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고양이가(6)
톡, 톡, 톡.
널찍한 집무실.
책상 주인의 취향이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화려한 금장이 더해진 마호가니 책상. 짙은 갈색의 그 거대한 책상 위를 가만히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곁에 서 있던 호위기사이자 스승이기도 한 테일란, 아니. 테일란의 모습을 하고 있던 서베인이 걱정어린 얼굴을 애써 숨겼다.
그것을 보지 못한 채로 다시 톡톡톡.
힘줄이 툭툭 불거진 손은 느릿한듯 일정하게 이어지는 소리를 계속 만들어냈다. 마디 굵은 긴 손가락으로 시간을 재듯이 그렇게 계속하여 책상을 두드렸다.
- 칼리안,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어느만큼 흘렀을까.
오래도록 기다리던 연락이 비로소 전해졌다.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았으리라고, 혹여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무사히 돌아갈 것이라고, 그리 여겼다. 한 치의 의심 없이 그리 믿었다.
- ······ 하······.
그러나 걱정을 했다.
때문에 칼리안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난 뒤에야 체이스의 입에서 안도감 가득한 긴 숨이 흘러나왔다.
- 혹여 다친 곳은 없습니까.
- 다쳐오기는 했습니다만. 무사합니다.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톡.
- 이전에 연락했을 때에는 경황이 없는 듯 하였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괜찮은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 ······ 네. 괜찮습니다.
- 다행입니다.
- 네.
- 그런데.
톡, 톡.
- 그 정도로 괜찮아졌다면 대신 말을 전해달라 할 칼리안이 아닌데······ 왜일까.
플란츠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 플란츠는, 체이스에게 전하는 내용을 칼리안도 함께 듣는 것이 낫겠다 여겼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체이스에게 말을 건네며 똑같은 말을 칼리안도 들을 수 있도록 함께 입을 열었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 무사한 것은 맞습니다.
- 헌데, 왜. 대신.
- 제가 대신 전하는 것이 불편하십니까.
- 그런 의미가 아니란 것은 알 사람이니, 하던 말 돌리려 꺼내놓는 괜한 소리에 내가 대답을 할 필요는 없겠고.
체이스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플란츠를 상대할 때에는 빈 곳 투성이인 칼리안을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본래 칼리안이 어떤 사람인지, 그것이 기실 누구와 닮았는지를 잠시 잊고 있었다.
- 무슨 일인지 제대로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데. 어렵겠습니까, 플란츠 왕세자.
덕분에 이렇게, 부드러우나 피하기 어려울 추궁이 이어졌다.
- ······ 내 아우님의 옛 형님께서는 왜 그렇게 의심이 많으신지.
- 그것을 의심이라 해야 할까요. 내 생각에는 걱정이라 해야 맞을 듯 한데.
작은 한숨이 전해졌다.
그리고 잠시 뒤에 목소리가 이어졌다.
- 칼리안이 브리센 후작의 아들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칼리안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매서운 체이스라서.
칼리안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똑똑한 플란츠라서.
칼리안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체이스에게, 입으로 하는 말과 머릿속의 말을 서로 다르게 전할 정도는 되는 플란츠가 답을 전했다.
- 칼리안이 브리센 후작저에 몸을 숨겼고, 우리 쪽에서 칼리안을 빼내오려 찾아갔을 때 후작의 아들이 들이닥쳤습니다.
- 네.
- 그런데 이쪽의 상황 상 칼리안이 그곳에 있던 사실을 후작 아들에게 노출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 계속 얘기해요. 괜찮으니까.
- 에일라 브리지트의 팔찌를 칼리안이 사용했습니다.
계속하여 같은 속도로 움직이던 체이스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누구의 모습으로 바꾸었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했다. 그것이 체이스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하는 이유라면, 답은 하나 뿐이지 않겠나.
- 그렇습니까.
- 그렇습니다.
- ······ 알겠습니다.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나실 경은 어찌하였고.
움직임을 멈추고 눈도 깜박이지 않던 체이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내용을 물었다.
- 마나실 후작은 지금 아델리아를 찾으러 갔습니다.
