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290화 (291/527)

제51장. 사춘기라 그러시나(5)

얼마만에 와 보는 바다인지 모른다.

파도 소리는 고요했고 하늘은 잠잠했다. 모래사장은 새하얀 빛을 내고 검은 하늘은 온통 은빛의 별로 가득하다.

실로 꿈결같은 모습이었으나 그 가운데 선 아르센은 선득함을 느꼈다.

네 구의 시신 상태가 모두 한결같다.

심장을 꿰뚫렸든 목을 베였든 목이 잘렸든, 막은 흔적이 없다. 자잘한 상처 외의 큰 상처는 단 하나 뿐이다. 날아오는 공격을 막을 새도 없이 일격의 치명상이 들어갔다는 소리다.

칼리안의 검술이 그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득함을 느낀 것은 지금 죽어있는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자님께서는 얼마나 더 강해지실지······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군."

마나를 실체화하여 사용하는 이들이 마법사다.

마나로 신체와 검을 강화시키는 이들이 소드마스터다.

그리고 칼리안은 마법사이자 소드마스터다.

마나를 오러로, 그리고 마력으로, 오러와 마력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덕분에 마력으로 변환한 오러를 '검'의 형태로 실체화하여 휘두르는 유일한 사람이 됐다.

그말인즉슨, 마나가 고갈되면 손에 쥐고 휘두를 검이 사라진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칼리안은 대련 중에도 마법을 함께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전의 전투에서는 거칠 것 없다는 듯 바람을 일으켜가며 검을 썼다. 평소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검술로 상대방을 죽였다.

오러와 마력이 늘어나고 마법에 익숙해져가는 까닭이다. 본래에도 검의 길에 올랐던 사람이니 몸이 더 자라 예전의 힘을 다 발휘할 수 있게 되면 검술 역시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선득했다.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상상이 안 된 탓에,

"이래서야······ 동상 만들다 들켰을 때 몸이 성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나."

하고.

아무튼. 아직도 동상을 포기하지 않은 이 단단히 미친 파란 머리 따까리는 지금 느낀 선득함을 멀리 있던 저 기사들에게까지 들킬 수는 없다 여겼다. 자신이야 시신들의 상태를 보고 칼리안 동상 만들다 생존할 확률이 줄었다며 선득해하지만 저 기사들은 칼리안의 강함을 경계하는 마음 때문에 선득해 할 테니까.

때문에 아르센은 시신을 더 자세히 살피는 것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 화르륵!

새하얀 모래사장 위에 짙붉은 불길이 일었다.

"헤르츠 부군단장. 불을 끄십시오.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시신을 살피던 아르센이 갑자기 화염을 일으키자 멀리 서 있던 기사들 중 한 명이 달려오며 아르센을 만류했다. 기사들을 이끌고 있는 이였다.

그가 시신 근처로 더 가까이 오기 전에 아르센이 먼저 움직였다. 텔레포트를 통해 곧바로 기사 쪽으로 이동한 아르센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미 다 죽은 이들인데 무슨 조사를 하겠나."

"카이리스의 왕자님들을 공격한 수상한 무리인데 당연히 조사를 해야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암살 시도하는 이들이 소속 밝힐 물건을 지니고 있던 것은 본 적 없네. 괜한 수고로 시간만 낭비하느니 신속하게 처리하고 왕자님들 뒤를 따라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이곳은 세크리티아입니다. 세크리티아에서 발생하는 일의 결정권은 우리 쪽에 있습니다."

"세크리티아에서는 처음부터 싸움에 관여조차 하지 않았는데 무엇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군."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한 것은 칼리안이었고 아무 참견도 하지 말도록 못을 박은 것은 플란츠였다. 두 왕자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 덕분에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 일에 대해 의견을 낼 방법도 사라졌다.

"저들을 조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카이리스 왕실에서 세크리티아에 문제 삼을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기사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는 아르센이 이런 말로 쐐기를 박았다.

