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343화 (344/527)

제61장. 소원(1)

국왕의 알현실에는 시계가 있다.

국왕의 응접실에는 시계가 없다.

시간을 허투루 사용할 수 없을 국왕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자리가 아닌가. 그러니 해야 할 말만 빠르게 하고 물러나도록 하기 위해 알현실에는 시계를 둔다. 알현실 문이 열리는 경우에는 대부분 귀족이나 타국의 사신들이 줄을 이어 국왕을 만나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하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국왕의 피로를 높이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을 지치게 할 순 없으니까.

응접실은 달랐다. 고개를 한껏 들어올려야 국왕의 턱밑을 올려다 볼 수 있을 알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 응접실이다. 응접실에는 왕의 위엄있는 목소리를 사방에 울려퍼지게 만들어 줄 높고 둥근 천장이 없었다. 국왕에게로 향하는 길이 얼마나 먼지를 깨닫게 해 줄 만큼 기나긴 푸른 융단 길도 없었다. 사람을 한없이 위축시키는 완전 무장 상태의 기사들도 없었고 숨소리 하나조차 신경쓰게 만드는 서기관도 없었다. 그리고 시계도 없었다.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자리.

존엄한 국왕이 적당히 편안한 상대와 만나는 자리. 국왕의 서재나 집무실만큼은 아니었으나 알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적인 자리. 그런 자리에서 국왕과 대화를 나누는 장소였다. 그러니 어찌 시계를 놓겠는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그 어떤 것에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국왕과의 대화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왕궁에 귀한 손님이 갑자기 찾아와 늦었습니다. 혹여 내가 오래도록 기다리게 했습니까."

"아닙니다, 전하."

때문에 세르제인은 이곳에 온 지 얼마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지 못했다. 가만히 앉아서, 체이스가 오기 전까지 긴장을 풀고 있을 수 있도록 준비된 쌉싸름한 맛의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니 사실대로 대답하려면 오래 기다렸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말해야 할 일이다.

곧 시종 한 명이 들어와 세르제인의 차를 거두고 새로운 차 두 잔을 내려놓은 뒤 나갔다. 이 시간에 어울리지 않을 상쾌한 민트 향이 올라왔다.

"들어요. 오늘따라 차 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왕궁의 별관 말고 본궁.

왕궁의 정원이 가장 잘 보이는 평안한 곳에 머무르게 한 손님. 사냥 내기를 하고 오랬더니 세크리티아 전역에 지진을 만들고 온 귀하디 귀한 손님을 떠올리며 소리없는 한숨을 쉰 체이스가 이렇게 얘기했다. 국왕의 허락 없이 찻잔에 손을 대지 못할 방문객에게 차 마시기를 허락하는 말이기도 했다.

곧 웃음을 거두고 창 밖을 확인한 체이스가 입을 열었다.

"해가 진 지는 오래 된 것 같은데. 나를 찾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말이 서늘하다.

체이스의 말마따나 지금은 밤이었다. 그것도 완전한 한밤중이었다. 어지간한 이들이라면 왕궁에 들기는 커녕 저마다의 침대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그리고 체이스는 분명 해가 지기 전까지 생각을 마치고 찾아오라 이야기했었다.

그것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신성기사에 대해 눈감아주는 것과 관련된 거래는 이미 무산되었고 그것을 재고해 볼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민이 늦어져 시간이 지난 것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두 번이나 체이스와의 약속을 어긴 셈이다.

체이스가 따로 전해 둔 말이 없었다면 이런 시간에 왕궁에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세르제인이 말을 이었다.

"신성기사의 처분에 대해서는 전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양국간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어겼으니 이 이상의 부탁은 드리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본국의 상황을 배려해주신 전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전하."

체이스의 시선이 세르제인에게 가 닿았다.

그날 낮에 왕궁을 찾아왔을 때와 달리 지금의 세르제인은 왕세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붉은 재킷과 하얀 셔츠, 그리고 베이지색 바지와 같은 색 망토를 차려 입은 채였다. 텐실 왕세자의 정복인 것이다.

체이스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이번에는 테일란도 함께 들지 않은 응접실을 둘러 본 세르제인이 입을 열었다.

"텐실 왕가의 성을 '아리엘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꿀 것인지 아니면 유지할 것인지, 고작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장미 정원으로 산책을 갈지 검술 수련장으로 향할지를 정하듯 쉬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결정을 내렸겠군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전하를 찾아 온 용건은 바뀌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저 감사인사만 했으리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체이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의 바다와 같은 잔잔한 목소리가 응접실을 작게 울렸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텐실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신성기사의 일을 귀족들이 알게되고 왕실에의 위협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텐실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크리티아 국왕 전하의 조언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전하께 그 일을 부탁해선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찻잔을 든 세르제인이 민트차 한 모금을 넘겼다. 그것을 소리없이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 힘이 있는 사람과 힘이 없는 사람, 단순히 그것이 아니라 일국의 국왕과 일국의 왕세자이기 때문에. 저는 함부로 전하께 도움을 청할 수 없습니다."