- 아델리아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까.
- 아닙니다. 묻고 확인할 것이 있다고,
- 설마 아델리아를 죽이러 간 겁니까.
- 아닙니다. 질문하고 확인할 것.
- 아. 단순한 개입입니까.
- 네. 아델리아가 개입한 까닭에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정황 설명에 농담섞인 말로 대꾸하기도 해 가면서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한동안 대화를 더 나눴다.
- 알려주어 고맙습니다.
저도 모르게 책상 위의 수정판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숨을 내쉴 차례인지 아니면 들이쉴 차례인지를 잊은 듯한 얼굴을 한 채로.
보고싶어서.
당장 어떻게든 보고싶어서.
- 그럼······ 칼리안은 지금 어떻습니까.
- 거울도 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은 모르는 것처럼 넘어가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렵겠습니까.
체이스가 했던 말투를 고스란히 가져간 듯한 말이 들려왔다. 체이스의 시선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빤히 봤다는 듯이.
- 어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테지만. 이해는 했습니다. 모르는 일로 해 두겠습니다.
이런 말에, 한동안 말 없던 플란츠가 한참 뒤 목소리를 전해왔다.
- 제 잘못으로 생긴 일입니다.
-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잠시 익숙한 모습을 취했을 뿐일 테니, 플란츠 왕세자가 그렇게 말할 일은······.
- 일을 벌이고, 숨기려 하고, 숨겨달라 해서. 미안합니다. 진심으로.
애써 수정판에서 시선을 떼어 낸 체이스가 창밖을 봤다.
커다란 가문비나무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또 다시.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화려한 마호가니 책상을 내려다봤다.
'나는 이렇게 화려한 가구는 별로인데.'
'아버지가 쓰던 그대로 물려 쓰시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저 돌아왔을 때 쯤이면 싹 바뀌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때까지 계속 아버지 물건을 쓰고 계십니까. 꼭 형님 자리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게 보이느냐.'
'네. 그렇게 보입니다.'
'······ 그래. 바꿔 놓으마. 다만 네가 고른 것들이 너무 화려한 듯 한데. 금장이라도 없는 것을 쓰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사람이 나이가 많아지면 번쩍거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게 된다던데요. 그래서 그런 가구로 골랐습니다.'
'내 나이가 그 정도로 많지는 않은데······ 그리 보인다니, 이를 어쩐다.'
'형님 나이 많아 보여서가 아니라 그 정도로 나이 많아질 때까지 오래오래 여기 계시라는 뜻입니다. 주름살 잔뜩 생기고 나서도 마음에 안 들면 그때 다시 싹 바꾸십시오.'
'왕실의 돈을 그렇게 낭비해서야. 시키는대로 쓸 테니 그때 가서 네 돈으로 다시 들여놔주거라.'
'제 돈은 왕실 돈 아닙니까?'
'네 사비는 왕실 돈이 아니지 않느냐.'
'국왕 전하 씩이나 되시면서 얼마 되지도 않는 호위기사 급여를 뜯어가려고 그러십니까. 소드마스터 되어서 돌아왔다 하는데도 축하만 해 주고 급여는 안 올려주셨으면서.'
'올려주면. 술 사 먹으려고.'
'그거야······ 아무튼, 뭐. 그렇게 하겠습니다. 까짓거 그때 가서 제가 다시 싹 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리 해 주거라. 까짓거 네가 술만 좀 덜 마시면 될 테니.'
'술 말고, 형님께서 내깃돈 꼬박꼬박 주시면 됩니다. 잊어버렸다 하지 마시고요.'
'내가 네게 내깃돈을 안 주었던 적이 있던가.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또 까먹으셨습니까? 이것 참, 형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별것도 아니었던 대화가 잠시 사무쳤다.
- ······ 원인이······ 무엇이었든. 돌아가고 싶어 그리운 때를 더듬듯이 그런 모습이 된 게 아니라 지킬 것들을 지키려고 꺼내 든 것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서로 아쉬운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커질 때쯤이면 어떤 모습이든 오래된 초상화 들춰보듯이 홀가분하게 마주할 날도 올 테고.