잠시간의 실랑이가 이어지는 동안 시신의 옷가지는 이미 모두 불타 사라졌다. 그 후로도 불은 꺼지지 않고 남은 것을 계속 태워나갔다. 불쾌한 냄새가 주변을 휘감아 돌자 잠시 인상을 찌푸린 기사가 아르센을 쳐다봤다.

아르센이 지금 시신 상태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속셈임을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 책임지기를 바랍니다."

"말했지만 나는 발칸의 부군단장이네.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네."

결국 기사는 이 정도로 협의를 보고 시신을 태워 없애는 것을 묵인했다.

사람의 몸은 끈질기다.

검의 흔적 하나를 태워 없애는 것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쉬고 있게. 시신이 모두 타면 그 때 가지."

때문에 기사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 한 뒤 주변을 둘러보던 아르센의 시선이 바닥에 닿았다.

어지러이 흩어진 핏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베인 상처에서 흩뿌려진 탓에 반원 형태로 퍼진 핏자국, 검 끝에서 떨어져내린 듯 점점이 박힌 핏자국, 시신에서 흘러나와 넓게 퍼진 핏자국. 모두 전사들의 핏자국이다. 그 광경이 낯설거나 거북하다며 거부감을 느낄 인사는 아니었던 아르센이 물끄러미 싸움의 흔적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회색 머리 전사의 시신 앞쪽에 후두둑 떨어져내린 듯한 핏자국에 아르센의 새파란 눈이 고정됐다.

핏자국과 연결된 시신이 없다. 그 피의 주인이었을 이가 걸어간 자리에 발자국 대신 핏자국만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핏자국이 이어지지 않았다.

'역시 다치신 것이 맞았군.'

분명 칼리안의 것이다.

피냄새는 맡지 못하지만 마나의 흐름은 읽을 수 있는 아르센이다. 기사들의 근처에 온 칼리안이 왜 그렇게 남모르게 클린 마법을 남발했는지 그 이유 역시 눈치를 채고 있었다.

예상이 맞았음을 확인한 탓에 쓴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던 아르센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쭈그리고 앉아 주변의 흔적과 칼리안의 흔적을, 정확히는 그 '색'의 차이를 살폈다.

"이건 대체······."

새하얀 모래사장에 아직 스며들지 않은 다른 피들은 모두 여전히 붉었다. 단 한곳, 칼리안이 서 있던 자리와 칼리안이 움직인 자리에 떨어진 것들을 빼고.

검다.

칼리안이 흘린 피의 색이 검었다.

"난리 났군."

플란츠를 데리고 혼자 돌아간 칼리안이 단순히 자상을 입은 것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바닥에 얼룩진 핏자국을 클린 마법으로 지워버린 아르센이, 불길 속 시신들의 상태를 신중하게 확인했다. 꺼지지 않은 불 속에서 검술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본 아르센은 주저없이 몸을 돌렸다.

[슬립]

그리고 잘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을 발현했다. 아르센이 처음 이곳에 나타났을 때 긴장하며 검에 손을 올린 열세 명의 기사들과 달리, 아르센을 향해 걸어온 두 명의 기사를 향해서였다.

"무슨 짓입니까!"

아르센이 갑작스런 행동을 한 이유를 알 리 없을 기사가 놀라 물었고 아르센이 입을 열어 둘러대는 말을 꺼내려 했을 때.

- 다그닥, 다그닥!

더는 찾아올 이 없어야 할 곳에 한 마리 말의 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새카만 몸, 오른쪽 발목만 하얀 말.

레이븐이었다.

레이븐은 아무도 태우고 있지 않은 채였다.

모래사장 위를 거침없이 달려온 레이븐이 아르센의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특별히 이번 한 번만 더 태워줄 테니 시간 낭비 말고 빨리 오르라는 눈으로 아르센을 바라봤다.

자존심이 약간 상했지만 레이븐의 눈빛을 아주 잘 이해한 아르센이 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설명은 나중에 해야겠네. 시신 소각이 끝나면 저 기사 둘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가게. 혹시 저들이 일어나거든 암살자들과 연관이 있는지 슬쩍 물어봐주면 더 좋고."

