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312화 (313/527)

제55장. 나락으로, 당신을(4)

르메인은 기침조차 마음껏 하지 못한다.

왕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의 중대함 때문이다.

두어 번의 기침 소리에 대한 소문이 왕궁을 나설 즈음이면 심한 기침이 되고 아스트리샤 거리를 지나칠 때엔 감기가 되며 외성 밖을 나선 이후에는 어느새 폐렴이 된다.

단순한 억측과 오해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작 기침이었을 뿐이었던 것은 간혹 세금 탈루 혹은 영지전으로까지 이어진다. 건강이 악화된 국왕이 세금 문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리라 여기거나 지지하는 왕자가 서로 다른 영주들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이 넓은 나라의 모든 귀족이 똑똑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으니 생기는 문제였다.

"혼자 돌아간다는 말이나, 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혹시 내 아들들에 대한 소리인가."

그래서 조용해졌다.

곁에서 마른침을 삼킨 것이 누구인지를 곧바로 짚어낼 수 있을 만큼 조용해졌다.

생전 처음 보는 수정판을 앞에 둔 르메인을 향해 수십 쌍의 시선이 꽂혔다. 그 눈동자들이 움직일 때 낡은 나무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대 나라에 군대를 보내줄 수는 있네."

기침 한 번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리. 손짓 한 번 눈길 한 번이 있는 힘껏 과장되고 부풀려진 채 소문이 되다 어느새 사실이 되어 되돌아오는 자리. 그것을 아는 사람임을 알기 때문에 조용해졌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기에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지 않았던 국왕이 꺼낸 말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조용해졌다.

'군대라고?'

'어디에 군대를 보낸다고?'

그리고 자신들끼리 눈짓을 주고 받았다.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세크리티아 왕궁으로.'

그러니까, 그날은 참 대단히도 평범한 날이었다.

날씨는 살을 도려낼 듯이 추웠으나 날은 맑았다.

귀족회의가 있었고 오늘 르메인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회의를 이어나갔다. 란델은 언제나와 같이 표정없는 얼굴로 르메인의 곁을 지켰고 아직 제 위치를 공고히 하지 못한 그레이 브리센 후작은 오늘도 별달리 입을 열지 않고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르메인의 앞에 용도 모를 수정판이 하나 있었으나 그러려니 했다. 그 하나만을 제외하면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데.

-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면, 듣겠습니다.

갑작스레 끼어든 목소리 하나가 회의장을 울렸다. 그 낮은 목소리는 분명 생일을 자축하며 화려한 여정에 오른 2왕자, 아니. 왕세자의 것이었다.

-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 전쟁입니다.

귀족들이 입을 벙긋거리기 시작할 때 르메인이 손을 들었다. 자신의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할 것을 명령했다. 강제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누군가와 플란츠의 대화가 이어졌다.

- 혼자 안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네. 3왕자가 얌전히 탑으로 들어갈 리 없으니.

그리고 이런 말이 나왔을 때 르메인은 다시 한 번 입가에 손을 가져가야 했다. 귀족들이 다시 웅성거리려 했기 때문이다.

- 나는 내 동생을 배신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겁니다.

이어진 대답에 대해서는 굳이 조용히 하기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새하얗게 탈색된 얼굴의 귀족들이 일제히 그레이를 쳐다봤으니까. 지금 플란츠가 한 말을 들었느냐 묻듯이.

물론 그들이 소란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르메인은 더 이상 막지 못했을 것이다.

- 뚜둑.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놓은 주먹에서 울린, 결코 작지 않은 소리가 그 심정을 대변했다.

플란츠가 자신을 찾으리라는 말 외에는 다른 어떤 이야기도 사전에 전해듣지 못한 르메인은 영문도 모르고 수정판을 놓은 채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왔다.

참 다행하게도 르메인이 오래도록 인고할 필요는 없었다. 곧이어 플란츠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며 화면이 밝아졌으니까. 그래서 르메인은 참고 있던 대답을 내어줬다.

기침 두어 번이 어떻든 말든.

중앙 귀족 전체를 앞에 둔 국왕의 말이 어떻게 번지든 말든.

"······ 오로지 그대 한 명의 목숨을 위해서."

이보다 더한 욕지거리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당장 원하는대로 전쟁을 내겠노라 선언하지 않은 것이 천행이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십 쌍의 시선이 다시 르메인을 향했다. 정확히는 르메인의 앞에 놓인 수정판을 향했다. 귀족들 쪽에서는 화면이 보이지 않았으나 상황으로 보건대 그것은 분명 데블란이었다.

"르메인. 오랜만에 보게 되는군. 갑작스런 만남이니 반갑다는 인사가 먼저여야 하지 않겠나."

여유 가득한 데블란의 음성이 회의장 안을 맴돌았다. 당황조차 하지 않고 이어진 대처에 할 말을 잃은 귀족들 대신 르메인이 입을 열었다.

"잘 머무르게 하다 돌려보내달라 그리 정중히 부탁을 하였는데. 꽃을 주었군. 그대는. 내 아들에게."