괜스런 기분을 털어내려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은 체이스가, 살짝 웃으며 답을 전했다.
- 그러니 괜찮습니다. 진심으로.
온통 지키지 못한 것 투성이인 과거보다는 지킬 것이 여전히 많은 지금이 나으니까.
진심으로.
* * *
그러고보니 이렇게 해 두는 것이 얼마만이더라.
침대 앞을 두텁게 막아 둔 하얀 커튼을 쳐다보던 칼리안이 소리없는 웃음을 냈다.
오래 전. 독에서 깨어난 뒤 실리케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커튼을 내리고 만났었다. 병색에 물든 모습, 힘없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그렇게 했었다. 칼리안도 한낱 어린애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상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리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커튼을 내려두었다.
실리케의 앞에 그것을 드리웠을 때와는 정 반대의 이유였다. 달라진 모습, 본래의 모습. 칼리안이 한낱 어린애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눈에 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내려두었다.
"더 숨겨야 할 비밀이 남아있더냐."
"보여드리자니 너무 귀한 외견이라. 아껴두려고 그럽니다."
커튼 너머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란델이 잠시 눈을 내리떴다. 마치 그 얼굴을 눈으로 보기라도 한 듯한 칼리안의 말이 이어져 들려왔다.
"목소리만으로도 이미 귀하다고 감탄하지는 마시고요."
"무상한 말을 잘도 하는구나."
"무상하다니. 생각이 없다 하시는 겁니까, 버릇이 없다 하신 겁니까, 혹은······ 덧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무엇이든 중요하겠느냐."
칼리안이 커튼 너머의 그림자를 쳐다봤다.
꼼짝않고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다 입을 열었다.
"한밤에 동생 있던 방에 쳐들어 온 둘째 형님은 막힌 커튼을 제 손으로 걷어내셨었는데. 한낮에 동생 있던 방에 불려 온 첫째 형님은 조금도 가까이 올 생각을 안하시네요."
"그것이 아쉽더냐."
"서운한거죠. 얼마나 다쳤는지도 안 물으시고. 걱정했다 하지도 않으시고."
"불필요한 듯 하여 그리하였다."
"그렇습니까."
"굳이. 형제 사이에."
"그런 거짓말 불편하다 하시더니. 해주시네요."
"서운하다 하기에."
"네. 그럼 병문안 선물로 알고 고맙게 듣겠습니다."
"좋을대로 하거라."
열린 창 밖에서 들려오는 발칸 대원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뒤로한 채로, 란델이 조용한 말을 전했다.
"무슨 일로 부른 것이냐."
"란델 형님은 왕위에 오를 생각이 있습니까."
시덥잖은 말 그만하라는 듯 물어오기에, 시덥잖은 말 그만하고 본론을 꺼냈다. 그러자 뜬금없이 건네진 묵직한 말에도 놀라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자리가 빈다면 오르겠지."
"만약 란델 형님이 왕위에 오르시면, 저와 형님을 탑에 보내실 겁니까."
"그래야 할 테고."
"또, 서운하네요. 방금 전에는 형제라 하시더니."
"또. 무상한 말을 입에 담는구나."
"제 말이 그렇습니까."
"늘 그랬다."
소리없이 웃은 칼리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란델은 가만히 고개를 움직여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그럼 만약. 제가 조용한 영지 하나 내어드리고 그 곳에서 평생 장미나 키우시라 하면. 그리 하시겠습니까."
칼리안의 목소리가 시계 초침을 대신하듯 들려왔다.
"그것은 네가 안배하는 탑이더냐."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고맙다 여기지는 못하겠구나."
"진짜 탑보다는 나을 텐데요."
"받는 입장에선 다를 바 없으니."
"받기는 하겠다는 말씀이시네요."
"받지 않을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 받을 수밖에."
"텐실에 가십시오. 제가 란델 형님 심장 풀어드리고 나면, 탑 대신."
틱, 톡, 틱, 톡.