그 후 아르센은 더 볼 것 없다는 듯 안장 위에 올랐고 레이븐은 곧바로 발을 박찼다. 속도를 높이는 레이븐의 위에서 잠시 무언가 잊은 것이 있다는 얼굴이 된 아르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큰 소리를 냈다.

"괜찮다면 내 말 좀 챙겨서 와 주게! 로로라고 하네!"

이렇게, 기사 재운 상세한 이유는 집어치우고 제 말 이름 소개시켜 줄 여유만 간신히 챙긴 파란 머리 마법사가 빠르게 멀어져갔다.

* * *

스물 여섯, 아니 여덟, 아니.

서른 둘.

"······ 서른 넷."

대사막의 전사는 아니다.

세크리티아의 기사들도 아니었고 칼리안이 기억하고 있는 세작들도 아니었다.

소속도, 실력도, 정체도 모를 서른 네 명의 검사들.

다행인 것은 이곳에서 벗어나게 한 레이븐과 에스티나에게 저들이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다행하지 않은 것은 저들 중 두 명의 검이 붉게 빛나고 있다는 것.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아는 얼굴이 없었으니 손속에 주저함이 생길 일이 없다는 것. 또 하나 다행하지 않은 것은.

- 욱씬!

검을 만들 때 느껴진 심장의 통증.

처음 이 곳에서 칼리안의 몸으로 눈을 떴을 때 느꼈던 바로 그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해독과 상처 치료에 이어 심장 속 서클에 담긴 마력까지 계속 남발했으니 축복의 힘이 한계점에 오른 모양이다.

"형님 말씀 잘 들을 걸 그랬습니다."

실소한 칼리안이 농담을 꺼냈다.

앞에 둘러진 실드를 쳐다본 플란츠가 낮은 목소리를 냈다.

"내 아우님께서 말과 행동이 다른데."

"클린 마법에 실드 좀 쓴다고 더 힘들 것도 없습니다."

"말고."

"어쩌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까지 사이 나쁜 척 잘못하다가는 형님 죽습니다. 그러느니 참으로 연약하신 형님 살리고 저 놈들 다 죽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마력을 또 낭비해가며 무리하고 있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바닷가에서 기껏 연기를 하고 와서는 기사들 앞에 선 플란츠에게 턱하니 실드부터 씌웠으니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생일에 겪기에는 험한 상황이긴 한데 형님께서 자처하신 일은 맞으니, 눈앞에서 피 보실 일 생긴 것은 형님 탓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대신 제 피 보신 건 형님 탓 아니니까 다른 생각 말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알았어."

놈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누구든 한 명이 먼저 나서는 그 즉시 깨져버릴 침묵을 앞에 둔 칼리안이 씩 웃었다.

- 우웅!

위협적인 울림과 함께 두 개의 단검이 떠올랐다.

검고 어두운 숲 속에서, 작고 작은 날붙이가 야수의 두 눈처럼 붉게 빛났다.

- 쌔애액!

- 콰직!

검은 숲 속을 붉은 빛줄기 두개가 가르고 지나갔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소리와 함께 두 명의 검사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것은 곧,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 타앗!

단검이 만들어진 것을 눈에 담기가 무섭게 곁에 있던 둘이 죽어 나뒹굴자 검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을 보면서도 칼리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붕대 위에 맺힌 검은 피가 옷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무시한 채로, 이미 날아간 단검을 제 몸 대신 움직이게 했다.

둘의 생명을 끊어낸 두 개의 단검이 방향을 바꾸었다. 바람의 마력에 칼리안의 의지를 담은 작은 날붙이 두 개가 또 다른 네 명의 심장과 목을 꿰뚫는다.

여섯, 하고.

저도 모르게 죽은 이의 수를 세려던 칼리안이 입을 다물었다.

- 욱씬!

그것이 곁에 서 있던 플란츠 때문인지 아니면 목구멍을 치받으며 넘어오는 비릿한 향 때문인지 생각하는 대신 칼리안은 그냥 생긋 웃었다. 검사들 사이에 선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붉게 달아오른 검을 든 두 전사를 향해서였다.

- 우우웅!

검사 열 넷이 죽었다. 칼리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검사들의 발이 멈췄다. 칼리안의 단검은 멈추지 않았다.

