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이성이 없는 듯하여(2)
히나를 데려 올 생각은 없었다.
애초부터 칼리안도 플란츠에게 끌려오다시피 출발한 여정이 아니던가. 파란 머리 미친 따까리와 레이첼이나 간신히 챙겼던 칼리안이 직접 이 인선을 꾸려 올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만약 이곳에 올 이들을 칼리안이 결정할 수 있었다 한들 히나가 들어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장 루이즈의 병세가 심하지 않았고 늘 몸을 아끼지 않는 칼리안이나 플란츠에게는 축복의 힘이 있었으니까.
일행의 사이에 에일라가 있는 것을 보았을 때에도 결국 따라왔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지는 것은 느꼈으나 그 뿐이었다. '히나의 곁을 지키라' 했던 칼리안의 말을 에일라가 열심히 수행중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마 히나가 같이 올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면, 이 겨울날에 함께 길을 나섰다가 바람 불어 날아갈까 눈이 내려 파묻힐까 이 추운 날에 손이 얼까 발이 얼까 세크리티아의 짠 공기에 피부 한자락 메마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 떼어놓을 길 없을 귀하디 귀한 우리 히나 걱정에 칼리안 발 뻗을 날이 없었을 거다.
그래서 플란츠는 그냥 말 안했다.
아르센의 품을 떠난 코코가 유난히 한 명의 기사를 잘 따르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던 칼리안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그 즈음에는 이미 국경이 코앞이었다.
크다 만 시금치 가운데싹같이 여리고 순하신 우리 형님 멱살을 두 번 잡을 수도 없으니 어쩌겠나. 다녀오면 대련이나 좀 해드려야지 하고 일단 히나와 함께 세크리티아까지 왔다. 기사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쏟으면 그것도 이상할 것 같아서 신경쓰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하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이 쯤에서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히나 나이가 더 많다. 두 살이나 많다.
뭐, 아무튼.
왕자들이 또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한 곳에 갈 것이 분명해서 히나가 먼저 나섰다. 에일라가 가지고 있는 신기한 변장 마법 도구를 빌리면 된다며 플란츠를 설득했었다.
그렇게 따라나서길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는 히나에게,
- 제가 같이,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요?
칼리안은 엄청 혼났다.
"히나. 나 다 나은 것 같아. 내일부터 나는······."
- 더 오래 걸려도, 두 분, 같이 치료할 거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런 말 한 번만, 더 하면, 자상한 왕자님이랑, 얘기 안 할 거예요.
게다가 이렇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을 들었다.
- 아픈 것, 티 안내고, 돌아다니는 게, 다른 사람들한테,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알기는 하세요?
배울 것 넘쳐나는 사람이 비단 플란츠만은 아니었던 터라. 이런 것을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볼 여유 없이 일생을 보낸 이의 버릇을 아직 다 버리지 못한 칼리안은 그저 웃었다.
- 그런 얼굴로, 보셔도, 안 봐드릴, 거예요.
서러워졌다.
예쁜 얼굴 안 통하는 사람만 한 명 늘어나버렸다.
"알았어. 조심할게. 진짜 조심할게, 히나. 아픈것도 얘기할게."
결국은 칼리안의 입에서 이런 말을 한 번 더 꺼내게 만든 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히나가 무리를 해 가며 상처를 더 많이 치료하고 푹 쉴 수 있는 상황이 되질 못했다. 두 명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마음놓고 오랫동안 루이즈가 있는 방에 머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으니 히나의 진을 다 빼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히나는 어떻게든 매일매일 루이즈를 찾아와 치료를 하기로 했다. 칼리안도 거절 않고 매일 조금씩이나마 치료를 받겠다 약속을 했다.
- 똑똑.
그리고 그 때.
"카이리스의 플란츠 왕세자님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테일란이 다가와 이렇게 물어왔다.
