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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캐여도 너보단 강함-2화 (3/258)

002.

002.

‘대림 에어리어에 해결사 사무실을 차린 전직 집행자.’

‘첫 의뢰에 건물에서 떨어져 2달째 혼수상태였다가 돌아온 남자.’

해결사 사무실을 다시 열고 마주한 이곳에서의 내 평판이다.

딱 봐도 정상적인 범주의 의뢰가 들어오긴 힘들었다.

애초에 이곳 대림 에어리어에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의뢰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여튼, 첫 슈팅부터 거하게 똥볼을 후려갈긴 몸의 전 주인 덕에 나는 근 2달간 열심히 뛰어다녔다.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라는 앨리스의 말에 명함을 돌리러 간 근처 사무실이 갱단 아지트였던 일.

집 나간 유령 고양이를 잡아달라는 의뢰에서 영체 포획 대신 실수로 성불 스킬을 써서 고양이를 이승 하직시킬 뻔한 일.

무서운 삼촌 역할을 해서 자기 아이를 학교 폭력에서 구해달라 해서 갔더니 학교 폭력 가해자가 2m 29cm의 키를 가진 강화 인간인 경우도 있었다.

다른 건 어떻게든 수습을 했는데, 마지막 건은 답이 안 나오더라.

공교육의 사각지대인 이곳, 대림 에어리어에서 2m 29cm짜리 강화 인간 고등학생?

게다가 아빠가 곰 수인? 몸에 곰의 피가 흘러? 곰은 사람을 찢는다던데?

대체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했는데, 그 친구 아버지인 곰 수인이 대림 에어리어 지하에서 불법 투기장을 운영하는 자칭 사업가라는 정보를 듣고 조금 실마리가 잡혔다.

애완동물 문제는 대개 주인 문제고, 애 문제는 대개 부모 문제라고들 하니까.

아버지가 싹수없게 행동하니까 아들이 보고 배우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윤곽이 대충 보였다.

여기서 사업가랍시고 명함 돌리는 놈들은 대개 파, 갱, 크루, 조직, 마피아 따위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그런 집단이 수십에서 수백 개는 즐비한 곳이 여기다.

내 신상을 특정할 수 없게 얼굴 전체를 가린 가면과 헐렁한 옷을 입고 지하 투기장으로 쳐들어갔다.

호위들?

최면 스킬 쓰고 손가락 몇 번 흔들면 픽픽 쓰러지는 꼴이 아주 절경이더라.

그렇게 거침없이 나아가 학폭 가해자 아버지의 멱살을 틀어쥐고 반대편 손에는 불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말했다.

“거슬리지 않게 해라. 무슨 말인지 알 거라 믿는다. 네 새끼도 마찬가지다. 만일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한쪽에 놓여 있던 금고를 향해 손을 뻗자 불이 금고를 삼켰다.

벌겋게 달아오른 금고는 이내 녹기 시작했고, 안에 있는 지폐와 서류들의 끄트머리가 타오르기 시작하고 나서야 불을 뿜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돌아 나왔다.

이제 알아서 할 거다.

경쟁 조직의 사주라고 생각하든, 확장하려던 사업을 잠시 멈추든.

공포 중 가장 두려운 것은 특정할 수 없는 공포다.

내가 누군지도, 어디 소속인지도, 어떤 능력을 가진 지도 모른다.

남아 있는 강렬한 기억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로 자신이 이룬 것들이 타들어 가는 광경.

아들 얘기도 던져놨으니 경거망동하지는 못할 거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에 의뢰인이 찾아왔다.

가해자의 괴롭힘이 멈췄다는 것.

그런데 어째 말하는 게 이상했다.

“해결사께서 열심히 뛰어다니신 건 알겠는데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고, 그냥 걔가 스스로 괴롭히는 걸 그만뒀다고 하니까, 성공보수를 전부 드리는 건 좀 그렇네요.”

“어······그게······.”

“미리 드린 선수금은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걔가 왜 그렇게 몸을 사리냐면 제가 걔네 아빠를······.”

여기까지 말하자 의뢰인 뒤에서 미칠듯한 속도로 고개를 가로젓는 앨리스가 보였다.