앨런이 들었다면 누가 누구한테 뭘 가지고 타박하느냐 하겠으나 지금 르메인은 그것 역시 걱정하지 않았다.

"싫어하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거기에 더해 참담한 말을 입에 담기까지 했는데."

"참담이라."

"아프다더니. 정신머리가 아프다는 소리였나."

또 한 번 정적이 흘렀다.

국왕의 막말을 들은 카이리스의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데블란 역시 잠시 말을 멈췄다.

"아, 이런."

르메인을 쳐다보던 데블란으로부터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처음에는 작았던 웃음이 이내 상당히 큰 웃음으로 바뀌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말을 들은 것처럼, 지금 당장 웃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만큼 재밌는 일을 마주한 것처럼.

"내가 얼마 전에 누군가로부터 그말을 들었는데 같은 소리를 고스란히 다시 듣게 될 줄이야. 그 아이와 그대가 닮을······."

그런데 그때, 잘 이어지던 데블란의 목소리가 끊겼다. 뿐만 아니라 화면도 검게 변했다.

가라앉은 얼굴의 르메인이 고개를 돌려 옆을 봤고, 상황을 살피던 마법사가 곁으로 다가와 설명을 전했다.

"플란츠 저하가 마력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다시 연결할까요."

수신한 쪽에서는 마력을 쓸 필요가 없었으나 수정판 이용에 서툰 르메인을 돕기 위해 함께 자리하고 있던 사람, 니들렌이었다.

한동안 수정판을 들여다보고 있던 르메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되었네."

"네. 그럼 세크리티아에 몇 명을 보낼까요, 전하."

지금 당장 왕궁 앞 서점에라도 다녀올 것 같은 표정과 또렷한 목소리. 덕분에 귀족들은 갑자기 사레라도 들린 듯 급히 고개를 돌리며 르메인의 시선으로부터 얼굴을 숨겼다.

그들의 모습에는 신경쓰지 않은 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던 르메인이 입을 열었다.

"회의 마치지."

니들렌이 아닌 귀족들을 향한 말이었다.

갑작스레 맞이한 상황에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귀족들과, 플란츠의 목소리가 들려온 이래로 줄곧 란델을 쳐다봤던 그레이. 그리고 하루속히 플란츠가 그 웃기지도 않은 가짜 직위를 벗어던지기를,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플란츠에게 고개 숙일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 외에는 이 거창한 연극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는 란델까지. 모두가 일어나 회의장을 벗어났다.

그 후로도 한참동안 르메인으로부터의 대답이 없었다. 그런 르메인을 독촉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한 니들렌이 한 발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르메인의 뒤에서 호위기사 렌과 함께 말 없이 서 있던 소드마스터 시오나와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제이아 경."

"네, 전하."

"몇 명이면 되겠나."

"······ 사람 한 명 잡는데 마법사 두 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정신나간 마법사가 화까지 나면 참 무서워지는 터라.

싱긋 웃은 니들렌이 손가락을 펼쳐 수정판을 가리켜보이며 말을 맺었다.

"아무나 한 명이면 족합니다."

한 명.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을 뿐. 고작 한 명이면 일국의 국왕 목숨을 없애버릴 수 있다. 그것이 발칸이었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아무나 한 명.

누가 그 한 명이 될지는 고민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곧 르메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연락이 온다면 마나실 경 복직시키라 전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니들렌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데 르메인의 목소리가 한 번 더 회의장을 울렸다.

"······ 조심히 다니라고. 그 말도 함께."

아직 고개를 들지 않은 니들렌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네. 전하. 꼭 전하겠습니다."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르메인이 회의장을 벗어났다.

* * *

언뜻 르메인의 옆으로 란델이 보였다.

이왕이면 왕세자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조금 더 늦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세렌티에게 세자위에서 내려올 일은 카이리스에 도착한 뒤 생기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볼까 진중하게 고민했다. 이번이 아니면 대체 언제 란델이 고개 숙이고 경어까지 쓰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안네 이름 정하는 것보다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검게 변한 수정판에서 시선을 뗀 데블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3왕자가 숨긴 것에 대해 카이리스의 국왕에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네만. 그리 급하게 연결을 중단하는 것을 보니 그대도 항상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었나 보군."

"여유와는 거리가 멉니다. 언제나 항상."

여전히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은 플란츠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데블란이 수정판을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가 참으로 신기한 물건을 지니고 있었군. 숨기는 것을 잘 하는 재주는 카이리스 왕실의 특기인가."

"전하의 언변만큼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의미로 걸러 듣겠네."

"그렇게 하십시오."

"그나저나 그대에 대해 조금 더 제대로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리 많은 것을 의심하느라 그대의 진가를 겪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었으니."

"더 이상 저에게 기대를 두지는 않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미 겪어보신 것조차 믿지 못하셨던 분 아니십니까."

데블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물 한 모금을 더 마신 뒤 대답을 위해 입을 열려 했을 때, 플란츠의 말이 먼저 나왔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무엇을 말인가."

