체를 알기 힘든 문신이 가득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자 엘프는 한 손으로는 깃을 모아 목을 감추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에 들려 있던 모자를 가져갔다.
“예공방 사람은 아니신 것 같은데······.”
그녀가 나에게 경계의 눈빛을 띄울 때쯤, 내 뒤편에서 연구원 하나가 나를 찾았다.
“오메가 님! 어디 계십니까! 오메가 님! 여기 엄청 위험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엘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해결사 오메가. 위타천과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는 사람.”
젠장.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며칠만 지나면 내가 위타천을 수하로 들였다는 소문이 돌아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연구원이 나를 잡아끌고 가는 통에 엘프에게 그쪽은 누구냐는 질문도 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연구원에게 물었다.
“저쪽은 어딥니까? 무기를 사는 것 같던데.”
“모릅니다. 고객의 정보는 기밀입니다. 그리고 저 같은 연구원에게까지 알려주지도 않고요.”
연구원이 걸음을 바삐 했다.
“이사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사요?”
“예공방 대림 생산기지의 책임자시죠. 검에 대해 광적으로, 아니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 오메가 님의 검 얘기를 했더니 한번 뵙고 싶어 하시더군요.”
왠지 피곤한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빙빙 끌려다닐 줄 알았으면 다른 의뢰를 받을 걸 그랬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받지 못한 보상에 대해 얘기를 하려면 높은 사람과 직통으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연구원이 들고 있는 출입증을 몇 번인가 찍고, 홍채와 정맥을 이용한 생체 인증까지 마친 뒤에야 어느 방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문 옆의 패널에 연구원이 다시 한번 손등의 정맥을 가져다 댔다.
인증이 되었는지 연구원이 패널에 대고 말했다.
“말씀드렸던 오메가 님을 모셔왔습니다.”
문이 열리고, 홀로 들어선 나는 감탄을 터트렸다.
생산기지가 한눈에 보이는 큰 통창을 제외한 삼면에 온통 검이 진열되어 있었다.
내 눈앞에 다가온 인물이 정중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예공방 대림 생산기지의 총책임자인 하르파고스입니다. 신제품 테스트에 아주 잘 협조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어느 손을 잡아야 하는지 조금 망설였다.
어느 곳을 바라보고 얘기해야 할지도 고민했다.
하르파고스는 하나의 몸에 세 개의 머리, 여섯 개의 팔을 가진 종족, 흔히 말하는 아수라였다.
#
얘기를 조금 나누어 본 결과, 하르파고스는 낭만이 있는 사람이었다.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초인들이 돌아다니고, 그런 초인들을 잡기 위한 화력 무기가 판을 치지만 결국 무기의 로망은 검 아닙니까!”
“우리 이사님이 좀 아시네!”
“엇갈려 부딪힌 검 사이로 보이는 상대의 눈빛! 흐르는 호흡! 요새 나오는 무기들은 이런 낭만이 없다고요! 그저 시밤 쾅! 제가 비록 방산업체 임원이지만 이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검에 대한 찬양으로 하나가 되었다.
하르파고스는 완전 전개한 내 검을 보고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였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물건이 세상에 나온다니. 이것이야말로 긍지이자 고집입니다. 게다가 오메가 님은 이걸로 위타천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검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홀로 도시를 걸으셨군요!”
굉장히 귀에 익은 문장으로 날 띄워주는데, 사심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 대단할 지경이다.
이 양반은 진짜로 검에 미친 놈이다.
스냅샷이 기억덕후라면 하르파고스는 검 덕후인 것이다.
이런 멋진 검을 보고 화답하지 않는 건 도리가 아니라며 검을 꺼내서 자기만의 아수라 6도류를 보여주겠다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물론 굳이 나서서 내가 마법도 사용할 줄 안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때로는 진실을 감추는 편이 더 큰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법이니.
그렇게 흥분이 좀 가시고 난 뒤에야 의뢰에 대한 보상을 얘기할 수 있었다.
“장인들과 연구원들도 이 검에 손대는 걸 원치 않더라고요.”
“흠······. 이건 어떻습니까. 오메가 님은 근접 전투를 위주로 하니 아무래도 공방 모두에 신경 쓰기는 힘드실 것 같습니다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번만 해도 토끼에게 가슴을 베이고 위타천에게 전신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요인 보호에 쓰이는 특수 마공강 조끼를 드리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철 계열 마탑인 페룬 마탑과 공동 연구로 만들어진 강철을 원료로 한 조끼입니다.”
마침 샘플이 있다며 하르파고스가 하나를 들고 왔다.
조끼라는 이름과는 달리, 아무렇게나 입기 좋은 티셔츠 같은 모양이었다.
“이쯤이 좋겠군요.”