아직은 히나가 칼리안과 루이즈를 치료하고 있던 중이어서, 체이스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곧 문이 열리고 플란츠가 저벅저벅 들어왔다.
히나의 고개가 플란츠 쪽을 향했다. 플란츠의 안색을 다시 확인한 히나의 입에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환자 한 명이 늘었다.
우선은 셋 모두 당장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만 치료를 하고 체력을 아껴두기로 한 히나가 플란츠를 향해 말했다.
- 이리, 오세요.
자칫하면 히나가 세 명을 치료하겠다 들 것 같아서, 조금쯤 움직이기 편해졌음을 느낀 칼리안이 플란츠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그런 칼리안의 입에는 회심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형님 너도 혼날 거다.
이런 의미가 가득한 웃음을 본 플란츠가 살짝 눈꼬리를 찌푸렸으나 다른 방법이 있겠나. 칼리안이 앉아있던 자리로 간 플란츠의 손목이 히나에게 얌전히 붙들렸고, 어김없이 히나의 손이 바빠졌다.
시들거나 절여진 것 말고 조금 생소한 얼굴로 '알았어'를 연발하는 플란츠의 말을 적당히 들어 넘긴 칼리안이, 히나가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본 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체이스의 어깨를 가만히 몇 번 두드린 뒤 테라스 쪽을 가리켜보였다.
"잠시 얘기 좀 하시겠습니까."
"그래."
체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칼리안은 잠든 루이즈와 플란츠의 팔에 손을 올려둔 히나,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테일란을 지나쳐 테라스로 나갔다. 체이스가 조용히 뒤따랐다.
본래 칼리안과 플란츠가 히나의 치료를 받을 것은 계산하지 못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르센이 오려면 아직 조금 시간이 남았으니 우선 히나의 말대로 치료부터 받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될 터였다.
그렇게 잠시 얻게 된 여유 덕에 아주 잠시 발을 멈출 시간을 얻었다. 어두운 커튼을 걷어내고 한 발을 움직이자 넓은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테라스에 서게 되었다.
"앉으세요. 형님."
체이스의 방.
그곳에 놓인 긴 테라스. 유리 테이블과 검은 색의 의자. 처음으로 오게 된 곳. 그 전경을 낯선 느낌 하나 없이 둘러보던 칼리안이 참 자연스럽게 의자로 걸어가 앉으며 말했다.
"히나는 무엇이든 잘 고치는 아이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조금씩 치료를 하기로 했으니 며칠 치료받으셔야 되겠지만 곧 다 나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가 어떤지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구나."
"저는."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걱정하지 않을까.
그새 히나의 말을 다 까먹고 또 이런 생각을 하던 칼리안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톱날 달린 검에 허리가 뜯겨 나갔습니다. 그 안쪽으로 스몄던 독이 심장 부근까지 퍼졌고 내장이 상했습니다. 등에도 자상이 있는데 척추가 잘려나갈 뻔했어요. 그렇게 다치고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서 여기로 왔습니다. 해독은 됐지만 상처는 그대로였고, 녹아내렸던 속은 축복의 힘 덕에 간신히 다시 차오르고 있던 중이었고, 방금 전에 히나가 밥은 먹을 수 있게 해줬고요."
체이스의 눈이 꾹 감겼다.
괜찮냐고 물어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 움직이냐고 물어봐야 할 판이다.
"많이 아픕니다. 지금 누가 덤비면 아마 죽을지도 몰라요. 움직이는게 아파서."
"그래."
자신의 상태를 담백하게 일축하여 다시 설명한 칼리안이 작게 웃었다.
"저만 다친 것도 아니었어요. 플란츠 형님도 꽤 다쳤습니다. 그런데 왔습니다. 플란츠 형님께 왕세자위 넘겨서 암살자만 못 오게 한 채로, 위험할 것 알면서 죽을 만큼 아픈 것 참고 온 겁니다. 왜 오지 말라 하셨는지 몰라서 무작정 온 것이 아니라, 어머님 살리려고요. 살릴 수 있어서 온 겁니다."