체이스가 세르제인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사이 세르제인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란델 왕자를 만나 앞날을 약속받든, 제 스스로 앞날을 도모하든. 제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네가 왕위에 직접 오른다면 텐실의 국왕과 진짜 왕세자의 목숨을 살리는 것에 도움을 주겠다. 그러니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결정하여 찾아와라.

체이스는 그리 말했다.

왕세자의 최측근. 십 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왕세자의 뒤를 지켰다.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우고 왕세자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고 몸짓하나 손짓하나 다르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 만큼이 되었다. 그러나 생각 깊은 곳까지 왕족의 것이 되진 못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라는 아리안느의 말에 어떤 도움을 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를 판단했으나 도움을 요청하는 그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체이스의 말을 듣지 않기로 결정한 뒤 감사하다는 말만 전하려 이곳에 찾아왔다. 비록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결정이 맞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에.

"알겠습니다."

향후 텐실과의 관계를 결정지을 수도 있었을 자리가 무산되었음에, 체이스는 담백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지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을 하는지. 아무것도 표정에 드러내지 않은 채 언제나와 같은 부드러운 웃음만 짓고 있었다.

"죽은 이들을 수습하고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용인해주신다면 사흘만 이곳에 더 머무르다 본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많은 폐를 끼친 것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오지랖을 한 번 더 부려보자면. 감사와 사과의 말은 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와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다른 나라 사람을 대할 때는 더더욱."

"왕세자 세르제인으로서가 아니라······ 전하께 배려를 받은 기사, 브렌다 엘누르의 이름으로 드리는 감사와 사과입니다."

체이스의 입매가 작게 올라갔다.

"이름을 알려도 상관없겠습니까. 나는 내가 그대의 정체를 눈감아 주겠노라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큰 배려에 대한 보답입니다."

체이스가 조금 더 눈에 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동안 다른 말 없이 세르제인의 얼굴을 지켜보던 체이스가 고요한 목소리를 냈다.

"오늘."

기사의 얼굴을 한 채 타국의 국왕에게 부탁을 하고 왕세자의 얼굴을 한 채 타국의 국왕에게 감사와 사과를 전한 이를 향해, 큰 새의 날갯짓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와 내려앉았다.

"해가 뜨기 전에. 이름없는 기사 넷이 왕궁의 서문으로 나가게 될 겁니다."

세르제인이 체이스를 쳐다봤다.

거래는 분명 무산되었다. 이제 체이스는 저 신성기사들이 세크리티아에 몰래 들어오게 된 연유를 텐실에 묻고 항의하면 될 일이다. 서로간의 무역이든 또 다른 어떤 거래든 유리한 입지를 하나 차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신성기사를 내보내겠다 말하고 있었다. 그들을 잡아다 세르제인에게 유리한 패로 쓰든 아니면 죽이든, 그냥 건네주겠노라고.

"저는 아직 전하와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나 역시 그대와 더는 거래할 마음이 없습니다."

체이스가 손을 움직여 향 좋은 민트차를 마셨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을 음미하듯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체이스가 말했다.

"호의입니다."

이 말을 들은 이, 왕세자 세르제인 아리엘리이기도 하고 기사 브렌다 엘누르이기도 한 이가 짧게 묵례했다. 호의에 대한 보답으로는 그 정도면 충분할 테니까.

* * *

바나나를 금지당했다.

히나에게.

"나 배고픈데."

세상에 이보다 서러운 일이 또 없다는 얼굴이 된 칼리안을 보며 히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 바나나, 귤, 딸기, 차, 우유, 다 안 돼요. 밤부터 물, 드세요.

그 말을 들은 칼리안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눈을 했다. 그러나 히나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 고기. 당연히, 안 돼요.

"히나······ 며칠 지났다며. 사람이 뭘 먹어야 살지. 안 그래?"

- 며칠 굶어도, 괜찮아요. 자상한 왕자님, 튼튼하니까. 그 정도로는, 안 죽어요.

말에 가시가 잔뜩이다.

창 밖 가문비나무에 잠시 머무는 작은 새처럼 작고 소중한 우리 히나가 왜 이렇게 독해졌나 하고 생각해보다 그게 다 자신 때문임을 깨달은 칼리안이 한숨을 푹 쉬었다. 지독한 사람을 계속 살려놨으니 히나도 독해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어서였다.

세크리티아 사람들이 지독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대부분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그 세크리티아 사람들보다 지독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는데, 그것이 바로 카이리스의 3왕자라는 사실 말이다.

- 하루를 꼬박 넘기도록, 피를 토하고, 나흘 동안, 정신도 못 차리고, 주무셨어요.

나무 뿌리 하나 자르겠다며 제 속을 먼저 다 자를 뻔했다.