그래.

이 작전은 끝까지 내 신상이 드러나지 않아야 비로소 무결해지는 거다.

그리 많지도 않은 학폭 보호 성공보수를 받자고 내가 했던 일을 말해주고, 그게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진짜 골치 아픈 일이 펼쳐지겠지.

나는 혀끝에서 맴도는 진실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제 노고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이 건 말고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 오십쇼. 해결사 오메가였습니다.”

앨리스가 빙긋 웃었다.

‘사장님은 멘트가 너무 건조하다’며 억지로 주입한 접대용 멘트를 내가 술술 말하는 게 기분 좋은가보다.

의뢰인은 명함을 둔 채 떠나고, 나는 의자에 앉은 채로 발을 뻗어 책상에 올렸다.

“힘을 너무 쓴 건가? 해결사 일도 쉽지 않아.”

“점차 익숙해지시겠죠. 두 달 전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나은 것처럼요.”

앨리스가 내 책상 위에 음료가 든 컵을 내려놓았다.

그걸 집어 들고 습관적으로 냄새를 맡았다.

다행히 사람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냄새였다.

조심해 나쁜 것 없다는 옛말처럼, 혀를 아주 살짝만 대서 맛을 확인한 뒤 앨리스에게 물었다.

“새로 의뢰 들어온 거 있어?”

“불륜 의심이 세 건 있어요.”

“그건 좀 나중으로 미루자. 잠복은 할 짓이 못 되더라.”

“음······. 특정 건물 내부를 확인해달라는 의뢰가 두 건 있어요.”

나도 이제 여기서 좀 굴러먹었다고 대충 의뢰 파악이 된다.

이건 분명 자기네 애들 쓰기 아까워서 외부인을 써먹고 버리려는 수작이다.

“어디 조직들끼리 싸움 붙었나 보지?”

“2-F 구역에 있는 기계교단 성당에서 일주일 전 폭발이 일어났어요. 그거 관련한 것 같아요. 기계교단 쪽에서 의뢰가 왔거든요.”

“어딜 봐달라는데?”

“ABT 대림지부랑 ABT 연구소요.”

ABT면 생명공학 쪽 대기업이다.

기계교단과는 앙숙 관계.

적대 기업을 염탐하고 오라니 이런 걸 의뢰라고 준다.

게다가 ABT는 기업 비밀 유출에 민감해서 발각된 산업 스파이들을 ABT 기술 발전의 재료로 쓴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다.

미쳤다고 이딴 의뢰를 수락할까.

“비용을 꽤 세게 불렀네요. 이거 한 건이면 저희 월세랑 생활비도 넉 달은 걱정 없어요.”

기계교단 녀석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군.

내가 잠깐 오해를 했어.

“그건 일단 남겨봐.”

처음에 일이 없어서 앨리스가 자기 간식으로 사 놓은 오일들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게다가 기계교단이면 진흙탕 같은 대림 에어리어에서 그래도 메기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는 체급.

의뢰에 성공한다면 나도 미꾸라지 급 정도는 된다는 선언이 될 거다.

‘이번 일로 한 발짝 도약해?’

대신 실패하면 기계교단은 칼같이 날 손절할 거고, 버려진 나는 ABT의 신규 피부 미백 화장품 출시의 밑거름이 될지도 모른다.

의뢰인들이 종종 나보고 어떻게 피부가 그렇게 깨끗하냐고 물어보고 그랬단 말이야.

고민하는 사이,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대머리의 거한이 걸어 들어왔다.

“어이~ 오사장!”

몇 건물 떨어진 곳에서 사설 집행자 사무실을 운영하는 아저씨다.

보기엔 그냥 대머리 아저씨인데, 사실은 뇌와 한쪽 눈을 뺀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교체한 사이보그Cyborg다.

그것 때문에 집행자 시절 이명이 키클롭스였다나.

집행자는 쉽게 표현해서 경찰인데, 공적 영역인 경찰과 달리 여기서는 사적 진입이 가능하다.