체이스의 고개가 가만히 위 아래로 움직였다.
그런 체이스를 잠시 지켜보던 칼리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세크리티아 내부가 이렇게까지 곪아 있는 것에 형님 탓도 있다는 건 저도 압니다.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신 만큼은 충분히 미안해하신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얼굴 펴세요."
위로를 하겠다는 건지 마음의 짐을 더해주겠다는 건지.
위로라는 것을 해본 적 없던 칼리안이 나름대로 어렵게 꺼내놓은 말에, 체이스가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어쨌거나 체이스가 조금쯤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여긴 칼리안이 고개를 돌렸다. 오후의 햇살이 길게 비추는 정원이 보였고 먼 곳에 루이즈가 머무는 별관이 작게 눈에 들어왔다.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모습은 잊고 지냈는데."
내성 밖 어느 한 곳에서 올려다보던 첨탑에도 올라보았고 정원에도 들어서 보았다. 별관에도, 별장에 만들어진 베른의 방에도 들어가 보았다. 왕실의 바다에도 가 보았다.
"······ 형님께서 참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지내셨던 것을 보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벽난로가 하나, 침대가 하나, 하얀 욕조가 있는 욕실이 하나. 소파가 하나, 책상이 하나. 책장이 하나. 그것이 전부인 방. 어두운 방. 단촐한 방. 디에나의 별장에 있던 그 방처럼, 황량한 방.
"형님 방 두고 왜 여기 와서 지내셨습니까."
베른이 지냈던 그 방을 그대로 꾸며놓고, 그곳에서 베른이 그리했던 것처럼 머리를 기르며 지내오다 카이리스에 찾아왔던 것임을 이제야 제대로 알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리 하고 있더구나."
칼리안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체이스가 그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그러나 시선만큼은 정원이나 칼리안을 향해 있지 않았다. 테라스 너머 보여지는 어두운 빛의 침대, 그 위에 누운 루이즈. 그 곁에 앉은 히나와 플란츠를 향해 있었다.
한참동안 그 모습을 보던 체이스가 말했다.
"나는 너의 마지막을 지켜봤고, 어머니는 나의 마지막을 보셨고, 아리안느는 그런 어머니를 먼저 보냈던 것 같고······. 그 모든 것을 지켜봤을 사람이 저렇게 어머니 곁에 있는데. 그것을 두고 다른 걱정이 들지 않으니. 그것을 두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글쎄요. 무엇이라 해야할까요. 이상하다고 하면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늘 재밌다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말을 마친 듯 혹은 멈춘 듯.
칼리안의 입이 조용히 다물렸다.
"다시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 이렇게 다시 조용히 열렸다.
"시나스타가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고. 그 바다를 보고. 첨탑에 오르고, 그 별장에서 잠을 자고, 이 방에 오게 되고. 어머님을 만나고. 형님 곁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모든 것을 다시는 못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루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할 일이 맞을 겁니다."
"그래."
칼리안이 고개를 주억거리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한 얼굴로 다른 말 하나를 꺼냈다.
"모든 일이 끝나거든 이곳에 돌아와 다시 지내라 하시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칼리안의 시선이 플란츠에게 가 닿았다가 다시 체이스에게로 돌아왔다. 그것을 보던 체이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말을 하더냐."
"네.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칼리안이 그날 플란츠에게 무슨 대답을 했는지. 그것을 체이스는 어찌 생각할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네 방은 이제 내가 쓰고 있는데. 이를 어찌하나."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칼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웃었다.
* * *
어머님께서 저와 같은 방법으로 독을 고르신 것은, 아마도.
적어도 데블란이 제 손으로 제 자식을 죽여 없애지는 않기를 바라셨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글쎄요.
* * *
앨런이 데블란을 바라봤다.
'어머님의 모습을 보며 누가 자신의 아들인지는 알았을 겁니다. 반갑다 생각했을 겁니다.'