작은 탁자 위에 티셔츠를 올려 둔 하르파고스가 말릴 새도 없이 장식장에 있던 검 하나를 뽑아 탁자를 내리쳤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의 다리가 무너져 내렸지만, 티셔츠와 탁자의 위쪽은 잘린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리고 검 끝으로 티셔츠를 들어서 장식장 한쪽에 박아놓고 옆구리에서 권총 2개를 꺼내 쏘아댔다.
몇 번이나 탄창을 바꿔가며 쏜 탓에 권총의 끝이 달아오를 때 쯤이 되어서야 하르파고스는 사격을 멈췄다.
족히 수십 발의 탄환 중 티셔츠를 관통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조금의 그을린 자국마저도.
검으로 박힌 곳도 약간의 눌린 자국만이 있을 뿐, 찢어지진 않은 상태.
“오······. 이건 좀 굉장하네요.”
“소수의 VIP에게 이제 막 예약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제품입니다. 날붙이뿐만 아니라 총탄이나 파편에 대한 보호도 어느 정도 가능하죠.”
팔다리에 대한 보호책은 될 수 없겠지만, 장기가 모여 있는 상체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르파고스가 말끝을 길게 끌었다.
검 얘기를 하며 낭만 가득했던 그의 눈빛이 조금 다르게 반짝였다.
연료가 낭만에서 야망으로 바뀌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워낙 소량만 생산되는 제품이기도 하고, 예약이 밀려있는 제품이라 위타천과 맞설 정도의 해결사라는 이름만으로 오메가 님께 드리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해결사 일을 좀 하면서 알게 된 점이 하나 있다.
의뢰인의 말이 길어지면, 특히나 보상에 관련해서 그렇다면 그건 저울질 중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는 나도 강경하게 나가는 편이지만, 나도 양심이 있는지라 검 몇 번 휘둘러주고 저 좋아 보이는 티셔츠를 날름하기는 좀 그랬다.
찬찬히 들어 보기로 했다.
“오늘 저희 생산기지에서 무기를 받아 간 곳이 있습니다. 꽤 대량이었죠. 거길 추적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사님도 모르신다는 건.”
하르파고스의 여섯 손 모두가 검지를 뻗고 위를 가리켰다.
“제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입니다. 저도 서류상 인계만 했을 뿐, 그들을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그 서류마저도 빈칸투성이였죠.”
“기업 간 분쟁이나 기업 내부의 투쟁에는 발 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해결사 일이라는 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다고 하면 반대편의 원한을 사기 십상이라서요.”
“회색을 지향하시나 봅니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흑백은 너무 딱 떨어져요.”
여섯 개의 손으로 팔짱을 낀 하르파고스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기업 내부 일이 아니라 ‘우연히’ 무기 반출을 알게 된 예공방의 이사님이 제게 ‘개인적’으로 추적 의뢰를 하시고 성공 보수로 저 티셔츠를 걸어놓으신 거라면 뭐······.”
잠시 어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하르파고스의 세 얼굴이 동시에 박장대소했다.
“사무실 주소 알려주시죠. 의뢰 발주하겠습니다.”
기분 좋게 사무실 주소를 알려주고 밖으로 나오는 길, 나는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이사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시죠.”
“왜 생산기지가 대림 에어리어에 있는 겁니까? 치안도 별로고 물류 유통에도 그닥일 것 같아서요.”
“도시 권역 간 경계를 제외하면 대림 에어리어가 무기 수요가 가장 높습니다. 일종의 테스트 베드죠.”
그의 말이 이어진다.
“넘치는 수요와 즉각적인 피드백, 눈 가리고 아웅인 규제까지. 저희 같은 업체들에게는 꿈의 땅 아니겠습니까.”
젖과 꿀 대신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꿈의 땅이지만, 이들이 심는 강철의 씨앗이 싹 트기엔 여기만 한 곳이 없겠지.
예공방 밖으로 나와 귀걸이를 만졌다.
“어, 앨리스. 나야. 추가 의뢰 물었거든? 네가 가진 툴 중에 몽타주 제작 툴 있던가?”
[있어요.]
“나 들어가면 몽타주 한 장 떠야 할 것 같으니까 준비 좀 해줘.”
[네. 다른 건 뭐 없으세요?]
“키워드 불러줄 테니까 검색 좀 해봐. 스냅샷한테도 전달해주면 고맙고.”
[말씀하세요.]
“푸른 눈, 여성 엘프, 문신.”
[확인했어요. 전달도 바로 할게요.]
“땡큐, 들어가서 봐.”
통화를 끊기 전, 다급함 섞인 앨리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오일샌드 꼭 사 와야 해요, 사장님!]
“간다, 가. 어디서 파는데?”
일 잘하는 안드로이드 소녀에게 줄 간식은 아깝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