그래서 소수의 초인이 택하는 길인 도시 권역 소속 공공 집행자 말고도 적당한 친구들이 하는 사설 집행자, 성격이나 능력이 적당하지 못해서 현상금 사냥꾼 비슷하게 하는 프리랜서 집행자 등등 온갖 형태의 집행자가 넘쳐난다.

세상이 험한 만큼 범죄자들이 공권력 상대하는 걸 겁내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직업인데, 그래도 거물 한 놈을 잡아서 인생 펴보고자 하는 종자들이 꾸준히 있는 관계로 공급이 줄어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이 몸의 전 주인도 사설 집행자 출신인데, 대림 에어리어 23구역 자영업자 모임에 나갔다가 키클롭스 아저씨를 알게 됐다.

내가 해결사라고 했을 때는 탐탁치 않은 눈빛을 보내다가 사설 집행자 출신이라고 하니까 친절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 눈빛에 군대 휴가 나와서 고기 먹고 있는데 어디 부대 나왔냐고 물어보고는 자기도 거기 나왔다면서 밥값 내주는 아저씨를 만난 기억이 스쳐갈 정도였다.

여튼 이 대머리 아저씨는 그 후로 우리 사무실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와서는 노가리를 까거나 정치 얘기를 하거나 근래 이 바닥 돌아가는 얘기를 하거나 그런다.

얘기만 들어서는 조금 귀찮게 구는 아저씨긴 한데, 또 그렇게 쓸모없기만 한 건 아닌 게, 자기가 운영하는 집행자 사무실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은 나한테 가져오는 일종의 브로커이기도 하다.

그래도 자기는 집행자라서 심하게 더러운 일은 안 한다나.

근데 그걸 다른 집행자 사무실이 채가는 꼴은 보기 싫단다.

참 미묘한 사업 감각이긴한데,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땡큐다.

나는 ‘전직’ 사집이고 현직 해결사니까 어느 정도는 불법에 발을 담가도 뭐라 할 사람 따위는 없다.

그럼 나는 입맛에 맞는 걸 골라잡고 성공하면 소량의 수수료를 아저씨한테 주고, 이렇게 상부상조하는 거다.

사무실로 들어온 키클롭스 아저씨는 내 책상에 놓인 명함을 집어 들었다.

조금 전, 의뢰인이 두고 나간 명함이다.

“네오 서울 대림 에어리어 녹지사업소 과장? 나름 괜찮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인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너한테 온다고? 무슨 얘기 했냐?”

앨리스가 입만 웃고 있는 낯으로 키클롭스의 손에 있던 명함을 뺏어갔다.

“의뢰인과 의뢰 내용은 비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키클롭스 님.”

“그래요. 궁금해하지 마세요. 잘했어, 앨리스. 그리고 뭐가 괜찮은 자리에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녹지 하나 없는 곳에서 녹지사업소 과장이면 사실상 빈자리 하나 만들고 나가라는 수준 아니에요?”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쨌든, 오늘은 무슨 일이세요.”

키클롭스의 품에서 서류 봉투가 하나 나왔다.

“수금 업무 하나 안 할래?”

“뭔데요.”

봉투로 손을 가져가니 내 손을 막는다.

“한다고 하면 알려줄게. 참고로 이거 사채업자들이 가져온 거다.”

수금에 귀신인 인간들이 사채업자인데, 걔네가 못 하겠다고 들고 온 거면 보통 악질이 아닌 모양.

“에이, 사채 돌리는 애들이 포기한 건을 제가 어떻게 해요.”

“아오, 이거 그냥 알려줄 수도 없고. 여기 걸린 사채 이자가 법정 이자 넘어서 불법인 건만 아니었으면 우리 애들 죄다 불러서 다 뛰어들라고 하고 싶은 건이야, 임마.”

“뭐길래 그래요.”

“한다고 하면 알려준다니까?”

“실패했다고 손가락 자르고 이런 조항 붙어 있는 건 아니죠?”

“없어.”

“콩팥은요.”

“없어.”

“안구는······”

“없다고 이 자식아!”

“리턴이 큰데 리스크가 없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러자 키클롭스가 서류 봉투를 펄럭거렸다.