이번에는 칼리안의 목소리를 대신할 초침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을 들어 넘긴 란델이 소음 가득한 창 밖에 눈을 두었다. 창 너머의 빌헬름 관, 그 너머 카이리스 왕궁의 드높은 벽, 다시 그 너머 어딘가, 텐실을 향해서.
"또 다른 탑에 올려두려는 것이냐."
"그 역시 탑이겠습니까."
"세상의 어디인들."
"탑 싫다 하셔도 광장에 세워드리지는 못합니다. 제가 그런 성격은 못 되어서."
"아쉬울 일이구나. 둘째에게는."
커튼 너머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듣지 못한 것처럼 란델이 곧장 입을 열었다.
"세르제인이 죽었다 하나 가짜가 있다 하였으면서. 그 가짜는 왜 염두에 두지 않고 나를 보내겠다 하느냐."
"그 가짜가 라시드 브리센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 같아서요. 못 믿겠습니다, 그 가짜."
"······ 갑작스런 이름을 꺼내는구나."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라시드 아리엘리라 해드리면 좀 익숙하시겠습니까. 란델 형님의 어머니와 같은 성이니까요."
"더더욱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구나."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부른다 하던데요."
"그 속에 아리엘리의 핏줄이 남아있기는 할지 모르겠다만."
"그것이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근본없는 나라인데."
지금 텐실의 국왕은 죽은 세르제인의 조부였다.
첫째였던 딸은 세르제인이 열 여섯이 되었을 때 사고사했고 둘째였던 아들은 어린 나이에 병사했으며 셋째인 아이샤는 카이리스에서 독살되었다.
세르제인의 모친이었던 시밀라 아리엘리 왕녀와 란델의 모친인 아이샤 아리엘리 공주가 죽고 몇년 뒤, 그레이 브리센의 아내였던 셀레나 하이데른이 자신의 아들과 함께 텐실로 돌아갔다. 텐실 현 국왕의 사촌 누이이자 하이데른 공작가의 가주였던 어머니에게로.
그리고 그 곳에서 라시드 브리센을 키웠다.
라시드 아리엘리,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그런 이름으로 말이다.
"그럼. 그리 근본없는 나라에 나를 두고 안심이 되겠느냐."
"라시드 브리센에게 속아 그 손에 놀아나는 가짜보다는, 서로를 믿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형제 사이에."
"필요할 때마다 늘 자연스레 꺼내지는구나. 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의미없다 여기는 것이지."
"그럼 그냥."
란델의 말에 대한 대답인 것처럼. 팔락, 하고. 가벼운 천을 거두는 소리가 났다. 그 뒤에는 툭, 하고. 가볍게 발을 디디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 차르륵!
란델은 손도 대지 않던 커튼이 휙 걷혔다.
창 밖을 향하고 있던 란델이 고개를 돌렸다.
"당신과 아무 관계없는 생판 남이라 여기고 믿어보시던가요."
긴 청은발을, 그리고 연보랏빛의 눈을 보게 되었다.
가없이 낯선 얼굴에 가득한 깊은 냉소를 마주하게 되었다.
얼어붙을 것 같은 그 서늘한 눈을 계속 바라보던 란델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손에 꽉 붙들린 하얀 커튼을 내려다봤다.
"당신이 그 편이 낫다 하면,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니까."
창 밖의 소란스러움이 귓가에서 멀어져간다.
시계 초침 소리가 어느새 조금씩 들리지 않게 되었다.
"대답. 해주시죠. 란델 형님."
"대답이라······ 그렇게까지 해 가며 네가 무리할 일일까. 그런 생각은 드는구나."
"무리한다 여기십니까."
"굳이."
오로지 앞에 선 이의 낯선 소리만 듣던 란델이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연보랏빛 눈을 봤다.
"형제 사이에."
란델의 목소리가 방을 맴돌았다.
칼리안의 입에서는 긴 숨이 새어 나왔다.
이제야 자신을 제대로 마주 보는 첫째 형.
"좋네요. 새삼스럽고."
그 푸른 눈을 내려다보는 이의 붉은 입에 긴 웃음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