루이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곳에 오기 전 칼리안이 알려주었던 마지막 말 한 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글쎄요. 과연 그것이 어머님께서 바라셨을 의미를 담은 반가움일지.'
데블란의 얼굴에 만연한 부드러운 미소를 보자마자, 그래. 그런 의미의 반가움은 아니었겠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돌아가면 내 제자를 한 번 꼭 안아줘야 하겠습니다."
온 팔로 다시 한 번 꼭 안아주고 토닥토닥, 이제는 괜찮다 이야기를 해주어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안아주는 김에 내 제자 덕분에 망나니 노릇 아주 원없이 해보고 있는 놈 하나도 같이 한 번 안아줘야지. 그런 생각도 같이 했다. 망나니 노릇 하느라 신이 좀 난 것 같은 그 놈은 엄청 싫어할 것 같지만.
"마나실 남작은 내 생각보다······."
"전하의 아버님 되시는 선왕 전하를 뵌 적 있습니다."
데블란의 말을 잘라먹은 앨런이 입을 열었다.
"지금의 체이스 세자 저하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눈빛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그리 옅은 보랏빛 눈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어서 그것 참 신기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앨런이 앞에 놓인 찻잔을 톡 건드렸다. 르메인의 앞에서 늘 그리했듯이, 더운 열기가 느껴지던 찻잔에 하얀 서리가 어리며 찻물이 빠르게 식었다. 차가워진 차를 한 모금 쭉 들이키고 내려놓은 앨런이 말을 이었다.
"실로 자애로운 웃음을 지을 줄 아는 분이시기에, 그런 분께 남작위를 받은 것이 참으로 영광이다 생각을 했습니다. 이 세크리티아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복을 누리겠구나. 그리 여겼습니다."
"내 아버님을 아는 이를 보는 것이 오랜만이군. 반갑다 할 일이지."
"오랜만이시겠지요. 전하께서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전하의 아버님께 칼을 들었을 때 다 같이 없애버렸을 터이니 어찌 반갑지 않으시겠습니까."
데블란이 웃음소리를 냈다.
"생각보다 제자를 아끼는 듯 하더니. 그대의 말에 든 가시가 꽤 아프군."
"그 반가움과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아비를 봤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그것을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그러니 고작 이 정도 가시를 아프다 하지 마시지요."
데블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것은 긍정의 뜻도 아니었고 부정의 뜻도 아니었다.
"그대가 좋은 뜻을 지니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아들었네."
앨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이제 말해보게. 무엇을 들어주면 이 나라에 해를 입히지 않고 돌아갈텐가."
"내 며느리와 내 일을 돕던 아이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데, 내 귀가 잘못된 것인지 의심을 하였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몰라도 잘못된 소식을 들었으리라 생각하네. 이곳의 마법사들과 잠시 교류한 뒤 오늘 중으로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겠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짧게 대답한 앨런이 잠시 손을 올려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이리 신경을 써주시는 것을 보면······."
두통이 몰려왔다.
잠시 말을 멈춘 앨런이 데블란을 보며 살짝 웃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냈다.
"전하께서는 내가 어떤 이인지 모르는 것이 아닐 터인데."
잠시 큰 숨을 들이쉰 앨런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그리고 몇 번인가 큰 기침을 한 뒤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손을 내린 뒤 무언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 툭.
검고 둥근 찰흙을 뭉친 듯한 것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방금 들었던 앨런의 차에 든 독이었다.
"이리 심한 장난을 치는 것들을 곁에 둔 줄도 모르고 제 아들부터 휘어잡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전하든, 이 나라에 숨어든 놈들이든, 정신 차리시라 말해서 고쳐질 위인은 아닌 듯하니 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며 짧은 한숨을 내쉰 앨런이 말을 이었다.
"싹 다 치워버릴 마음밖에는 들지 않게 되었으니, 그리 아십시오."
그 말을 들은 데블란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