“얘 자체가 위험해. 생각을 해봐라. 사채 애들이 얼마나 독하냐. 근데 그 독한 애들이 포기할 정도면 여기 적힌 놈도 보통은 아니란 소리겠지. 이거 자체가 꽤 리스크야.”

“흠······. 성공 보수가 얼만데요.”

액수를 들은 앨리스가 놀랍다는 소리를 냈다.

“사람 잡아 오는 데 그 정도라고요? 세 달 치 월세는 되겠어요. 생활비는 빼고요.”

아무래도 이 몸이 혼수상태로 있던 동안 월세가 밀려 사무실을 뺄 뻔했다는 게 보통 트라우마가 아니었는지 앨리스는 액수가 조금 커지면 일단 몇 달 치 월세와 생활비인지부터 계산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알려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할 거야 말 거야.”

교단과 기업에 사이에 끼어 화장품 재료가 될 위험을 감수하고 넉 달 치를 받느냐.

사람 하나 잡아 오고 석 달 치를 받느냐인데······.

지하 투기장에 침투할 때 느낀 건데, 나 제법 강하다.

온갖 인종과 기인들이 뒤섞인 투기장의 호위들을 쉽게 쉽게 쓰러트렸다.

때로는 최면, 때로는 마비 침술, 때로는 점혈, 그 외 기타 등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앞선 임무도 기척 죽이기나 반향정위를 이용하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달 월세와 생활비 차이를 생각해보면 품이 많이 드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후자의 임무는 들키면 그냥 화끈하게 쓸어버려도 되는 거 아닌가?

“할게요.”

서류봉투를 받아 봉인을 뜯고 내용물을 꺼냈다.

파일 하나가 손으로 떨어졌다.

“토끼 수인이네요? 여성인 것 같고. 어디 보자······오우······.”

상당한 거물이다.

위조 연금술 약재 반입, 영약 효과 과장 광고, 오일 마약 제조, 장모長毛종 수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종이 가득한 범죄 이력이 다 스펙이었으면 대기업 인사팀이 네발로 기어와 모셔 갔겠다.

“열심히도 살았다, 열심히도. 사채 하는 놈들은 뭘 보고 이런 놈들한테 돈을 빌려줬대요?”

“거기 써 있는 년이 한신나(阪神奈:오사카, 고베, 나라) 권역에서 유명한 놈인데, 영역싸움에서 밀려서 네오-서울로 온 거야. 사채업자들이 제대로 안 알아보고 돈 빌려줬다가 덤터기 쓰게 생긴 거지.”

“넘어 왔으면 인천에나 있지 왜 대림까지 기어와서······.”

“여기가 워낙 유명하잖냐. 아시아에서 제일 딥deep한 구역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어.”

네오-서울은 한반도, 아니 아시아의 도시 권역 중 최고의 위상과 발전 정도를 자랑한다.

말끔한 수백 층의 마천루가 구름을 뚫고 서 있는 강남 3구 에어리어가 있는 반면, 나름의 고층 건물이 있긴 하지만 분위기가 시커먼 이곳 대림 에어리어 같은 곳도 있는 것이다.

“국제 범죄자라서 잡기만 하면 네오 서울이랑 한신나 양쪽에 현상금 청구 가능해. 네가 잡아 오면 40%만 떼줘. 30%는 우리 사무소 몫. 10%는 빌려준 돈 변제가 불가능할 때를 대비한 업자들 예비금액. 잡고 나서 그 년이 능력이 된다고 하면 예비금 10%는 너 5%, 나 5% 반반하자고.”

“사채업자들이 얘한테 걸어놓은 건요.”

“그건 다 네 거지.”

“이러면 사채업자들은 뭘 가져가는데요?”

“구치소에 처박기 전에 얘를 자기들한테 넘겨달래.”

“그러면요?”

키클롭스의 손이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찌른다.

눈, 이, 심장, 위, 다리 등등

“으······. 그걸 어떻게 하는데요.”

“세상 각지의 필요한 곳으로 가겠지. 현상금 받을 때는 신분 확인만 되면 되니까 현상금 못 받을 걱정은 하지 마라. 살려서 넘기긴 할 거야. 아마도.”