"필요로 하시는 것을 드린 것 같은데.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데블란이 플란츠를 바라봤다.

깊숙이, 아주 깊숙이 바라봤다.

"······ 그러하군."

앨런 마나실.

앨런 마나실의 선제 공격.

그것이 필요하다 여겼다. 플란츠가 입 밖으로 먼저 내었으나 분명 데블란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것을 방금 플란츠가 이뤄 준 것이다. 아들 걱정에 애가 닳은 르메인은 분명 앨런 마나실을 움직여 줄 테니, 이렇게 르메인과 데블란 모두를 속여가면서.

"동생을 배신할 생각이 없다 하더니."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숨기는 것을 잘 한다고."

데블란의 뱀 같은 두 눈이 수정판을 향했다가 플란츠의 연두색 눈을 응시했다.

의심 많은 이가 생각을 한다.

목숨을 걸고 플란츠의 손을 잡을지, 잡지 않을지.

"그래. 기대를 다시 가져보지. 그대에게."

플란츠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더이상의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를 올리고 뒤로 돌아섰다.

"다만."

그런데 데블란의 말이 플란츠를 붙들었다.

"그대는 본궁에 머무르는 것이 낫지 않겠나. 이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억류입니까."

"여기기에 따라 다를 테지."

여기기에 따라 다르다지만 결국은 인질 노릇 하라는 소리가 아닌가. 앨런 마나실로부터 공격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목숨은 보전할 수 있도록 칼리안과 격리해 두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발을 멈춘 플란츠가 다시 한 번 느리게 눈을 깜빡인 뒤 여전히 데블란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목숨을 얻고자 하신다면 전하께서도 같은 것을 걸어주셔야 한다 여겼습니다."

앨런 마나실이 움직이고, 전쟁을 시작해 판도를 뒤엎고 체이스를 다시 내리누르고 칼리안을 없애고, 방해꾼을 다 치워내고 치료를 받고. 그 정도의 많은 것을 얻어내려면 데블란의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겠나.

"만일의 일에 대한 대비라 해 두겠네."

드미레아의 저택에서도 한동안 인질 노릇을 했었는데 여기 와서까지 같은 역할을 하게 생겼다.

그 때와 같은 점이 있다면 두 번 모두 까맣고 빨간, 짖는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 차이가 있다면 그 때는 자발적인 억류였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

"무슨 말씀이신지는 이해했습니다만. 대비책 없이 온전히 전하의 것만 걸고 나서야 취하실 수 있는 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한 플란츠가 잠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데블란을 향해 선 뒤, 데블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하의 대비책이 되어드리기에는 값이 비싼 목숨이라서. 어렵겠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발칸 치유사의 급여로도 충당 못한 치료비 들여가며 살려낸 목숨인데, 또 함부로 쓰면 이번에는 뭘로 갚아야 할지 가늠도 안 된다.

그러니 이제 좀 아껴 써야 하지 않겠나.

"그대의 안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고 함부로 쓰는 듯 하더니.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닙니다."

플란츠가 발 끝으로 바닥을 한 두 번 톡톡 두드렸다.

데블란이 모르고 있는 또 한 가지를 알려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할 이유가 없으니 하지 않을 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어영부영 하고 있으면,

"······ 형님."

알아서 살리러 잘 와주실 동생놈이 있으니.

걱정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뭐하십니까, 이런데서. 아직까지."

플란츠가 데블란을 향해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식사 잘 하셨습니까."

"배고파."

"잘 됐네요. 저도 고파서. 같이 드시죠."

"싫어."

"네."

숨기는 것 참 잘 하지만 데블란에게는 딱히 숨긴 것 없는 플란츠와, 완두콩 절여지기 전에 건지러 온 칼리안이 데블란의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 소원은 정하셨습니까.

- 아직.

- 왜요.

- 모르겠어서.

- 그거 하루 지나면 효력 없습니다. 빨리 정하십시오.

- ······ 알았어.

- 형님 혹시 데블란한테 또 저 파신 건 아니죠.

- 팔았는데.

- 네.

서로 다른 두 발소리가 복도를 울리다 사라져갔다.

- 굳이 안 와도 됐을 것 같은데.

- 배고파서요. 빨리 밥 먹으려고.

- 반말.

- 빨리 밥 먹으려고요.

그러니 과연 저 형제의 사이가 좋은 것인지, 아닌지.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데블란을 남겨두고서.

- 여긴, 다 재운 건가.

- 사실 제가 슬립 마법을 잘 못 씁니다.

플란츠가 소리없이 웃었다.

기사들은 때려눕혔고 시종장은 마법으로 재웠다.

죽은 이들이 없으니 곧 다들 일어날 테고 데블란은 별 말 못할 것이다.

- 어지간히도 걱정하셨나보군. 내 아우님께서.

- 네.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나.

무식하게 부수고 들어온 문고리가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문고리 정도야 뭐. 얼마나 하겠나.

제 값 치뤄서 잘 변상해주면 될 일이다.

곧 이 궁의 주인이 될 체이스에게.

그러니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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