만약 다누가 마지막에 물러나주지 않았다면 창자가 잘리든 심장이 잘리든 어디 하나는 잘렸을 정도였음에도 그걸 참았다. 그래놓고 걷고 웃고 말을 했다. 그렇게 토해내던 피도 플란츠를 만난 뒤로 뱉어내질 않았다. 가늠할 수도 없는 세월을 한 자리에 서서 버틴 어머니 나무의 고집을 꺾어냈을 정도로 지독한 인간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 부군단장님은 물론이고, 좋은 왕세자님까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어요.

그렇게 지독한 놈이라서 플란츠는 몰랐다.

겉보기로 상처가 없었으니 몸 속에 이상이 생겼으리라, 스스로도 많이 다쳤다 했으니 속이 다쳤으리라 생각은 했다. 다만 그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레이븐을 따라오는 아르센이 멀리 보일 즈음, 칼리안이 조용히 발을 멈췄다. 그리고는 선 채로 눈을 감았다. 플란츠는 그제야 칼리안의 상태를 제대로 알았다.

아르센이 눈에 보이게 된 이후에야 그나마도 꼿꼿이 선 채로 정신을 놓은 지독한 놈을 들춰업고 나서야, 더위도 추위도 안 탄다던 놈의 몸이 떨리는 걸 알았다. 피를 얼마나 흘리고 왔는지를 그제야 알았다. 칼리안이 제 앞에서 피를 토하면 누구를 떠올릴지 알아서, 꽃을 치우듯 그것까지 치우고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다.

그 길로 왕궁으로 왔다.

변경백령에 들렀으나 아리안느가 없어서, 아르센은 곧바로 체이스에게 이야기를 전한 뒤 별장에 전서구를 보냈다. 그리고 세크리티아 왕궁으로 말을 달렸다. 왕궁을 지나쳐 별장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히나를 왕궁으로 부른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시간도 아끼고 안전도 보장될 테니까.

- 그러니까 바나나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또 지난 번처럼, 저 몰래, 바나나 잔뜩 드시면, 아무리 자상한 왕자님이라 해도, 안 고쳐 줄, 거예요.

에반과 싸우다 배에 구멍이 난 뒤에 히나 몰래 바나나 까먹은 걸 아직도 안까먹고 있었나보다.

그건 저기 밖에 가문비나무 아래서 고양이들이랑 놀고 계시는 약간 덜 파릇파릇한 형님 저하께서 주신 거지 내가 먹은 거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안 그럴게."

- 거짓말.

히나의 고운 눈썹이 찌푸려졌다.

거짓말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친 칼리안이, 제 이마에 손을 대 보며 열을 재는 히나의 손을 가져다 꼭 잡았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손으로 어떻게 그렇게 야무지게 치료를 해주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조용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 살려줘서. 없었으면 못 살았을 거야. 히나."

몸이 다쳐서든 마음을 다쳐서든.

손이 붙들려버려서 할 말도 뺏겨버린 히나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히나의 손이 따뜻해서, 칼리안은 한동안 그 손을 잡고 있다 놨다.

열은 내리고 이제야 혈색이 도는 것을 확인한 히나가 다시 말했다.

- 다치지 좀, 말아요. 다들 걱정한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알아. 아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어."

- 사람은 늘,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요. 그럴 때마다 매번, 이렇게, 다칠 거예요? 어쩔 수 없어서, 다치고, 걱정시키고, 그럴 거예요?

"그런 방법밖에 없으면. 그럴 땐 그럼 어떻게 해야 해."

- 다른 방법, 찾아요.

명쾌하다.

이보다 명쾌한 답이 또 있을까.

칼리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소리로, 괜한 고민을 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히나의 까만 눈을 들여다보다 입을 열었다.

"히나."

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아직도 브리지트 숲에 가보고 싶어?"

- 궁금하기는 해요. 엄마가 가고 싶다고, 한 곳이니까요.

히나는 칼리안이 예상했던 대답을 했다.

다만 이제 그곳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칼리안이 전부 망가뜨려놓지 않았던가. 그에 대해 칼리안이 무어라 말을 하려 하는데 히나의 말이 이어졌다.

- 그런데. 많이 궁금했으면, 갔다 왔을 거예요.

꼭 칼리안이 데려가야지만, 칼리안이 허락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히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보지는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야?"

- 그곳에, 제가 보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히나가 이번에는 칼리안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순간적으로 꺼내놓을 대답을 찾지 못한 칼리안을 향해 히나의 말이 이어졌다.

- 저는, 일부러 안 갔어요. 왕자님 가실 때, 같이 가겠다고도, 안 했고요.

"······ 히나."

- 알아요, 저도. 우리 엄마 얘기.

이렇게 말한 히나가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여보였다.

사람 속내 잘 들여다보는 칼리안도 읽어내지 못할 얼굴을 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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