허공을 가르는 두 개의 단검에 더해 또 하나의 단검이 떠올랐다. 그리고 번개처럼 대기를 갈랐다. 심장의 통증도 잊은 칼리안은 대사막의 두 전사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계속하여 단검을 움직였다.

- 쉬이익!

- 콰직!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하나의 단검을 쳐낸 검사가 안도한 순간, 뒤에서 날아온 또 하나의 날붙이가 심장을 찔러왔다. 단단한 근육으로 몸을 감싸고 있든, 튼튼한 사슬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었든, 아무 소용 없었다.

단검을 막으면 검이 뚫렸고, 막지 못하면 숨이 잘려나간다.

다가오는 것을 포기한 검사 한 명이 활을 잡았다.

그의 손을 떠난 화살 하나가 플란츠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 쌔액!

- 카가각!

플란츠는 피하지 않았고, 강한 타격음을 내며 실드에 부딪힌 화살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 쉬이익!

그것이 날아온 방향으로 세 개의 단검이 모조리 궤적을 바꾸자 오래지 않아 짧은 비명 소리가 울린다.

활을 쏜 놈을 치워낸 칼리안의 고개가 아주 잠시 플란츠를 향해 돌아갔다.

"저를 너무 믿으시네요."

"내 아우님께서 기다리라 하시니."

실드에 막힐 것을 알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플란츠가 대답의 끝을 이었다.

"······ 기다려야지. 어련히 알아서 잘 살리고 계시는데."

칼리안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살리고 있다는 말이 듣기에 나쁘지 않아서.

"네."

단검이 다시 날았다.

발 밑에서 튀어오른 단검이 한 명의 생을 앗고 다음 놈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정수리 위에서 떨어져내린 단검이 옆에 선 이의 심장을 향했다. 그 모습에 뒷걸음질을 칠 겨를도 없이 어느새 심장 앞으로 단검 하나가 날아든다.

단 세 개의 단검이 어둠 속에 붉은 물결을 계속하여 만들어나갔다. 혈향이 짙어짐에 따라 놈들의 수는 착실히도 줄어들어갔다.

하지만 거기까지.

- 두근!

레이븐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허리의 상처가 비틀릴 때에도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던 칼리안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찢기는 느낌에 친숙해지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세 개의 단검이 일순간 빛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다시 한 번 단검에 마력을 불어넣고자 하였으나 통증이 이어진다. 축복의 힘에 밀린 심장이 마력 내보내기를 거부했다.

- 욱씬!

스물 일곱이 죽었다. 다섯의 검사와 두 명의 전사가 남았다. 깜빡, 하고. 플란츠의 앞에 둘러져 있던 실드가 지워지듯 사라졌다.

플란츠의 눈에 날이 섰고 칼리안의 새빨간 입술에는 긴 호선이 그려졌다.

"실드 없습니다. 뭔가 날아오면 피하십시오."

"······ 알았어."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 우우웅!

만들어 사용하기에 더 어려웠던 단검 대신 보다 익숙한 검 한 자루만 손에 쥐었다. 붉은 오러가 회오리치듯 일렁이며 예기를 뿜는다.

"무슨 일이 생기든 어련히 알아서 잘 살려 드릴 테니."

어찌 들으면 장난기 가득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들으면 서늘함이 감도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곱 명을 모두 앞에 둔 채로, 플란츠를 뒤에 둔 채로,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을 다시 한 번 삼켜내면서. 칼리안의 발이 비로소 움직였다.

- 저벅.

그리고 그때.

숨길 것 없을 발소리가 칼리안의 옆에서 들렸다. 칼리안이 미간을 찌푸렸으나 그러든지 말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가 검을 잡았다.

어두운 숲을 가르고 선, 형형한 붉은 빛의 검이 하나.

별빛을 삼킨 잿빛의 검이 하나. 별빛을 담은 청은빛의 검이 하나.

두 사람의 손에 세 개의 검이 들렸다.

"싫어."

그리고 이렇게, 칼 뽑은 완두콩이 동생 말 안 듣는 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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