“업자들은 그걸로 된대요?”

“걔네들은 돈 액수 문제가 아니야. 돈을 못 받았다는 말이 퍼지는 게 문제지. 근데 돈을 못 받을 수도 있겠지? 그럴 경우에는 돈 못 갚은 채무자를 어떻게 했냐가 중요해져. 조져놔야지. 지금이 이런 상황이잖아. 그러니까 걔네는 이 토끼를 데리고만 오면 고맙다고 눈물을 흘릴 거다.”

“그럼 총액은 세 달 치 이상······! 어쩌면 네 달이나 다섯 달까지도······!”

앨리스의 중얼거림은 일단 뒤로 치우자.

“흠······. 그거랑 별도로 얘가 가지고 있는 게 있으면요?”

“그것도 네 거지.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구먼. 여기 청산하고 다시 집행자 생활 안 할래? 우리 사무실에 자리 하나 내줄게.”

탁-

앨리스가 키클롭스에게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제법 거칠다.

“저희 사장님한테 그런 소리 하실 거면 돌아가시죠?”

“아, 왜 그래, 농담이지. 농담. 오메가 덕에 우리도 편한 부분이 있다니까.”

방금 스카웃은 농담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기로 한 거지? 그럼 그렇게 알고 나는 간다?”

키클롭스가 나가기 전, 파일을 뒤적이던 내가 물었다.

“잠깐만요. 이건 뭐예요? 유압 펌프가 장착된 강화 의족?”

지잉하는 작은 가동음이 나더니 키클롭스의 상체는 여전히 저쪽을 향한 채로 목만 180도 빙글 돌아서 나를 바라봤다.

“아이, 씨발. 그거 좀 하지 말라니까요. 얼마나 놀라는 줄 알아요?”

“연장자한테 씨발이 뭐냐, 씨발이. 그리고 나는 몸에 아무 짓도 안 한 네가 더 놀라워. 여튼, 걔 꽤 거칠 거야. 긴장 좀 하고 가.”

그리고는 내 놀란 표정이 즐겁다는 듯 키클롭스는 얼굴을 뒤로 향한 그 상태로 껄껄 웃으며 사라졌다.

아니 저 꼴 볼 때마다 처키에 놀라 자빠지는 사람들이 백분 이해가 간다.

대가리가 빙빙 돌아가는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냐고.

놀란 가슴을 달래면서 파일을 마저 읽고 덮었다.

찻잔을 정리하던 앨리스가 내게 물었다.

“나가실 건가요?”

“그래야지.”

“기계교단 건은 거절해둘게요.”

“그래. 나갔다 온다.”

일단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사채 쓸 만한 놈들이 다닐 만한 곳.

그리고 걔네들이 뭉텅이로 모여 있는 곳.

마지막으로 거기서 흘러들고 나가는 정보를 캐치 할 수 있는 놈이 있는 곳.

나는 그곳을 알고 있다.

사무실을 나와서 조금 걷자 꽤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건물의 지하로 향하자 양복 입은 덩치 둘이 지키는 거대한 철문이 보였다.

녀석들은 나를 보자 안색이 변하고는 재빨리 무전기를 붙잡고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뭐하냐, 열어.”

“아직 위에서 답변이······.”

답답한 일 처리에 나는 손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열라면 열어 임마. 콱 그냥. 두 번이나 뒤통수에 내 손바닥 모양으로 멍 남으면 쪽팔리지 않겠냐?”

덩치 하나가 손으로 뒤통수를 만지작거렸다.

이게 머슬메모리지.

근육이 기억함.

결국 녀석들은 우물우물하며 문을 열었다.

열린 틈 사이로 홀로그램 슬롯머신과 빠찡꼬가 내는 음악소리가 새어 나왔다.

들어서니 그것들 말고도 여러 도박이 행해지고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대림 에어리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규모 있는 지하 카지노였다.

저 멀리서 이곳의 지배인인 스냅샷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 앞에 멈춰선 스냅샷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어, 어쩐 일로 말씀도 없이···.”

“내가 여기 오려면 너한테 먼저 보고 해야 하냐?”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올라가서 얘기하자고.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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